⊙ ‘헬조선’ ‘흙수저’ 부각시키고 ‘청춘콘서트’ 열어 청년층 票心 자극
⊙ 목표 의석수에 대해서는 뚜렷이 말 안해… 연대 가능성 포기 못한 듯
⊙ “김종인, 비례대표 출마와 상관없이 총선 후 일정 역할 맡을 것”(중진의원)
⊙ “경제민주화는 대선까지 끌고갈 화두”
⊙ 목표 의석수에 대해서는 뚜렷이 말 안해… 연대 가능성 포기 못한 듯
⊙ “김종인, 비례대표 출마와 상관없이 총선 후 일정 역할 맡을 것”(중진의원)
⊙ “경제민주화는 대선까지 끌고갈 화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더드림 경제콘서트’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이덕훈 기자
지난 3월 13일 오후 3시. 김종인(金鍾仁)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더불어민주당이 준비하고 있는 전국 순회 경제콘서트 첫날이었다. 김 대표가 인사말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늘을 시작으로 ‘더드림 경제콘서트’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오늘 참석한 청년들을 보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어렵다 보니 제일 피해를 보는 분들이 청년들인 것 같습니다.(중략) 한국경제는 더욱 어려움을 지속하고 청년 계층의 생활은 더욱 척박해졌습니다. 최근 ‘삼포세대’니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얘기가 왜 나왔는지 상상해 보십시오. 지금도 똑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겁니다.”
이후 김종인 대표는 당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박영선(朴映宣) 비대위원 등 더불어민주당 사람들과 콘서트를 관람했다. 콘서트가 열리기 3일 전, 박영선 비대위원은 이 콘서트에 대해 “경제민주화, 공정경쟁, 재벌개혁 등 우리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겪었던 애환을 통해 현실을 짚고, 그 현실을 통해 정책을 만들고 발표하는 콘서트다. 청년들에게 어떤 일자리로 꿈을 드릴 수 있을지 보여주고,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드리기 위한 콘서트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단순한 총선용 아니야… 대선까지 끌고갈 화두”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콘서트가 열리던 날을 4·13 총선 출정식으로 보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정청래(鄭淸來)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의 이탈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당내 공천이 어느 정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고 본다”며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들어간 날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 중진의원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민주화 화두로 박근혜 정부 심판론’을 사실상 총선전략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입니다. 김종인 대표가 당에 합류하면서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지만, 우리 당은 애초 사회·경제적 차원에서의 민주화를 이뤄 내자는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경제민주화’가 이번 총선전략이라고 봐도 됩니까.
“경제민주화를 방치하면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시대적 과제가 대두된 겁니다. 저희 당에서 ‘필리버스터’를 조기 종료한 것이나, 청년들을 위한 ‘경제콘서트’를 여는 이유가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슬로건은 단순히 4·13 총선에서 승리하고자 내건 것이 아니라 대선까지 끌고가서, 결국에는 대선 승리를 통해 현실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김종인 대표는 시종일관 경제민주화를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의 입당 초기에 그가 지향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국보위 참여 경력이나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편에 섰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여러 말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 스스로가 그런 한계를 넘어섰고, 그의 경제민주화 주장이 당의 핵심 캐치프레이즈가 된 상황입니다.”
—경제관뿐 아니라, 김 대표에 대한 호의적 분위기가 많습니까.
“이유야 어찌 됐든 김 대표가 당을 안정시켰고, 극심한 혼란 없이 현재까지 이끌고 있습니다. 외부에서조차 김 대표에 대해 ‘옳든 그르든 관계없이 자기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공천에서도 친노, 운동권 계열을 몇 명 살렸느냐로 평가하는 기류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막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등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을 솎아 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김종인 스타일’이 굉장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신도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습니다.”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박근혜 대통령 겨냥한 것”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필두로 박영선, 최재성(崔宰誠), 우윤근(禹潤根), 박범계(朴範界), 유은혜(兪銀惠), 진선미(陳善美) 등 현역 의원이 선대위에서 활동 중이다. 최근 복당한 이용섭(李庸燮) 전(前) 의원이 선대위 정책총괄 역할을, 김영춘(金榮春) 전 의원, 정장선(鄭長善) 전 의원, 외부에서 영입한 김병관(金炳官) 웹젠 이사회 의장, 양향자(梁香子) 전 삼성전자 상무, 이철희(李哲熙) 두문정치연구소장, 표창원(表蒼園) 전 경찰대 교수도 선대위에서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총선전략으로 앞세우는 것에 대해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김종인 대표의 이와 관련된 발언은 마치 총선을 겨냥하기나 한 듯, 조금씩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15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오는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청년과 더불어 경제아카데미 강연’(2월17일)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기업들로부터의) 로비에 의해 여러 영향을 받기 때문에 법만 제정해 봐야 소용없다. 경제민주화가 이뤄지려면 나라를 이끄는 최고 통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없기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한 달 뒤,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공격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9일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빠져 정체 상태가 지속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경제정책을 총괄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는 위기라고 했다가, 하루는 낙관론을 제기하는 등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국민에게 자꾸 호도하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정면 공격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며칠 뒤, 전국을 도는 경제콘서트를 열며 총선전에 뛰어들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경제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며 경제 낙관론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 이길 것”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의 화두로 우선 청년층을 공략한 뒤 그들과 연관된 사람들의 표로 ‘확장성’을 기대한다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요즘 ‘헬조선’(hell朝鮮·청년실업, 전세난 등 현재 대두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어려움을 지옥에 비유한 신조어), ‘흙수저’(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있는 사람)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전화 통화를 했던 몇몇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에게서도 이 단어가 심심찮게 튀어나왔다.
게임 전문 벤처회사 ‘웹젠’의 김병관 의장은 지난 3월 3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감히 말씀드리건대, 흙수저와 헬조선을 탓하는 청년에게 ‘노력해 보았나’라고 물어서는 안 된다. 떨어지면 죽는 절벽 앞에서 죽을 각오로 뛰어내리라고 말해선 안 된다. 저는 열정으로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안전 그물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총선정책공약단장은 지난 2월 18일 국회에서 “흙수저도 노력하면 금수저가 될 수 있도록 더민주가 기회 균등의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충남 서산·태안 지역의 조한기 후보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 박영선 비대위원도 스스름없이 이 단어를 썼다. 더불어민주당의 관계자는 “특정 단어를 선거에서 자꾸 부각시키자는 말이 오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헬조선’ ‘흙수저’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실패를 단정짓는 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몇몇 관계자들은 의외로 ‘호남 지역 수성’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하지 않는 느낌을 주었다. 한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이 호남 지역에서 우세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우리 당이 안철수 당에 허망하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일부 호남 후보들 사이에서 ‘호남 사람들은 김종인 대표를 호남으로 본다’는 말도 한다. 김 대표의 조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고향이 전북 순창이다 보니 김 대표를 호남 핏줄로 인정해 주지 않나 싶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호남에서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2016년 3월 2주차(3월 7~11일)의 주간 집계에 따르면, 광주·전라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5%포인트나 오른 38.9%를 기록했다. 지난 12월 마지막 주 이후, 처음으로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31.8%)을 앞지른 것이다.
“후보끼리라도 단일화 논의해야”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김종인 대표에 대해 4·13총선 이후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의 얘기다.
“김 대표가 당연히 당에 남아야 합니다. 총선은 물론 대선 승리로 가는 길에 김 대표의 역할이 꽤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내에서 비례대표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있나요.
“그것까지 할 필요야 있을까 싶습니다. 국회의원으로 진출하는 것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중요 포지션을 맡는 것은 다른 얘기 아닙니까. 당신의 욕심으로 비례대표까지 진출하겠다고 하면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요즘 김종인 대표에게 비례대표로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것과 달지 않고 당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2016년 총선에서 130석 확보’를 말하고 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지난 2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30석 이상은 넘기고 여당이 과반 의석을 획득하지 못하게 저지하는 선까지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이번 총선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민생파탄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 이뤄져야 하는 선거다.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양극화와 피폐한 민생을 되살릴 수 있는, 모두가 더불어 성장하고 더불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공약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김종인 대표가 여태 얘기한 목표 의석수 ‘108+알파’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하지만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0대 총선에서 몇 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응답자들이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여기에서 안철수 신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한 기대가 아직 남아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물론 표면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국민의당에 더 이상 구애하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14일, 전혜숙(全蕙淑) 전 의원을 국민의당 김한길 대표 지역구에, 조상기(趙相起) 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을 국민의당 박지원(朴智元) 의원의 지역구에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기다릴 수 있는 시한이 지났다.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의 이런 공식적인 입장과 개별 의원들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상대가 호응을 안 해 주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긴 하지만, 선거구 차원에서의 단일화를 꼭 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단일화를 전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108석을 지켜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만일 새누리당이 앞도적인 의석수를 차지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안철수 대표가 짊어질 것이냐”며 “당 대(對) 당이 아닌 선거구 차원에서만이라도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대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누구나 알기에 후보들 간에라도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박근혜 심판론’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두고볼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늘을 시작으로 ‘더드림 경제콘서트’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오늘 참석한 청년들을 보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어렵다 보니 제일 피해를 보는 분들이 청년들인 것 같습니다.(중략) 한국경제는 더욱 어려움을 지속하고 청년 계층의 생활은 더욱 척박해졌습니다. 최근 ‘삼포세대’니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얘기가 왜 나왔는지 상상해 보십시오. 지금도 똑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겁니다.”
이후 김종인 대표는 당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박영선(朴映宣) 비대위원 등 더불어민주당 사람들과 콘서트를 관람했다. 콘서트가 열리기 3일 전, 박영선 비대위원은 이 콘서트에 대해 “경제민주화, 공정경쟁, 재벌개혁 등 우리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겪었던 애환을 통해 현실을 짚고, 그 현실을 통해 정책을 만들고 발표하는 콘서트다. 청년들에게 어떤 일자리로 꿈을 드릴 수 있을지 보여주고,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드리기 위한 콘서트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단순한 총선용 아니야… 대선까지 끌고갈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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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0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김성수 대변인과 함께 20대 총선 공천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이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입니다. 김종인 대표가 당에 합류하면서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지만, 우리 당은 애초 사회·경제적 차원에서의 민주화를 이뤄 내자는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경제민주화’가 이번 총선전략이라고 봐도 됩니까.
“경제민주화를 방치하면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시대적 과제가 대두된 겁니다. 저희 당에서 ‘필리버스터’를 조기 종료한 것이나, 청년들을 위한 ‘경제콘서트’를 여는 이유가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슬로건은 단순히 4·13 총선에서 승리하고자 내건 것이 아니라 대선까지 끌고가서, 결국에는 대선 승리를 통해 현실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김종인 대표는 시종일관 경제민주화를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의 입당 초기에 그가 지향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국보위 참여 경력이나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편에 섰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여러 말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 스스로가 그런 한계를 넘어섰고, 그의 경제민주화 주장이 당의 핵심 캐치프레이즈가 된 상황입니다.”
—경제관뿐 아니라, 김 대표에 대한 호의적 분위기가 많습니까.
“이유야 어찌 됐든 김 대표가 당을 안정시켰고, 극심한 혼란 없이 현재까지 이끌고 있습니다. 외부에서조차 김 대표에 대해 ‘옳든 그르든 관계없이 자기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공천에서도 친노, 운동권 계열을 몇 명 살렸느냐로 평가하는 기류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막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등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을 솎아 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김종인 스타일’이 굉장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신도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습니다.”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박근혜 대통령 겨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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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맨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정치인생을 담은 《김종필 증언록》 출판 기념회에 참석했다. 사진=조선일보 오종찬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총선전략으로 앞세우는 것에 대해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김종인 대표의 이와 관련된 발언은 마치 총선을 겨냥하기나 한 듯, 조금씩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15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오는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청년과 더불어 경제아카데미 강연’(2월17일)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기업들로부터의) 로비에 의해 여러 영향을 받기 때문에 법만 제정해 봐야 소용없다. 경제민주화가 이뤄지려면 나라를 이끄는 최고 통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없기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한 달 뒤,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공격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9일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빠져 정체 상태가 지속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경제정책을 총괄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는 위기라고 했다가, 하루는 낙관론을 제기하는 등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국민에게 자꾸 호도하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정면 공격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며칠 뒤, 전국을 도는 경제콘서트를 열며 총선전에 뛰어들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경제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며 경제 낙관론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 이길 것”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의 화두로 우선 청년층을 공략한 뒤 그들과 연관된 사람들의 표로 ‘확장성’을 기대한다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요즘 ‘헬조선’(hell朝鮮·청년실업, 전세난 등 현재 대두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어려움을 지옥에 비유한 신조어), ‘흙수저’(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있는 사람)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전화 통화를 했던 몇몇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에게서도 이 단어가 심심찮게 튀어나왔다.
게임 전문 벤처회사 ‘웹젠’의 김병관 의장은 지난 3월 3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감히 말씀드리건대, 흙수저와 헬조선을 탓하는 청년에게 ‘노력해 보았나’라고 물어서는 안 된다. 떨어지면 죽는 절벽 앞에서 죽을 각오로 뛰어내리라고 말해선 안 된다. 저는 열정으로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안전 그물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총선정책공약단장은 지난 2월 18일 국회에서 “흙수저도 노력하면 금수저가 될 수 있도록 더민주가 기회 균등의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충남 서산·태안 지역의 조한기 후보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 박영선 비대위원도 스스름없이 이 단어를 썼다. 더불어민주당의 관계자는 “특정 단어를 선거에서 자꾸 부각시키자는 말이 오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헬조선’ ‘흙수저’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실패를 단정짓는 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몇몇 관계자들은 의외로 ‘호남 지역 수성’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하지 않는 느낌을 주었다. 한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이 호남 지역에서 우세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우리 당이 안철수 당에 허망하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일부 호남 후보들 사이에서 ‘호남 사람들은 김종인 대표를 호남으로 본다’는 말도 한다. 김 대표의 조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고향이 전북 순창이다 보니 김 대표를 호남 핏줄로 인정해 주지 않나 싶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호남에서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2016년 3월 2주차(3월 7~11일)의 주간 집계에 따르면, 광주·전라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5%포인트나 오른 38.9%를 기록했다. 지난 12월 마지막 주 이후, 처음으로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31.8%)을 앞지른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김종인 대표에 대해 4·13총선 이후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의 얘기다.
“김 대표가 당연히 당에 남아야 합니다. 총선은 물론 대선 승리로 가는 길에 김 대표의 역할이 꽤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내에서 비례대표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있나요.
“그것까지 할 필요야 있을까 싶습니다. 국회의원으로 진출하는 것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중요 포지션을 맡는 것은 다른 얘기 아닙니까. 당신의 욕심으로 비례대표까지 진출하겠다고 하면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요즘 김종인 대표에게 비례대표로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것과 달지 않고 당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2016년 총선에서 130석 확보’를 말하고 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지난 2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30석 이상은 넘기고 여당이 과반 의석을 획득하지 못하게 저지하는 선까지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이번 총선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민생파탄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 이뤄져야 하는 선거다.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양극화와 피폐한 민생을 되살릴 수 있는, 모두가 더불어 성장하고 더불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공약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김종인 대표가 여태 얘기한 목표 의석수 ‘108+알파’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하지만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0대 총선에서 몇 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응답자들이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여기에서 안철수 신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한 기대가 아직 남아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물론 표면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국민의당에 더 이상 구애하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14일, 전혜숙(全蕙淑) 전 의원을 국민의당 김한길 대표 지역구에, 조상기(趙相起) 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을 국민의당 박지원(朴智元) 의원의 지역구에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기다릴 수 있는 시한이 지났다.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의 이런 공식적인 입장과 개별 의원들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상대가 호응을 안 해 주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긴 하지만, 선거구 차원에서의 단일화를 꼭 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단일화를 전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108석을 지켜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만일 새누리당이 앞도적인 의석수를 차지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안철수 대표가 짊어질 것이냐”며 “당 대(對) 당이 아닌 선거구 차원에서만이라도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대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누구나 알기에 후보들 간에라도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박근혜 심판론’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