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내년 총선, 新4黨 체제로 치러지나? : 월간조선

2016년 4월 총선(總選)이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분당(分黨)·신당론(新黨論)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의 내분 상황이 맞물리면서 박근혜 대통령 탈당설, 친박(親朴) 신당설, 호남 신당론 등이 백가쟁명(百家爭鳴) 식으로 분출하고 있다.

심지어 여야(與野) 개혁파 인사들이 중심이 된 중도(中道) 신당론마저 대두하고 있다. 지난 대선(大選) 때 안철수 의원을 도왔던 김성식 전 의원이 김부겸 정장선 김영춘 전 의원 들을 만나 여야 쇄신파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신당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이 빌미가 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9일 호남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국민희망시대’ 소속 당원 100명이 새정연을 탈당했다. 박지원 의원은 “크건 작건 분당이 되는 건 상수(常數)이며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야권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정동영 전 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연대하는 ‘천·정·김 3각 연대설’도 나오고 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6·25 국무회의 발언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합종연횡, 이합집산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청와대 요청을 무시하고 야당과 연대(連帶)해 위헌(違憲) 논란이 있는 국회법 재개정을 밀어붙인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규정해 선거를 통해 심판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이 집권당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규탄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면서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요약하면 ‘배신의 정치’ ‘선거 심판’ ‘새로운 인물로의 교체’로 모아진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기존의 여야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심판의 대상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면 박 대통령은 여차하면 신당을 만들어 다음 총선에서 심판을 받겠다는 것과도 같다. 〈표1〉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집권당에서 현직 대통령이 주도했던 정당 개편 사례들을 분석한 것이다.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세계화’ 앞세운 YS의 JP 몰아내기

김영삼 전 대통령은 JP를 몰아내고 신한국당을 창당했다. 1996년 2월 6일 YS가 전당대회에서 김윤환 대표, 이회창 전 총리, 박찬종 전 의원과 손을 맞잡아 올려 보이고 있다.

첫째, 대통령이 비주류(非主流) 출신 집권당 대표를 축출한 사례다. 축출된 여당 대표는 전국 선거를 앞두고 신당을 창당해 여당과 경쟁한다.

지난 1994년 11월 호주 시드니를 방문 중이던 김영삼(YS) 대통령은 소위 ‘세계화 구상’을 발표했다. 세계화를 통해 국가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세계화 구상의 일환으로 집권당인 민자당 내 주류 세력인 민주계는 비주류의 김종필(JP) 대표를 구(舊)시대 인물이라고 낙인찍어 1995년 1월에 몰아냈다.

이에 반발해 JP는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해 그해 6월 27일에 치러진 지방선거에 참여했다. 광역자치단체장 4석(26.7%), 기초자치단체장 23석(10.0%), 광역의원 86석(9.8%)을 획득하면서 재기(再起)에 성공했다.

두 번째 유형은 기존의 여당 골격은 그대로 둔 채 총선을 앞두고 외연(外延) 확대성 신당을 만든 사례다.

1995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YS는 1996년 4월 총선을 맞아 그해 2월 개혁성향인 이회창 전 국무총리와 박찬종 전 의원을 영입해서 신한국당을 창당했다. 당시 야권은 1995년 7월에 김대중(DJ) 전 총재가 정계에 복귀하면서 그해 9월 제1야당인 민주당을 탈당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이런 신당 창당과 야권 분열 덕분에 신한국당은 1996년 4월 총선에서 139석을 얻어 국민회의(79석)와 민주당(15석), 자민련(50석)을 누르고 승리했다. 특히 신한국당은 수도권 전체 96석 중 56.3%인 54석(서울 27석, 인천 9석, 경기 18석)을 얻어 야권을 압도했다. 야권은 전통적 강세였던 이 지역에서 국민회의 30석(31.3%), 민주당 4석(4.1%)을 얻는 데 그쳤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실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지만, 총선에서 패배했다. 2000년 1월 20일 새천년민주당 창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드는 김대중 총재.

200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은 YS의 성공한 신한국당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2000년 1월 20일에 기존의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를 개편해 새천년민주당(민주당)을 창당한 것이다. 신당에는 1997년 대선에 출마했던 국민신당 이인제와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이 참여했다.

총선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민주당은 115석(42.1%)을 얻어 선거전(99석)보다 16석을 더 얻었지만 한나라당(133석)에 패배했다. 민주당은 1996년 총선 때보다 10.6%포인트 증가한 35.9%를 득표했지만, 공천 파동으로 분열된 한나라당(39.0%)에 뒤졌다. 게다가 DJP 연대의 한 축인 자민련도 17석밖에 못 얻어 교섭단체가 될 수 없었다.

세 번째 유형은 대통령 탈당과 신당 창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9월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줬던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탈당은 윤성식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 인준 부결,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 불신임안 가결 등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7개월 동안 여당인 민주당이 노 대통령의 대(對)국회 관계를 뒷받침하기보다는 그를 비판하고 발목을 잡으면서 이미 예견됐었다.

당시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탈당 결정은 주요 국정과제인 경제 민생 문제에 전념하기 위한 것으로 내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당적(黨籍) 문제가 소모적 정치공세가 되는 상황에서 정치 쟁점화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신당에 참여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37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여당인 민주당을 탈당하여 신당 창당에 나섬으로써 설득력을 잃었다. 여하튼 민주당, 개혁국민정당, 한나라당 내의 일부 세력들이 2003년 11월 11일에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이들은 지역주의 청산과 정치 개혁을 열린우리당 창당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현직 대통령이 주도한 탈당과 창당의 정치 실험은 외견상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2004년 3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심해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자 성난 민심은 2004년 4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탄핵 전 47석에 불과했던 열린우리당은 총선에서 152석의 거대 여당이 됐다. 구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광주와 전라북도에서 모든 의석을 열린우리당에 내주고, 전라남도에서 5석, 비례대표 4석을 합쳐 원내 9석에 얻는 데 그쳤다.

박근혜, ‘어게인2012’ 꿈꾸나

박근혜 대통령은 2011년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했다. 2011년 12월 27일 열린 첫 비대위 회의. 왼쪽부터 황우여, 이상돈, 이양희, 박근혜, 이준석, 김종인, 조동성.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일까? 역대 대통령들이 보여주었던 세 가지 모델 중의 하나를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입해 전략적 선택을 할지 모른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파동은 향후 전개될 여권 권력 재편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유 원내대표 사퇴는 국회법 재개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촉발됐지만 그 본질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박근혜 대통령의 승부수라는 것이다.

과정이 어찌 됐든 박 대통령은 이번 유승민 사퇴 파동을 통해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국회법 재개정을 막아 폐기시켰다. ‘배신자 유승민’을 찍어 냈다. 김무성 대표 체제를 뿌리째 흔들면서 무력화(無力化)시켰다. 당내 비주류 ‘김무성(K)-유승민(Y) 투톱’ 체제에서 주눅 들었던 친박 세력을 결집시키는 부수 효과까지 거두었다.

여기서 잠깐 2011년의 상황을 복기(復碁)해 보자.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패하고, 최고위원들이 잇달아 사퇴하면서 홍준표 체제가 무너졌다. 2012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100석 미만을 얻어 참패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해자 박근혜 전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대위를 통해 당권을 장악한 박근혜 전 대표는 이듬해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총선 비상대책위 체제’를 구축한 다음 공천권을 장악해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한다는 것이 시중에서 나돌고 있는 ‘박근혜식 권력 개편’의 요지이다. ‘어게인(again) 2012’을 꿈꾼다는 것이다. 이것은 1995년 YS가 시도했던 ‘비주류 당 대표(JP) 축출 모델’과 유사하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정치 현실과 명분 면에서 결코 쉽지 않다. 몰론 현재 새누리당 상황은 2011년과 같이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면 김무성 체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이다. 그렇다고 이게 과연 가능할까. 현재 새누리당 계파 분포를 분석해 보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온다.

유승민 사퇴 파동으로 새누리당이 심한 내홍을 겪고 있을 때 《매일경제》 레이더P가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 세력으로서의 친박계는 37명 정도, 26명의 친박 성향 중도파까지 더하면 범(汎)친박계는 63명 정도로 파악됐다. 그중에서 친박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박 대통령 목소리를 대변하는 핵심 인사는 10명 정도로 나타났다. 비박(非朴)은 45명으로 나타났다. 그중 ‘친김무성’계 8명, 개혁 성향 소장파 의원들로 구성된 유승민계 5명, ‘옛 친이(친이명박)’계 10명, 범비박계 22명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비박 성향 중도파는 대략 52명 정도로 분석됐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 7월 3일 CBS 노컷뉴스가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의 계파 성향을 분류한 결과, 친박계는 35명으로 비박계 54명에 비해 19명 적었다. 이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친박계 이주영 의원을 꺾은 지난 2월 경선 때 표차인 19표와 일치한다. 중립파 의원은 71명으로 분류됐다. 다만 친박계와의 친소(親疎)관계 또는 원내대표 사퇴론에 대한 입장 등을 감안해 재분류한 결과, 이들도 친박 성향 27명 대 비박 성향 44명으로 구분됐다. 따라서 친박계는 중립지대의 우군과 연합하더라도 62 대 98로 열세(劣勢)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유승민 사퇴’ 뒤 김무성 대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열려도 친박계가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대통령과 친박에 의한 김무성 대표 무너뜨리기 이면(裏面)에는 공천권 장악 의도가 숨어 있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다.

‘공천권 포기’ 공약이 김무성의 무기

지난 7월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후 다음 표적은 김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김 대표는 취임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만악(萬惡)의 근원’이었던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들에게 100%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작년 7·14 전당대회에서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서 당 대표가 되려고 한다”고 약속했던 것도 상기시키면서, 자신의 남은 정치생명을 걸고 상향식(上向式) 공천을 완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당 대표를 무슨 명분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가. 김무성 대표의 공천권 포기 발언은 결국 권력자인 박근혜 대통령도 공천권을 포기하라는 요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집요한 사람이다. 일단 자신이 받아들이는 명분이 있으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를 관철시키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준비된 무서운 대통령’이다.

현재로서는 소설 같은 얘기지만 유승민 찍어 내기에서 보듯이 박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가 개인적인 이유로 도저히 대표 직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일이 현실화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JP가 자민련을 만든 것처럼 김무성 대표와 비박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

김무성 대표 무너뜨리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발언에서 밝힌 것처럼 새정치를 내걸고 자신이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 수 있다. 이른바 ‘2003년 열린우리당 모델’이 작동할 수 있다. 더구나 야당인 새정연이 분열되면 대통령의 탈당 모델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야당이 분열되면 여당도 분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 콘크리트 지지율’의 유혹

여하튼 향후 박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 여하에 따라 내년 총선은 ‘친박 신당, 비박 새누리당, 친노 새정치연합, 비노 신당’이 참여하는 신4당 체제로 치러질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신당을 만들려고 결심한다면 그 배경에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다. 성완종 파문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추락하고 새누리당이 곤경에 처했던 지난 4월 국가미래연구원과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이 ‘30% 콘크리트지지’를 갖고 있다”는 세간의 주장이 입증되었다.

‘과거에도 박근혜를 지지했고 지금도 지지한다’는 이른바 ‘박근혜 고정층’이 30.4%로 나타났다. 특히 〈표2〉에서 보듯이,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TK)에서 ‘고정층’이 45.7%였고, 각종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은 50대와 6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47.1%와 65.9%를 차지했다. 보수층에서도 그 규모가 55.6%로 높았다. 여기에 ‘과거에는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지한다’는 ‘유입층’도 5.7%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신당 창당 유혹이 생긴다. 4당 체제가 만들어져 총선에서 경쟁하면 30%대의 고정표에다 플러스 α를 갖고 있는 ‘신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박근혜 신당’은 유혹을 넘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일단 分黨, 大選 앞두고 다시 합칠 수도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2015년 7월 13일 당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희(왼쪽) 최고위원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을 듣고 있다.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해 보면 박 대통령이 크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 못지않게 퇴임 후 자신을 끝까지 지켜 줄 친위(親衛) 부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무성 대표가 버티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우회 전략은 신당 창당 밖에 없다.

물론 위험이 따르는 도박이지만 박근혜 신당이 만들어지면 2012년과 같이 박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공천권을 100%로 행사할 수 있다. 더구나 신당이 총선에서 선전(善戰)해 최소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으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도 순탄할 것으로 판단할지 모른다. 2017년 대선(大選)을 앞두고는 뿌리가 같은 친여 성향의 두 정당이 합당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2008년 총선 후에 박 대통령 친위 부대인 ‘친박연대’가 한나라당과 합당한 것과 유사한 이치다.

현재로서 박근혜 신당론은 실체가 없는 얘기지만 정치는 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예술인 만큼 향후 정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분명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이후 ’원유철 원내대표-김정훈 정책위의장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새누리당 내분은 외형적으로는 봉합됐다. 하지만 분당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향후 새누리당의 미래는 김무성 대표의 반격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올지가 큰 관건이 될 것이다.

현재 야권에는 5개 안팎의 신당 추진 그룹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야권 재편의 배경에는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또 패배한다’는 위기감과 새정연의 취약한 지지 구조 때문이다. 그 밖에 친노(親盧) 패권(覇權)주의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의 허약한 리더십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與圈惡材에도 새정연 지지도 계속 하락

CBS 노컷뉴스가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7월 11~12일) 결과, 문재인 대표의 직무수행 평가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6.0%로 ‘잘하고 있다’(22.0%)의 3배에 달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이렇게 높은 것은 문 대표가 4·29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그 이후도 계파 갈등을 돌파할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29재·보선 이후 문 대표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빠졌다’는 응답이 57.6%로 ‘좋아졌다’(9.7%)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 이런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새정연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과거에도 새정치연합을 지지했고 지금도 지지한다’는 ‘새정연 고정층’은 15.9%에 불과했다. 20대 이하 젊은 세대에서는 그 비율이 9.3%였다. 심지어 호남 지역에서는 그 규모가 20.9%에 불과했다. 반면, ‘과거에는 새정치연합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새정연 이탈층’은 24.8%에 달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호남 지역에서 ‘새정연 이탈층’의 규모가 46.6%로 고정층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는 것이다. 호남 유권자 2명 중 1명이 새정연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뜻이다.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와 관련해 여권에서 당청(黨靑)-당내 계파 간 갈등이 빚어졌으나, 전체 정당 지지도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갤럽의 7월 2주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도는 41%인 반면, 새정연 지지도는 23%였다. 그런데 호남 지역에서 새정연 지지도는 29%에 불과했고, 의견을 유보한 사람은 48%나 됐다.

더구나 유승민 파동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7월 1주 43%에서 7월 2주 2%포인트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새정연 지지도도 25%에서 23%로 동반 하락했다. 통상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하면 야당의 지지도는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반대로 야당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새정연이 중병으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과거의 야당 분열 사례들

1987년 민주화 이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분열됐던 대표적인 사례를 분석해 보면, 통상 세 가지 유형이 발견된다.

첫 번째는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가 죽기 살기 식으로 싸우면서 분당되었고, 그 이후 두 야당이 총선에서 경쟁했던 사례이다.

198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YS가 총재였던 통일민주당 내 김대중 세력이 10월에 탈당해서 11월에 평화민주당을 창당했고,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는 통민당과 평민당이 제1야당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다. 이때부터 민정(TK)·통일(PK)·평민(호남)·공화(충청)의 지역 패권 정당 체제가 만들어졌다. 총선 결과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평민당(70석)이 통민당(59석)을 제치고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야당 분열의 두 번째 사례는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가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기 위해 제1야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한 경우이다. 1996년 총선을 앞두고 1995년 7월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 전 총재가 제1야당인 민주당을 탈당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95명 중 65명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에 참여했다. 신한국·국민회의·자민련·민주당의 신4당 체제에서 치러진 1996년 총선에서 국민회의가 79석을 얻어 제1야당이 되었고, 15석을 얻는 데 그친 민주당(15석)은 제4당으로 전락했다.

세 번째 사례는 야당의 유력 대권 후보가 총선을 앞두고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목적으로 개혁 공천을 단행했고 이에 반발해 공천에 탈락한 세력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한 경우이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개혁 공천을 명분으로 자신의 최측근인 김윤환, 이기택, 오세응 등 다수의 중진 의원을 공천 학살을 했다. 이제 반발해 김윤환, 이수성 전 총리 등이 탈당해 민주국민당을 만들어 총선에 참여했지만 참패했다. 공천 파동을 겪은 한나라당은 133석을 얻어 여당인 새천년민주당(110석)을 압도했고 민국당은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새정연, 태어나지도 않은 新黨에 호남 지지도 밀려

야권 신당 추진의 핵으로 떠오른 천정배 의원.

현재 새정연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분당 및 신당 시나리오는 과거 야당 분당 사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김대중, 이회창과 같이 유력 차기 대권 후보가 주도하는 분당이 아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비전이나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당내 주류인 친노 세력이 혁신의 칼을 빌려 비노 세력을 척결하려는 것에 대한 반발에 기인한 면이 강하다.

친노 세력은 신당·분당론자들을 향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분열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국민은 신당을 만드는 것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민심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7월 8일 박주선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박준영 전 전남지사, 정균환 전 의원, 박광태 전 광주시장 등 야권의 신당 추진 세력으로 거론되는 5인방이 긴급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호남 신당의 대풍의 눈으로 떠올랐던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최근 호남을 넘어 전국 정당을 추진하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새로운 세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비전, 새로운 인물, 새로운 주도 세력이 있어야 새로운 세력이든 당이든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인물들을 찾는 데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CBS 조사 결과, 야권 재편을 위한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선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야권 재편 움직임에 대해선 48.0%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부정적’이라는 비율은 24.8%였다.

더 충격적인 조사 결과도 있다. 새정연 전남도당이 지난 7월 10~12일 전남 유권자 1만1000명을 상대로 당에 대한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 새정연이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야권 신당에 큰 차이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연 지지율은 29.5%인 반면, ‘야권 성향 새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44.2%였다.

김상곤 혁신委로는 分黨만 재촉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야당발 정당 개편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새정연 지도부가 혁신으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야당이 갈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고 친노·비노가 합의하는 새로운 ‘총선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것이다. 김상곤 혁신위가 당의 분열을 막고 통합을 이룰 수 있는 혁신안을 제안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은 결국 분당을 재촉할 뿐이다. 비노 세력은 김상곤 혁신위가 개혁으로 포장된 혁신위 안으로 만들어 자신들을 몰아내려고 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사를 돌아보면, 현직 대통령이 탈당하고 신당을 만드는 길이나 야당이 분열되어 신당을 만드는 길은 늘 위선과 모순이라는 악마로 포장되어 있었다. 같은 정당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살림을 따로 차린다는 것은 적어도 그 정당의 정책과 노선이 분명히 달랐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정책과 노선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분당을 하거나 창당을 하는 행위는 결국 이해(利害)관계 때문이다. 만약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한 손에는 구태정치 청산, 다른 한 손에는 신당창당론을 내세우면 이는 자기부정이고 자기모순이다. 국민들이 ‘누구를 위한 창당이냐’고 물을 때 이들은 당당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권력은 미래권력을 결코 이길 수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이 자신의 입맛에 맞춰 미래권력을 손보려고 하면 늘 정치가 후퇴하고 실종되는 사태가 초래됐다. 결국 정치는 몰락하고 국민만 피해를 봤다.

‘박근혜 新黨’은 正道 아니다

한국 정치에서 신4당 체제가 좋은 것인지는 현재로선 답변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당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실체는 주장이나 노선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 임의단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여러 정당 구성원들이 국민을 현혹하면서 선거 승리만을 위해 자기들끼리 ‘악마의 거래’(devil's deal)를 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냉정하게 판단해서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정당을 부수고 새 당을 만들었다가 임기 말에 그 당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나야 했다. 새 정치와 변화를 원하는 민심을 앞세워 신당을 창당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실패의 전철(前轍)을 밟지 말아야 한다. 분명 박근혜 신당은 정도(正道)도 아니고 실효성이 없다. 여야 정치권에 대한 비난만으로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구태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신당에 대해 곁눈질을 하기 보다는 먼저 민생을 챙기고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해 정치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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