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국회의원 19명은 왜 김영란법에 반대·기권표를 던졌나 : 월간조선

2011년 6월 김영란(金英蘭) 국민권익위원장 이름으로 성안(成案)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는 기존 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공직자의 부정과 금품수수 등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인허가 등에서 막강 권한을 가진 공직자가 민간업자 등으로부터 식사와 향응, 술자리, 골프 대접, 금전적 후원 등을 받아도 법정에서 대가성(代價性)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게 이 법이었다. 그런데 지난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이름만 같았을 뿐 유전인자가 전혀 다른 짝퉁이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를 거치면서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된 것이다. 당장 민간 영역으로의 확대에 따른 위헌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사실을 여야 국회의원들도 대부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재석 247명 중 19명(기권 15명, 반대 4명)을 제외한 228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김영란법에 위헌 소지와 과잉 논란 등 문제점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여론에 떠밀려 졸속이고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정치인에겐 ‘원칙’보다 ‘표(票)’가 먼저였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당장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으니 더욱 그렇다. 이런 정치인의 습성에 비춰봤을 때 19명, 특히 반대표를 던진 4명(권성동·김용남·김종훈·안홍준-가나다순)은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도 소신을 지킨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관계 파괴법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권성동(權性東·새누리당·강원도 강릉·재선)-통과한 김영란법에 따르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만 ‘금품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는 아마도 ‘국민권익위원회 공무원 윤리강령’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 공무원 윤리강령’상 ‘통상적인 관례의 범위’는 음식물·선물은 3만원, 경조사·금품은 5만원입니다. 법이 시행되면 공무원이 친한 고향 선배를 만나 오랜만에 술을 한잔할 경우, 고향 친구가 모친 회갑연에 10만원 상당의 화환을 보내는 경우 처벌받습니다. 이게 인간관계 파괴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최근 동창회가 보낸 취임 축하 난을 이완구 총리가 곧바로 돌려보낸 걸 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상됩니다. 지역 화훼농가 등에서는 관련 상권이 고사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또 김영란법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행정기관 등 모든 대상 기관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 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시에는 법령기준 위반으로 ▲부정청탁인지 여부 ▲금품수수가 사회상규 등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사실판단과 법률해석이 필수적으로 전제됩니다. 따라서 김영란법에서의 과태료 부과는 준사법적 기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정부안과 같이 사법기관인 법원이 과태료 재판을 통하여 부과함이 적절하다고 사료됩니다. 본 법을 위반, 과태료를 부과받을 경우 형법상의 뇌물죄보다 더 부패한 공직자로 국민에게 각인될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중요한 과태료 부과권을 총리 소속의 행정부처에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김영란법은 권익위가 각 기관의 조사 결과에 대하여 재조사를 요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원래 입법, 사법, 행정, 민간 영역 등 광범위한 적용 대상 기관에 대해 지휘·감독권이 없는 권익위가 각 기관의 조사를 다시 하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행정기관의 권한 분배 체계에 맞지 않습니다. 현행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59조 및 제60조에 따르면 권익위는 접수된 신고사항에 대하여 조사가 필요한 경우 감사원, 수사기관 등에 이첩하여야 하며, 이첩한 사건에 한하여 재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공직자 등의 범위에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 공직 유관단체 등의 임직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종사자 등을 포함한 것입니다. 이는 민간 영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위헌 소지가 다분합니다.

대다수의 국민은 김영란법의 취지인 ‘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국회 정무위에서 처리한 김영란법은 위헌 가능성이 농후할 뿐만 아니라 문제점이 상당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김영란법을 처리하자는 주장은 중우정치를 하자는 것입니다.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으로 문제투성이인 김영란법에 찬성표를 던질 수가 없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판단을 받으면 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국회는 헌법재판소와 대등한 헌법기관입니다. 국회에서 만든 법률이 헌재에서 위헌결정 받는 것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부를 신고하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입니까?”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

김용남(金勇男·새누리당·경기 수원 병·초선)-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손질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가족이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수수한 등의 경우에는 공직자 등으로 하여금 소속기관장에게 서면 신고의무를 부여하며, 위반한 공직자 등에 대해서는 형벌 및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직자로 하여금 가족을 신고(사실상 고발)하도록 하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행 가능성이 어떨 것 같습니까. 법률이라는 것이 이행 가능성이 커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 몰래 돈 받았다고 임신한 부인을 신고하는 남편이 어디 있겠습니까. 남편이 혹은 아내가 자기 아내, 남편을 금품 받았다고 신고하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입니까? 형법도 범인은닉죄에서 친족 등을 제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형법 제151조 2항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김영란법은 가족관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도가 아닙니다.

또 많은 의원이 공감하는 것이지만 김영란법은 검찰·경찰의 표적수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법은 제재 대상 행위가 광범위하면서도 그 한계는 비교적 명확하지 못한 점이 있고, 처벌 대상 행위 및 그 적용 대상자도 대단히 넓습니다. 따라서 ① 모든 공직자(의제 포함) 및 그 가족에 대한 ② 100만원 초과하는 급부(給付)를 수사기관 등 법집행기관이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실제로 점검하고 위법사항을 적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 아닌 단속과 적발이 쉬운 영역에 우선 집중하는 법 집행의 왜곡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시청공무원이 됐든 교사가 됐든 몇 명을 표적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저녁에 누구와 얼마짜리 밥을 먹었는지 조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현재 뇌물죄 성립에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필요하므로 식비 납부 사실 자체만으로는 어떠한 수사도 진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명목 불문, 직무 관련성 불문하여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 초과 수수 시 형사처벌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검찰 또는 경찰에서 금품수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통신 영장, 계좌 영장, 압수수색 영장 등 각종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검·경이 이런 권한을 정치적 반대세력 제거 내지 말 안 듣는 기자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 쓴다면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명 내지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것입니다.

저는 국회에 들어오기 전까지 범죄를 수사하며 부정부패를 척결하고자 애썼던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보다 맑고 투명해지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납득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헌 소지가 뻔한 법안을 졸속으로 통과시키기보다는 보다 완성도 높게 다듬어 준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법조인으로서 또 국회의원으로서 양심에 거스르지 않는 일이라 판단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반대표가 좀 있을 줄 알았습니다. 표결 전에 이야기 나눈 의원 모두가 김영란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대표는 예상외로 적더군요. 언젠가부터 김영란법의 무조건적인 통과는 선이고 이 법률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마치 부패를 옹호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잘못된 이분법이 생겼습니다. 반대표를 던진 제가 부패를 조장하는 국회의원이라는 댓글도 많이 봤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바로 서는 대한민국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깨끗한 청탁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

김종훈(金宗壎·새누리당·서울 강남을·초선)-김영란법에 따르면 상사의 업무지시·선출직 공직자 등의 정당한 민원제기에 대해서조차 담당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이라고 인식하고 신고하는 경우 조사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개념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있다면 깨끗한 청탁도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깨끗한 청탁이 있을까요. 금품수수만을 강하게 처벌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헌법 체계에서는 엄청나게 혁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개념도 모호한 부정청탁 부분을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김영란법을 보면 부정청탁의 유형을 인허가 비리, 인사개입, 각종 행정행위 조작 등 15개로 구체화하고 있으며,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7개의 예외사유를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정당한 민원과 부정청탁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자의적인 법 해석 및 적용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해 공무원을 찾아갔습니다. 법령 위반 가능성이 있는 민원이라 ‘공무원이 그런 거 가져오지 마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국민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령 위반이 아닌 것 같거든요. 큰일도 아니고. 그래서 다시 그 공무원을 찾아갔는데 그 공무원이 ‘부정청탁’으로 신고를 합니다. 신고를 하면 면탈(免脫)이 되니까요. 이럴 경우 국민은 갈 데가 없습니다. 어디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국민의 정당한 청원이나 민원이 위축될 것이고, 공무원은 복지부동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시킬 여지가 충분합니다. 국민의 바람은 공직자들 금품수수 하지 말라는 데 있습니다. 금품수수를 확실히 막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법 적용범위 등도 재검토해서 법의 완성도,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당초 법의 목적대로 공직사회에 초점을 맞추도록 해야 합니다. 투표 전 모 의원께서 ‘김영란법의 야마(기사 주제·줄거리를 가리키는 언론계 은어)는 1년6개월의 유효기간이다. 그 사이에 다 바뀔 거니까 우선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용대상 300만명 말이 되나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

안홍준(安鴻俊·새누리당·경남 창원마산회원·3선)-저는 NGO 운동가 출신입니다. 그 누구보다 입법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자만 300만명이나 됩니다. 너무 광범위합니다. 대상자를 최소화했다가 늘려 가면 모를까 300만명으로 해놨으니 문제가 생겨도 축소하기가 어렵습니다.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죠. 국민의 저항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중요한 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중요한 법안을 처리하는 본회의 와중에 법사위를 개최해 법안 심의를 하지 않았습니까. 담뱃갑 흡연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있습니다. 이 법은 지난 2002년 발의됐으나 담배회사와 잎담배 농가, 담배소매상들의 반대로 국회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된 법인데 흡연에 따른 국민 건강권을 생각했을 때 아주 중요한 법안입니다. 그런데 이런 법은 논의조차 안 하고, 김영란법은 본회의 와중에 법사위를 개최해 졸속으로 처리했습니다.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김영란법은 좀 더 논의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했었어도 됩니다. 그때 처리하고 유예기간을 1년4개월로 두면 결국 시행 시기는 똑같은 것 아닙니까.

앞서 이야기했듯 제가 NGO 출신인데 NGO 쪽에서는 김영란법 반대한다고 하면 아마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의원’이라고 비판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찬성표를 던질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19대 국회 전반기 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는데, 당시 해외를 많이 나갔습니다. 개발도상국을 중점적으로요. 그쪽 분들은 ‘대한민국을 모델’로 삼는다고 하더군요. 이런 나라의 국회의원인 제가 공직계는 물론 국민 실생활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주는 법안을 위헌 소지 등 문제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국회의 위상 문제입니다. 솔직히 반대표 던질 의원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설령 혼자 반대표를 던질지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진심이 전달됐는지는 몰라도 잘했다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언론자유 침해 가능성

김영란법 기권표를 던진 추미애, 임수경, 최민희,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부터).

김영란법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중에선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단지 4명(추미애·임수경·최민희·박주선)이 기권표를 던져 소극적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기권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건전한 사회 조성, 공직자의 청렴성 증진을 위한 김영란법의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분법(신분 관계를 규율하는 법의 전체)이 너무 광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상범위가 너무 넓고 대상범위를 규정한 개념도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통과된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공공기관 종사자)와 배우자 약 300만명이 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 적용 대상 기관과 단체도 1만 곳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추 의원은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을 법으로 담아낼 때는 그 법이 남용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측면에서 (김영란법은) 좀 아쉬운 면이 있다”며 “기권은 법의 원칙을 이해하는 법률가인 나의 전문성에서 온 의견”이라고 했다.

임수경(林琇卿)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패방지라는 김영란법의 전반적 취지에는 공감하나 민간 언론사 등의 적용 대상 포함은 잘못인 거 같아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공영방송인 KBS, MBC, EBS와 연합뉴스는 당연히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하지만 민간 언론사가 거기에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당 지도부에 계속 주장해 왔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적용 대상에 민간 언론사가 포함되면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부패를 막자는 차원에서 처음 제안된 법인데 어떻게 민간 언론사까지 여기 포함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찬성 표결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민희(崔敏姬) 의원이 기권표를 던진 이유도 임 의원과 비슷했다. 최 의원은 “권력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인이 발본색원될 수 있다”며 “보도 과정에서 기자와 언론사를 압박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박주선(朴柱宣) 의원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막을 법의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언론 자유를 침해할 게 뻔한 법에 찬성할 수 없어 기권했다”고 했다.

서민경제 위축

김영란법 기권표를 던진 새누리당 11명의 의원.
맨 윗줄부터 이인제, 김광림, 김학용, 이한성, 정미경, 이진복, 문정림, 박덕흠, 서용교, 이노근, 최봉홍 의원.

기권표를 던진 11명(이인제·김광림·김학용·이한성·정미경·이진복·문정림·박덕흠·서용교·이노근·최봉홍 의원)의 새누리당 의원 지적도 ‘불고지죄, 언론 침해가 문제’로 비슷했다.

이인제(李仁濟) 의원은 “취지는 공감하나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것을 뜻한다)의 부작용이 우려돼 기권표를 던졌다”고 했고, 정미경(鄭美京) 의원은 “김영란법은 법률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죄형법정주의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노근(李老根) 의원은 “김영란법은 허술한 점이 많아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용교(徐瑢敎) 의원은 “법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사법적 판단을 따져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이를 권익위가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광림(金光琳)·김학용(金學容)·이한성(李翰成) 의원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김영란법을 지적했다. 김광림 의원은 “법 시행 시 화훼농가, 식당 등 서민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다. 서민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너무 큰 법”이라고 했고, 김학용 의원은 “관례상 해오던 접대나 경조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 일일이 법에 걸리는지 안 걸리는지 따져야 한다. 소비가 침체해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까 염려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고나 지방비 보조를 받는 시민단체는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데 이들이 공정하지 못한 쪽으로 활동한다면 분명히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 시민단체가 빠져서 법의 완결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