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市, “희망제작소 등에 물어보고, 내부 검토 거친 후 계약 내역 공개할 것”
⊙ “수원市, 평생학습관 운영권 주고 연간 16억원 지원”(2011년 10월 언론 보도)
⊙ 완주군, 朴元淳 책 사는 데 세금 320만원 써
⊙ 희망제작소 연평균 연구수익의 44%는 ‘세금’(2010~2012년 기준)
◎ 취재기자가 콕 집어 밝힌 수상한 '상부상조' ☞ 영상 보기
⊙ “수원市, 평생학습관 운영권 주고 연간 16억원 지원”(2011년 10월 언론 보도)
⊙ 완주군, 朴元淳 책 사는 데 세금 320만원 써
⊙ 희망제작소 연평균 연구수익의 44%는 ‘세금’(2010~2012년 기준)
◎ 취재기자가 콕 집어 밝힌 수상한 '상부상조' ☞ 영상 보기
- 2011년 9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변호사가 희망제작소 사무실에 들렀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만든 희망제작소는 단체장이 ‘목민관클럽’ 회원인 지자체로부터 각종 용역사업을 수주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설립한 희망제작소는 2008년부터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 ‘좋은시장학교’를 운영했다. 이 교육과정에선 ▲리더십 ▲정책연구 ▲토론 ▲현장사례 연구 ▲선거전략 실무 등을 가르쳤다.
희망제작소에 따르면 2009년 4기까지 운영한 ‘좋은시장학교’ 수료생 중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당선된 사람은 총 23명이다. 이는 당시 전체 수료생의 18.3%에 해당한다.
희망제작소는 2010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자치행정에 경험이 부족한 단체장들을 대상으로 ‘당선자학교’를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자 박원순 변호사는 단체장들에게 일종의 협의회 결성을 제안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목민관클럽(2010년 창립)’이다. 그 구성원은 좋은시장학교 출신 단체장, 단체장 중 당선자학교 수료생, 그 밖에 뜻을 같이하는 단체장이다. 현재 목민관클럽의 회원 수는 56명이다.
목민관클럽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행정 경험을 공유하고, 상호학습하는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대상으로 ‘마을공동체’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정책 의제를 설정하고, 실천 방향을 제시한다. 희망제작소가 사실상 목민관클럽 소속 단체장들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단 얘기다. 이처럼 ‘희망제작소→좋은시장학교→목민관클럽’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사람들도 있다. 지자체가 희망제작소의 ‘협찬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월간조선》은 3월 25일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으로 있는 지자체에 ‘희망제작소와의 용역 계약 내역’을 청구했다. 그로부터 21일이 지난 현재까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곳은 ▲서울특별시 ▲수원시 ▲부천시 등 3곳이다.
서울硏, 朴元淳 취임 후 1년간 5건 줘
서울 지역 목민관클럽 회원은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김영종 종로구청장 ▲고재득 성동구청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박겸수 강북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김우영 은평구청장 등 15명이다.
서울에서는 서울시와 그 산하기관 서울연구원, 10개 자치구가 희망제작소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지 21일째인 현재까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재무과 관계자는 “정보공개법에는 공개 대상 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제삼자와 관련이 있을 때 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돼 있으므로 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하다”며 “희망제작소 측에 의견을 묻고, 내부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행정부는 “이 같은 정보는 ‘제삼자의 의견 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희망제작소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에 공문을 보내고, 공개 기한을 연장했다.
서울연구원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세 단체와 계약한 내역이 없다고 했다. 단, 2012년 5월 이후 1년간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가게에 총 5건의 용역을 위탁하면서 1억762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종로구의 경우는 용역 5건·용역비 3221만원이다. 당초 2010년까지는 희망제작소에 준 용역이 1건뿐이었지만, 2011년 2월 김영종 구청장이 희망제작소와 정책협약을 체결한 이후 약 1년 만에 연달아 4개를 수의계약 형식으로 위탁한 것이다.
성동구는 2013년 5월 희망제작소에 ‘2013 성동구 사회적 기업가 양성 아카데미 용역(1000만원)’을 맡겼다.
2011~2013년 성북구(구청장 김영배)는 총 11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10건이 수의계약이다. 당시 희망제작소가 용역 대가로 받은 돈은 2억1861만원이다.
도봉구는 최근 4년간 ‘공무원 교육’ 관련 용역을 2건 위탁했다. 이는 현재 목민관클럽 회원인 이동진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 체결한 계약으로 관련 예산은 1934만원이다.
노원구는 ‘2013 주민참여예산교육 위탁 계약’ 1건이 전부다. 1543만원을 들인 이 용역 계약도 목민관클럽 회원인 김성환 구청장이 단체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체결한 것이다.
강서구는 2012년 8월 ‘마을공동체 지역 리더 양성 워크숍 위탁 용역(836만원)’을 희망제작소에 맡겼다. 은평구는 희망제작소에 총 4건의 용역(2986만원)을 맡겼다.
관악구는 2011년 11월 희망제작소와 ‘2011년 신규 통장 워크숍 교육’에 관한 용역 계약을 맺고, 252만원을 지급했다.
강동구는 2011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총 3건의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희망제작소는 용역비로 3062만원을 받았다.
수원市, 8개월 동안 4건 위탁하고 1억2000만원 지급
목민관클럽 회원이 시장·군수를 맡은 곳 중 최근 4년간 희망제작소와 거래한 내역이 있는 지자체는 5곳이다.
2011년 10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원시는 염태영 시장 취임 이후 1억2000만원 상당의 연구용역 4건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희망제작소에 위탁했다. 4건의 계약이 연이어 이뤄진 기간은 불과 8개월이다.
세부내용을 보면 수원시는 2010년 10월 ‘문화관광 스토리텔링 기반조성 연구 용역’(1710만원)을 발주했다. 그해 11월에는 ‘간부 공무원 창발적 소통 워크숍 용역’(1833만원)을 맡겼다. 2011년 2월엔 ‘수원시 평생학습관 운영계획 수립 연구 용역’(1826만원)을 줬고, 6월에는 ‘사회적 기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위탁 용역’(6600만원)을 맡겼다.
수원시는 또 2011년 10월 개관한 수원시평생학습관 위탁운영권자로 희망제작소를 선정하고, 3년간 매년 15억~1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임 시장 시절 1건의 용역도 수주하지 못했던 희망제작소가 염 시장 취임 이후 불과 8개월여 만에 4건의 용역을 수주하고, 연간 15억원 이상을 지원받는 평생학습관 위탁운영자가 된 것이다.
사실 염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박원순 변호사에게 도움을 받았다. 《뉴시스》에 따르면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염태영 수원시장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사람이 반가운 수원’ ‘사람에 투자하는 수원’을 만들겠다는 후보의 의지가 돋보인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희망제작소는 실천적인 어젠다를 많이 갖고 있어 수원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공유하고 현장 중심으로 발굴한다면, 수원 지역에서 새로운 풀뿌리 민주주의의 희망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염태영 당시 민주당 수원시장 후보도 “당선되면 희망제작소와 연계해 ‘사람 중심 수원시정 실현’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성남市는 1억6300만원, 고양市는 1억5100만원
성남시는 희망제작소에 1억6300만원 상당의 용역 3건을 위탁했다. 사업 내용은 ▲통장 워크숍(9162만원) ▲신규 임용 공무원 직무 향상 워크숍(1924만원) ▲주민자치위원 역량 강화 워크숍(5206만원) 등이다.
성남시의 경우 이재명 시장이 희망제작소 주최 ‘좋은시장학교’ 수료자다. 박원순 변호사와도 인연이 깊다.
두 사람 모두 ‘좌파’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다. 또 참여연대에 몸담은 이력이 같다.
박원순 변호사 자신이 주도해 만들고, 사무처장으로 이끌었던 곳이 참여연대다. 이재명 시장은 이 단체에서 투명사회국장으로 일했다.
이런 인연 때문이었는지 박원순 변호사는 2010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성남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성남에서 펼친 ‘이재명 지지유세’에서 “이재명 후보는 진정한 서민 시장”이라고 선전했다.
고양시는 ▲주민참여예산제 관련 2건 ▲간부 공무원 워크숍 2건 ▲민선 5기 고양시 로드맵 연구 등 7개의 용역을 맡겼다. 용역 대금은 1억5090만원이다.
시장이 바뀌기 전인 2009년부터 2010년 지방선거 전까지는 양자 간 계약 체결은 전혀 없다. 그런데 최성 시장이 취임하고 나서 크고 작은 용역 7개를 희망제작소에 준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최성 고양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 ‘2010 고양 희망과 미래위원회’에 고문으로 참여했다.
또 최성 시장 당선자, 고양시 광역·기초의원들을 대상으로 ‘2010 고양시 희망과 미래를 위한 제언’이란 강의를 할 정도로 고양시정과 관계가 깊었다.
부천市, “계약 사실 없다”고 주장했지만…
희망제작소 주최 ‘좋은시장학교’를 수료한 김만수 부천시장은 2010년 5월 부천시장 후보 시절 박원순 변호사와 ‘사회적 기업 육성 정책 협약’을 맺었다.
두 사람은 정책협약서에 “김만수 후보는 희망제작소의 사회혁신기업가 육성 및 사회적 기업 밀착 멘토링과 인큐베이팅, 사회적 기업 인증 및 예비 사회적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며, 희망제작소는 이에 적극 협력한다”고 명시했다.
당시 박원순 변호사는 “희망제작소의 ‘좋은시장학교’를 수료하면서 김만수 후보가 밝힌 포부가 부천을 ‘사회적 기업의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었다”며 “슬로건에 그치는 헛공약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회적 기업을 비전으로 준비해 온 만큼 꼭 당선돼 좋은 공약이 실현됐으면 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희망제작소 용역과 관련해 2011년 10월 논란의 주인공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시장은 2010년 11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희망제작소에 8600만원 상당의 용역 4건을 발주했다.
이에 《월간조선》은 부천시에도 다른 지자체와 같은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돌아온 답은 ‘정보 부존재’였다.
이미 2011년에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있는데도 “계약 내역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시흥시는 앞서 언급한 지자체와 달리 2009년부터 희망제작소와 거래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용역 9개(1억8250만원)를 위탁했다. 시흥시가 앞서 언급한 지자체와 달리 지방선거 전인 2009년 내역이 있는 건 목민관클럽 회원이며 희망제작소와 활발하게 거래한 현 시장이 당시에도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인천 관내 구청장이 목민관클럽 회원인 자치구 중 2009년부터 올해 3월까지 희망제작소에 용역을 준 곳은 ▲남구 ▲연수구 ▲부평구다.
인천 남구는 2011년 3월 희망제작소에 ‘모금전문가 학교(1700만원)’ 용역을 맡겼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와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을 마치고 박 변호사는 박우섭 당시 남구청장 후보가 유세용으로 쓰던 자전거를 함께 타고 인근 시장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수구는 2011년 9월 ‘직급별 리더십 교육’을 위탁했다. 용역비는 5292만원이다. 남동구는 지난해 5월 15일 주민참여예산 강사 양성 교육 용역(710만원)을 줬다.
대전·충청 지역 단체장 중 목민관클럽 회원은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복기왕 충남 아산시장 ▲나소열 충남 서천군수 ▲정구복 충북 영동군수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다.
이들이 장(長)으로 있는 지자체 중 희망제작소에 용역을 준 곳은 1곳뿐이다. 대전 유성구는 지난해 5월 ‘주민워크숍’을 발주하며 290만원을 용역비로 지급했다.
대구·경북에는 목민관클럽 회원이 없다. 부산·경남에선 정현태 남해군수(운영위원)가 유일한 회원이다. 울산에는 윤종오 북구청장과 김종훈 동구청장, 2명이 있다.
울산 북구는 2011년부터 2년 동안 2억367만원을 들여 희망제작소에 용역 9개를 맡겼다. 울산 동구는 마을공동체와 마을기업 관련 용역 2건(2190만원)을 위탁했다.
朴元淳, ‘좋은시장학교’ 수료생 당선시키려 동분서주
광주·전남 지역에는 회원이 10명 있다.
이 중 광산구는 2011년 4월 2000만원을 들여 ‘광산구민 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운영방안 연구’ 용역을 맡겼다.
목포시는 2009년 8월에는 1억3700만원 상당의 ‘목포역사문화타운 조성기본계획 수정 연구용역’, 10월에는 2850만원을 들여 ‘한국제분 활용방안 학술연구용역’을 위탁했다. 순천시는 7개 용역을 맡기는 데 1억4796만원을 썼다.
전북 지역에는 ▲이한수 전북 익산시장 ▲김생기 전북 정읍시장 ▲임정엽 전북 완주군수(최근 사임) ▲송영선 전북 진안군수 ▲이강수 전북 고창군수 등 5명의 회원이 있다.
희망제작소와 용역 계약 내역이 있는 전북 지자체 중 익산시는 지난해 3월 ‘해외견문 자율연수 신청자 사전교육’ ‘공무원 해외견문 정책연수 사전교육’ 등 2건을 발주했다. 여기서 희망제작소는 1억4250만원을 벌었다.
정읍시는 2010년 8월 ‘정읍시 재정진단 컨설팅’을 맡기면서 5760만원을 희망제작소에 줬다. ‘좋은시장학교’를 수료한 김생기 정읍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때 희망제작소와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를 얻었다. 박 변호사는 김생기 당시 민주당 정읍시장 후보 지원을 위해 정읍 시내를 돌며 지원연설을 했다.
당시 박 변호사는 “김생기 후보는 희망제작소가 운영하는 ‘좋은시장학교’ 졸업생으로 본인과는 오래전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로 정읍시민에게 시장 당선을 반드시 시켜달라는 부탁을 위해 찾아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완주군은 2009년 4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희망제작소에 용역 4건을 위탁하는 대가로 총 9079만원을 지급했다.
특이한 점은 2009년 4월 17일 체결한 계약 내용이 ‘도서 구입’이라는 점이다. 그 책은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이고, 저자는 박원순 변호사다. 한마디로 완주군은 박 변호사의 책을 사주는 데 세금 318만7500원을 썼단 얘기다. 당시 군수는 최근 전주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군수직을 버린 임정엽씨다.
박원순 변호사와 임정엽씨는 오래전부터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현직 군수이자 민주당 완주군수 후보였던 임씨를 지원하기 위해 박원순 변호사는 서울에서 완주로 내려갔다.
당시 그는 지원 유세에서 “서울에서 완주까지 온 것은 전국 기초단체장 중에서 똑소리 나게 일 잘하는 임정엽 후보의 전폭적 지지를 호소하러 일부러 왔다”고 말했다.
임 후보 캠프도 “박원순 변호사가 ‘나는 다른 자치단체들과 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임정엽 후보처럼 열정적이고 똑소리 나게 일을 잘하는 후보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고 홍보했다.
강원도에선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유일한 회원이지만, 강원도는 희망제작소 등에 용역을 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살핀 내용을 요약하면 희망제작소는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인 25개 지자체(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 포함)로부터 지난 4년 동안 총 87건의 용역을 맡아 수행한 대가로 17억8876만원을 받았다. 연평균 4억4720만원을 지자체로부터 벌어들인 셈이다.
목민관클럽이 희망제작소에 일감을 주는 이유는?
이를 희망제작소 실제 연구용역 수익과 비교했다. 희망제작소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연간 재정보고에 따르면 이 단체의 최근 3년(2010~2012년, 2013년 미게시)간 연평균 연구용역 수익은 10억2000만원이다.
종합하면 목민관클럽 회원인 단체장 소속 지자체가 ‘세금’으로 희망제작소에 주는 용역비가 이들 전체 연구용역 수익의 44%에 달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자치단체 중 예산이 가장 많은 서울시와의 계약 내역이 빠져 있는데다, 수원시와 부천시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실제 지자체에서 받은 용역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희망제작소가 일부 지자체로부터 이 정도로 용역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용역 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희망제작소가 수주한 용역의 상당수는 ‘워크숍 기획’ ‘마을공동체’ ‘주민참여예산학교 운영’이다.
해당 지자체들이 그 지역 민간단체, 전문가들을 놔두고 굳이 서울의 민간단체에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발주했다면, 그들의 전문성과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는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으로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행사를 기획하거나,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희망제작소에 발주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이에 《월간조선》은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으로 있는 곳을 제외한 전국 187개 광역·기초자치단체와 그 산하기관에 같은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 결과 183개 광역·기초자치단체는 ‘계약 내역 없음’이란 답을 보냈다. 지자체 산하기관도 마찬가지였다. 계약 체결 내역이 있는 지자체는 ▲서울 마포구 ▲서울 중랑구 ▲충남 태안군 ▲경남 거창군, 4곳뿐이었다. 지자체 계약률로 따지면 2.2%다. 하지만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인 지자체는 45%다. 용역 건수로 봐도 단체장이 목민관클럽 회원이 아닌 지자체의 경우 0.02개, 목민관클럽 회원인 경우엔 3.3개다. 금액을 비교하면 1곳당 목민관클럽 회원 쪽 지자체가 희망제작소에 맡긴 용역의 예산이 일반 지자체의 252배다. 그런데도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인 지자체는 다른 곳과는 별다른 거래가 없는 희망제작소에 이토록 일감을 주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희망제작소에 따르면 2009년 4기까지 운영한 ‘좋은시장학교’ 수료생 중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당선된 사람은 총 23명이다. 이는 당시 전체 수료생의 18.3%에 해당한다.
희망제작소는 2010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자치행정에 경험이 부족한 단체장들을 대상으로 ‘당선자학교’를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자 박원순 변호사는 단체장들에게 일종의 협의회 결성을 제안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목민관클럽(2010년 창립)’이다. 그 구성원은 좋은시장학교 출신 단체장, 단체장 중 당선자학교 수료생, 그 밖에 뜻을 같이하는 단체장이다. 현재 목민관클럽의 회원 수는 56명이다.
목민관클럽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행정 경험을 공유하고, 상호학습하는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대상으로 ‘마을공동체’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정책 의제를 설정하고, 실천 방향을 제시한다. 희망제작소가 사실상 목민관클럽 소속 단체장들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단 얘기다. 이처럼 ‘희망제작소→좋은시장학교→목민관클럽’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사람들도 있다. 지자체가 희망제작소의 ‘협찬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월간조선》은 3월 25일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으로 있는 지자체에 ‘희망제작소와의 용역 계약 내역’을 청구했다. 그로부터 21일이 지난 현재까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곳은 ▲서울특별시 ▲수원시 ▲부천시 등 3곳이다.
서울硏, 朴元淳 취임 후 1년간 5건 줘
서울 지역 목민관클럽 회원은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김영종 종로구청장 ▲고재득 성동구청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박겸수 강북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김우영 은평구청장 등 15명이다.
서울에서는 서울시와 그 산하기관 서울연구원, 10개 자치구가 희망제작소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지 21일째인 현재까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재무과 관계자는 “정보공개법에는 공개 대상 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제삼자와 관련이 있을 때 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돼 있으므로 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하다”며 “희망제작소 측에 의견을 묻고, 내부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행정부는 “이 같은 정보는 ‘제삼자의 의견 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희망제작소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에 공문을 보내고, 공개 기한을 연장했다.
서울연구원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세 단체와 계약한 내역이 없다고 했다. 단, 2012년 5월 이후 1년간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가게에 총 5건의 용역을 위탁하면서 1억762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종로구의 경우는 용역 5건·용역비 3221만원이다. 당초 2010년까지는 희망제작소에 준 용역이 1건뿐이었지만, 2011년 2월 김영종 구청장이 희망제작소와 정책협약을 체결한 이후 약 1년 만에 연달아 4개를 수의계약 형식으로 위탁한 것이다.
성동구는 2013년 5월 희망제작소에 ‘2013 성동구 사회적 기업가 양성 아카데미 용역(1000만원)’을 맡겼다.
2011~2013년 성북구(구청장 김영배)는 총 11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10건이 수의계약이다. 당시 희망제작소가 용역 대가로 받은 돈은 2억1861만원이다.
도봉구는 최근 4년간 ‘공무원 교육’ 관련 용역을 2건 위탁했다. 이는 현재 목민관클럽 회원인 이동진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 체결한 계약으로 관련 예산은 1934만원이다.
노원구는 ‘2013 주민참여예산교육 위탁 계약’ 1건이 전부다. 1543만원을 들인 이 용역 계약도 목민관클럽 회원인 김성환 구청장이 단체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체결한 것이다.
강서구는 2012년 8월 ‘마을공동체 지역 리더 양성 워크숍 위탁 용역(836만원)’을 희망제작소에 맡겼다. 은평구는 희망제작소에 총 4건의 용역(2986만원)을 맡겼다.
관악구는 2011년 11월 희망제작소와 ‘2011년 신규 통장 워크숍 교육’에 관한 용역 계약을 맺고, 252만원을 지급했다.
강동구는 2011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총 3건의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희망제작소는 용역비로 3062만원을 받았다.
수원市, 8개월 동안 4건 위탁하고 1억2000만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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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 회원 염태영 수원시장(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원시는 2011년 11월 희망제작소를 수원시평생학습관(우) 위탁운영자로 선정하고, 연간 15억~16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
2011년 10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원시는 염태영 시장 취임 이후 1억2000만원 상당의 연구용역 4건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희망제작소에 위탁했다. 4건의 계약이 연이어 이뤄진 기간은 불과 8개월이다.
세부내용을 보면 수원시는 2010년 10월 ‘문화관광 스토리텔링 기반조성 연구 용역’(1710만원)을 발주했다. 그해 11월에는 ‘간부 공무원 창발적 소통 워크숍 용역’(1833만원)을 맡겼다. 2011년 2월엔 ‘수원시 평생학습관 운영계획 수립 연구 용역’(1826만원)을 줬고, 6월에는 ‘사회적 기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위탁 용역’(6600만원)을 맡겼다.
수원시는 또 2011년 10월 개관한 수원시평생학습관 위탁운영권자로 희망제작소를 선정하고, 3년간 매년 15억~1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임 시장 시절 1건의 용역도 수주하지 못했던 희망제작소가 염 시장 취임 이후 불과 8개월여 만에 4건의 용역을 수주하고, 연간 15억원 이상을 지원받는 평생학습관 위탁운영자가 된 것이다.
사실 염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박원순 변호사에게 도움을 받았다. 《뉴시스》에 따르면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염태영 수원시장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사람이 반가운 수원’ ‘사람에 투자하는 수원’을 만들겠다는 후보의 의지가 돋보인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희망제작소는 실천적인 어젠다를 많이 갖고 있어 수원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공유하고 현장 중심으로 발굴한다면, 수원 지역에서 새로운 풀뿌리 민주주의의 희망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염태영 당시 민주당 수원시장 후보도 “당선되면 희망제작소와 연계해 ‘사람 중심 수원시정 실현’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성남市는 1억6300만원, 고양市는 1억5100만원
성남시는 희망제작소에 1억6300만원 상당의 용역 3건을 위탁했다. 사업 내용은 ▲통장 워크숍(9162만원) ▲신규 임용 공무원 직무 향상 워크숍(1924만원) ▲주민자치위원 역량 강화 워크숍(5206만원) 등이다.
성남시의 경우 이재명 시장이 희망제작소 주최 ‘좋은시장학교’ 수료자다. 박원순 변호사와도 인연이 깊다.
두 사람 모두 ‘좌파’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다. 또 참여연대에 몸담은 이력이 같다.
박원순 변호사 자신이 주도해 만들고, 사무처장으로 이끌었던 곳이 참여연대다. 이재명 시장은 이 단체에서 투명사회국장으로 일했다.
이런 인연 때문이었는지 박원순 변호사는 2010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성남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성남에서 펼친 ‘이재명 지지유세’에서 “이재명 후보는 진정한 서민 시장”이라고 선전했다.
고양시는 ▲주민참여예산제 관련 2건 ▲간부 공무원 워크숍 2건 ▲민선 5기 고양시 로드맵 연구 등 7개의 용역을 맡겼다. 용역 대금은 1억5090만원이다.
시장이 바뀌기 전인 2009년부터 2010년 지방선거 전까지는 양자 간 계약 체결은 전혀 없다. 그런데 최성 시장이 취임하고 나서 크고 작은 용역 7개를 희망제작소에 준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최성 고양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 ‘2010 고양 희망과 미래위원회’에 고문으로 참여했다.
또 최성 시장 당선자, 고양시 광역·기초의원들을 대상으로 ‘2010 고양시 희망과 미래를 위한 제언’이란 강의를 할 정도로 고양시정과 관계가 깊었다.
부천市, “계약 사실 없다”고 주장했지만…
희망제작소 주최 ‘좋은시장학교’를 수료한 김만수 부천시장은 2010년 5월 부천시장 후보 시절 박원순 변호사와 ‘사회적 기업 육성 정책 협약’을 맺었다.
두 사람은 정책협약서에 “김만수 후보는 희망제작소의 사회혁신기업가 육성 및 사회적 기업 밀착 멘토링과 인큐베이팅, 사회적 기업 인증 및 예비 사회적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며, 희망제작소는 이에 적극 협력한다”고 명시했다.
당시 박원순 변호사는 “희망제작소의 ‘좋은시장학교’를 수료하면서 김만수 후보가 밝힌 포부가 부천을 ‘사회적 기업의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었다”며 “슬로건에 그치는 헛공약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회적 기업을 비전으로 준비해 온 만큼 꼭 당선돼 좋은 공약이 실현됐으면 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희망제작소 용역과 관련해 2011년 10월 논란의 주인공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시장은 2010년 11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희망제작소에 8600만원 상당의 용역 4건을 발주했다.
이에 《월간조선》은 부천시에도 다른 지자체와 같은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돌아온 답은 ‘정보 부존재’였다.
이미 2011년에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있는데도 “계약 내역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시흥시는 앞서 언급한 지자체와 달리 2009년부터 희망제작소와 거래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용역 9개(1억8250만원)를 위탁했다. 시흥시가 앞서 언급한 지자체와 달리 지방선거 전인 2009년 내역이 있는 건 목민관클럽 회원이며 희망제작소와 활발하게 거래한 현 시장이 당시에도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인천 관내 구청장이 목민관클럽 회원인 자치구 중 2009년부터 올해 3월까지 희망제작소에 용역을 준 곳은 ▲남구 ▲연수구 ▲부평구다.
인천 남구는 2011년 3월 희망제작소에 ‘모금전문가 학교(1700만원)’ 용역을 맡겼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와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을 마치고 박 변호사는 박우섭 당시 남구청장 후보가 유세용으로 쓰던 자전거를 함께 타고 인근 시장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수구는 2011년 9월 ‘직급별 리더십 교육’을 위탁했다. 용역비는 5292만원이다. 남동구는 지난해 5월 15일 주민참여예산 강사 양성 교육 용역(710만원)을 줬다.
대전·충청 지역 단체장 중 목민관클럽 회원은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복기왕 충남 아산시장 ▲나소열 충남 서천군수 ▲정구복 충북 영동군수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다.
이들이 장(長)으로 있는 지자체 중 희망제작소에 용역을 준 곳은 1곳뿐이다. 대전 유성구는 지난해 5월 ‘주민워크숍’을 발주하며 290만원을 용역비로 지급했다.
대구·경북에는 목민관클럽 회원이 없다. 부산·경남에선 정현태 남해군수(운영위원)가 유일한 회원이다. 울산에는 윤종오 북구청장과 김종훈 동구청장, 2명이 있다.
울산 북구는 2011년부터 2년 동안 2억367만원을 들여 희망제작소에 용역 9개를 맡겼다. 울산 동구는 마을공동체와 마을기업 관련 용역 2건(2190만원)을 위탁했다.
朴元淳, ‘좋은시장학교’ 수료생 당선시키려 동분서주
광주·전남 지역에는 회원이 10명 있다.
이 중 광산구는 2011년 4월 2000만원을 들여 ‘광산구민 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운영방안 연구’ 용역을 맡겼다.
목포시는 2009년 8월에는 1억3700만원 상당의 ‘목포역사문화타운 조성기본계획 수정 연구용역’, 10월에는 2850만원을 들여 ‘한국제분 활용방안 학술연구용역’을 위탁했다. 순천시는 7개 용역을 맡기는 데 1억4796만원을 썼다.
전북 지역에는 ▲이한수 전북 익산시장 ▲김생기 전북 정읍시장 ▲임정엽 전북 완주군수(최근 사임) ▲송영선 전북 진안군수 ▲이강수 전북 고창군수 등 5명의 회원이 있다.
희망제작소와 용역 계약 내역이 있는 전북 지자체 중 익산시는 지난해 3월 ‘해외견문 자율연수 신청자 사전교육’ ‘공무원 해외견문 정책연수 사전교육’ 등 2건을 발주했다. 여기서 희망제작소는 1억4250만원을 벌었다.
정읍시는 2010년 8월 ‘정읍시 재정진단 컨설팅’을 맡기면서 5760만원을 희망제작소에 줬다. ‘좋은시장학교’를 수료한 김생기 정읍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때 희망제작소와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를 얻었다. 박 변호사는 김생기 당시 민주당 정읍시장 후보 지원을 위해 정읍 시내를 돌며 지원연설을 했다.
당시 박 변호사는 “김생기 후보는 희망제작소가 운영하는 ‘좋은시장학교’ 졸업생으로 본인과는 오래전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로 정읍시민에게 시장 당선을 반드시 시켜달라는 부탁을 위해 찾아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완주군은 2009년 4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희망제작소에 용역 4건을 위탁하는 대가로 총 9079만원을 지급했다.
특이한 점은 2009년 4월 17일 체결한 계약 내용이 ‘도서 구입’이라는 점이다. 그 책은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이고, 저자는 박원순 변호사다. 한마디로 완주군은 박 변호사의 책을 사주는 데 세금 318만7500원을 썼단 얘기다. 당시 군수는 최근 전주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군수직을 버린 임정엽씨다.
박원순 변호사와 임정엽씨는 오래전부터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현직 군수이자 민주당 완주군수 후보였던 임씨를 지원하기 위해 박원순 변호사는 서울에서 완주로 내려갔다.
당시 그는 지원 유세에서 “서울에서 완주까지 온 것은 전국 기초단체장 중에서 똑소리 나게 일 잘하는 임정엽 후보의 전폭적 지지를 호소하러 일부러 왔다”고 말했다.
임 후보 캠프도 “박원순 변호사가 ‘나는 다른 자치단체들과 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임정엽 후보처럼 열정적이고 똑소리 나게 일을 잘하는 후보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고 홍보했다.
강원도에선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유일한 회원이지만, 강원도는 희망제작소 등에 용역을 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살핀 내용을 요약하면 희망제작소는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인 25개 지자체(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 포함)로부터 지난 4년 동안 총 87건의 용역을 맡아 수행한 대가로 17억8876만원을 받았다. 연평균 4억4720만원을 지자체로부터 벌어들인 셈이다.
목민관클럽이 희망제작소에 일감을 주는 이유는?
이를 희망제작소 실제 연구용역 수익과 비교했다. 희망제작소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연간 재정보고에 따르면 이 단체의 최근 3년(2010~2012년, 2013년 미게시)간 연평균 연구용역 수익은 10억2000만원이다.
종합하면 목민관클럽 회원인 단체장 소속 지자체가 ‘세금’으로 희망제작소에 주는 용역비가 이들 전체 연구용역 수익의 44%에 달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자치단체 중 예산이 가장 많은 서울시와의 계약 내역이 빠져 있는데다, 수원시와 부천시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실제 지자체에서 받은 용역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희망제작소가 일부 지자체로부터 이 정도로 용역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용역 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희망제작소가 수주한 용역의 상당수는 ‘워크숍 기획’ ‘마을공동체’ ‘주민참여예산학교 운영’이다.
해당 지자체들이 그 지역 민간단체, 전문가들을 놔두고 굳이 서울의 민간단체에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발주했다면, 그들의 전문성과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는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으로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행사를 기획하거나,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희망제작소에 발주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이에 《월간조선》은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으로 있는 곳을 제외한 전국 187개 광역·기초자치단체와 그 산하기관에 같은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 결과 183개 광역·기초자치단체는 ‘계약 내역 없음’이란 답을 보냈다. 지자체 산하기관도 마찬가지였다. 계약 체결 내역이 있는 지자체는 ▲서울 마포구 ▲서울 중랑구 ▲충남 태안군 ▲경남 거창군, 4곳뿐이었다. 지자체 계약률로 따지면 2.2%다. 하지만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인 지자체는 45%다. 용역 건수로 봐도 단체장이 목민관클럽 회원이 아닌 지자체의 경우 0.02개, 목민관클럽 회원인 경우엔 3.3개다. 금액을 비교하면 1곳당 목민관클럽 회원 쪽 지자체가 희망제작소에 맡긴 용역의 예산이 일반 지자체의 252배다. 그런데도 목민관클럽 회원이 단체장인 지자체는 다른 곳과는 별다른 거래가 없는 희망제작소에 이토록 일감을 주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