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분석] 시·도지사 어떤 공약 했나 : 월간조선

“2014년 민선(民選) 6기 지방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실시로 본격적인 지방화(地方化) 시대가 열린 지 벌써 19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지방화의 진행으로 획일적인 국가행정에서 벗어나 다양성이 강화되었고, 지역 간 경쟁으로 자치단체 간 우열(優劣)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를 이끄는 CEO, 즉 단체장의 경영능력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지방자치 초기에는 지역주의의 영향으로 자치단체의 경영능력이 없어도 지팡이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식의 안일함이 있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능력이 주민의 삶의 질(質)과 연결되면서, 이제는 각 정당도 주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물을 공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 지방선거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총선(總選)보다 더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장은 우리가 낸 세금의 절반을 집행한다. 이들은 공무원의 인사권, 예산편성권, 각종 인허가권, 지도단속권, 조례(條例) 발의권 등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들이 주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소통령(小統領), 지방 CEO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 글은 지난 민선 5기 동안의 지방자치 발전과정을 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이 내세운 선거공약(公約)을 살펴보며 진단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내세운 선거공약을 당선자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초기에는 구체성 없는 公約 많아

지방선거 공약은 각 자치단체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자치는 중앙사무와 지방사무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이루어져 지방선거에서의 공약 또한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인지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인지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다.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이 어떤 내용을 공약하였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우선 당선자의 3대 주요 공약을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지방자치 초기에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이어서 공약의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여기서는 동시선거에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도입된 2006년 이전의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후보자의 소형홍보물에 제시된 공약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후보자의 소형홍보물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선거정보도서관의 선거자료 코너에 올려진 자료를 활용하였다. 후보자들이 스스로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한 경우가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소형홍보물에 기재된 순서에 따라 필자가 순위를 부여하였다. 공약은 7개의 정책영역, 즉 지역경제, 도시계획·개발, 복지, 환경, 교육, 문화, 행정개혁으로 분류하여 보았다.

1기: 대도시는 교통 분야 공약 중시

1995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출마자들의 포스터.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본격화됐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도입된 1995년 지방선거의 경우 당선자들의 공약은 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계획·개발 분야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15개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이 내세운 3대 공약이 7개 정책분야별로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그 빈도수를 살펴보면 그러한 경향을 잘 알 수 있다. 민선 1기에는 지역경제 활성화 분야에 모두 19개의 공약이, 이어서 도시계획과 개발 분야에 13개 공약, 행정개혁과 문화 분야에 각각 4개 공약, 복지 분야에 3개 공약, 그리고 환경과 교육 분야에 각각 1개 공약이 제시되었다.

1~3순위의 공약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정책분야별 점수를 종합해 보면 지역경제 분야가 39점, 도시계획 및 개발 분야가 31점, 이어서 행정개혁 분야 7점, 복지 분야 5점, 문화 분야 4점, 그리고 환경, 교육 분야가 각 1점씩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민선 1기의 3대 공약은 지역경제와 도시계획·개발에 집중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특별시와 직할시(현 광역시)의 경우에는 교통문제 해결(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을 비롯한 도시계획에 중점을 두고 있다. 조순 시장은 교통을 도시계획과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하루에 한 시간을 더 드리겠다”고 제1순위로 공약하였다. 부산의 경우에도 아시안게임 성공적 개최를 위한 간선교통망 건설 등 편리한 교통망 구축을 제1순위 공약에 올렸다.

9개 도지사 당선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 유치, 농어촌 소득증대, 수출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약과 지역·권역 간 균형개발, 교통인프라 구축 등 도시계획과 개발공약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자(前者)의 예로는 첨단산업기지 유치(강원, 충북, 전북), 수출확대(경남, 충남) 등을 들 수 있다. 후자(後者)의 예로는 이인제 경기지사가 통일전진기지로서의 북부개발 촉진, 최각규 강원지사의 환동해권 중심지로의 발전을 위한 철도·항만·항공·도로 등 교통망 확충, 주병덕 충북지사의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조기착공, 청풍관광단지 개발, 심대평 충남지사의 서해안고속도로, 고속전철 건설로 서울생활권 진입 등의 공약들을 들 수 있다.

2기: IMF극복 공약 주류

민선 2기 지방선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직후인 1998년에 실시되었다. 따라서 지방선거에서도 지방 차원에서 IMF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으로 중소기업 육성 지원, 산업경제 활성화 등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공약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지역경제 활성화 공약의 비중이 더 높아지고(39점→42점), 도시계획과 지역개발 분야의 비중은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31점→18점). 반면에 지방행정 개혁 분야의 공약이 빈도수에서 8개, 점수에서도 16점을 차지하여 이전보다 크게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IMF 사태와 같은 국가부도 위기를 지방 차원에서도 재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필요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공약으로는 고건 서울시장이 내세운 벤처산업 육성과 외국인 투자 유치로 산업경제 활성화, 안상영 부산시장의 매년 1000개 분산기업 만들기와 연간 10만명 일자리 창출, 문희갑 대구시장의 중소기업 활성화와 위천국가공단 지정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 임창렬 경기지사의 IMF 체제 극복을 위한 7대 공약, 김혁규 경남지사의 IMF 위기 조속 안정화 대책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지방 차원에서의 행정개혁 관련 공약이 대거 등장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고재유 광주시장은 작고 효율적인 생활자치행정으로 시민중심의 개혁행정 구현을, 우근민 제주지사는 행정구조조정과 예산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행정개혁을 1순위로 올렸다. 이외에도 전북 유종근 지사는 열린 도정을 위한 제도개혁을, 충북 이원종 지사는 저비용 고효율의 행정개혁 단행 등을 2순위로 올렸다.

3기: 복지·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

민선 3기 지방선거는 월드컵과 2002년 대통령선거가 열리는 해에 실시되었으며,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11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승리하였다. 당선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비중은 더욱 강화되었고(42점→51점), 도시계획 및 지역개발 분야도 빈도수(9→13)에서뿐만 아니라 점수(18점→22점)에서도 크게 증가된 것을 알 수 있다. 행정개혁에 대한 비중은 줄어든 반면 점차 복지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된 것을 알 수 있다.

지역경제 분야의 공약으로는 부산의 안상영 시장이 동북아 허브항 개발, 대구의 조해녕 시장이 낙동강 시대 투자계획, 광주의 박광태 시장의 광산업·디자인산업·첨단부품소재산업을 3대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 울산 박맹우 시장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첨단산업 유치 등이 모두 1순위 공약으로 올랐다. 이외에 강원의 김진선 지사는 동계올림픽 유치, 충북의 이원종 지사는 충북 산업구조 개편, 충남 심대평 지사는 500억 달러 수출시대, 전남의 박태영 지사는 농어촌 경제활성화, 경북의 이의근 지사는 지역경제의 근본체질 강화, 경남의 김혁규 지사는 경남의 동북아 물류중심 지역화, 제주의 우근민 지사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 성공적 추진 등을 각각 1순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선 3기 당선자 공약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계획·개발 분야에 집중되어 온 경향에는 변함이 없으나 복지와 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민생활이 보호받는 따뜻한 서울을 1순위에, 대구 조해녕 시장이 인구의 절반인 대구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를, 경남 김혁규 지사가 여성권익 신장 및 사회참여 확대를 각각 2순위 공약으로 내걸었다.

4기: 일자리 만개 식의 구체성 있는 공약 등장

민선 4기 지방선거부터는 매니페스토(manifesto·참공약) 정책선거 운동이 도입되어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라는 시민사회의 요청이 강화되었다. 따라서 기존의 선거에서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제시하여 정책선거로 한 발 다가선 선거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민선 4기 당선자 공약은 지금까지의 경향 중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공약이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분야는 빈도수에서 27개로 역대 가장 많았고, 점수에서도 55점으로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 관련 공약에는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문제 해소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이 일자리 4만개 창출, 전략산업 1000개 선도기업 육성, 김범일 대구시장이 일자리 6만개 창출, 안상수 인천시장은 아시안게임을 통한 15만개 일자리 창출, 박광태 광주시장이 일자리 13만4000개 창출, 박맹우 울산시장이 일자리 4만개 창출, 박성효 대전시장이 1만개 일자리 창출을 각각 공약으로 내세웠다. 도지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김관용 경북지사가 1조원 경북투자펀드 조성과 7만개 일자리 창출, 김진선 강원지사가 800개 기업 유치와 5만개 일자리 창출, 김태환 제주지사가 청년 일자리 2만개 창출을 각각 공약으로 내세웠다. 매니페스토 운동의 일환으로 구체화된 공약을 내세우도록 요구하다 보니 시·도지사가 제시한 공약상 일자리가 실업자 수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5기: 여권의 뉴타운 대 야권의 무상급식 대결

2010년 실시된 민선 5기 지방선거는 야권에서는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관련 매니페스토를, 여권에서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뉴타운 사업 등 개발정책을 집중적으로 제시하여 정당 간 매니페스토 대결을 벌인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지방선거에서는 정권심판론이 선거의 중심논리가 되었으나 정당 간의 정책대결은 활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그해 3월 말 북한의 천안함폭침 사건으로 안보이슈가 강하게 제기된 상황에서도 야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정책이슈가 전면에 부각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민선 5기 공약의 특징은 지역경제 분야(빈도 27→16; 점수 55→31)와 도시계획·개발 분야(빈도 11→9; 점수 26→16)의 공약이 현격히 줄어들고, 복지 분야(빈도 1→6; 점수 1→14), 교육 분야(빈도 4→8; 점수 7→14), 행정개혁 분야(빈도 1→6; 점수 1→14)의 비중이 급격히 확장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2007년 IMF 금융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온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고뇌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논쟁은 정책선거를 자극하는 중요 이슈로 등장하였고, 선거에서 정책이슈가 쟁점이 된 것은 2010년 지방선거가 그 효시가 될 것이다.

부산-평양 直航 개설 등 헛공약도 많아

2011년 10월 24일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이 선거는 무상급식, 뉴타운 등 공약대결이 본격화된 선거였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도입된 이후 후보자의 정책공약이 과거와 같은 헛공약 또는 공약(空約)이 아니라 목표·우선순위·절차·기한·재원 등의 요건을 갖춘 참공약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화된 공약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공약이행 과정과 결과에 대한 검증과 평가가 가능한 체제로 전환되게 된 것이다. 선거과정에도 다양한 시민단체가 후보자의 공약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06년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작되면서 과거와 같은 선심성 공약이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헛공약을 가려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민선 4기 이전에는 오히려 요건을 제대로 갖춘 공약이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2006년 선거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선정한 부실공약 사례를 보면 부산-평양 직항 노선 개설, 올림픽도로 지하화(地下化), 경기도 일자리 100만개 창출 등 허황된 공약 사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사업과 지방정부 사업을 구분하지 못한 공약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특별자치단체화,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등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하여 이루어지며 국민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예산조달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전액 국비 또는 민자유치로만 해결하겠다고 한 공약도 많이 보였다.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많이 나타났다. 지역개발 공약 중에서 지자체의 권한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공약하거나, 재원마련의 방안이 없거나 지방정부 재정규모상 타당하지 않은 공약 등이 많이 등장하였다. 특히 국가사업을 마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하거나 본인공약으로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보였다.

가령 신공항 유치 등의 공약은 수조원이 드는 국책사업이며, 기본적으로 공사여부, 규모, 입지 모두 중앙정부 권한으로 단체장 권한 밖의 일이다. 그럼에도 지역이기주의적 차원의 공약을 남발하는 경우가 흔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대통령이 약속하고 중앙정부가 사실상 승인한 사업을 그대로 자신의 공약화한 경우도 있었다. 일자리 100만개 창출 공약의 경우와 같이 목표도 공허하고, 연차별 추진계획도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공약에 유권자 의견 반영 필요

2006년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작되면서 지나치게 허황된 공약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진은 2009년 10월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0 시민 매니페스토만들기 추진본부 출범식’.

이 글은 지난 19년간 실시된 시·도지사 선거 당선자 선거공약의 전반적 경향과 특성을 분석한 것이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고 각 시·도의 정책 어젠다에 대한 분석이 다양하기 때문에 짧고 압축적인 방식으로 종합적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장 공약의 변화와 지속을 살펴보면 터무니없이 현실성 없는 공약은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하에서는 2014년 6월에 치러질 민선 6기 지방선거가 진정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로 승화되어 바람직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각 정당, 후보자, 언론, 그리고 유권자가 어떠한 점들을 유념해야 할지 몇몇 사항을 아래와 같이 일반론 차원에서 제안하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 정책 매니페스토 작성과정에 유권자의 의견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기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선거를 앞두고 학회 등에 의뢰하여 매니페스토 어젠다 조사를 실시하여 이를 후보자들에게 제시한 바가 있다. 여기에 제시된 정책 어젠다는 체계적인 준비하에 전문가 델파이조사, 지역주민 여론조사, 지역주민 심층토론회 등을 거쳐 상향식으로 나온 것으로 해당 시·도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몇몇 전문가에 의해 하향식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고 많은 시민의 의견이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정당과 후보자는 선거공약을 만들 때 이 정책 어젠다를 최대한 반영해 주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선거를 지향해야 할 것이고, 언론은 선거보도를 할 때 이 정책 어젠다의 내용을 평가기준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둘째, 후보자는 정책으로 경쟁하겠다는 자세를 다잡아야 한다. 4년의 임기는 지방자치단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치체의 미래비전을 두고 치열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지역주민의 염원을 수렴하여 정책 어젠다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이고 알차게 만들 필요가 있다. 보다 구체적이어야 유권자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갈 수 있고, 보다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높은 신빙성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책 어젠다의 구체성과 풍부성은 선거 후 지방자치행정이 자의적으로 왜곡된 형태로 운영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특히 정책 어젠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냉철한 고민도 요구된다. 지방정부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무차별적으로 중요한 정책사안을 다 거론할 경우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 현실 여건상 가능한지, 장밋빛 수사로 과장된 약속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적으로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매니페스토 선거는 정책공약의 작성과 일과성 평가에 그쳐서는 안 되며, 후보자 토론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후보자 간 토론을 통하여 상대후보 정책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다투어야 유권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선거과정에서 치열하게 검증된 공약은 선거가 끝나면 즉시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된다. 그것은 선거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하여 유권자의 위임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이슈에 대한 관심 필요

지금까지 우리의 선거에서는 선거공약을 제출하는 것만으로 끝나고 이에 대한 후보자 간 검증을 기피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의 경우 후보자 토론을 기피하거나 각급 기관에서 주최하는 정책토론회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갈등을 안겨 준 4대강 사업, 미디어법 개정, 기초연금제도 도입 등의 문제는 매니페스토로 명확히 제시되거나, 정책토론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사안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러한 사안의 경우 당선자가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야권이 제동을 걸면 추진동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주요한 갈등사안은 모두 선거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후보자 토론을 활성화함으로써 선거과정에서의 위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오늘날 세계는 지방화와 세계화의 동시진행 및 상호연계로 요약되는 ‘지세화’(地世化·loc-balization)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추세를 감안해, 지방화-세계화를 통합적으로 연결시키는 정책 어젠다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시티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 자유무역이나 기후변화 등의 이슈와 관련해 글로벌 공조에 참여하기 위한 과제 등이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경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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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사 어떤 공약 했나

정책대결 추세 뚜렷하나 아직도 구체성없는 공약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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