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朴槿惠 대통령이 부딪힐 수 있는 5大惡材 : 월간조선

안정 추세를 보였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경고등(警告燈)이 켜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4일에 발표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6%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추석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8월 3주(12~14일) 54%에서 추석 전 9월 2주(9~12일) 기간에는 67%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9월 4주 때(23~26일)에 60%로 급락하기 시작해 10월 1주(9월 28일~10월 2일)에 56%까지 하락했다. 추석 전과 비교해 1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최근 박 대통령 직무지지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9월 2주와 비교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15%포인트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표1>에서 보듯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0세 이상 고(高)연령층의 경우, 추석 전까지만 해도 부정 평가가 한 자리 수였지만 기초연금 공약(公約) 수정 파동이 시작되면서 그 비율이 15%까지 늘어났다는 점이다.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고 나머지 70%에게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안(年金案)을 발표했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을 지급한다는 대선(大選)공약을 수정한 것이다. 정부는 그 대안(代案)으로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만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 245만명(39.7%)은 박 대통령이 처음 약속했던 20만원을 받지 못한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즉각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국민 기망(欺罔) 행보의 최정점을 찍으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등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긴 사람들의 액수를 감액(減額)하는 것은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를 역(逆)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젊은층도 부정적 여론 높아져

두 번째는 여성인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남성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여성들의 부정적 평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동안 여성의 부정 평가는 남성보다 6~10%포인트 적었지만 최근에는 그 격차가 5%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무상보육(無償保育)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이 좋지 않게 작용한 것 같다. 서울시는 ‘대통령님!!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무상보육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라는 자극적인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결국 여성에게 민감한 보육 이슈가 여심(女心)을 자극했을 개연성이 크다.

셋째, 20대와 30대의 젊은 세대에게서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각각 4%포인트와 6%포인트 앞섰다. 다른 연령층에서는 반대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것은 결국 미래세대인 젊은층에게 훨씬 불리하다는 비판이 먹혀들었던 것 같다.

넷째, 중간소득층에서 부정 평가가 다른 소득계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10월 1주 조사에서 중간소득층의 부정 평가가 39%로 상·중상소득층(35%)과 중·하소득층(37%)보다 높았다. 연(年)소득 3450만~7000만원 사이 중산층에서 16만원의 세금을 인상하려고 했던 지난 8월 8일 정부의 세제(稅制)개편안이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중산층 세금폭탄’이라는 집중 공격을 받은 여파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더구나 애꿎은 월급쟁이 지갑을 털어 복지재원(財源)을 마련한다는 야당의 공격에 화이트칼라층도 크게 공감한 것 같다. 그 여파로 10월 1주 조사에서 화이트칼라층의 부정 평가는 50%로 모든 계층에서 가장 높았다.

다섯째, 호남 지역에서 추석 이후부터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많아졌다. 그리고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층(無黨派層)에서도 10월 1주 조사에서 처음으로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YS·MB도 공약 못 지키며 지지도 하락

이런 현상들이 나타난 배경에는 정부의 설익은 세제개편안 발표,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국회회담 결렬, 기초연금 공약 철회, 채동욱 검찰총장 파동,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명성 사퇴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이유를 보다 명쾌하게 분석하려면 <표2>에서 보듯이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 순위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직무수행 부정 평가자는 부정 평가 이유를 시(時)계열별로 분석한 결과, 추석 전 9월 2주까지는 국정원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한 9월 4주부터는 ‘공약 실천 미흡/공약에 대한 입장 바뀜’(36%)이 가장 큰 이유로 등장했다. 공약 실천 미흡은 9월 2주 8%에서 9월 4주 25%로 17%포인트 늘었다. 10월 1주에는 35%로 27%포인트 늘었다.

과거 김영삼(金泳三) 대통령(YS)은 집권 첫해에 ‘대통령직을 걸고 쌀 개방을 막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YS는 1993년 12월 9일 TV 생중계를 통해 “국민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담화문을 읽었다. ‘사과’ ‘죄송’ ‘죄책감’이라는 단어를 6차례씩 사용했다. 그 이후, 집권 초 하나회 숙청 등으로 인해 80%대에 육박했던 YS의 지지도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YS는 국민적 인기가 높던 이회창(李會昌)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위기를 돌파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회창 총리가 4개월 만에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키며 사퇴함으로써 지지도 추락을 막지 못했다.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MB)도 자신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공약 폐기를 선언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취임 첫해인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MB의 지지도는 상승하지 못하고 20%대에 머물렀다.

外華內貧

최근에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이 그 이유로서 ‘공약실천 미흡’ 다음으로 ‘국민 소통 미흡’을 지적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추석 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국회에서 만나 막힐 대로 막힌 정국(政局)을 풀 것을 기대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국민들은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에 대해 아직 적극적인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야당을 포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통령의 불통(不通) 이미지에 크게 실망한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외치는 화려한데 내치는 빈약한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정치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매경이코노미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 8월 22~28일 온라인 패널 조사를 한 결과, 대북(對北)정책, 외교·안보 등에 대해서는 잘한다는 평가가 우세한 반면 경제성장과 경제민주화, 인사정책 수행에 대해서는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제성장 평가에서 ‘잘한다’는 긍정 평가는 21.4%였지만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는 33.4%였다. 지난 대선의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 평가에서도 긍정 평가는 25.5%, 부정 평가는 34.4%였다, 특히, 그동안 ‘나홀로 수첩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박 대통령의 인사정책과 관련해서도 ‘못한다’는 비율이 50.6%로 ‘잘한다(13.6%)’보다 3배 이상 많았다.<표3>

朴槿惠의 약속 위반 리스트

지난 9월 26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박근혜정부의 기초노령연금 관련 공약 수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축소 등 ‘복지후퇴’ 논란과 관련, “(기초연금을)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세수(稅收)부족과 재정건전성의 고삐를 죄어야 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것이 결국 공약의 포기는 아니며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면서 “비록 지금은 어려운 재정여건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들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대통령의 또 다른 약속은 지켜지기 힘든데 단순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으로 발언한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 야당으로부터 거짓말을 일삼는 ‘양치기 소녀’로 공격받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증세(增稅) 없는 복지’를 약속했다. 한국갤럽이 8월 12~13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지 물은 결과, 62%가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인지자 중에서 ‘나에게 유리한 안(案)’이라는 의견은 7%에 불과했으며 ‘나에게 불리한 안’이라는 의견은 52%에 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원동 경제수석비서관은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지 않았으니 증세가 아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가 월급쟁이들의 ‘봉급 털기 증세’라는 집중포화를 맞았다.

정부가 처음 제시한 세제개편안은 분명 증세 없는 복지 약속을 어긴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단골 유세 메뉴로 삼았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고찰해 보면,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축소 말고도,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던 많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책임총리제 및 책임장관제, 대탕평(大蕩平) 인사, 국회와 야당의 존중, 여성의 대표성 제고(提高), 4대 중증(重症)환자 100% 국가 지급, 감사원장 등 권력기관장들의 임기보장, 검찰개혁, 정치쇄신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박 대통령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축소 의견을 냈을 때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는 신뢰다. 약속이 무너진다면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무슨 약속을 할 수 있느냐. 이는 결국 당(黨)의 존립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심지어 그는 “원안(原案)을 지키고 플러스 알파를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비효율성 문제 등) 이런 문제를 모르고 한 게 아니지 않으냐”라는 말까지 했다. 비효율성보다 약속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기초연금 축소도 엄밀히 따지면 비효율성을 이유로 약속을 깬 것이다. 박 대통령은 ‘중산층(中産層) 70% 복원’과 ‘고용률 70% 달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들은 기초연금 공약보다 실천하기 더 어려운 과제이다.

위에서 언급한 매경이코노미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패널 조사 결과,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는 생각에 91.2%가 동의한 반면, 67.4%는 ‘중산층 복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느냐’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중산층은 쪼그라들고 있지만, 복원 가능성은 그만큼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민생이 안정적이다’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56.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최근의 전월세난, 가계부채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런 조사결과들은 중산층 복원이 얼마나 힘든 과제인가를 잘 보여준다.

大選公約 파기의 역사

1987년 민주화 이후 국민 직선(直選)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들의 역사는 한마디로 공약파기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국민들에게 달콤한 약속을 하고 집권 후에는 정치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약속을 뒤집는 일이 반복되었다.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후보의 중간평가 약속, 김영삼 후보의 ‘대통령 직을 걸고 쌀 개방을 막겠다’던 공약, 김대중(金大中) 후보가 DJP 연대(連帶)를 위해 약속했던 내각제 개헌(改憲),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약속한 낡은 정치 청산,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 등 대선 핵심 공약이 이러저런 정치적 이유로 파기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도 다 그랬으니까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誤算)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유난히 원칙과 신뢰를 앞세우며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기 때문이다. 열광과 환멸의 주기(週期)가 지극히 짧은 한국 상황에서 대통령의 핵심 공약 파기는 정부에 대한 불신(不信)을 촉발시키고 궁극적으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공약 파기 이후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하면 대통령은 국정운영 동력(動力)을 상실하고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실패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출발이 늦었던 박근혜 정부는 5월에 들어서야 각종 경제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5월 초 17조3000억원을 기존 예산안에 추가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전례 없는 세계 경제 침체로 국내 경제는 고전(苦戰)했다. 전반기에 세수가 10조원 덜 걷힐 정도로 크게 위축되었다.

작년 12월에 출범한 일본의 아베 총리는 2년간 134조엔의 자금을 방출(放出)하는 과감한 양적(量的)완화, 공공사업에 13조엔을 투입한 공격적인 재정투입, 규제완화, 경제특구 설정, 법인세 인하 등의 기업성장 지원 정책으로 요약되는 ‘아베노믹스’를 기반으로 뚜렷한 목표를 향해 순항(順航)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토대로 한 경제부흥을 기치로 내세웠지만 국민들이 체감(體感)할 수 있는 성과를 아직 내지 않고 있다. 더구나 경제민주화 분위기와 강도 높은 세무조사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세제개편안 발표 때 불거진 중산층 세금폭탄이나 최근의 기초연금 파문 등으로 국민들의 경제심리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규제완화를 비롯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많은 법안도 야당의 장기적인 장외(場外)투쟁으로 국회에서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상태다.

2년 사이 50개 상품 중국에 추월당해

올해 상반기 삼성그룹 전체가 20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500대 상장기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5조원 규모로 1년 전보다 9.5% 늘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오히려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삼성전자가 전체 실적을 이끌다 보니까 외형적으로 좋아 보이지만 이런 착시(錯視)현상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 부분만 성장을 이끌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 가려진 위기의 실상을 냉정하게 보고, 미래 먹거리를 선점할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시장점유율에서 절대우위를 보였던 제품 가운데 지난 2년 사이 50개 품목이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한다. 이는 우울한 한국 경제의 한 단면이다.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3% 후반대이지만 실제성장률은 2.8%에 불과할 전망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기대(expectation)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인내심은 그리 강하지 않다. 만약 내년 상반기까지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가시적인 경제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현재 야당이 국민의 적극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는 원내외(院內外) 병행(竝行) 투쟁으로 지리멸렬하지만 민생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면 전세(戰勢)는 역전(逆轉)될 수 있다. 역대 선거를 보면 지방선거는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심판의 기능이 강하다. 지금부터라도 박근혜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심기일전하는 모습으로 연말쯤 개각을 통해 기존의 경제팀을 대폭 교체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일등 공신은 60대 이상 고연령층, 여성, 자영업자, 영세 서민층이었다. 그런데 이들 계층이 새 정부 출범 후 각종 정책들로 인해 소외되고 고통받으면 박 대통령의 정치적 정통성에 강한 도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표4>에서 보듯이, 60세 이상 고연령층에서 박근혜 후보는 76.2%의 득표로 문재인 후보(22.9%)에게 53.3%포인트 차이로 압도했다. 고연령층이 보수정당 후보를 찍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 차이가 지나치게 컸다. 이는 박빙(薄氷)의 승부로 끝났던 지난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와 김대중 후보 및 노무현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각각 8.2%포인트와 3.2%포인트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례적인 것이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65세 이상 유권자는 595만명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작년 대선에서 60세 이상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80.9%였다. 만약 65세 이상 유권자가 80% 투표했다면 그 숫자는 476만명이다.

한국 선거학회가 대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 계층에서 76.6%가 박근혜 후보, 21.9%가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이를 숫자로 고찰해 보면 365만명이 박근혜 후보를, 104만명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 그 차이가 무려 261만 표였다.

지난 대선에서 박 후보가 문 후보를 100만 표 이상 차이로 승리한 것을 감안한다면, 박 후보 승리의 결정적 요인 중의 하나는 이들 65세 이상 고연령층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추론(推論)이 가능하다.

선거에서 이렇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계층을 위한 핵심 공약이 집권 후 통치를 하면서 수정되어 이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큰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民心 이반은 自營業者부터

지난 10월 4일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된 서청원 전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자영업자(自營業者)층은 승리 세력에게 우호적이었다.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 후보보다 이 계층에서 23.9%포인트, 노무현 후보는 이 후보보다 6.5%포인트, 이명박 후보는 정동영 후보보다 32.2%포인트 앞섰다. 작년 대선에서 박 후보는 문 후보보다 19.7%포인트 앞섰다.

그런데 역대 정부에서 민심 이반은 보통 이들 자영자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현 정부의 상반기 세수가 10조원 덜 걷혔다는 것은 바로 자영업자들의 몰락으로 세수가 부족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가 몰락하는 과정을 고찰해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정권을 창출하는 데 앞장섰던 집권세력 내부의 갈등과 분화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불거진 이상득(李相得), 이재오(李在五), 정두언(鄭斗彦) 등 MB 3대 중추 세력 간의 갈등이었다. 특히 MB 정권 출범 직후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 정두언 의원이 55인을 이끌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공천배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친이(親李) 세력 내 대립과 갈등은 끝내 대통령의 국정운영 장악력을 떨어뜨리고, 당내 친이 반대 세력이었던 친박(親朴) 세력의 정치력을 크게 키워 주었다.

최근 새누리당은 화성갑(甲)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로 친박의 거두인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를 공천했다. 박민식·조해진·김성태·이장우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이 국민 앞에 약속한 엄정한 원칙은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성(性)범죄, 경선부정 등 4대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당권(黨權)과 대권(大權)을 노리고 있는 김무성(金武星)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부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원조 친박(元祖親朴)은 크게 세 부류이다.

첫째,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했던 지난 총선 공천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부산 영도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원내에 복귀했다. 김 의원은 원박(原朴)→탈박(脫朴)→복박(復朴)의 과정이 말해 주듯이 대통령과의 애증(愛憎) 관계가 깊다. 청와대는 김 의원이 차기 대권을 위해 박 대통령과 전략적 차별화를 시도할지도 모른다고 보는 것 같다.

둘째, 박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유승민 의원이 있다. 이혜훈 전 의원도 유 의원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셋째, 현재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이정현 홍보수석,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등 대통령 친위(親衛) 세력이다. 문제는 이들이 김무성 의원을 견제할 만한 힘이 없고 세력도 약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선되는 차기 당 대표가 2016년 총선 공천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향후 권력을 관리하고 정권 재창출에 신경을 써야 할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손 놓고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만약 서청원 전 대표가 원내 복귀에 성공하고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김무성 의원과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펼친다면 그 이후 새누리당의 권력지형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김무성 의원이 승리하면 당청(黨靑) 관계는 긴장적 협력체제가 구축되면서 대통령의 통치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었던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계급장 떼고 한번 붙자”고 했었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의원 간에 이런 험악한 상황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 예기치 못한 긴장적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포석으로 서청원 전 대표의 원내복귀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朴槿惠 정부 初有의 기록들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이라는 주장 때문이라기보다는 투쟁을 이끌고 있는 김한길 대표의 한계 때문이다. 국민들 누구도 김 대표를 야권의 차기 대권 후보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본인도 너무 성급하게 대선 불출마(不出馬)를 언급하는 우(愚)를 범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전열을 가다듬고 차기 유력 대권 후보들이 ‘대여(對與) 투쟁 연대’를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독일에서 귀국한 손학규(孫鶴圭) 상임고문의 역할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만약 손 고문이 김한길 대표, 문재인(文在寅) 의원, 안철수(安哲秀) 의원,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과 6자 회동을 성사시키고 ‘박근혜 투쟁’의 전면에 나서서 공동으로 대처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정국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들이 전면에 나서면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반정부 세력이 결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여야 합의 없이 어떤 법안도, 예산안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 정기국회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최악의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미국 공화당이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의 수정과 예산안을 연계하는 바람에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부 폐쇄)된 것과 마찬가지로, 야당은 2014년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을 연계할지도 모른다. 올해 12월 31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 헌정(憲政)사상 처음으로 준예산(準豫算·국가의 예산이 법정기간 내에 성립하지 못한 경우, 정부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전회계연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하는 잠정적인 예산)이 편성될지도 모른다.

정치권이 극한 대립에 돌입하면, 이유야 어쨌든 일차적 책임은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의 선제적(先制的) 대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요약하면, 공약파기는 국정운영 수행 지지도의 적(敵)이고,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흔들리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 집권세력이 분화되어 내전(內戰)을 치르면 대통령의 통치력은 약화되고 정권재창출은 힘들어진다. 지난 대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세력을 새 정부가 집권 후에 무너뜨리면 민심은 이반한다. 좋든 싫든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삼지 않고 독단과 독선의 국정운영을 강행하면 결국 지지도 하락이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

이런 분석과 진단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다만 과거 사례와 실증적 근거를 통해 논리적 타당성을 높인 것이다. 분명한 것은 위에 제시된 5대 악재를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내년에 대통령 지지도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사상 초유 사태가 많이 발생했다. 초대 국무총리 내정자를 비롯한 6명의 장·차관이 청문회 이전에 사퇴한 것, 새 정부 출범 이전까지 정부조직 개편 불발,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방미(訪美) 중 성범죄 혐의로 경질, 국가정보원장이 독단으로 국가 비밀기록으로 분류된 NLL 대화록을 공개한 것, 정권 출범 초기부터 야당의 장외투쟁, 정치 경험이 전무(全無)한 외교관 출신을 대통령 정무수석에 임명한 것, 법무부 장관의 현직 검찰총장 감찰 지시, 새 정부 출범 7개월이 지났지만 공기업 및 공공기관 인사 지연, 현역 국회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구속 등 수없이 많다.

萬機親覽式 리더십의 위험성

그런데 이런 초유의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상황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우왕좌왕했다. 청와대가 김기춘(金淇春) 대통령 비서실장 체제로 재편되면서 대통령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리더십이 강화되고 청와대 독주(獨走) 시대가 열렸다.

국정의 힘이 청와대에 집중되면 정책추진에 힘과 일관성이 있는 장점은 있지만 다원화(多元化)하고 갈등이 중첩된 21세기 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내각의 장관, 청와대 참모, 새누리당 당직자들이 모두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느라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리스크(risk·위기) 관리에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해 보지 못한 성공한 대통령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청와대 중심에서 내각 중심으로, 외치(外治) 중심에서 내치(內治) 중심으로, 선언과 홍보 중심에서 체감과 성과 중심으로, 정치 무시에서 정치 존중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증세 없는 복지’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28일부터 이틀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이 64%로 ‘가능하다’(30.7%)의 배가 넘었다. 특히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모든 사람에게 시혜적으로 해 주는 보편적 복지(18.5%)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선택적 복지(79.3%)를 요구했다. 복지에 대한 이런 민심을 존중해서 정부의 복지정책도 대폭적으로 수정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대통령이 ‘나홀로 인사’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 정부는 고위 공직자나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사위를 제대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인사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 되고 있다.

넷째, 박근혜정부의 핵심 과제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여야 한다. 여론조사를 해 보면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창조경제’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정부의 핵심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하고 좀 더 구체적인 밑그림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창조경제’에 대해 52.2%가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내용을 ‘잘 모른다’는 응답이 55%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내용을 안다는 사람 중에서는 ‘과도한 규제는 경제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으므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에 절반 가까운 48%가 동의하는 한편, ‘공약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23%에 불과했다. 정부의 핵심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하고 좀 더 구체적인 밑그림이 필요하다.

추석 민심 여론조사 결과, ‘창조경제의 핵심 과제 1순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의 36.2%가 ‘일자리 창출’이라 답했다. 결국 정부 창조경제의 큰 방향 역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다섯째, 야당과의 협력적 긴장관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6개월을 지나면서 “상반기에는 새로운 국정비전과 과제를 수립하고 분야별 실천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며 “하반기에는 이걸 토대로 적극적인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권과의 대립이 장기화하고 정국경색이 해결되지 않으면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물 건너 간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은 모두 예외 없이 “나는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나는 예외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박수를 받으며 퇴임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박 대통령이 이런 악습(惡習)을 깨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길 고대한다. 그 시작은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빨리 비정상적인 정국상황을 끝내는 것이다. 대통령과 야당 간의 지루한 대결구도 속에서는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은 관심 밖이다. 정치에서 완벽한 승자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