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분석] SNS가 한국 정치의 승부 갈랐다 : 월간조선

서울 양재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는 6월 11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의 트위터(@wonsoonpark)에 글을 올렸다. ‘양재초등학교 앞에 SH공사가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면서 학교 정문앞에 주차장 진출·입로와 특고압전신주가 생겨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다음 날 아침 트위터를 통해 ‘관련 사항을 확인하고 (담당 공무원을 통해) 조처하겠다’는 박 시장의 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내용을 본 다른 사람들의 멘션(글 내용)과 리트윗(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을 통해 위험해 보였던 전신주 아래 녹색 선(접지선)의 용도와 공사진행 상황 등을 알 수 있었다. 김씨는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해도 즉답을 들을 수 없었는데 자정~새벽 2시 정도에 박 시장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확인하고 조처한다는 얘기를 지인에게 듣고 트위터를 이용하게 됐다”며 “시장님이 글을 보고 ‘맞팔’(서로 팔로잉하는 것)을 해 줘서 앞으로도 많이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정치’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SNS를 통한 정보공유와 투표독려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총선, 대선에 이르기까지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이제 SNS정치는 선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까지 개입하고 있다. SNS를 사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정치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SNS는 얼마나 우리 정치와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월간조선》은 정치 커뮤니케이션·SNS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국 SNS정치의 현황에 대해 분석했다.

SNS글, 온라인글보다 파급력 크다

스마트폰은 SNS를 비롯해 각종 정치활동의 주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당원들이 스마트폰으로 후보 지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남양유업 대리점 사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의 공통점은 SNS를 통해 국민들에게 실상이 알려지고 공분을 사면서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는 점이다. SNS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최근 SNS에서 정치적 이슈는 비교적 뜸하다. 2012년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 2014년 지방선거 사이에 낀 2013년은 선거가 없는 해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SNS 활용도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SNS의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그 양상도 달라지고 있는 만큼 정치인들은 지금이야말로 SNS를 통해 지지기반을 다져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SNS정치가 온라인(SNS를 제외한 일반 인터넷 사이트)정치보다 강력하다는 점은 여러가지 면에서 명확하다”며 “SNS와 온라인의 차이점은 온라인이 ‘커뮤니케이션’ 우선인데 비해 SNS는 ‘네트워크’가 우선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온라인에서 존재하는 1:9:90의 법칙이 SNS에서는 더욱 확연하게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1:9:90의 법칙이란 전체 온라인 이용자의 1%가 최초로 글을 올리면 9%가 그 글을 편집하거나 댓글을 달아 반응하고, 90%는 별도의 반응 없이 올라온 콘텐츠를 열람한다는 것이다. 첫 이용자, 즉 글 작성자의 파급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SNS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명확하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정치에서 일반 온라인보다 SNS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보는 중요한 이유는 SNS가 콘텐츠 내용 자체보다 그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더욱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내용은 숙지하지 않고도 무조건 ‘좋아요’나 ‘팔로잉’, 또는 전달하는 이용자도 많습니다. 이용자들이 정치적 이슈에 대해 네트워킹을 하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지지로 집결되는 과정은 매우 쉽게 이뤄지죠. 그래서 SNS정치는 온라인정치보다 더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SNS는 ‘내용’보다 ‘共有’에 의미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SNS는 내용보다 공유한다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다. “트위터의 글은 대부분 기존의 미디어가 만들어 낸 글입니다. 트위터는 정보생산이 목표가 아니라 정보를 확산하고 공유함으로써 특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죠.”

조 교수는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정치가 모바일 기반의 SNS정치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설명이다.

“온라인정치 행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한 것이 2008년 촛불시위였는데, 이는 블로그와 포털을 중심으로 퍼진 ‘온라인정치’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집결시키는 힘이 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죠. 이후 SNS가 확산되면서 온라인정치는 인터넷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표1> SNS가 직접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예선-본선을 통해서입니다. 트위터를 기반으로 인기를 얻어 온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박영선 후보를 누른 것이죠. 조국·공지영 등 ‘트위터 스타’들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 지지선언과 국민경선 독려에 나섰고 이는 박 후보의 경선 승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SNS의 대표적인 매체인 ‘트위터’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미 전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이집트 혁명과 튀니지 재스민 혁명도 트위터를 통해 증폭됐다.

2012년 미국 45대 대통령선거에서는 ‘트위터정치 지수’, 즉 트윈덱스(Twindex)가 이목을 끌었다. 트윈덱스는 트위터 본사가 각 후보와 관련한 트위터 메시지를 추적해 집계하는 트위터 본사의 공식 정치 관련 지수로 긍정적인 멘트가 있으면 점수가 올라가고, 부정적인 멘트가 있으면 점수가 깎인다. 트위터는 대선기간에 매일 트윈덱스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SNS는 젊은층의 의사를 더 많이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정치전문가들은 “트위터 사용자의 55%가 35세 이상이며, 트윈덱스가 갤럽 등 기관 수치와 별 차이가 없다”면서 “오히려 여론이 실시간 집계된다는 점에서 촌각을 다투며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선거전에서는 여론조사 기관보다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미 45대 대선에서 트윈덱스는 지속적으로 오바 마의 우위를 보여 왔고, 결론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한국식 SNS, ‘카카오톡’의 정치적 부상

그러나 한국의 SNS정치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 2012 대선을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 바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대신 부상한 국내 토종 메신저서비스 ‘카카오톡’의 영향력이다.

카카오톡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일대일 문자보다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채팅방을 통해 활성화됐다. 현재 전세계 카카오톡 회원 수는 2013년 5월 9000만명을 돌파했고, 6월 중 1억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 중 국내 가입자 수는 약 3500만명으로 추산되며 가입자의 평균 친구 수는 50명이다.

2012년 12월 당시 대표적인 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선거 막판, 문 후보 트위터의 팔로워는 약 33만7000명, 박 후보는 약 25만명으로 집계됐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 버튼을 눌러 소식을 받아 보는 이들의 숫자도 문 후보는 10만3000명이고 박 후보는 3만명에 그쳐 문 후보가 3배 이상 앞섰다.<표2> 그런데 왜 결과는 반대였을까.

미(美) 플로리다주립대 정보학박사인 금혜성 SBS연구위원은 최근 논문을 통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측 카톡은 오프라인 모임으로서의 연계가 활발했고, 캠프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행동했으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대선기간 동안 각 정당과 후보의 카톡 채팅방 전수(全數)조사를 실시했던 금 연구위원은 “박 후보측 대규모 카톡 채팅그룹이 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많았으며, 박 후보측에 남성비율 및 중장년층 비율이 매우 높았다”고 분석했다. 그의 설명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지지의견을 내고 결집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세계에서 문재인 후보는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보수층은 카톡을 통해 조용히, 그러나 열성적으로 모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SNS세상은 양분됐을까. 금 연구위원은 “카카오톡이 모바일 기반 서비스인 동시에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톡은 자신의 전화기 주소록에 저장된 연락처들을 자동으로 가져오는 시스템입니다. 일반적으로 SNS는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들을 이어 주는 도구지만, 카톡은 원래 오프라인으로 아는 사람들을 이어 주는 도구입니다. 보수세력인 중장년층이 활용하기 쉬운 모델이죠. 중장년층 남성들은 카톡으로 정치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투표를 독려했습니다. 카톡이 국내에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이 선거와 맞물려 박 후보의 승리를 견인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SNS확산으로 ‘생활정치’ 활성화

미 대통령 오바마는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이다. 트위터간담회를 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정치적 결집 외에도 SNS정치가 가져온 효과와 변화는 ‘생활정치’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조화순 연세대 교수는 “SNS의 발달로 정치적 담론 공간이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그의 설명이다. “과거 정치공론의 장이 주로 거대담론 정치에 집중했다면 SNS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공론의 장은 생활이슈 정치라는 미시적인 주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자리, 양극화, 서민경제, 교육개혁 등에 이어 최근 논의되는 갑을관계까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죠. 정치인들도 가벼운 얘기를 부담없이 하면서 유권자들과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됐고요. 정치를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나꼼수’도 SNS가 아니었으면 그 정도의 영향력과 파괴력을 갖기 힘들었을 겁니다. 나꼼수는 정치 분야에서도 ‘팬덤(특정인물에 대한 광적인 지지 및 그 문화)’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죠. 전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무겁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한 데 SNS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SNS를 통해 정치를 생활화한 정치인으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단연 손꼽힌다. 팔로워 70만명이 넘는 ‘파워 트위터리안’인 그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트위터를 통해 유명인과 트위터리안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했고, 시장으로 재임중인 지금도 개인 트위터를 통해 민원을 접수하고 검토한다.

또 다른 효과는 ‘2012년 대선 카톡 효과’에서 보이듯 중장년층과 보수층이 모바일 세상에서 적극 참여하며 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온라인·SNS 세상은 젊은층이나 진보세력 위주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SNS는 달랐다.

조희정 숭실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인터넷·PC를 기반으로 한 세상은 지금도 젊은층이나 진보세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바일 기반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다.

“진보와 젊은층은 온라인에서, 그리고 그들끼리 소통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끼리의 세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세상이 전부인 양 착각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수층과 중장년층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온라인으로 진입하고 있는 세대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톡입니다. 현재 사용자 수로 봤을때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 카카오톡 이용자가 훨씬 많아요. 2012년 대선에서는 전화번호라는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모바일로 연계한 카톡이 영향력이 훨씬 컸습니다. 온라인 세상에 빠져 사는 젊은이들과 달리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을 적절히 오갈 줄 알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또 인구 고령화로 50대 이상 인구는 계속 비중이 높아질 전망입니다. 앞으로도 이들 보수층과 중장년층은 그 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더욱 깊숙이 모바일 네트워킹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치권은 이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SNS 선거운동의 범위
공직선거법에는 SNS 선거운동의 범위가 명시돼 있다. ▲인터넷홈페이지 게시판 대화방 등에 선거운동 정보 게시 ▲메일 또는 SNS로 선거운동정보 전송 ▲트위터에 선거운동정보 리트윗 ▲선거일에 SNS, 모바일메신저를 이용한 투표 인증샷 게시(투표지 촬영은 위반됨) ▲인터넷홈페이지 게시판 대화방 등에 선거운동 정보 게시 등은 24시간 가능하다.

그러나 ▲온라인상을 이용한 허위사실 공표 및 비방 행위 ▲후보자 사칭 성명 허위표시로 선거운동 ▲공무원 등 선거운동 불가능한 자의 선거운동 (미성년자도 처벌) ▲선거일에 선거운동정보 전송은 불법이다.

각 정당, “SNS 이슈 선점하라” 과제

오프라인 기반의 SNS 카카오톡은 2012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승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전 분당 카카오톡 본사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SNS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 지난 6월 13일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의 SNS팀장으로 일했던 당직자가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긴급체포되자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활발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새로운 SNS 선거운동 방식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올 초 사무처 조직을 개편하면서 뉴미디어국을 신설했다. 새누리당 뉴미디어국 유은종 국장은 “서울시장 보선 당시 SNS 분야를 선점하지 못한 것이 주요 패인 중 하나라고 본다”며 “SNS세상에서 상시선거 체제를 유지하며 민심을 관찰하고 이슈를 선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미디어국은 뉴미디어를 비롯한 SNS 관리 외에도 의제와 이슈를 스스로 만들어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역할도 하고 있다.

2011년 문용식 나우콤 대표를 영입해 인터넷소통위원회와 인터넷 소통국을 설치하며 적극적인 온라인 선거운동 및 홍보활동을 벌여 온 민주당은 최근 장화철 씽크에이티 대표를 인터넷소통위원장으로 임명했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및 SNS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선거운동 및 이슈 선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소셜미디어 전문가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SNS 전략에 대해 “그나마 새누리당이 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2 대선에서 민주당은 SNS에 대해 어설프게 아는 척하며 대처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고, ‘우리가 잘 모르니 전문가에게 맡기자’고 결정한 새누리당의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었다”며 “SNS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과 분석이 필수적인데, 새누리당은 여의도연구소 덕을 봤다”고 분석했다.

SNS를 적극 활용해 성공한 정치인으로는 단연 박원순 서울시장이 꼽힌다. 박원순 시장의 트위터.

SNS의 부정적인 영향

SNS의 영향력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었다.

이상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SNS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유권자)들은 정치적으로 화합보다 갈등쪽으로 가는 성향이 있고, 후보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설명이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연결된 상태의 SNS 토론은 하면 할수록 기존 신념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토론이 심화될수록 합의와 타협을 오히려 더 불가능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유하는 정보도 편향된 것일 가능성이 크고요. 특히 2012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에 비해 열광적인 지지를 표현했고, 후보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이었다고 분석됩니다. 이런 현상이 심해질 경우 극단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만 정치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민주주의의 운영을 맹신자들이 책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이소영 대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SNS 선거운동은 후보자와 캠프만 캠페인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그 내용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 효과가 모든 선거에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4·11 총선에서는 SNS 영향력이 미미했는데, 이는 SNS 사용자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분포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이슈를 만들어 내거나 관심을 끌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매일 SNS를 이용하는 사람은 유권자의 11% 정도에 불과한 만큼 대선과 보궐선거에서 보인 SNS의 영향력이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도 발휘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개인적으로 SNS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대부분 정치인의 SNS가 정책 및 법안, 또는 행사 홍보용이거나, 지역주민이나 지지자들이 안부를 남기는 정도다. 정치인 트위터의 리트윗 횟수는 극히 적다.

문제는 스마트폰 확산과 시민들의 정치의식 변화로 SNS정치의 범위와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문제는 향후 SNS정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 안철수의 SNS활동에 주목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늘어나면서 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부정선거감시단의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1~2012년 선거가 지속적으로 치러지면서 SNS의 역할이 두드러졌지만, 워낙 숨가쁘게 변동하는 세상인 만큼 2014년 선거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예측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씨는 “박원순 시장의 SNS 성공사례로 볼 때 10월 재·보선 이후 안철수 의원의 SNS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이라는 기반이 없는 정치인에게 SNS는 매우 훌륭한 정치 도구”라며 “국내 SNS정치가 중장년과 보수층까지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층에 적지않은 지지자를 보유하고 있는 안 의원이 SNS를 의제 선정 및 홍보에 적절히 활용한다면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 몇 배로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철수 의원은 대선 캠프에 SNS 전문가 유승찬씨를 소셜미디어팀장으로 임명했지만 SNS를 적극 활용하지는 않았었다. 유승찬씨는 인터넷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안철수 의원이 소셜미디어 전문가가 아니었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SNS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소극적인 면이 있었다”며 “향후 ‘안철수 신당’이 생긴다면 SNS를 통한 조직화와 창당 등 기존 정당과는 근본적인 면부터 완전히 차별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직접 만나거나 방송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는 시대에서 SNS를 이용한 다중(多衆) 접촉 시대로 변하고 있는 시기,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은 또 어떤 SNS가 승부를 결정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