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합, 개혁, 감동적인 人事 등 국민감동 프로젝트 실시
⊙ “취임 초일수록 측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 시민사회, 특히 진보적 색깔을 지닌 집단 설득 필수
⊙ 개혁과제 신속히 선정해 취임 후 100일 안에 추진
⊙ “취임 초일수록 측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 시민사회, 특히 진보적 색깔을 지닌 집단 설득 필수
⊙ 개혁과제 신속히 선정해 취임 후 100일 안에 추진
- 朱燉植 세종대 석좌교수(75·前 김영삼 정부 정무수석, 공보수석, 문화체육부장관, 정무장관).
김영삼(金泳三·YS) 정부 첫 정무수석을 지낸 주돈식(朱燉植) 전 문화관광부장관은 2월 7일 “박근혜 새 대통령이 차기 정부 5년의 흥망이 결정되는 취임 직후 100일간 더욱 측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언을 들어야 옳은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 전 장관의 이야기다.
“(김영삼)대통령께서 이데올로기에 대한 개념이 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가끔 부적절한 인사(人事)를 할 때가 있었지요. 대표적인 게 한완상씨를 통일부총리 자리에 임명한 것인데요. 한씨가 급진적 통일론을 펴는 좌파 인사라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수석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대통령께 너무 급진적인 인물을 기용하면 안 된다고 충고하자고 의견을 모았죠. 제가 1번 타자로 대통령께 직언했는데 나중에 박관용 비서실장에게 물어보니, 대통령이 상당히 불쾌해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누구도 선뜻 나서 대통령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런 부분이 상당히 아쉽더군요.”
“밭에다 시멘트 발라 놓으면 싹이 나오겠나?”
—박근혜(朴槿惠) 새 대통령 앞에서는 직언하는 측근이 없다고 하던데요. 새 대통령이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바꿔야지요. 밭에다가 시멘트를 발라 놓으면 싹이 나오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마음 놓고 이야기하는 풍토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귀를 여는 것 이외에 박 당선인이 우선 해야 할 정무적인 일로 무엇이 있을까요.
“친·인척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벌써 당선인의 동생 지만(志晩)씨와 그의 부인인 서향희(徐香姬)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김영삼 정부는 친·인척 관리를 잘 못하지 않았습니까.
“후반에는 무너졌지만, 초기에는 정말 관리가 잘됐습니다. 한번은 현철씨가 집권 초 정무수석인 저에게 청와대 내에 자기가 일할 파트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전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어야 했는데….”
—정치권에서는 박지만·서향희 부부를 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외국에 나간다고 친·인척 비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끄러울 사람들이면 외국에 나가도 시끄럽지요. 친·인척 관리는 대통령 본인이 절대 못합니다. 누군가 총대를 메고 해 줘야 합니다.”
언론인 출신으로 역대 대통령 8명을 평가한 책《우리도 좋은 대통령을 갖고 싶다》를 발간하기도 한 주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YS 대통령은 원내총무를 오래해서인지 야당과 타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도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박 당선인은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해 몸싸움 없는 국회를 만들어야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일간 해야 할 리스트 마련하라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정무수석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문희상(文喜相)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은 무엇보다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취임 100일 이전 국정운영의 틀을 완성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적합한 인사를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야기다.
문 위원장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를 선별하는 것도 박 새 대통령이 정무적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로 꼽았다. 문 위원장의 말이다.
“5년 임기 중에 달성해야 할 중점과제를 선별하고, 그 중점과제 달성을 위한 100일간의 일정표를 만들어 날마다 실천해야 합니다. 특히 개혁과제의 경우는 취임 후 100일 안에 추진하여 1년 내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성공하기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문 위원장은 정무수석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세계 대공황을 맞아 취임했던 미국의 제32대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즉시 당시 강력했던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100일 동안 여야 합의로 신속처리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켜 경제불황을 타개하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기초를 확립할 수 있었다”면서 “위기 시에는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노무현(盧武鉉) 정권은 초기부터 정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유인태(柳寅泰) 의원이 초대 정무수석을 맡았지만, 당시는 그가 실력을 발휘할 상황이 아니었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석수가 47석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에 당선됐던 2002년 그가 몸담고 있던 새천년민주당의 의석수는 115석이었다. 원내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하긴 했지만 한나라당(133석)도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만큼 최소한 제1당의 독주는 막을 수 있는 의석수였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새 정치를 명분으로 비교적 개혁 성향의 한나라당 이탈 세력, 재야·시민사회 인사들과 더불어 총 47석의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47석으로는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나라당은 재·보선 승리 및 제3당 의원 영입을 통해 149석을 확보, 과반의석을 점했다. 당시 의석분포는 ▲한나라당 149석 ▲민주당 60석 ▲열린우리당 47석 ▲자민련 10석 등이었다. 노무현 정부 핵심 관계자는 “국회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때 정말 힘들었다. 무조건 좋은 정책을 만들어, 국민의 동의를 받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반대 세력도 껴안아라
인수위로부터 시작해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주요 직책을 맡아 온 김병준(金秉準) 국민대 교수는 당시 상황을 ‘시베리아 벌판’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김 교수는 2월 25일 취임하는 박근혜 당선인이 최우선적으로 민의를 대표하는 여·야와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다.
“대(對)국회 관계에서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는 정말 수월할 겁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데다가, 당권도 사실상 당선인이 쥔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다수당이라고 무조건 밀어붙인다면 새로운 입법을 통과시킬 때마다 몸싸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야당을 보면 내부의 갈등을 밖으로 표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 당선인이 정무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입니다.”
—여·야 모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닙니까. 여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야권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그렇다고 대선 때 민주당을 지지한 48%를 배제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시민사회, 특히 진보적 색깔을 지닌 집단들을 잘 설득해 끌고 나가야 합니다.”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시민사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하면 됩니다. 국민이 박 당선인의 정책, 공약을 지지하면 시민사회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정무적으로 강조한 사항은 무엇입니까.
“경제 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국정 전반에 대해 혁신을 강조했지만, 정무 파트에 특별히 무엇을 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열린우리당이 워낙 소수당이다 보니 정치권을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국정지표, 국정목표를 국민에게 설명하려 애썼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측근들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편이었나요.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사람 많을 때, 조광조처럼 ‘아니 됩니다’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좀 불편해했지요.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비서실장이었던 김우식 전 연세대 총장이 직언을 많이 하니까 노 대통령이 마음이 상해서 ‘총장님 왜 그러십니까?’ 그러더라고요. 저는 독대할 때만 쓴소리를 했습니다.”
—직언은 다 들어 줬나요.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내가 실장님보다 정치를 오래했다’며 일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정무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민설득’”이라며 “무조건 국민에게 양보와 인내를 구하면 안 된다. 양보와 인내를 해 줄 경우 이런 혜택이 간다는 등의 큰 그림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라
이명박 정부 초대 홍보기획관을 지낸 박형준(朴亨埈) 전 특보는 “박 당선인이 취임 초 정무적으로 가장 신경 쓸 부분은 지지율”이라고 말했다. 취임 초 지지율이 낮으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특보의 견해다.
“취임 초기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야 대통령이 공약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실행될 수 있습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신임 대통령에게 감동할 준비가 돼 있거든요. 그런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국민의 실망은 더 클 것이고, 민심이반은 가속화할 것입니다. 취임 초기부터 ‘식물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현재 여론조사 기관들이 발표하는 수치를 보면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상황이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의 취임 직전 지지율은 통상 70~80%대였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요즘 지지율은 60% 안팎에 그치고 있다.
박 특보는 지지율 상승 방안과 관련해 “‘아, 이 일은 박근혜 대통령 아니면 못하겠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의 국민감동 프로젝트를 발굴,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감동 프로젝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개혁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감동적인 인사(人事)를 하는 것 등이 있다고 봅니다.”
—감동적인 인사는 물 건너 간 것 아닙니까.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 두 아들 병역면제 논란으로 낙마하는 등 박 당선인은 인사 때마다 매번 잡음이 생겼습니다. 미흡했던 게 사실이지요. 그래도 앞으로 인사할 기회는 많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되겠지요.”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박 당선인이 국가지도자연석회의를 제안했는데 지속할 수 있을까요.
“지난 2월 7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의 회동은 성과가 있지 않았습니까. 출발이 좋았던 만큼 기대를 해 봐야겠지요.”
박 전 특보는 박 당선인이 집권당 국회의원들을 거수기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도 지적을 많이 당한 부분입니다. 요즘 국회의원들은 청와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이끌려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박 당선인은 취임 초부터 여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하고서 그에맞는 역할을 부여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여당의 소외의식이 좀 큰 것 같습니다.”⊙
“(김영삼)대통령께서 이데올로기에 대한 개념이 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가끔 부적절한 인사(人事)를 할 때가 있었지요. 대표적인 게 한완상씨를 통일부총리 자리에 임명한 것인데요. 한씨가 급진적 통일론을 펴는 좌파 인사라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수석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대통령께 너무 급진적인 인물을 기용하면 안 된다고 충고하자고 의견을 모았죠. 제가 1번 타자로 대통령께 직언했는데 나중에 박관용 비서실장에게 물어보니, 대통령이 상당히 불쾌해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누구도 선뜻 나서 대통령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런 부분이 상당히 아쉽더군요.”
“밭에다 시멘트 발라 놓으면 싹이 나오겠나?”
—박근혜(朴槿惠) 새 대통령 앞에서는 직언하는 측근이 없다고 하던데요. 새 대통령이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바꿔야지요. 밭에다가 시멘트를 발라 놓으면 싹이 나오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마음 놓고 이야기하는 풍토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귀를 여는 것 이외에 박 당선인이 우선 해야 할 정무적인 일로 무엇이 있을까요.
“친·인척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벌써 당선인의 동생 지만(志晩)씨와 그의 부인인 서향희(徐香姬)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김영삼 정부는 친·인척 관리를 잘 못하지 않았습니까.
“후반에는 무너졌지만, 초기에는 정말 관리가 잘됐습니다. 한번은 현철씨가 집권 초 정무수석인 저에게 청와대 내에 자기가 일할 파트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전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어야 했는데….”
—정치권에서는 박지만·서향희 부부를 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외국에 나간다고 친·인척 비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끄러울 사람들이면 외국에 나가도 시끄럽지요. 친·인척 관리는 대통령 본인이 절대 못합니다. 누군가 총대를 메고 해 줘야 합니다.”
언론인 출신으로 역대 대통령 8명을 평가한 책《우리도 좋은 대통령을 갖고 싶다》를 발간하기도 한 주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YS 대통령은 원내총무를 오래해서인지 야당과 타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도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박 당선인은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해 몸싸움 없는 국회를 만들어야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일간 해야 할 리스트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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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喜相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67·前 김대중 정부 정무수석,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
문 위원장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를 선별하는 것도 박 새 대통령이 정무적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로 꼽았다. 문 위원장의 말이다.
“5년 임기 중에 달성해야 할 중점과제를 선별하고, 그 중점과제 달성을 위한 100일간의 일정표를 만들어 날마다 실천해야 합니다. 특히 개혁과제의 경우는 취임 후 100일 안에 추진하여 1년 내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성공하기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문 위원장은 정무수석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세계 대공황을 맞아 취임했던 미국의 제32대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즉시 당시 강력했던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100일 동안 여야 합의로 신속처리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켜 경제불황을 타개하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기초를 확립할 수 있었다”면서 “위기 시에는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노무현(盧武鉉) 정권은 초기부터 정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유인태(柳寅泰) 의원이 초대 정무수석을 맡았지만, 당시는 그가 실력을 발휘할 상황이 아니었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석수가 47석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에 당선됐던 2002년 그가 몸담고 있던 새천년민주당의 의석수는 115석이었다. 원내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하긴 했지만 한나라당(133석)도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만큼 최소한 제1당의 독주는 막을 수 있는 의석수였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새 정치를 명분으로 비교적 개혁 성향의 한나라당 이탈 세력, 재야·시민사회 인사들과 더불어 총 47석의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47석으로는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나라당은 재·보선 승리 및 제3당 의원 영입을 통해 149석을 확보, 과반의석을 점했다. 당시 의석분포는 ▲한나라당 149석 ▲민주당 60석 ▲열린우리당 47석 ▲자민련 10석 등이었다. 노무현 정부 핵심 관계자는 “국회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때 정말 힘들었다. 무조건 좋은 정책을 만들어, 국민의 동의를 받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반대 세력도 껴안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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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秉準 국민대 교수(58·前 노무현 정부 지방분권위원장, 정책실장, 정책특별보좌관). |
“대(對)국회 관계에서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는 정말 수월할 겁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데다가, 당권도 사실상 당선인이 쥔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다수당이라고 무조건 밀어붙인다면 새로운 입법을 통과시킬 때마다 몸싸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야당을 보면 내부의 갈등을 밖으로 표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 당선인이 정무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입니다.”
—여·야 모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닙니까. 여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야권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그렇다고 대선 때 민주당을 지지한 48%를 배제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시민사회, 특히 진보적 색깔을 지닌 집단들을 잘 설득해 끌고 나가야 합니다.”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시민사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하면 됩니다. 국민이 박 당선인의 정책, 공약을 지지하면 시민사회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정무적으로 강조한 사항은 무엇입니까.
“경제 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국정 전반에 대해 혁신을 강조했지만, 정무 파트에 특별히 무엇을 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열린우리당이 워낙 소수당이다 보니 정치권을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국정지표, 국정목표를 국민에게 설명하려 애썼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측근들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편이었나요.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사람 많을 때, 조광조처럼 ‘아니 됩니다’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좀 불편해했지요.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비서실장이었던 김우식 전 연세대 총장이 직언을 많이 하니까 노 대통령이 마음이 상해서 ‘총장님 왜 그러십니까?’ 그러더라고요. 저는 독대할 때만 쓴소리를 했습니다.”
—직언은 다 들어 줬나요.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내가 실장님보다 정치를 오래했다’며 일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정무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민설득’”이라며 “무조건 국민에게 양보와 인내를 구하면 안 된다. 양보와 인내를 해 줄 경우 이런 혜택이 간다는 등의 큰 그림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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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亨埈 동아대 교수(52·前 이명박 정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 사회특별보좌관). |
“취임 초기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야 대통령이 공약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실행될 수 있습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신임 대통령에게 감동할 준비가 돼 있거든요. 그런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국민의 실망은 더 클 것이고, 민심이반은 가속화할 것입니다. 취임 초기부터 ‘식물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현재 여론조사 기관들이 발표하는 수치를 보면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상황이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의 취임 직전 지지율은 통상 70~80%대였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요즘 지지율은 60% 안팎에 그치고 있다.
박 특보는 지지율 상승 방안과 관련해 “‘아, 이 일은 박근혜 대통령 아니면 못하겠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의 국민감동 프로젝트를 발굴,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감동 프로젝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개혁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감동적인 인사(人事)를 하는 것 등이 있다고 봅니다.”
—감동적인 인사는 물 건너 간 것 아닙니까.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 두 아들 병역면제 논란으로 낙마하는 등 박 당선인은 인사 때마다 매번 잡음이 생겼습니다. 미흡했던 게 사실이지요. 그래도 앞으로 인사할 기회는 많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되겠지요.”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박 당선인이 국가지도자연석회의를 제안했는데 지속할 수 있을까요.
“지난 2월 7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의 회동은 성과가 있지 않았습니까. 출발이 좋았던 만큼 기대를 해 봐야겠지요.”
박 전 특보는 박 당선인이 집권당 국회의원들을 거수기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도 지적을 많이 당한 부분입니다. 요즘 국회의원들은 청와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이끌려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박 당선인은 취임 초부터 여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하고서 그에맞는 역할을 부여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여당의 소외의식이 좀 큰 것 같습니다.”⊙
조영일
(201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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