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20대에게 박근혜를 찍은 이유 물어보니… : 월간조선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대의 33.7%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朴槿惠) 당시 새누리당 후보(이하 정치인 존칭 생략)에게 투표했다. 20대 세 명 중 한 명이 박근혜를 지지한 것이다. 물론 20대의 66% 정도가 문재인(文在寅)을 지지한 것을 보자면 이들은 분명 ‘마이너리티(minority)’다. 그렇다고 소수라고만 하기에는 적지 않은 숫자다. 호남에서의 박근혜 득표율에 비하면 3배이기 때문이다.

흔히 “20대는 진보다”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통합당은 이런 전제 아래 선거 전략을 짰다. 그런데 실제는 달랐다. 3명 중 1명이 보수후보인 박근혜에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박근혜에게 한 표를 던졌을까.

《월간조선》은 지난 1월 4~7일까지 박근혜를 뽑은 20대 117명(남자 80명, 여자 37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다. 또 보수 성향의 20대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 박근혜를 지지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일베’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설문을 시작한 지 불과 6시간 만에 589명이 참여했다.

“박근혜를 원래 좋아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점 중 하나는 처음부터 박근혜를 지지했다고 말한 사람이 전체의 78%(91명)였다. 안철수에서 박근혜로 갈아탔다고 답한 이는 21%(25명)에 불과했다. 경기도에 사는 28세 직장여성은 이랬다.

“부모님을 통해 제가 태어나기 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자주 들었습니다. 박근혜가 박 전 대통령 밑에서 자라면서 많이 보고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과거 5년 전 이명박(李明博)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의 당내 경선에서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도 봤고, 여자지만 어떤 남자보다 나라를 잘 이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젊은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의 시대를 경험해 보지 않았으면서 함부로 떠드는 것에 대해 반감을 느꼈습니다.”

25세 대학생(남)도 처음부터 박근혜에 대해 우호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일부 수도권 지역과 다르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없는 곳에서 역사 교육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존경이 있어 무의식 중에 박근혜를 찍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23세 대학생 남자의 지지 이유는 이렇다.

“박근혜를 떠올리면 약속과 신뢰가 생각납니다. 적어도 자신이 한 공약은 지키려고 하는 행보를 보였잖아요. 평소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를 깨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대통령의 덕목으로 위기대처 능력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박근혜는 여러 위기에 잘 대처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에 거주 중인 25세 대학원생도 ‘신뢰’ 차원에서 찍었다고 했다. 그는 “5년 전 당내 경선에서 패배 후 깨끗이 승복하고, 새누리당이 힘들 때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국민과 소통에 앞장섰다고 생각한다”며 “당에서 비난을 할 때도 굴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원래 박근혜를 지지했다고 밝힌 20대가 가진 박근혜의 이미지는 비교적 공통적이었다. ‘일베’ 사이트에서 《월간조선》 설문에 응한 589명이 생각하는 박근혜다.

‘원칙과 안정’, ‘약속 지키는 정치인’, ‘강인함’, ‘강단’, ‘외유내강’, ‘원칙주의자’, ‘박정희 딸’, ‘청렴과 신뢰’, ‘수첩공주’, ‘애국심’ 등이었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50가지 이유’ 적은 대학원생

2012년 3월 26일 오후 서울역 앞 광장에서 천안함 피격 2주기 대학생 추모위원회원들과 자발적으로 모인 대학생들이 추모제를 열고 있다. 이들은 임시분향소도 만들어 시민들이 천안함 46용사들에게 헌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를 ‘대통령감’으로 점찍었다는 이들보다 원래 박근혜를 지지했다는 응답자가 절대적이어서, 이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흥미로운 것은 ‘박근혜의 안보의식’ 때문이라고 답한 이가 전체의 70%를 넘었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한 20대가 상당수였다.

경남 거창이 고향인 26세 대학생은 군대에 있을 때 ‘천안함 사건’을 겪었다. 그의 말이다.

“군대에 간 이후에 안보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어요. 특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보면서 북한에 대해 적대감이 생겼고, 북한과 연계된 모든 세력에 불신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분단 국가에서는 일단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안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종북(從北) 세력에 우리 국가를 넘겨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박근혜를 처음부터 지지했습니다.”

경남 창원이 고향인 24세 남학생도 “종북 세력에 환멸을 느껴서 박근혜를 지지했다”고 했다.

“2007년 지방 P대에 입학했는데 ‘새내기 역사학교’라는 모임에 들어갔다가 놀랐습니다. 6·25가 남한의 북침이고, 맥아더 장군이 대한민국을 침략하려 했다는 둥, 우리 민족끼리 통일해야 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총학생회 자취를 통해 한미 FTA 반대, 광우병 선전 선동에 앞장섰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반미(反美) 감정을 부추기던 선배들이 대학 총학생회에 있는 것을 보고 정말 걱정이 들었습니다. 애당초 종북 세력과 연대하는 문재인은 절대 지지할 수 없었습니다.”

‘일베’ 사이트를 통해 이번 설문에 응한 25세 대학원생은 ‘박근혜를 지지한 이유’에 대해 무려 50가지 이유를 댔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그의 표현을 그대로 싣는다.

<박 대통령 각하의 후계자, 민주당이 싫음, 진보 진영을 혐오함, 서민의 지도자라는 문재인이 1000만원짜리 의자를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게 싫음, 미성년자일 때 한나라당이 나라 망하게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나라 안 망했음, ‘나는 꼼수다’가 싫었음, 4·11총선 때 노인들을 투표장에 못 오게 해야 한다는 발언 듣고 기가 막혀서, 박근혜 면도칼 테러사건이 기억나서, 유머 사이트에서 문재인 찬양하고 박근혜 공격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국정원녀 사건…>

“진보의 무능함과 이중잣대 혐오”

그들이 생각하는 ‘박근혜의 안보의식’은 반대로 말하면 ‘종북 또는 진보에 대한 반감’과 교집합이 있었다. 그리고 노무현(盧武鉉) 시절을 바라보는 회의도 맞닿아 있었다.

경기도에 사는 29세 직장인은 원래 노무현 지지자였고, 민주통합당을 지지했다. 그는 “친노(親盧) 세력이 종북 세력까지 안고 나라를 끝장내는 꼴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했다.

“능력 없는 이상주의자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는지를 제 눈으로 봤습니다. 처음에는 전교조가 주장하는 참교육을 지지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점차 청소년들에게 한쪽으로 치우친 세뇌교육을 하는 모습을 보곤 환멸을 느꼈습니다. ‘나꼼수’(온라인 팟캐스트방송)가 말하는 ‘카더라 식(式)’의 편집에 분노했습니다. 깨끗한 척, 서민인 척, 피해자인 척, 의혹만 생산하는 사람들보다는 박근혜가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원에 사는 23세 남학생의 얘기다.

“소위 깨어 있는 집단이라고 주장하는 진보 진영은 나만이 정의이고 선(善)이라는 독선에 빠져 있습니다. 상대를 인정하거나 다른 의견을 존중하기는커녕 나와 다른 이념이나 입장은 모두 부정이고 악(惡)이라고 규정짓는 거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를 대는 것이 싫었어요. 진보라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중도, 보수층의 의견을 어떻게 묵살하는지를 봐왔습니다. 그 모습 속에 우리나라의 진보 세력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대선 후보 중에서 박근혜가 유일한 보수였으니, 지지한 것이 당연합니다. 군대 다녀온 입장에서, 진보 세력들이 친북 발언을 하는 것을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29세 직장인이 박근혜를 지지한 이유도 분명했다. 그는 스스로 “나는 보수”라고 말했다.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젊은 보수가 진보 세력의 무능함, 이중잣대를 혐오할 겁니다. 20대 초반까지는 진보에 가까웠습니다. 노무현 시대를 겪으면서 그들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체험했습니다. 이 땅에 제2의 노무현이 나오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조국(曺國) 서울대 교수 등 일명 진보 지식인들과 지지자들이 역겨웠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대에 대한 인정과 관용은 중요한 덕목인데, 그들에게 그런 것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문재인의 복지는 20대 삥 뜯는것”

박근혜를 지지한 20대 유권자들은 친노 세력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2009년 5월 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했던 문재인 당시 전 수석이 봉하마을로 돌아와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 대선에서 정치권은 20대를 겨냥해 일자리 창출, 반값 등록금 등 빛깔 좋은 이슈들을 남발했다. 어찌 보면 20대들이 피부로 느끼는 이슈들이다. 하지만 박근혜를 뽑은 20대들은 이런 이슈를 일거에 추진하겠다는 식의 ‘급진적 주장’에 오히려 냉소적이었다. “민주당이 대책 없이 공약을 남발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박근혜를 지지했다는 대학생(20세 남자)의 얘기다.

“문재인은 그냥 부자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나눠주겠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여러 차례 외국에서 실패한 적이 있는 복지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아닙니까. 보편적 복지라는 게 말은 좋지만, 한국에서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에서 무상급식을 추진하니까, 급식의 질이 하향평준화되고 반발이 거세지고 있잖습니까. 민주당이 말하는 복지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26세 직장인 여성은 복지 이슈를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봤다.

“문재인은 복지 정책에 있어 박근혜보다 급진적이었습니다. 박근혜는 선별적 복지를 말했지만 문재인은 급진적이고 보편적 복지를 추구했죠. 당연히 경제 성장이나 기업 발전에 부정적일 것으로 봤습니다. 취업해서 현장에 있어 보니까, 한국의 경제상황이나 기업의 여건을 따져가면서 상황에 맞게 해야겠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언제부터 하게 됐습니까.

“대학교 때부터 보수의 가치에 대한 강의를 많이 들었습니다. 과연 국가가 국민들에게 어떤 것을 강요할 수 있느냐가 의문이었습니다. 일정 세금을 물리는 것은 좋지만, 특정 계층에, 특별한 이유로 세금을 물리는 것이 과연 형평성에 맞느냐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좌파 쪽에서 복지가 확대되면 더 좋아질 거라 하는데 그렇게 단순한 문제일까 싶고요. 개인 삶은 개인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국가가 도와야 하고 국가에 의지하는 것이 맞느냐 싶었습니다.”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대학교 1학년생은 “문재인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는 엄밀히 따져 기성세대가 나 같은 20대에게 빚을 지는 것이다. 2030세대라면 포퓰리즘식의 복지 정책 확대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세 남자 대학생은 복지 문제를 현실적으로 바라봤다.

“세상에 공짜가 있을까요? 문재인이 줄곧 외쳐대던 무상복지는 세상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됐습니다. 전면적인 무상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고 그건 곧 세금 폭탄으로 돌아옵니다. 그 세금을 누가 냅니까? 결국 20~40대가 내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힘들게 번 돈을 왜 형편이 넉넉한 윗세대까지 줘야 합니까? 말이 무상복지지, 실질적으로 20대에게 ‘삥 뜯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철수에 기대 큰 만큼 실망도 커”

물론 박근혜를 뽑은 20대 10명 중 2명은 ‘안철수에서 박근혜로 갈아탄 유권자’다.

‘일베’ 사이트를 통해 설문에 응한 23세 복학생은 주관식 설문에 30줄 정도를 답했다. 그는 본인 소개를 상세히 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 안철수가 새로운 정치의 열망을 담아낼 인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는 ‘국민’이라는 단어만 입에 달고 다닐 뿐 자신의 가치관이나 국민에게 보여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전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새 정치라고 내놓은 것이 국회의원 수 축소였습니다. 안철수가 정치야욕과 이기심에 정치를 추구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안철수 등장 자체가 코미디더군요. 그런 식이면 가수 싸이나 개그맨 유재석, 축구감독 홍명보가 마음만 먹으면 대권(大權)에 도전한다는 거잖아요. 국가적 이벤트의 흥행몰이 차원이 아니었는지 싶어 박근혜를 찍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기회주의적 사고의 인물이 여론몰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대학교 1학년 여학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철수에 실망했고 문재인으로 단일화되면서 절대 야권 후보를 뽑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사 과정인 29세 여학생은 요즘도 ‘안철수로 단일화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안철수가 사퇴 후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을 보고 난 박근혜로 돌아섰다. 여러 선거 공약을 볼 때 안철수와 문재인은 전혀 다른 인물인데, 정권교체만을 위해 문재인과 손잡는 것을 보니 진정성이 떨어졌다”며 “처음에 안철수를 지지한 이유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는데 안철수-문재인의 단일화 역시 이에 못지않게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박근혜를 지지한 20대 유권자에게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도 꽤 영향을 끼쳤던 듯싶다.

23세 대학생(남)은 “마음을 굳히게 된 결정적 계기는 국정원 사건 등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작”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20대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고, 국정원 같은 국가기관까지 선거판에 끌어들이는 민주당의 모습에 실망해서 선거 일주일 전에 마음을 정했다”고 했다. 23세 여대생은 “국정원 사건을 보면서 민주당이 선거 전 이슈를 만들어서 판세를 뒤집으려 한다는 의도를 다분히 느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민주당의 지나친 네거티브에 완전히 마음이 돌아섰다”고 했다.

“목소리 큰 20대 멍청이들 많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에서 청년유세단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설문을 시작한 지 6시간 만에 총 589명이 답한 ‘일베’라는 사이트는 자칭 보수 성향의 20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답변한 20대의 얘기는 구체적이었고 성의가 느껴졌다. 짧은 설문이었음에도 A4 용지 한 장을 넘어가는 답이 꽤 됐다. 이들의 답을 듣다 보니 뭔가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응어리’ 같은 것이 느껴졌다.

미국 보스턴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25세 학생의 생각은 이렇다.

“저는 20대가 탈정치 세력화되어 의미 있는 담론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서로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기를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야권 성향의 20대 입김이 세지 않나 싶습니다. 독선적 성향의 좌파 20대들이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이나 카페에 올리면, 나머지 보수들이 나설 수 없거든요. 이번에 20대의 33%가 박근혜를 지지했다는 것은 보수 20대가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고 투표소에서 보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구에 사는 21세 한 대학생은 “조국, 공지영 등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이 올바른 생각을 하는 국민이라는 식으로 표현을 한다. 인터넷에서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하면 ‘쟤들은 새누리당 알바생’, ‘일베충(일베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벌레에 빗대 폄하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비하하고, 본인들만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그런 걸 모두 뒤집고 박근혜 지지율이 30% 이상 나온 것이다”고 했다.

27세 대학원 학생은 친구들과 얘기할 때 침묵하는 시간이 길다. 그는 “내 정치 성향은 잘 얘기하지 않는다. 대학교에서 보수를 지지한다고 하면 욕먹는 상황도 있다”며 “진보의 못된 선동질이 싫어서 보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자칭 20대 보수라는 한 학생은 “정치적인 성향을 밝혀 친구를 많이 잃었다”고 했다.

“원래 친했던 친구 중에서 진보 성향의 친구들과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아요. 생각이 다르다고 멱살을 잡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람은 다양한데, 사상적으로 일방주의를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대 중에도 보수가 있고, 반대로 기성세대 중에도 진보가 있잖아요. 무조건 ‘쟤네는 친일파야’, ‘기득권은 부패야’, ‘박근혜가 정권 잡으면 나라가 망해’라는 사고가 싫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나름 판단할 수 있는 걸 왜 똑같이 생각해야 합니까. 대학에 진보 성향 친구들이 많으니까 조용히 살까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젊은 우파의 소리가 전달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택배회사에 근무하는 28세 직원은 평소 마음에 담아뒀던 말을 토해냈다.

“목소리 큰 20대들 중에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철없이 음모론에 휘둘리고, 인터넷에서는 마치 자신들이 나라를 이끌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멍청이들 말이에요. 그런 아이들 뒤통수 치고 싶은 심정에서 투표했습니다. 자신이 민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삶의 질이 바뀔 거라 착각하고, 평생 놀고먹으면서 월급만 받으면 된다 생각하는 20대가 너무 싫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20대에서 박근혜 지지가 3분의 1이 나온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모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진보·좌파의 선동적·독선적 행태에 환멸을 느낀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진보·좌파 세력이 독선에 빠진 나머지 스스로 ‘배신자들’을 엄청 많이 만들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