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20대) vs. 누가 나에게 이득이냐(30대)
⊙ 反새누리당 기류 극렬한 30대… “차라리 2030 제치고 대선 치러라”
⊙ 30대, 숨은 보수 은근히 많아… 투표장 나올지 미지수
취재지원 : 장애리 月刊朝鮮 인턴기자
⊙ 反새누리당 기류 극렬한 30대… “차라리 2030 제치고 대선 치러라”
⊙ 30대, 숨은 보수 은근히 많아… 투표장 나올지 미지수
취재지원 : 장애리 月刊朝鮮 인턴기자
문재인(文在寅)이냐 안철수(安哲秀)냐.
야권 단일후보를 뽑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이하 정치인 직함·존칭 생략) 무소속 후보는 대선후보 등록일(11월25일) 전까지 단일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식을 두고 두 후보 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2030의 시선은 어떨까. 흔히 올해 대선(大選)은 안철수의 출마 여부, 문(文)-안(安) 단일화를 빼고는 이슈가 없다고들 한다. 2030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月刊朝鮮》은 지난 11월 5~12일 20대 98명, 30대 32명에게 설문지를 돌렸고, FGI(Focus Group Interview·표적면접집단법) 방식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
안철수-문재인-박근혜 順(20대)
20대와 30대는 비슷한 반(反)새누리당 성향인 듯 보였지만 몇 가지 항목에서 차이가 있었다. 20대는 야권단일화 후보로 안철수, 30대는 문재인을 주로 꼽았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여자 회사원(27)은 ‘새로운 기대감’ 때문에 안철수를 선택했다. 그는 “안철수가 공약을 잘 실천할 수 있을지, 카리스마 있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의 정치가 계속되는 것은 바라지 않기 때문에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안철수를 지지한다.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악구에 사는 여대생(25)은 “정책 면에서 호감이 간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느냐 여부보다 국민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에 더욱 중점을 두는 사람이다”고 했다. 스물아홉 살의 한 공무원(남)은 “문재인이 강남이나 경남 지역을 공략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안철수로 단일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20대 중에도 문재인으로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이가 있었지만, 20대의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다. ‘대통령 감으로 호감 가는 인물’에 대해 안철수(전체의 45%), 문재인(30%), 박근혜(朴槿惠·25%) 순(順)으로 답했다. 결과적으로 ‘둘 중 누가 야권 후보가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안철수(55%), 문재인(45%)이었다.
서울대 출신으로 고시를 준비 중인 A(28)씨의 지지 이유는 이렇다.
“무언가를 조금 바꿔야 하기에 신선한 인물이 필요합니다. 문재인도 과거 정부 세력들과 함께하고 있잖아요. 또 다른 세력이 들어와서 신선한 룰을 만드는 것이 좋기 때문에 안철수를 지지합니다. 측근 비리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거지만요.”
—안철수가 대권을 잡으면 정말 새로워질까요. 비리가 없을까요.
“기득권을 가진 세력보다는 기득권이 없는 세력이 부패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정치적으로 안철수는 기득권이 약한 세력이죠.”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군요.
“정치인이라기보다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에요. 부모님들이 말하는 걸 들어 보면 ‘있는 놈들이 나쁜 놈들이지’라고 하시거든요.”
서울대를 졸업해 취업을 앞둔 B(28)씨의 의견도 비슷하다.
“문재인이 국정운영을 굉장히 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오히려 제약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민주당에 다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이 사람이 나한테 몇 억을 스폰싱해 줬는데 뒤를 봐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나눠 주는 건데, 그걸 (문재인이) 안할 수 없잖아요.”
—기존 정당, 정치인을 불신하는군요.
“사실 그래요. 제가 개발독재 시대를 직접 살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아버지가 시의원만 돼도 먹고살 걱정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런 걸 보면 정치인들은 자기 배만 불리는 놈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30대, 기존의 틀 안에서 정치 손보려 해”
30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36세의 남자 회사원은 “안철수는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남자 회사원(32)은 “당내 기반 지지 세력과 정치 경험으로 미뤄 볼 때 문재인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30대가 생각하는 ‘대통령감’은 문재인(전체의 36%), 안철수·박근혜(각각 32%)다. 선호도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 간의 격차가 별로 나지 않고, 더구나 박근혜가 ‘대통령감’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둘 중 누가 단일후보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 안철수가 6 대 4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현재 벤처회사를 경영하는 이모(32)씨의 말은 이렇다.
“정당 기반 없는 대통령이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말이 안되죠. 안철수가 무소속으로서 의지가 충만하다고 해도 그건 환상일 뿐이에요. 정당주의 국가에서 소속 정당이 있고, 또 그 당 대표로서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박근혜는 정말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문재인밖에 대안이 없는 거죠.”
그의 옆에 앉아 있던 31세의 회사원도 비슷하다.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정말 난리날 것 같아서 문재인으로 단일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이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합니까.
“정당이 없다는 것은 좀 그렇죠. 정당은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인데 무소속이라는 건 좀 …. 저도 제 이익을 위해 투표하는데 우선 월세 내는 무주택자고, 직장생활하는 노동자니까 부동산값을 올리겠다는 정당은 찍을 수가 없습니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30대도 문재인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다. 올해 서른인 IT회사 종사자의 얘기다.
“심정적으로는 문재인-안철수 순인데 정치라는 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지금의 내 이익과 예산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죠. 제가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누가 되면 내 인생이 더 나아질까’예요. 문재인, 안철수는 좀 헛갈리죠. 그런데 문재인으로 단일화되면 안철수 지지자들이 빠질 것 같은데, 안철수로 되면 문재인 지지자들이 그대로 갈 거 같거든요. 그래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이지, 문재인보다 좋아서는 아니에요.”
‘20대 안철수, 30대 문재인 선호 현상’에 대해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렇게 해석했다.
“20대에게 안철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새로운 무엇입니다. 기존의 정치권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이다 보니 기대심리가 작용합니다. 30대는 20대보다 현실지향적이라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 현(現) 정부와 반대되는 사람, 정권을 교체해 줄 사람을 찾는데 그게 문재인인 거죠. 30대는 기존 정치를 혐오하지만 그래도 기존의 틀 안에서 정치를 손보려 합니다. 반면 20대는 그게 아니기 때문에 안철수에 대한 막연한 기대, 환상을 갖는 겁니다.”
설문조사 항목 중에는 ‘대통령감으로 적합한 인물’과 ‘대통령을 잘할 것 같은 인물’로 나뉘어 있었다. 응답한 20대(98명) 중 22%(22명)는 ‘대통령감’과 ‘대통령을 잘할 사람’을 다르게 꼽았다. 특히 대통령 선호도에서는 안철수, 하지만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것 같은 사람은 문재인 또는 박근혜라고 답한 사람이 10%였다.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27세의 여대생은 “공약을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후보라고 생각하지만 박근혜의 특권의식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했다.
목표의식 같았던 386 vs. 문화 동질성 느끼는 2030
2030은 단일화에 대해서 이구동성으로 ‘꼭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유는 천편일률적이었다. ‘박근혜가 되는 게 싫어서’, ‘정권교체’ 등이었다. 마치 고등학교 기말시험에서 정답을 맞히듯이 똑같이 답했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바라봤다.
“2030세대는 풍요로운 바탕 안에서 어려움을 동시에 느끼면서 따로라기보다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풍족한 여건 속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그 동질감을 서로 표출합니다. 사회나 정치참여 의식이 높아졌습니다. 20대는 학벌주의와 취업, 30대는 결혼, 출산, 육아, 집값을 동시에 걱정하면서 서로에 대해 비슷하다고 느끼는 겁니다. 이 불만이 사회로 돌아가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컨센서스가 형성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사회를 움직이는 정부, 기업, 교육 모두에 불만인 거죠. 정부는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정직함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불신이 쌓였고, 기업은 재벌 중심의 불공정한 게임이 계속되면서 이들의 적이 된 거죠. ‘학벌=계급’이 되는 교육체계에 반감을 가지면서 이런 식으로 사회 전체에 불만을 표출하는 데 집단화되는 겁니다.”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의 얘기다.
“이들 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2030은 현 정부를 한마디로 ‘구리다’고 말합니다. 표현은 단순하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죠. 그런데 이런 얘기가 나오면 다른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다들 ‘그렇다’고 동조하면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문제죠.”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구동성’의 근거로 ‘매체의 영향’을 꼽았다.
“2030은 네거티브 내용이 주를 이루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함께하는 세대입니다. 친구랑 약속할 때 스마트폰 문자로 정합니다. 그건 SNS라는 네트워크 내에 있지 않거나, 다른 의견을 가지면 그룹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집단적 의식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그런 똑같은 의식을 공유하는 겁니다.”
—386세대도 민주화라는 공동목표가 있었잖습니까.
“그 시대에 있었던 시대정신과 오늘날 20대가 공유하는 의식은 다릅니다. 386세대가 공통의 목표의식으로 무장돼 있었다면, 20대를 관통하는 것은 문화적 공통체입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해서 생기는 같은 의견은 집단성을 보입니다. 386세대는 목표는 같았지만 거기에 이르는 방법에는 분명 자기만의 방법이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자기 고유의 색(色)이 있었죠. 그래서 목표를 위해 모였다가 흩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30은 다릅니다. 자기와 연결된 사람들이 ‘정권교체’를 외치는데 본인만 박근혜를 외치면 철저하게 따돌림을 당합니다. 이들의 정치의식은 과거 386세대처럼 깊은 고민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문화 안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색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투표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생각하는 4050세대가 ‘인증샷’(투표소에서 사진 찍는 행위)을 하지 않죠. 2030이 단지 젊어서 이런 ‘인증샷’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에게 이런 행위는 문화예요.”
윤성이(尹聖理)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에서 SNS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진보성향을 띠는 것은 공통현상인데, 현재의 2030은 SNS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습니다. 인터넷 정치의 시작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입니다. 노무현이 1996년 부산 총선에서 떨어졌을 때 노무현 지지자들이 인터넷에 모임을 만든 것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정치는 콘텐츠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무슨 얘깁니까.
“인터넷 정치에서 2002년의 화두는 정치개혁, 지역주의 타파였습니다. 노사모가 이 콘텐츠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죠. 2007년에 인터넷 정치가 약했던 이유는 그때는 네티즌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콘텐츠, 리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전부였죠. 올해 선거는 인터넷 정치의 입장에서 분명한 것이 있어요. 복지, 소통, 경제민주화죠. MB(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의 조작이나 통제를 받았다고 느끼는 2030으로서는 혹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는 겁니다.”
광우병 사태 겪으며 새누리당 반감 거쳐
대한민국의 2030은 무조건 ‘반새누리’를 외친다. 거기에는 현 MB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분명 있다. 지난 11월 12일, 30대 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른한 살의 A씨는 직장인, 서른셋의 B씨는 벤처회사 사장, 또 다른 세 명의 서른살 동갑내기 직장인(편의상 C, D, E라고 지칭한다)이다. A씨는 “광우병 파동 때 이유없이 경찰에 끌려가 두들겨 맞으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깊어졌다”고 했다.
A: 저는 광우병이고 뭐고 아무 관심 없었거든요. 운전하고 종로를 지나는데 차가 꽉 막혀 있어서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차에서 내렸어요. 근데 갑자기 경찰이 저를 마구 두들겨 패서, “당신들 왜 이러냐”고 말하다가 닭장 차에 갇혔어요. “난 잘못 없다”고 소리치는데 촛불집회 참여했던 사람들이 저를 꺼내 줬어요. 집으로 돌아가서 뉴스를 봤는데 경찰 몇 명이 다쳤다는 얘기밖에 없는 거예요. 제가 제 눈으로 봤는데요.
D: 친구랑 홍대 앞에서 술 먹는데 어떤 여학생이 경찰한테 질질 끌려갔어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구해 줘야겠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학생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거였어요. 아니, 광우병이 뭐길래 저렇게 사람들을 때리나 싶어서 찾아봤어요.
B: (정부가) 가만히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큰일 아니었을걸요? 저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지 않을 계획이 없었고, 지금도 먹고 있어요. 그런데 절차상 문제가 있었으니까. 마치 정부가 국민 편이 아니라 미국 편에서 어떤 행정을 처리한 것처럼 비치니까 열받는 거예요.
A: 국내 정치도 마찬가지지만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받은 게 미국 비자 면제라니 어이없죠. 우리가 먹을 음식을 우리가 검사 안하면 누가 합니까. 종로에서 경찰한테 맞으면서 5·18 때 이랬겠구나 싶은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B: 요즘 트위터, 페북(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서 ‘너 그러다 잡혀 간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예요. 트위터에 ‘김정은 사랑해’라고 쓰면 잡아가거든요.
C: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리트윗했다가 검찰한데 2년 구형받았다던데.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더하면 더하겠지요. 진짜 난리가 날 것 같은데요.
“동교동계 한 명 끌어오고, 재벌 딸 선대위장 시키면 쇄신이냐”
B: 집권하면 자기가 아는 선에서 주위의 간섭이 시작될 거고, 그런 MB정부보다 훨씬 심할 것 같아요. 솔직히 박근혜 하면 별로 떠오르는 거 없잖아요? 이명박(李明博)은 하다못해 점퍼 입고 공사장에 서 있는 모습이라도 떠오르는데 박근혜는 생각나는 게 없는 거죠. 저는 박근혜가 실제로 서민을 굉장히 측은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TV 보면서 난민을 보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정도? 그 정도로 생각하겠죠. 자기가 그렇게 살아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한테 서민을 위한 대책을 세우라고 해 봐야 거기서 거기지요. 그러면서 박근혜는 스스로 ‘나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폈다’고 생각하겠지요.
A: 20대 때 청와대 들어가서 살면서 대기업 총수들한테 90도 인사를 받았을 텐데 뭘 알까요? 네트워크가 있겠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 정치하면서 만났다는 사람, 엘리트, 잘나가는 사람들. 그러니까 이번에 선대위 구성도 그렇게 했잖아요. 계혁한답시고 어떻게 했나 보세요. 과거 동교동계에서 한 명 끌어오고, 호남에서 한 명 데려오고, 재벌 딸 선대위 본부장 시켜 놓고서는 쇄신을 했다니 어이가 없는 거죠.
B: 솔직히 민주당도 기득권인데, 민주당은 전라보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그 기득권이 새누리당이 가진 기득권 수준은 아니죠. 민주당 정도의 보수는 제가 타협할 수 있을 정도의 보수라는 거죠. 이번에도 문재인 되니까 이해찬이나 박지원, 뒤로 빠지잖아요. 그런데 새누리당은 그런 게 없어.
2030세대는 새누리당을 과거 집권 정당으로서의 책임론, MB정부에 대한 반감을 넘어, 요즘 대선을 치르는 대선전략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스물여덟의 고시생 얘기다.
“새누리당이 웃긴 게 문재인이 노무현(盧武鉉) 때 대통령 실장 했을 때 잘못한 점을 약점이라면서 들먹입니다. 그걸 말하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 거죠. 자기네 정권이 이번에 말아먹은 것이 얼만데 그때 일을 들먹입니까. 당장 지금 일이나 반성하고 10년 전 일을 들춰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동갑내기 예비 취업생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 노무현 책임, 작게 보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문재인 책임을 물어서 2007년에 한나라당 찍어 준 거잖아요. 그리고 이번 MB정부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바꾸려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옛날 얘기를 꺼내면서 ‘문재인이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걸 20대가 보면 웃기는 겁니다. 박근혜가 마치 자기는 한나라당 출신이 아닌 것처럼 포장하면서 이 정부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노무현 책임 물어서 한나라 찍었으니, 이번에 이명박 책임 물어서 문재인이나 안철수 찍어야죠.”
“안철수 대선출마에만 관심 쏠리게 만든 새누리당 잘못”
일부 보수논객들은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안철수에 이끌린 채 1년, 또 야권 단일화에 이끌려 석 달을 보냈다고들 한다. 정신 차리고 나면 대통령 선거 당일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2030은 시각이 전혀 달랐다. 작곡을 하는 스물여덟 직장인의 말이다.
“‘안철수가 끌었다’는 부분에 벌써 부정적인 어감이 묻어 있잖아요. 아직 출마 선언 안 한 사람이 얼마나 많나요. 정운찬(鄭雲燦), 범야권 후보들, 혹시 이번에도 허경영(許京寧)이 나오나? 아무튼 안철수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국 출마한 건 정치센스가 있다고 봐야죠. 이게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니고, 그 정도 고민 안 했다면 실망했을 것 같은데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긴 시간 동안 농락당했다, 지루했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좀 답답한 것은 있었죠. 안철수가 맨날 ‘국민에게 묻고 답하겠다’는 거잖아요. 결국 책 내놓고 국민에게 물었나요. 만 명을 일일이 만나서 ‘내 책 어때요, 나 대통령 선거 나갈까요’라고 물은 건 아니잖아요. 결국 여론을 보고 결정하는건데, 그 여론은 책 내기 전에 이미 안철수 보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라고 말했죠. 그런데 계속 미룬 것이 좀 그렇기는 한데, 그게 뭐 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잖아요.”
동갑내기 고시생은 “새누리당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등판이 1년 동안 화제가 됐다는 것은 기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일 아닙니까. 얼마나 이슈가 없고 새누리당 정책이 매력적이지 않았으면 안철수 얘기밖에 할 것이 없었을까요. 한나라당, 지금은 새누리당이지만 뭐 했습니까. 박근혜도 7월에 공식적으로 당 대표로 대선 출마 발표하기 전까지 별거 안 했잖아요. (박근혜가 새누리당을) 위기에서 구원했다는데, 그건 그 정당 사람들의 얘기이고 우리는 별로 관심없습니다. 다들 이슈 만들기에 실패해 놓고 안철수한테 화살 돌리는 건 어불성설이죠.”
또 다른 예비 취업생은 “김문수(金文洙), 임태희(任太熙), 김태호(金台鎬)한테는 묻지 않고 맨날 안철수한테만 기댔느냐. 이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이 남 탓 하고 잘못 덮기에 급급한 정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예”라고 꼬집었다.
“새누리, 차라리 2030을 버려라”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지지자에게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된다면’, 안철수 지지자에게 ‘문재인이 단일후보가 된다면’이라는 질문을 했다. 응답은 기존 리서치기관의 예상치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이 되면 문재인을 지지하겠다(기존의 안철수 지지자)’가 전체의 60%였고, 전체의 26%는 ‘차라리 박근혜를 뽑겠다’고 답했다. 반대로 ‘안철수가 되면 안철수를 지지하겠다(기존의 문재인 지지자)’가 전체의 64%, ‘차라리 박근혜를 뽑겠다’가 25%였다.
게다가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20대의 47%가 ‘무소속으로 완주해야 한다’, 27%는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고 답했다. 30대는 같은 질문에 각각 36%로 팽팽한 대립을 보였다.
2030세대는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새누리당으로 표심(票心)을 옮길 것 같지 않다. ‘새누리만 아니면 된다’는 게 30대의 솔직한 심정이다.
A: “솔직히 새누리당에서 20~30대를 위한 공약이라며 내놓는 것 자체가 웃겨요. 좋은 사회는 누구한테나 좋은 사회인 거지, 특별히 30대한테만 좋은 사회라는 것이 있나요. 공약 캐치플레이즈만 두고 보면 ‘747’(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2007년 공약)이 더 궁금했어요.”
질문자: 새누리당이 젊은층과 소통하려고 시도하고, 홍대 앞에 간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A: “니들 참 열심히 한다 정도?”
B: “한번 해 봐라. 뭐, 이런 거죠.”
질문자: 그럼 새누리당이 아예 30대를 포기한다 치고 아무 제스처도 취하지 않으면 좋겠나요.
C: 저는 그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아요. 정당이라는 게 원래 같은 목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이니까, 새누리당이 우리는 보수, 돈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당이라고 하면 지금처럼 욕하지 않을 것 같아요. 차라리 우리같은 사람들이랑 선을 확실하게 그어 버리면요. 뭐랄까. 너희 같은 부류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확실한 노선 가진 부분을 내가 인정해 주겠다 싶은 정도랄까요. 새누리당은 확실한 적을 더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선을 안 긋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하든 안 달라지죠.
B: 저는 자산이 10억원 이상이면 당연히 새누리당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등 돌린 애들을 당겨 오려고 하지 말고, 10억 이상 가진 애들을 끌어오려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런 애들 100명이라도 모으면 그나마 100표 생기는 거잖아요.
2030세대의 이 같은 반감에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새누리당이 아무리 진심이라고 해도 이들이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라고 봤다.
“만약 박근혜가 말춤(가수 싸이의 노래에 나오는 동작)을 춘다고 해도 30대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30대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불편한 거예요. 새누리당으로서는 이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정서적 교감은 쌍방이 함께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의 이 같은 구애가 30대에게는 먹힐 수가 없는 겁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격한 거부를 하기도 합니다. 가령 60대 사장님이 20대 여직원과 거리를 좁힌다고 아침에 ‘헬로 헬로’라고 하면 희롱이죠. 새누리당이 급성으로 묵은지를 만들려다 보니까 묵은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김치도 아닌 어설픈 묵은지가 된 겁니다.”
“이번 대통령, 기존 시스템 붕괴 역할 기대”
물론 2030세대 중에서 새누리당 지지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30대에 대한 설문을 한쪽은 대기업 직장인을 대상으로, 다른 한쪽은 자영업 또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들에게 돌렸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기업 직장인들은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했고, 다른 한쪽은 ‘문재인 혹은 안철수에게 한 표’를 선택했다. 어찌 보면 오늘날 30대의 표심은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른일곱의 직장인은 자칭 ‘숨은 보수’다. 4대그룹 중 한 곳에 근무하는 그는 과장으로 연봉은 6000만~7000만원 선. 그의 얘기다.
“새누리당이 딱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철수에 저렇게까지 환호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 잘하고 여유롭게 산 덕분에 좋은 일 한 것은 인정하지만, 성인군자는 아니잖습니까. 안철수 거품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문재인도 따지고 보면 사시 패스했고, 자기 의지에 따라 인권변호사 했다가 결국 청와대까지 갔다 대통령 선거 나온 거잖아요. 정치인 자체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해를 하는데, 주위에 친구들이 문재인이다, 안철수다 얘기하면 저는 그냥 입 다물고 있습니다.”
—그럼 왜 박근혜를 지지합니까.
“세상이나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데는 동감하는데 뭐든 급진적인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때 한창 젊은 사람들이 장관자리를 꿰차고, 또 그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보수세력이 애써 무시하면서 갈등 일으키는 것을 봤거든요. 뭐가 됐든 연착륙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고요, 다른 것보다 국방이나 외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박근혜가 잘할 것 같아서요. 북한이나 대북정책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吳世勳) 무상급식 찬반 투표 때 투표했나요.
“그날은 출근을 해서…. 그리고 당시에는 제가 투표를 해도 안될 확률이 훨씬 높았잖아요. 내가 투표해서 뭐가 달라지랴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이번 대통령 선거는 할 겁니까.
“대선은 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때가 돼 봐야 알겠지만요.”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20대의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을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얘기는 이랬다.
“제가 좋은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시스템을 만든 대통령입니다. 미국은 공화당, 민주당 중 어떤 당이 집권해도 큰 틀이 바뀌지 않거든요. 우리나라가 17대 대통령까지밖에 배출 못했으니까, 대통령제로 치면 역사가 짧잖아요. 저는 시스템이 움직이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삼성이 정말 탄탄한 기업이라면 이건희가 없어도 움직여야 하잖아요. 어떤 특정 인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앉든지 시스템이 움직이기를 희망합니다.”
—대통령제의 특징이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건데요. 더구나 시스템을 바꾸려면, 오늘날과 같은 체제를 바꿔야 하는데 차기 대통령이 그걸 해도 되겠습니까.
“네. 저는 시스템을 바꾸려면 거의 기존 정치를 없애거나 개혁적 수준에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권한을 대부분 내놓아야 가능하죠. 그래서 저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중요시하는데, 이번에 뽑는 대통령이 그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세력이 정부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고, 새누리당은 지지하지 않는 겁니다.”
20대 한 학생의 얘기에 대해, 그 자리에 참석한 5명의 20대는 “동의한다”고 했다.
진보 2030, 보수 2030이 투표장으로 향하면
취재에 응한 이들 전원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들 전원이 실제 투표할 리는 없을 것 같다. 2030은 유권자의 38%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리고 이들이 철없다, 정치에 관심 없다고 폄하하기는 이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얘기다.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 없다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투표율을 제시합니다. 이건 과거의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정치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방법이 오직 한 가지, 투표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투표장에 안 나오면 정치에 관심 없다고 했던 겁니다. 하지만 요즘 2030은 인터넷에서 정치 기사를 읽고, 자신의 선호를 표현하고 의견을 제시합니다. 꼭 투표장에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하기 때문에 ‘투표율=정치참여율’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분석은 이렇다.
“2002년에 20대를 투표장에 나오게 했던 이유는 ‘분노’였습니다. 노무현이 정몽준에게 팽당했다는 것이었죠. 2030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노와 혐오, 적어도 분노게이지를 2004년 총선 이상으로 환기시켜야 합니다. 가령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절대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다들 분노할 정도로 동기가 부여되어야 투표장으로 향할 겁니다. 어찌 보면 야권이 자극적인 ‘네거티브’, ‘원색표현’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숨어 있는 ‘보수 2030’은 투표장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야권 후보에 대해 열을 올리며 지지할 때 ‘침묵의 나선’을 탔는데, 투표장에 나간다면 보수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격이거든요. 숨은 보수 2030을 잡기 위해서는 ‘위기론’이 조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보수세력이 행동으로 옮길 때는 위기의 순간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에게 직격탄을 날릴 것 같은 위기, 내가 가진 것이 훼손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야 투표장에 나올 겁니다.”⊙
야권 단일후보를 뽑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이하 정치인 직함·존칭 생략) 무소속 후보는 대선후보 등록일(11월25일) 전까지 단일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식을 두고 두 후보 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2030의 시선은 어떨까. 흔히 올해 대선(大選)은 안철수의 출마 여부, 문(文)-안(安) 단일화를 빼고는 이슈가 없다고들 한다. 2030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月刊朝鮮》은 지난 11월 5~12일 20대 98명, 30대 32명에게 설문지를 돌렸고, FGI(Focus Group Interview·표적면접집단법) 방식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
안철수-문재인-박근혜 順(20대)
20대와 30대는 비슷한 반(反)새누리당 성향인 듯 보였지만 몇 가지 항목에서 차이가 있었다. 20대는 야권단일화 후보로 안철수, 30대는 문재인을 주로 꼽았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여자 회사원(27)은 ‘새로운 기대감’ 때문에 안철수를 선택했다. 그는 “안철수가 공약을 잘 실천할 수 있을지, 카리스마 있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의 정치가 계속되는 것은 바라지 않기 때문에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안철수를 지지한다.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악구에 사는 여대생(25)은 “정책 면에서 호감이 간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느냐 여부보다 국민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에 더욱 중점을 두는 사람이다”고 했다. 스물아홉 살의 한 공무원(남)은 “문재인이 강남이나 경남 지역을 공략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안철수로 단일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20대 중에도 문재인으로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이가 있었지만, 20대의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다. ‘대통령 감으로 호감 가는 인물’에 대해 안철수(전체의 45%), 문재인(30%), 박근혜(朴槿惠·25%) 순(順)으로 답했다. 결과적으로 ‘둘 중 누가 야권 후보가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안철수(55%), 문재인(45%)이었다.
서울대 출신으로 고시를 준비 중인 A(28)씨의 지지 이유는 이렇다.
“무언가를 조금 바꿔야 하기에 신선한 인물이 필요합니다. 문재인도 과거 정부 세력들과 함께하고 있잖아요. 또 다른 세력이 들어와서 신선한 룰을 만드는 것이 좋기 때문에 안철수를 지지합니다. 측근 비리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거지만요.”
—안철수가 대권을 잡으면 정말 새로워질까요. 비리가 없을까요.
“기득권을 가진 세력보다는 기득권이 없는 세력이 부패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정치적으로 안철수는 기득권이 약한 세력이죠.”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군요.
“정치인이라기보다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에요. 부모님들이 말하는 걸 들어 보면 ‘있는 놈들이 나쁜 놈들이지’라고 하시거든요.”
서울대를 졸업해 취업을 앞둔 B(28)씨의 의견도 비슷하다.
“문재인이 국정운영을 굉장히 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오히려 제약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민주당에 다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이 사람이 나한테 몇 억을 스폰싱해 줬는데 뒤를 봐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나눠 주는 건데, 그걸 (문재인이) 안할 수 없잖아요.”
—기존 정당, 정치인을 불신하는군요.
“사실 그래요. 제가 개발독재 시대를 직접 살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아버지가 시의원만 돼도 먹고살 걱정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런 걸 보면 정치인들은 자기 배만 불리는 놈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30대, 기존의 틀 안에서 정치 손보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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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6일, 문재인-안철수가 야권 단일화 첫 회동을 가졌다. |
30대가 생각하는 ‘대통령감’은 문재인(전체의 36%), 안철수·박근혜(각각 32%)다. 선호도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 간의 격차가 별로 나지 않고, 더구나 박근혜가 ‘대통령감’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둘 중 누가 단일후보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 안철수가 6 대 4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현재 벤처회사를 경영하는 이모(32)씨의 말은 이렇다.
“정당 기반 없는 대통령이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말이 안되죠. 안철수가 무소속으로서 의지가 충만하다고 해도 그건 환상일 뿐이에요. 정당주의 국가에서 소속 정당이 있고, 또 그 당 대표로서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박근혜는 정말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문재인밖에 대안이 없는 거죠.”
그의 옆에 앉아 있던 31세의 회사원도 비슷하다.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정말 난리날 것 같아서 문재인으로 단일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이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합니까.
“정당이 없다는 것은 좀 그렇죠. 정당은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인데 무소속이라는 건 좀 …. 저도 제 이익을 위해 투표하는데 우선 월세 내는 무주택자고, 직장생활하는 노동자니까 부동산값을 올리겠다는 정당은 찍을 수가 없습니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30대도 문재인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다. 올해 서른인 IT회사 종사자의 얘기다.
“심정적으로는 문재인-안철수 순인데 정치라는 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지금의 내 이익과 예산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죠. 제가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누가 되면 내 인생이 더 나아질까’예요. 문재인, 안철수는 좀 헛갈리죠. 그런데 문재인으로 단일화되면 안철수 지지자들이 빠질 것 같은데, 안철수로 되면 문재인 지지자들이 그대로 갈 거 같거든요. 그래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이지, 문재인보다 좋아서는 아니에요.”
‘20대 안철수, 30대 문재인 선호 현상’에 대해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렇게 해석했다.
“20대에게 안철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새로운 무엇입니다. 기존의 정치권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이다 보니 기대심리가 작용합니다. 30대는 20대보다 현실지향적이라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 현(現) 정부와 반대되는 사람, 정권을 교체해 줄 사람을 찾는데 그게 문재인인 거죠. 30대는 기존 정치를 혐오하지만 그래도 기존의 틀 안에서 정치를 손보려 합니다. 반면 20대는 그게 아니기 때문에 안철수에 대한 막연한 기대, 환상을 갖는 겁니다.”
설문조사 항목 중에는 ‘대통령감으로 적합한 인물’과 ‘대통령을 잘할 것 같은 인물’로 나뉘어 있었다. 응답한 20대(98명) 중 22%(22명)는 ‘대통령감’과 ‘대통령을 잘할 사람’을 다르게 꼽았다. 특히 대통령 선호도에서는 안철수, 하지만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것 같은 사람은 문재인 또는 박근혜라고 답한 사람이 10%였다.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27세의 여대생은 “공약을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후보라고 생각하지만 박근혜의 특권의식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했다.
목표의식 같았던 386 vs. 문화 동질성 느끼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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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는 반(反)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감정에 불을 붙였다 |
“2030세대는 풍요로운 바탕 안에서 어려움을 동시에 느끼면서 따로라기보다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풍족한 여건 속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그 동질감을 서로 표출합니다. 사회나 정치참여 의식이 높아졌습니다. 20대는 학벌주의와 취업, 30대는 결혼, 출산, 육아, 집값을 동시에 걱정하면서 서로에 대해 비슷하다고 느끼는 겁니다. 이 불만이 사회로 돌아가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컨센서스가 형성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사회를 움직이는 정부, 기업, 교육 모두에 불만인 거죠. 정부는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정직함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불신이 쌓였고, 기업은 재벌 중심의 불공정한 게임이 계속되면서 이들의 적이 된 거죠. ‘학벌=계급’이 되는 교육체계에 반감을 가지면서 이런 식으로 사회 전체에 불만을 표출하는 데 집단화되는 겁니다.”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의 얘기다.
“이들 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2030은 현 정부를 한마디로 ‘구리다’고 말합니다. 표현은 단순하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죠. 그런데 이런 얘기가 나오면 다른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다들 ‘그렇다’고 동조하면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문제죠.”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구동성’의 근거로 ‘매체의 영향’을 꼽았다.
“2030은 네거티브 내용이 주를 이루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함께하는 세대입니다. 친구랑 약속할 때 스마트폰 문자로 정합니다. 그건 SNS라는 네트워크 내에 있지 않거나, 다른 의견을 가지면 그룹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집단적 의식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그런 똑같은 의식을 공유하는 겁니다.”
—386세대도 민주화라는 공동목표가 있었잖습니까.
“그 시대에 있었던 시대정신과 오늘날 20대가 공유하는 의식은 다릅니다. 386세대가 공통의 목표의식으로 무장돼 있었다면, 20대를 관통하는 것은 문화적 공통체입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해서 생기는 같은 의견은 집단성을 보입니다. 386세대는 목표는 같았지만 거기에 이르는 방법에는 분명 자기만의 방법이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자기 고유의 색(色)이 있었죠. 그래서 목표를 위해 모였다가 흩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30은 다릅니다. 자기와 연결된 사람들이 ‘정권교체’를 외치는데 본인만 박근혜를 외치면 철저하게 따돌림을 당합니다. 이들의 정치의식은 과거 386세대처럼 깊은 고민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문화 안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색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투표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생각하는 4050세대가 ‘인증샷’(투표소에서 사진 찍는 행위)을 하지 않죠. 2030이 단지 젊어서 이런 ‘인증샷’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에게 이런 행위는 문화예요.”
윤성이(尹聖理)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에서 SNS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진보성향을 띠는 것은 공통현상인데, 현재의 2030은 SNS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습니다. 인터넷 정치의 시작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입니다. 노무현이 1996년 부산 총선에서 떨어졌을 때 노무현 지지자들이 인터넷에 모임을 만든 것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정치는 콘텐츠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무슨 얘깁니까.
“인터넷 정치에서 2002년의 화두는 정치개혁, 지역주의 타파였습니다. 노사모가 이 콘텐츠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죠. 2007년에 인터넷 정치가 약했던 이유는 그때는 네티즌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콘텐츠, 리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전부였죠. 올해 선거는 인터넷 정치의 입장에서 분명한 것이 있어요. 복지, 소통, 경제민주화죠. MB(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의 조작이나 통제를 받았다고 느끼는 2030으로서는 혹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는 겁니다.”
광우병 사태 겪으며 새누리당 반감 거쳐
대한민국의 2030은 무조건 ‘반새누리’를 외친다. 거기에는 현 MB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분명 있다. 지난 11월 12일, 30대 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른한 살의 A씨는 직장인, 서른셋의 B씨는 벤처회사 사장, 또 다른 세 명의 서른살 동갑내기 직장인(편의상 C, D, E라고 지칭한다)이다. A씨는 “광우병 파동 때 이유없이 경찰에 끌려가 두들겨 맞으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깊어졌다”고 했다.
A: 저는 광우병이고 뭐고 아무 관심 없었거든요. 운전하고 종로를 지나는데 차가 꽉 막혀 있어서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차에서 내렸어요. 근데 갑자기 경찰이 저를 마구 두들겨 패서, “당신들 왜 이러냐”고 말하다가 닭장 차에 갇혔어요. “난 잘못 없다”고 소리치는데 촛불집회 참여했던 사람들이 저를 꺼내 줬어요. 집으로 돌아가서 뉴스를 봤는데 경찰 몇 명이 다쳤다는 얘기밖에 없는 거예요. 제가 제 눈으로 봤는데요.
D: 친구랑 홍대 앞에서 술 먹는데 어떤 여학생이 경찰한테 질질 끌려갔어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구해 줘야겠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학생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거였어요. 아니, 광우병이 뭐길래 저렇게 사람들을 때리나 싶어서 찾아봤어요.
B: (정부가) 가만히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큰일 아니었을걸요? 저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지 않을 계획이 없었고, 지금도 먹고 있어요. 그런데 절차상 문제가 있었으니까. 마치 정부가 국민 편이 아니라 미국 편에서 어떤 행정을 처리한 것처럼 비치니까 열받는 거예요.
A: 국내 정치도 마찬가지지만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받은 게 미국 비자 면제라니 어이없죠. 우리가 먹을 음식을 우리가 검사 안하면 누가 합니까. 종로에서 경찰한테 맞으면서 5·18 때 이랬겠구나 싶은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B: 요즘 트위터, 페북(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서 ‘너 그러다 잡혀 간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예요. 트위터에 ‘김정은 사랑해’라고 쓰면 잡아가거든요.
C: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리트윗했다가 검찰한데 2년 구형받았다던데.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더하면 더하겠지요. 진짜 난리가 날 것 같은데요.
“동교동계 한 명 끌어오고, 재벌 딸 선대위장 시키면 쇄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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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수, 안동선 등 20명의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전직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2012년 10월 15일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새누리당에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 20대 때 청와대 들어가서 살면서 대기업 총수들한테 90도 인사를 받았을 텐데 뭘 알까요? 네트워크가 있겠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 정치하면서 만났다는 사람, 엘리트, 잘나가는 사람들. 그러니까 이번에 선대위 구성도 그렇게 했잖아요. 계혁한답시고 어떻게 했나 보세요. 과거 동교동계에서 한 명 끌어오고, 호남에서 한 명 데려오고, 재벌 딸 선대위 본부장 시켜 놓고서는 쇄신을 했다니 어이가 없는 거죠.
B: 솔직히 민주당도 기득권인데, 민주당은 전라보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그 기득권이 새누리당이 가진 기득권 수준은 아니죠. 민주당 정도의 보수는 제가 타협할 수 있을 정도의 보수라는 거죠. 이번에도 문재인 되니까 이해찬이나 박지원, 뒤로 빠지잖아요. 그런데 새누리당은 그런 게 없어.
2030세대는 새누리당을 과거 집권 정당으로서의 책임론, MB정부에 대한 반감을 넘어, 요즘 대선을 치르는 대선전략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스물여덟의 고시생 얘기다.
“새누리당이 웃긴 게 문재인이 노무현(盧武鉉) 때 대통령 실장 했을 때 잘못한 점을 약점이라면서 들먹입니다. 그걸 말하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 거죠. 자기네 정권이 이번에 말아먹은 것이 얼만데 그때 일을 들먹입니까. 당장 지금 일이나 반성하고 10년 전 일을 들춰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동갑내기 예비 취업생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 노무현 책임, 작게 보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문재인 책임을 물어서 2007년에 한나라당 찍어 준 거잖아요. 그리고 이번 MB정부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바꾸려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옛날 얘기를 꺼내면서 ‘문재인이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걸 20대가 보면 웃기는 겁니다. 박근혜가 마치 자기는 한나라당 출신이 아닌 것처럼 포장하면서 이 정부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노무현 책임 물어서 한나라 찍었으니, 이번에 이명박 책임 물어서 문재인이나 안철수 찍어야죠.”
“안철수 대선출마에만 관심 쏠리게 만든 새누리당 잘못”
일부 보수논객들은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안철수에 이끌린 채 1년, 또 야권 단일화에 이끌려 석 달을 보냈다고들 한다. 정신 차리고 나면 대통령 선거 당일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2030은 시각이 전혀 달랐다. 작곡을 하는 스물여덟 직장인의 말이다.
“‘안철수가 끌었다’는 부분에 벌써 부정적인 어감이 묻어 있잖아요. 아직 출마 선언 안 한 사람이 얼마나 많나요. 정운찬(鄭雲燦), 범야권 후보들, 혹시 이번에도 허경영(許京寧)이 나오나? 아무튼 안철수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국 출마한 건 정치센스가 있다고 봐야죠. 이게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니고, 그 정도 고민 안 했다면 실망했을 것 같은데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긴 시간 동안 농락당했다, 지루했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좀 답답한 것은 있었죠. 안철수가 맨날 ‘국민에게 묻고 답하겠다’는 거잖아요. 결국 책 내놓고 국민에게 물었나요. 만 명을 일일이 만나서 ‘내 책 어때요, 나 대통령 선거 나갈까요’라고 물은 건 아니잖아요. 결국 여론을 보고 결정하는건데, 그 여론은 책 내기 전에 이미 안철수 보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라고 말했죠. 그런데 계속 미룬 것이 좀 그렇기는 한데, 그게 뭐 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잖아요.”
동갑내기 고시생은 “새누리당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등판이 1년 동안 화제가 됐다는 것은 기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일 아닙니까. 얼마나 이슈가 없고 새누리당 정책이 매력적이지 않았으면 안철수 얘기밖에 할 것이 없었을까요. 한나라당, 지금은 새누리당이지만 뭐 했습니까. 박근혜도 7월에 공식적으로 당 대표로 대선 출마 발표하기 전까지 별거 안 했잖아요. (박근혜가 새누리당을) 위기에서 구원했다는데, 그건 그 정당 사람들의 얘기이고 우리는 별로 관심없습니다. 다들 이슈 만들기에 실패해 놓고 안철수한테 화살 돌리는 건 어불성설이죠.”
또 다른 예비 취업생은 “김문수(金文洙), 임태희(任太熙), 김태호(金台鎬)한테는 묻지 않고 맨날 안철수한테만 기댔느냐. 이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이 남 탓 하고 잘못 덮기에 급급한 정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예”라고 꼬집었다.
“새누리, 차라리 2030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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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일, 한국외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인터뷰에 참석한 박근혜. |
게다가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20대의 47%가 ‘무소속으로 완주해야 한다’, 27%는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고 답했다. 30대는 같은 질문에 각각 36%로 팽팽한 대립을 보였다.
2030세대는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새누리당으로 표심(票心)을 옮길 것 같지 않다. ‘새누리만 아니면 된다’는 게 30대의 솔직한 심정이다.
A: “솔직히 새누리당에서 20~30대를 위한 공약이라며 내놓는 것 자체가 웃겨요. 좋은 사회는 누구한테나 좋은 사회인 거지, 특별히 30대한테만 좋은 사회라는 것이 있나요. 공약 캐치플레이즈만 두고 보면 ‘747’(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2007년 공약)이 더 궁금했어요.”
질문자: 새누리당이 젊은층과 소통하려고 시도하고, 홍대 앞에 간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A: “니들 참 열심히 한다 정도?”
B: “한번 해 봐라. 뭐, 이런 거죠.”
질문자: 그럼 새누리당이 아예 30대를 포기한다 치고 아무 제스처도 취하지 않으면 좋겠나요.
C: 저는 그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아요. 정당이라는 게 원래 같은 목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이니까, 새누리당이 우리는 보수, 돈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당이라고 하면 지금처럼 욕하지 않을 것 같아요. 차라리 우리같은 사람들이랑 선을 확실하게 그어 버리면요. 뭐랄까. 너희 같은 부류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확실한 노선 가진 부분을 내가 인정해 주겠다 싶은 정도랄까요. 새누리당은 확실한 적을 더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선을 안 긋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하든 안 달라지죠.
B: 저는 자산이 10억원 이상이면 당연히 새누리당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등 돌린 애들을 당겨 오려고 하지 말고, 10억 이상 가진 애들을 끌어오려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런 애들 100명이라도 모으면 그나마 100표 생기는 거잖아요.
2030세대의 이 같은 반감에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새누리당이 아무리 진심이라고 해도 이들이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라고 봤다.
“만약 박근혜가 말춤(가수 싸이의 노래에 나오는 동작)을 춘다고 해도 30대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30대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불편한 거예요. 새누리당으로서는 이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정서적 교감은 쌍방이 함께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의 이 같은 구애가 30대에게는 먹힐 수가 없는 겁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격한 거부를 하기도 합니다. 가령 60대 사장님이 20대 여직원과 거리를 좁힌다고 아침에 ‘헬로 헬로’라고 하면 희롱이죠. 새누리당이 급성으로 묵은지를 만들려다 보니까 묵은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김치도 아닌 어설픈 묵은지가 된 겁니다.”
“이번 대통령, 기존 시스템 붕괴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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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8일, 다음(Daum) 본사를 방문한 문재인. |
“새누리당이 딱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철수에 저렇게까지 환호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 잘하고 여유롭게 산 덕분에 좋은 일 한 것은 인정하지만, 성인군자는 아니잖습니까. 안철수 거품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문재인도 따지고 보면 사시 패스했고, 자기 의지에 따라 인권변호사 했다가 결국 청와대까지 갔다 대통령 선거 나온 거잖아요. 정치인 자체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해를 하는데, 주위에 친구들이 문재인이다, 안철수다 얘기하면 저는 그냥 입 다물고 있습니다.”
—그럼 왜 박근혜를 지지합니까.
“세상이나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데는 동감하는데 뭐든 급진적인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때 한창 젊은 사람들이 장관자리를 꿰차고, 또 그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보수세력이 애써 무시하면서 갈등 일으키는 것을 봤거든요. 뭐가 됐든 연착륙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고요, 다른 것보다 국방이나 외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박근혜가 잘할 것 같아서요. 북한이나 대북정책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吳世勳) 무상급식 찬반 투표 때 투표했나요.
“그날은 출근을 해서…. 그리고 당시에는 제가 투표를 해도 안될 확률이 훨씬 높았잖아요. 내가 투표해서 뭐가 달라지랴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이번 대통령 선거는 할 겁니까.
“대선은 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때가 돼 봐야 알겠지만요.”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20대의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을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얘기는 이랬다.
“제가 좋은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시스템을 만든 대통령입니다. 미국은 공화당, 민주당 중 어떤 당이 집권해도 큰 틀이 바뀌지 않거든요. 우리나라가 17대 대통령까지밖에 배출 못했으니까, 대통령제로 치면 역사가 짧잖아요. 저는 시스템이 움직이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삼성이 정말 탄탄한 기업이라면 이건희가 없어도 움직여야 하잖아요. 어떤 특정 인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앉든지 시스템이 움직이기를 희망합니다.”
—대통령제의 특징이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건데요. 더구나 시스템을 바꾸려면, 오늘날과 같은 체제를 바꿔야 하는데 차기 대통령이 그걸 해도 되겠습니까.
“네. 저는 시스템을 바꾸려면 거의 기존 정치를 없애거나 개혁적 수준에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권한을 대부분 내놓아야 가능하죠. 그래서 저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중요시하는데, 이번에 뽑는 대통령이 그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세력이 정부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고, 새누리당은 지지하지 않는 겁니다.”
20대 한 학생의 얘기에 대해, 그 자리에 참석한 5명의 20대는 “동의한다”고 했다.
진보 2030, 보수 2030이 투표장으로 향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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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3일, 전남대를 방문한 안철수. |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 없다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투표율을 제시합니다. 이건 과거의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정치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방법이 오직 한 가지, 투표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투표장에 안 나오면 정치에 관심 없다고 했던 겁니다. 하지만 요즘 2030은 인터넷에서 정치 기사를 읽고, 자신의 선호를 표현하고 의견을 제시합니다. 꼭 투표장에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하기 때문에 ‘투표율=정치참여율’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분석은 이렇다.
“2002년에 20대를 투표장에 나오게 했던 이유는 ‘분노’였습니다. 노무현이 정몽준에게 팽당했다는 것이었죠. 2030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노와 혐오, 적어도 분노게이지를 2004년 총선 이상으로 환기시켜야 합니다. 가령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절대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다들 분노할 정도로 동기가 부여되어야 투표장으로 향할 겁니다. 어찌 보면 야권이 자극적인 ‘네거티브’, ‘원색표현’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숨어 있는 ‘보수 2030’은 투표장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야권 후보에 대해 열을 올리며 지지할 때 ‘침묵의 나선’을 탔는데, 투표장에 나간다면 보수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격이거든요. 숨은 보수 2030을 잡기 위해서는 ‘위기론’이 조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보수세력이 행동으로 옮길 때는 위기의 순간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에게 직격탄을 날릴 것 같은 위기, 내가 가진 것이 훼손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야 투표장에 나올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