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최대 이슈는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 전문가 대부분 단일화 성공 예상
⊙ 문재인으로 단일화될 가능성 미세하게 커, 안철수 단독 출마 가능성도
⊙ “釜山 慶南은 분열, 湖南은 야권 단일 후보에게 표 몰아줄 것”
⊙ 20, 30대 지지율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는 의문
⊙ 北風, 과거처럼 대선 결과에 큰 영향 미치지 못해
⊙ 문재인으로 단일화될 가능성 미세하게 커, 안철수 단독 출마 가능성도
⊙ “釜山 慶南은 분열, 湖南은 야권 단일 후보에게 표 몰아줄 것”
⊙ 20, 30대 지지율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는 의문
⊙ 北風, 과거처럼 대선 결과에 큰 영향 미치지 못해
-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10월 13일 오전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 나눔 마라톤 축제에 참석, 서로 어깨동무한 채 활짝 웃고 있다. 여야 대통령 후보 3명이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은 싱거웠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압승(壓勝)이었다. 5년이 지난 현재, 눈앞에 다가온 18대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3각 구도가 형성된 데에다 야권 단일화, 세대대결, 부산·경남(PK)과 호남의 민심 흐름 등 향후 판세를 좌우할 크고 작은 변수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야 국회의원들 입에서 “올해는 대선 전날까지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월간조선》은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히고설킨 올 대선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정치학자, 여론조사 전문가, 정치평론가 등 전문가 10명에게 대선 판도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는 사안 10가지를 선정해 질문했다. 일치하는 답변도 많았지만, 견해가 엇갈리는 사안도 상당수였다. 설문에 응한 정치전문가는 노동일 경희대 법대 교수, 박상헌 정치평론가, 박창환 장안대 교양학부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동욱 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전문위원, 이택수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대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가나다순·이하 존칭과 직책 생략)이다.
[1] 민주통합당(민주당) 문재인 후보 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에 성공할 거라고 보십니까.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어떤 방법으로 되고, 어느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정치인으로 변신한 안 후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불리하더라도 단일화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노동일=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박근혜 후보의 승리가 절대적인 만큼 야권 진영의 압박이 강력할 것입니다. 야권 단일화는 성사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 후보 진영의 세 불리기를 감안하면 담판은 어려울 것이고, 경선 혹은 경선 후 여론조사로 단일 후보를 정할 것 같습니다. 안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만큼,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단일화를 수용하고, 단일화 경쟁에서 질 경우 차기정부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상헌=안 후보를 포함한 범야권으로서는 단일화 없는 이번 대선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필패(必敗)’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 후보와 민주당의 경우 ‘정권교체’에 강조점이 있다면, 안 후보는 ‘변화와 쇄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보입니다. 문제는 정치공학, 혹은 선거공학적 단일화가 아닌 ‘동의와 감동’이라는, 즉 ‘1+1’이 2 혹은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단일화여야 한다는 데 양측의 고민이 있다고 보입니다. 이번 대선의 특징이 정책 혹은 의제에 큰 차별성이 없다는 데에 있다면 ‘아름다운, 혹은 감동적인’ 단일화는 말처럼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양측의 치열한 경쟁이 당분간 불가피해 보이는데, 경쟁이 과열되어 상처만 남기고 각자의 길로 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어쨌든 이번 대선은 박근혜 후보와 최종적으로 겨룰 후보가 후보등록 직전, 나아가 선거 직전까지도 정해지지 않는 ‘불확실성’이 역대 어떤 대선보다 심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창환=단일화에 결국 성공할 거라고 봅니다. 방식은 기존 담판이나 여론조사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예를 들면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다든지 교황식 선출방식을 채택한다든지 다양한 여론을 혼합한 형태의 방법으로 단일화를 이룰 것입니다. 안 후보가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에 입당,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봅니다.
▲신율=과거 대선의 경우를 살펴볼 때 야권 후보 단일화는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었고,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우리나라 야권 성향 지지층은 보수 성향 유권자보다 수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열세이기 때문에 지지층의 외연 확대를 위해서도 야권 후보 단일화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존재합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100% 공감합니다. 1997년 대선 때의 DJP 연합도 단순히 호남권과 충청권의 결합이라기보다, 진보적 이미지가 강했던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후보가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와의 연합을 통해 중도 보수표를 획득하는 장치였습니다.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盧武鉉), 정몽준(鄭夢準) 후보 단일화도 따지고 보면 정 후보의 자유주의적 이미지를 통해 중도 지지층을 흡수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후보 단일화는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의 경우는 좀 다르다는 판단입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김종필 그리고 정몽준 후보 같은 경우는 지지층이 비교적 일정한 이념 성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경우 지지층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습니다. 안 후보 자신도 말하는 것처럼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할 때 보수적 지지층과 진보적 지지층이 함께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안 후보의 지지층을 분석해 보면 보수적 성향 지지층이 40% 정도, 60%가 야권 성향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안 후보는 혼자만으로도 DJP 연대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안 후보의 입장에서는 절박하게 후보 단일화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목맬 필요가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안 후보가 기성 정치권과 다를 것이라는 이미지에서 연유(緣由)합니다. 즉 기성 정치권과 대척점에 있는 안철수에 열광한다는 것인데, 안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 동참하는 순간 안 후보는 기성 정치권의 일부가 돼 버립니다. 지난번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과의 연대와 이번 연대가 다른 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박원순 당시 후보는 기성 정치권에 몸담은 인물이 아닌, 그야말로 시민후보였습니다. 그래서 박 후보에 대한 안 후보의 지지는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는 열광할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더구나 당시 두 사람이 아무런 조건 없이 합의하고 한 사람이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니 감동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안 후보가 연대한다고 가정하면 그 연대의 상대는 기성 정치권입니다. 그것도 경선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불거진 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안 후보의 입장에서 단일화 제의에 선뜻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과거 안 후보가 언급한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 후보는 최근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나의 목표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대선 불출마니 뭐니 하며 여러 해석이 나왔는데 안 후보의 이런 언급은 대통령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정치공학적으로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당선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는 말인데, 이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민주통합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봐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안 후보가 지난 출마 선언 당시 단일화의 조건으로 정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와 그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내걸었는데, 이것은 결국 민주당이 지금의 상태에서 제기한 후보 단일화를 거절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일단 정치를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겠다는 언급은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후보 단일화를 통한 양자 대결 구도보다는 다자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군다나 민주통합당 입장에선 자당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정당으로서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후보 단일화를 어렵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입니다.
▲이동욱=어떤 형태로든 단일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먼저, 논리적으로는 문·안 후보 양측이 게임이론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걸려 있습니다. 단일화를 못 할 경우 둘 다 형사처벌에 버금가는 정치적 부채(負債)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현장조사 차원에서 보면 현재 문과 안 캠프의 참모진이 동색(同色)입니다. 후보자는 다르지만, 그 참모진은 한 마당에서 놀던 사람들이 잠시 서로 다른 사무실로 출퇴근 중입니다. 셋째는 장외(場外) 상황입니다. 진보 진영 및 진보 유권자들의 단일화 압박이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질 것이고 단일화 않더라도 전략적 투표에 의해서 한 사람이 정리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단일화 않는 조건은 안 후보가 진보, 중도, 보수를 망라하는 지지층을 확보하여 단독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과 박근혜 후보 개인의 유고(有故)로 인한 선거불참 같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이런 가능성이 개미 눈곱만 합니다.
안 후보가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정권교체에 기여해야 합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처럼 말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자신이 목표한 정치 쇄신과 개혁을 구체화해 나가야 합니다. 개인적 견해이지만 이번 대선이 끝나면 당선과 무관하게 가장 큰 정치적 자산(Political Asset)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은 안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이택수=단일화가 안 되면 박근혜 후보의 집권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단일화는 성공할 것으로 봅니다. 방식은 여론조사일 것이며 단일 후보 경쟁의 승리자는 문재인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권에서 성공하려면 우선 단일화를 위한 민주당과의 협상에 인내(忍耐)를 갖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이철희=대체로 단일화는 될 것으로 봅니다. 정권교체의 여론이 워낙 높고, 안·문 후보 모두 이러한 시대적 당위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안 후보가 내건 새 정치의 명분에 부합하게 민주당이 혁신되지 않으면 단일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단일화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야권의 두 후보 간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낳아 박근혜 대세론을 허문 만큼 당분간은 경쟁 구도가 지속될 것입니다. 언제쯤 단일화 논의가 시작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최진=최종 순간에 단일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안 후보 말대로 국민적 명분을 확실하게 주지 않으면 독자 출마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문 후보의 경우 제1야당의 정당 후보이기 때문에 ‘단일화 양보’는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홍성걸=단일화가 정권교체의 가장 큰 변수라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현 상태에서 대선 승리만을 목적으로 한 단일화는 안 후보의 출마 명분과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안 후보가 정치인으로서 계속 정치혁신을 지속하려면 단일화를 거부하고 당당히 승부를 맞는 것이 순리입니다. 만약 단일화를 이룬다면 안 후보 측에서 미니정당을 만들고, 민주당과 당(黨) 대 당 통합의 형식을 띠는 것이 합리적이나, 현재 안 후보 측에서는 창당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소속으로 단일화에 나설 경우, 여론조사에 의한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경우, DJP 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방식이 함께 채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이기는 쪽이 대선 후보로, 지는 쪽은 책임총리로 나서는 방안을 놓고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황태순=단일화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봅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의 가능성도 또 마지막까지 완주하는 3자 대결 가능성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봅니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과 그 해소를 위한 정치쇄신을 자신의 무기로 들고 나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쉽게 단일화 프레임(frame)에 갇히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단일화를 전제로 말씀드리자면, 아무래도 정치적 담판(협상)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경선 방식의 경우 자칫 감정의 골이 파일 수 있고, 여론조사 방식의 경우 국민의 판단으로 승패가 나기 때문에 양보한 측에서 어떤 권리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구로 단일화될 것인가의 문제는 현 시점에서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의 여론조사 추이나 호남 민심의 흐름으로 봐서, 문 후보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미세하게 큰 것 아닌가 짐작해 보고 있습니다.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상황은 안 후보가 끝까지 출마를 강행할 때 발생할 것입니다. 그것은 대선에서의 승패와 상관없이 안 후보가 정말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안 후보의 나이(50세) 등을 고려할 때 안 후보를 중심으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정치결사체 출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문·안 후보의 단일화는 진보와 이념적 모호성을 가진 후보의 결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파괴력, 즉 효과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또 역대 단일화 사례에 비춰봤을 때 단일화가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는지요.
▲노동일=양 후보의 산술적 합산보다는 지지율이 떨어지겠지만, 단일화할 경우 야권 진영 승리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1997년 DJP 단일화는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독자출마로 영남 혹은 보수 분열이 없었으면 승리 가능성이 희박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효과를 봤다고 판단됩니다. 이번 대선은 2002년 대선과 유사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상헌=문 후보는 후보선출 이후 예상 밖으로 상당히 왼쪽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분히 안 후보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지셔닝(positioning)으로 보입니다. 안 후보는 다 아는 것처럼 ‘중원의 강자’이죠. 역대 대선마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을 기반으로 한 중원지역은 존재했었고, ‘중원의 맹주(盟主)’를 자처하는 후보들도 있었죠. 다만 한 번도 성공한 예는 없었습니다. 안 후보의 경우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현재까지는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민주당이 범야권을 포괄하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정당’이 아니라는 데서 기인하고, 당내의 ‘친노(親盧) 패권주의’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반영되어 있다고도 보입니다. ‘야합 혹은 담합’이라는 비난이 일어나지 않을 단일화 방식을 찾는 것이 현재로서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박창환=현재 새누리당도 진영(陣營)을 뛰어넘는 통합 행보를 하고 있으므로, 개혁과 중도의 결합은 큰 장애가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이념결합보다 단일화의 진정성(즉 정책경쟁과 다양한 여론 반영 등)에 따라 파괴력이 클 수도(이 경우 압승) 아니면 작을 수도(이 경우 신승) 있다고 판단합니다.
▲신율=야권 후보가 단일화된다면 상황에 따라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상황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것인데, 그 이유는 안·문 두 후보 간의 색채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안 후보로 단일화된다면 문 후보를 지지하는 야권 지지층이 모두 안 후보에게 몰려갈 수 있지만, 반대로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안 후보 지지층 중 보수적 성향의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일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라갈 수는 있지만, 폭발적인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렇더라도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그 사실 자체가 갖는 폭발력 때문에 박근혜 후보에게 상당히 위협적일 것은 분명합니다.
▲이동욱=지지층의 성향을 보면 안·문 후보 측은 둘 다 개혁 성향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이것이 단일화 효과를 상당히 상쇄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 봅니다. 과거 대선에서 보면 개혁집단과 안정집단이 단일화했을 때 가장 효과가 컸습니다. 예컨대,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15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16대)가 그렇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단일화는 개혁 성향 집단끼리의 단일화입니다. 이는 박근혜 후보에게 다행스러운 구도입니다. 다만 선거는 상대적이므로, 이런 단일화임에도 새누리당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해지면 단일화한 쪽이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고, 새누리당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대처해 나간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 될 것입니다. 선거 막판이 단일화의 축제로 가 버리면 난망(難望)인 만큼 새누리당은 그보다 더 큰 이슈로 대중을 견인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택수=단일화 효과는 이미 단일화를 가정으로 한 여론조사에 반영되고 있어서 박빙의 싸움이 예상됩니다. 다만 단일화 과정에서 뜨거운 경쟁 과정 속에서도 깨끗한 승복을 통해 극적으로 단일화될 경우, 컨벤션 효과(전당대회와 같은 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에 의해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선거 막판이라 그 효과가 상당부분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서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철희=당연히 단일화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가 2002년 정몽준-노무현 간의 단일화보다는 명분이 더 있지요. 단일화만 되면 야권이 이길 것이란 예측도 우습지만, 어떤 경우에도 단일화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도 우습습니다.
▲최진=모든 사람은 단일화 효과를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입니다. 그러나 21세기 정치적 패러다임은 20세기에 비해 크게 달라졌습니다. 단일화 지상주의의 위력이 크게 약화된 것입니다. 과거 DJP 연합이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같은 정치공학적 연합전선은 오늘날 국민의 반감을 살 수 있죠. 즉 단일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동시에 역반응도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국민을 위해 진정성 있는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외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홍성걸=단일화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입니다. 단일화를 통해 양 후보의 지지도가 산술적으로 합산되지는 않겠지만, 4·11총선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야권 성향의 투표가 여권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양자대결로 좁혀질 경우 전혀 새로운 게임이 되고, 군소후보들의 득표력이 매우 적더라도 캐스팅보트의 성격을 가질 수 있게 되므로 대선 결과를 섣불리 예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황태순=실제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대선 승리를 담보하는 만능열쇠는 아닐 것입니다. 우선 두 후보 지지층이 상당부분 겹칠 뿐만 아니라, 양보한 쪽 지지층이 자칫 투표를 포기하거나 보수 진영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두 후보 중 어느 쪽으로 단일화되든, 결국 박근혜와 50대 50의 피 말리는 접전을 예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3] 역대 대선은 지역 대결 요소가 강했습니다. 이번 지역 대결의 승패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여기에 이번 대선은 세대 간 대결 양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세대별 지지후보의 차이와 강도가 그대로 대선 표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지요. 만약 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노동일=영남지역 표는 분산될 것입니다. TK(대구 경북)는 박 후보 쪽으로, PK(부산 경남)는 새누리당과 야권지지로 분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호남지역 표는 민주당 혹은 야권지지로 결집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충청지역 표심이 어느 때보다 더 승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세대(世代) 간 대결 양상은 있긴 하지만 젊은 층의 지지가 표로 연결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상헌=PK 민심이 지금처럼 40% 정도 야권지지로 이어지고, 박근혜 후보가 호남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획득한다면 과거보다는 지역구도가 많이 약화된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이런 지역 대결의 완화에는 세대별 투표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론적으로 야권 단일화는 20~40세대의 단순한 여론조사 지지가 아니라 실제 투표장으로 움직일 동력이 될 것으로 사료(思料)됩니다.
▲박창환=지역구도는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가장 강력한 요소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표현된 것처럼 박 후보의 주요 득표기반은 영남과 동쪽 벨트이고, 야권은 호남과 수도권에서 강세입니다. 또한 세대별로도 50~60대 장년층은 박 후보가 강하지만, 2030세대에서는 안 후보가 앞서 있죠. 안 후보가 장악한 이른바 ‘중원의 표심’을 박 후보가 어느 정도 점령할 수 있느냐가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신율=18대 총선과 비교해서 이번 대선의 유권자 분포를 보면 18대 총선 대비 20대와 30대 유권자는 각각 2.5%, 2.2% 줄었고, 40대는 0.6% 줄은 반면, 50대와 60대는 각각 3.3%, 2% 늘었기 때문에 2030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지더라도 실제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동욱=전승불복(戰勝不復). 이긴 전쟁은 반복되지 않는 법이라고 공자(孔子)가 말했듯이, 실제로 모든 선거는 다릅니다. 흔히들 공통점만 모아서 비슷하게 설명할 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는 박 후보의 행보에 의해 선거판 전체의 성질이 결정된 특징이 있습니다. 박 후보가 종래의 계선(界線·보수 대 진보)을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정책이나 인선(人選)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당명 개정, 붉은색의 당기(黨旗), 경제민주화·복지 정책 등은 유권자들이 헷갈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박 후보 측은 미리부터 클러치(clutch) 전략을 쓴 것 같습니다. 진보 측에 두 명의 후보가 강하게 등장할 것을 알고 미리 그쪽과 거리를 두지 않고 엉겨붙은 것처럼 보입니다. 지역 대결 양상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약화됐다고 봅니다. 지역 대결의 이슈도 없고 후보들도 지역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세대 간 대결 양상은 심화돼 있고 누가 되든 진 쪽 세대의 좌절감은 매우 클 것입니다. 세대 간에는 대략 40대 초반 이하의 진보, 40대 후반 이상의 보수로 갈리고 있으며, 그 구분 연령이 점차 올라가는 추세인 만큼 세대별 차이와 강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변화 가능성은 정책 이슈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박 후보는 이미지 전략상 젊은 세대에 어필하려 할 것입니다. 반면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고령층을 위한 맞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택수=PK 지역에서 40%를 넘나드는 야권 단일 후보의 지지율이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선거 막판 영남권 여권 표 결집에 의해 30%대 중반 정도 득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호남 역시 박 후보가 10% 중후반의 지지율을 보이기도 하지만, 막판 지역감정 고조로 두 자릿수를 넘더라도 간신히 넘길 것 같습니다.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더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2030세대에서는 야권 후보가 60% 안팎의 득표 가능성이 크고, 50대 이상은 반대로 여당 후보가 60% 안팎 득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40대에서는 박빙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야권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40대 연령층에서 10% 이상의 격차로 승리해야 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40대의 지지율 격차가 10% 이내로 좁혀질 경우 야권은 불리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이철희=이번 대선에선 세대 균열과 지역 균열이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세대 균열이 투표에서도 작동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쟁점 구도와 후보 간 차별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없다면 2030세대가 투표장에 나오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최진=과거와 같은 정치역학적 지역 변수의 위력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판단입니다. 여전히 지역정서에 따른 득표현상은 존재하고 있지만, 지역 변수보다는 인물 변수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즉 국민은 대선 후보들의 리더십을 보고 최종 선택을 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번 대선 구도가 ‘박정희 향수’와 ‘노무현 부활’이라는 점에서 중장년층과 2030세대의 대결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홍성걸=지역 대결의 경우, 호남권은 현상유지,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야권 선전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충청·강원권이 여권 성향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결국 승부는 수도권에서 갈릴 것입니다. 현재 수도권의 판세는 야권이 유리하지만, 단일화 이후 선거 국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변화가 예상됩니다.
2030세대는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견고할 것입니다. 때문에 만일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투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안 후보의 경우 검증공세가 네거티브로 흐른다면 2030세대의 지지가 공고화될 것이지만 진실이 밝혀지면서 안 후보의 이중성이 부각된다면 이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40대는 야권 성향이 높아 문·안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 성향이 높습니다. 다만 2030에 비해 정책대안이나 비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 후보 측의 대안이 신통치 않을 경우, 지지 철회의 가능성이 2030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황태순=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지역별 지지의 흐름이 대선에서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면 틀림없을 겁니다. 지역별로 득표 의석보다는 실제 득표수(득표율)를 참조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우 획득 의석수에서는 야권연대가 3석밖에 얻지 못했지만, 득표율은 거의 4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시사(示唆)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나 세대별 대결 구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20~30대(38.6%)와 50~60대(39.6%)는 서로 시소(see-saw)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상호 간의 지지율을 상쇄할 것이고, 결국 40대(21.9%) 중도-무당층 성향의 유권자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봅니다.
[4] 이번 대선에서 호남은 누구를 선택할 것으로 보는지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결집력은 어떨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노동일=일단 민주당을 배경으로 한 문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가 승리한다면 결국 야권 단일 후보를 택할 것입니다. 박 후보가 과거에 비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겠지만 ‘호남=민주당’ 혹은 야권 후보 지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박상헌=DJ 서거 이후 호남을 대변하는 정치세력, 혹은 지도자의 부재(不在)라는 상실감이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이 전제 위에 이른바 ‘배제투표’, 즉 박근혜를 꺾을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문 후보는 참여정부에 대한 호남 민심의 서운함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어쨌든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그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겠지요.
▲박창환=결국은 문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전히 호남 소외(疏外)론이 설득력을 얻는 만큼 결집력은 과거보다 최소 10% 정도는 약화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신율=호남은 대체로 친노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지만, 문 후보는 오히려 친노 인사를 전진배치하고 있어 호남에서는 안 후보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대략 70% 정도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영남과 호남의 인구 비율을 비교할 때 호남에서 90%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지지를 받을 경우 야권은 상당히 힘든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동욱=현재의 구도에서 변화가 없다면 당연히 호남은 문·안 후보 중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지지할 것입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결집력은 떨어질 수 있으나 어쨌든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면 지지할 것입니다. 그동안 안 후보에게 가 있던 호남 표가 최근 문 후보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는 문 후보도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생각이 호남사람들에게도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안 후보가 어떤 카드를 꺼내드느냐에 따라 호남의 선택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택수=호남은 단일 후보 확정 전까지는 문·안 후보에게 비슷한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하지만 단일 후보가 결정된다면 그에게 80% 이상의 몰표를 보내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철희=호남은 전략적 투표, 즉 박근혜에 대항할 후보로서 누가 더 강한가에 초점을 맞춰 선택할 것입니다. 아직은 뭐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나선다면 호남은 과거 수준의 결집을 이룰 것입니다.
▲최진=지금 호남사람들의 심리상태는 매우 복잡할 것입니다. 문·안 후보 사이에서 갈등하고, 박근혜의 국민통합론에 대해 예의 주시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남 정서는 최종 순간에 한 사람에 대해 전략적 선택을 하여 몰표를 몰아주는 특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박 후보의 최근 파격적인 대통합 인사로 볼 때 그의 호남 득표율이 역대 최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홍성걸=호남은 야권 후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과거와 결집도도 별 차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조금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 후보의 득표율은 지지도의 절반 수준이나 그 이하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황태순=호남 유권자의 입장에서 과거 김대중 후보 때의 결집력을 다시 보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를 양자(養子)로 생각하고 지지했지만,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의 정부를 대북송금 특검으로 욕보이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민주당을 깨부쉈다는 아픈 트라우마(trauma)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 문 후보가 참여정부 시절의 호남 홀대에 대해서 사과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마저 다 아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마지못해 야권 후보를 지지하긴 하겠지만 예전만 한 결집력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5] 이번 대선에서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정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요. 어느 후보가 부울경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또 부울경의 표심을 잡으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요.
▲노동일=문·안 후보 모두 지역연고가 있다는 점에서, 부울경의 표심은 여야로 나누어질 것입니다. 부울경 표가 나뉠 경우 충청도의 표심이 대선을 좌우할 것입니다.
▲박상헌=수도권 못지않은 격전지가 이른바 PK 전선이 될 것 같은데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2석(문재인, 조경태)밖에 얻지 못했지만, 득표수만 보자면 4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최소한 60%를 사수해야 하는데, 안 후보가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새누리와 민주당이 1:1 구도일 때 투표에 불참할 2030세대를 안 후보가 상당부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창환=부울경에서 40%는 야권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 후보의 신승(辛勝)이 예상될 정도로 야권바람이 세게 몰아칠 것입니다. 물론 야권의 후보 단일화 실패 또는 안철수 검증과 민주당 쇄신 실패 등 악재가 겹친다면 30%에 머무를 수도 있겠지요.
▲신율=부산에서 새누리당이 50%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위험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50% 이상의 지지를 받을 것은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아무리 야권 정서가 강해졌다 하더라도 부울경이 이변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동욱=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세대 경쟁입니다. 부울경은 박 VS. 안, 박 VS. 문 경쟁에서 대략 55% : 40%(갤럽 데일리 기준)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 후보가 항상 55%를 유지하는 중입니다. 만약 부울경에서 안·문 후보가 박 후보를 이긴다면 다른 지역도 그만큼 변한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부울경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세대(40대 후반)가 넘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택수=야권 후보가 과거 대선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40% 이상 득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경남지사 보궐 선거와 맞물려 여권이 선거 후반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 표를 35% 이내로만 막을 수 있으면 대전과 충청, 강원에서 지난 총선부터 여당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전체 판세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철희=PK에서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40%대에 이르고 있지만, 세대별 투표율을 감안하면 아직 박 후보가 많이 앞서 있습니다. 만약 야권이 이번 대선에서 40% 이상을 득표한다면 전체 판세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최진=부산 민심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로 인해 심한 정서적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명예회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침 야권의 두 후보가 모두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고, 그러한 지역민심이 지난 총선에서 40%가 넘는 득표율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박 후보가 부산 출신인 김무성(金武星) 전 의원을 중용하면서 부산 공략을 본격화하면, 양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홍성걸=부울경의 야권 지지도가 40%를 넘는 상황입니다. 그 어느 대선보다 야권 표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안·문 두 후보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과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 배신감 등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충청, 강원권에서 박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는 만큼 수도권 민심이 대선 결과를 가름할 전망입니다. 만일 박 후보가 부울경에서 70%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인다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으로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울경 지역에 대한 대책은 매우 중요하겠지요.
▲황태순=부산·울산·경남은 전체적으로 보수 성향이 농후한 지역입니다. 과거 근대화 과정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지역이지요. 울산공단, 마산공단을 비롯하여 부산 사상공단 등 근대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데 대한 자긍심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6·25전쟁의 와중에서 피란민, 특히 월남한 이북 출신들이 지금도 재래시장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등 보수 색채가 강합니다. 물론 호남 출신 유권자도 그 어느 다른 지역보다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전체 유권자의 20% 내외가 호남 출신으로 알려졌을 정도입니다.
현재 문·안 두 사람 모두 부산 출신이고, 또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소외됐다는 불만이 많이 쌓여 있어 야권이 상당부분 약진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번 4·11총선에서 보여준 40%의 득표율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박 후보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부울경에 호소하느냐와 함께 야권 후보가 지금과 같이 ‘호남의 아들’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또 이념적으로 진보 성향의 색채를 강화할 때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6] 이번 대선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을 꼽아주십시오. 그리고 그 특징적 요소가 대선 결과와 국가 장래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신다면요.
▲노동일=여론조사를 비판 없이 맹종(盲從)하는 현상이 이번 대선 과정의 가장 큰 특징으로, 나쁜 선거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념과 정책, 비전을 공유할 수 없는 세력들 간의 무조건적인 단일화 논의에 매몰된 대선 과정도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박상헌=안철수 현상과 경제민주화, 복지겠지요. 야권 후보가 중원의 표심을 얼마나 얻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날 것입니다.
▲박창환=안정적인 중도층의 등장과 양강(兩强) 구도의 위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보수, 진보 정당들의 창당으로 이어져 정치권 개편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율=지역주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대신 이념적 양분화와 경제적 양극화가 대두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위기가 심화하면 이는 정권 심판론을 불러일으켜 여당 후보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안 후보 역시 경험 부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불리하고, 결국은 문 후보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이동욱=이번 대선은 지금까지 진정성(authenticity)의 경쟁이었습니다. 그 어떤 정치인들보다도 진정성, 신뢰에 강한(혹은 그렇게 보이는) 세 사람이 맞붙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유권자들은 현 대통령과 다른 요소를 갈구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후보들의 ‘진정성’이 흔들린다면 모든 것이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좁히고 좁혀 세 사람이 남았으니 지금부터 다른 경쟁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병법(兵法)을 거론하자면, 시계(始計)편의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의 기준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승리할 것입니다. 도(道·비전제시), 천(天·외부 여건), 지(地·주요 이슈 선점), 장(將·유능한 후보와 참모진), 법(法·조직화)의 요소대로 새 판을 짜듯이 새롭게 진영을 구축하고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 살길을 제대로 제시하는 후보가 이길 것입니다.
▲이택수=안철수 현상이 가장 큰 특징이지요. 무소속 안 후보가 집권할 경우, 60년 전통의 민주당은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고 여권도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과거 선거의 전례를 볼 때 안 후보는 무소속의 한계를 드러내고 지지율이 선거 종반에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이철희=제3 후보의 초강세가 가장 큰 특징이고, 계층적 투표 성향이 작동하는 선거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구도가 후보 간 차별성으로 나타나면 야권에 유리할 것으로 봅니다. 여야 후보 공히 경제민주화, 복지 등을 내건 만큼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진=‘변수’나 ‘구도’가 아니라 ‘사람’이 큰 흐름을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단일화나 남북관계, 돌발상황, 네거티브 요인보다 후보 개개인이 국민에게 어떤 모습과 이미지로 비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심리요인으로 떠오른 것이지요. 이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형 대선 양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리더십의 시대’니 ‘이미지의 시대’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다만, 이미지와 감성 요소들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정책이 실종될 수 있으므로 국민의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홍성걸=정책실종, 이미지 선거, 깜깜이 선거, 경제민주화, 과다한 복지공약, 남북관계의 유연화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향후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큼에 따라 다음 정부는 심각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황태순=반세기 넘게 우리 정치문화를 지배해 왔던 정당(政黨)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제 새누리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웬만한 NGO 단체나 시민사회단체의 영향력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바람’도 기존 정당체제,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며 반란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문제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 채 그저 관행적으로 군림만 하려는 정당과 정치체제에 대한 일종의 어큐파이(occupy·점령하라)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때문에 이번 대선을 거치고 나면, 특히 현재 기초단체장 등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없애자는 분위기가 현실화된다면 중앙당 중심의 현행 정당체제는 무너져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모바일 기술과 문화가 가장 앞서나가는 우리나라에서 정당을 매개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직접적 참여를 통한 ‘직접 민주주의’의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봅니다.
[7] 18대 대선에서는 복지 확대 정책 등 포퓰리즘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대 대선에서의 포퓰리즘과 이번 대선의 포퓰리즘은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보는지요.
▲노동일=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복지확대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구조하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요구로 생각됩니다. 실현과정에서 여야 간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고 있고, 단지 표를 의식해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세금부담 증가, 고통분담 요구 등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점은 걱정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박상헌=어쨌든 ‘복지와 경제민주주의’는 시대정신으로 보입니다. 정책 혹은 의제에 있어 세 후보 간의 큰 차별성이 없는 것이 역대 대선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창환=과거 선거는 개발공약의 포퓰리즘이었습니다. 이는 경제성장기의 반영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경제위기와 양극화 시대의 복지확대는 대세라고 봅니다. 즉 복지포퓰리즘은 양극화에 따른 시대상의 반영이기에 생존의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생문제로 볼 수 있지요.
▲신율=경제적 상황이 어렵고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을수록 포퓰리즘적 정책은 양산됩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의 ‘747’처럼 황당한 포퓰리즘은 최소한 이번 대선에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747과 같은 황당한 정책은 현 정권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동욱=포퓰리즘이 없는 선거가 있을까요. 어디까지 정책 대결이고 포퓰리즘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민주주의나 선거 자체가 포퓰리즘 경쟁이 아닙니까. 최근까지 포퓰리즘 경쟁을 말할 때 ‘MB와 4대강’이라는 확실한 대척점이 있었습니다. 포퓰리즘에 대한 어떠한 논리적 공격도 ‘MB와 4대강’으로 무마할 수 있었죠. 그러나 이제 그게 없어졌습니다. 포퓰리즘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거나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대한민국은 제품뿐 아니라 선거용 아이템조차도 회전력이 매우 빠른 나라입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복지, 나눔, 힐링(healing)이 대세였는데 지금 벌써 한풀 꺾였습니다. 현장에 나가 보면 사람들은 이런 아이템에 더는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돈이 얼어붙었다는 신음을 내고 있습니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택수=선거 중반 이후 포퓰리즘이 등장하겠지만, 과거 선거와 비교해 포퓰리즘이 극심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 이후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고, 세종시 입주와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철희=복지확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보지 않습니다. 양극화의 심화, 먹고살기 어려운 사정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일 뿐입니다.
▲최진=과거 대선에서는 정치적 포퓰리즘이 주류(主流)를 이루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적 포퓰리즘이 많은 편입니다. 정책적 포퓰리즘은 막대한 국가 예산과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습니다. 후보들은 정책적 포퓰리즘을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홍성걸=과거 포퓰리즘은 행정수도 이전, 동남권 신공항, 호남선 KTX 등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보편적 복지라는 정책이 나왔습니다. 후보들은 제각각 재정확보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재정건전성의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막대한 복지지출을 증가시킬 경우의 대책이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그리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황태순=어느 선거 때나 인기영합적인 정책공약, 보랏빛 공약이 난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인기영합적인 공약이라고 해서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탁상(卓上)에서는 알 수 없는 살아 있는 민심을 반영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후보 본인이나 캠프에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줄 알면서도 일단 표만 얻고 보자는 차원에서 보랏빛 공약을 내거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는 누구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 표를 얻기 위해서 극심한 인기영합적인 정책과 공약이 나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상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학자나 전문가들이 너무 이상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꾀하는 공약, 예를 들어 ‘강(江)이 없는 곳에 다리를 놓겠다’는 식의 공약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관료집단은 정말 강이 없는 곳에 다리를 놓고야 맙니다. 때문에 선거과정에서의 철저한 매니페스토 검증도 필요하고, 당선 직후 정권인수위 차원에서 실현가능성(feasibility)을 다시 검토하여 실행플랜(action plan)을 세우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8] 후보별 장단점과 그것이 선거에 미칠 파괴력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노동일=우선 박 후보의 장점은 풍부한 정치경험과 선거승리로 확인된 정치력입니다. 아마 선거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단점은 비판이나 불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얼굴이 지나치게 굳어지는 등 포용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문 후보의 장점은 고상한 인품과 유연한 성격입니다. 하지만 참여정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점은 감점요인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안 후보의 장점은 참신함입니다.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국민적 욕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단점은 준비가 덜 된 점입니다.
▲박상헌=박 후보는 탑-다운 방식의 강력한 리더십과 고정적이고 안정된 지지기반, 풍부한 경험을 장점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단점을 꼽자면 과거, 불통 이미지가 강한 것입니다. 문 후보의 장점은 참신성, 진정성을 지닌 것이고 단점은 아무래도 친노 후보라는 것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치력도 약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안 후보의 장점은 2030과의 소통이 가능하고 성공한 기업가라는 점입니다. 보이는 이미지와 실체와의 간극이 크고, 정치경험이 없으며 콘텐츠가 취약한 것은 단점입니다.
▲박창환=박 후보의 최대 장점은 신뢰성입니다. 가끔 고집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야권 단일후보와 붙어도 안 밀릴 정도의 장점으로 승화될 것입니다. 문 후보의 장점은 따뜻한 이미지이고, 단점을 꼽자면 친노 후보라는 점입니다. 안 후보는 상식적이라는 것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입니다.
▲신율=박 후보의 강점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카리스마에서 기인하는 그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라 볼 수 있습니다. 또 박 후보의 불행했던 과거사에 대한 연민도 큰 무기입니다. 하지만 그의 역사인식은 최대 단점입니다.
문 후보의 강점은 친노 조직의 지원입니다. 문 후보처럼 순수한 이미지의 정치인은 조직이 약하게 마련입니다. 몹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낸 것도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가장 큰 약점은 친노 후보라는 점입니다. 정치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갈등의 조정을 담당해야 하는 대통령의 역할에 비춰보아 분명한 약점입니다.
안 후보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참신함에 있습니다. 기성 정치권에 넌덜머리를 내는 일반 유권자에게 안 후보의 등장은 정말 단비와 같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소통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청춘 콘서트’에서 구축된 이미지인데 지금 나와 있는 대선주자 중 가장 소통이 잘될 것 같은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특히 젊은 층의 말에 귀기울이면서 자신의 해법을 제시한 것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있음을 느끼게 함으로써 고립감에서 해방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단점은 정치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것입니다. 물론 본인은 정치적 경험이 없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정치의 기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신비주의도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동욱=박 후보의 장점은 후보 중 정치경험이 가장 많다는 것입니다. 또 가장 안정적인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뢰’, ‘원칙’ 같은 이미지는 자신만의 정치적 자산임에 틀림없습니다. 스케일 큰 의사결정을 통 크게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국민을 설득해 다 죽어가던 정당도 혼자서 살려내는 것은 물론입니다. 세 후보 중 조화의 코드로 국민을 통합할 능력이 가장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단점은 후배나 동지, 제자와 같은 끈끈한 인간관계망의 구축이 어렵습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정치적 동지와의 신뢰관계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온 경험이 부족합니다.
문 후보의 장점은 후보 중 가장 서민 이미지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전사, 인권변호사, 민주화운동 등의 경력과 청와대 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경험도 다른 후보가 가지지 못한 그만의 정치적 자산입니다. 단점을 꼽자면 문 후보는 경제나 과학 분야 등에서 전문성이 부족해 보이고 깊이가 없다는 오해를 사기 쉬운 캐릭터입니다. 태생적 한계인 ‘친노그룹’의 울타리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도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안 후보의 장점은 대중이 원하던 ‘강(强)한 성자(聖者)’ 이미지를 구현해 낸 것입니다. 안 후보는 책이면 책, 기업이면 기업, 선거면 선거까지 손대는 것마다 ‘대박행진’이어서 그 결과 대선 후보에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정치인’으로 ‘정규직 정치인’을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는 신선함 또한 안 후보의 강점입니다. 무엇보다 백신 연구가답게 세 후보 중 전략적 사고를 가장 잘합니다. 단점은 무소속이라는 점입니다. 아울러 장점으로 보인 외유내강 스타일이 우유부단으로 기울어지는 것도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안 후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정치경험 부족도 큰 약점입니다.
▲이택수=박 후보의 장점으로는 부모님(박정희, 육영수)이 남기고 간 정치적 유산과 선거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의미하듯 위기마다 ‘당’을 살린 위기 대응 능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불통 이미지, 과거사 인식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습니다. 문 후보는 깨끗하고 합리적인 이미지가 강점이지만 친노 인사들에 둘러싸여 있는 점, 직접적인 국정운영 경험이 부족한 점, 카리스마가 부족한 점은 단점입니다. 안 후보의 강점은 똑똑하면서도 헌신적이며 소통이 가능한 멘토의 이미지가 강한 것입니다. 하지만 무소속 후보로서 조직이 없으며, 대안제시가 구체적이지 못한 것은 약점이자 그가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철희=박 후보는 리더십과 안정감이, 문 후보는 노무현 정서와 깨끗한 이미지, 안 후보는 혁신의 상징성과 미래 이미지가 강점이라고 봅니다. 박 후보는 권위적 리더십과 불통 이미지, 문 후보는 낡은 민주당의 부담과 친노 프레임, 안 후보는 세력 부족과 경험 미숙이 약점이라고 판단됩니다.
▲최진=간단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박 후보의 장점=신뢰성, 안정감, 정치 성공신화/ 단점=고집스러움, 거리감. 문 후보의 장점=역사의식, 소탈함, 노무현의 개혁 이미지/ 단점=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 보혁 통합. 안 후보의 장점=새로움, 국민중심적 정치, 경제 성공신화/ 단점=듬직함의 부족, 국정경험 부족.
▲홍성걸=박 후보의 장점으로는 신뢰와 원칙, 경험, 안정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단점은 측근 또는 친인척 비리라고 판단됩니다. 문 후보의 장점은 부드러운 이미지이고 단점 및 약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의 근원이 된 금품수수를 막지 못한 책임이라고 봅니다. 안 후보의 강점은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졌다는 것이고, 구체적 대안 제시가 없다는 게 약점입니다. 안 후보의 경우에는 맷집이 약해 검증공세가 계속될 경우 거품이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황태순=박 후보는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국민의 뇌리에 깊이 박힌 것이 장점입니다. 단점은 국민 여론에 무감각하면서도 응집력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새누리당의 후보라는 점입니다. 당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문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국정경험이 있고 국민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가 최대 장점인 반면, 친노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무래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분열과 대립의 사회구조를 만든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느냐가 승패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봅니다. 안 후보는 기존의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무래도 국정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은 유권자들을 흡인(吸引)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9] 대선의 최대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상한 이슈가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요.
▲노동일=정책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정책이슈가 대선을 좌우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아마도 야권 단일화가 실현될지 여부, 실현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될지 여부, 어떤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설지가 최대 이슈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나쁜 선거의 전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상헌=야권 후보 단일화가 최대의 변수 및 이슈가 될 것입니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단일화’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박 후보의 최대 위기 요소입니다. 다만 ‘감동과 국민동의’를 전제로 한 단일화 역시 난해한 과제인 만큼 야권으로서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창환=야권 후보 단일화라고 생각합니다.
▲신율=경제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것입니다. 경제 위기가 심화될수록 정권 심판론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 경우 문 후보가 유리하다고 봅니다.
▲이동욱=이번 대선의 막판 이슈는 ‘경기부흥(景氣復興)’이 될 것입니다. 엇비슷한 세 후보로 안 그래도 헷갈리는 판에, 누군가가 ‘당신의 지갑을 두껍게 만들어 가계부채 갚도록 해드리겠습니다’라든지, ‘돈을 돌게 해서 다 죽은 경제를 살려내겠습니다’거나 ‘돈이 돌아야 일자리가 생깁니다’ 같은 식의 ‘실물경제 살리기 캠페인’을 펼친다면 중간 표는 싹쓸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중간층과 서민층 모두가 자금난의 바다에 빠져 익사 직전이기 때문입니다.
▲이택수=아무래도 최대 이슈는 야권 단일화 성사 여부와 시점이겠지요. 아마 이 사안이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철희=불평등 해소라고 봅니다. 다만 이것이 이슈로 등장할 때에는 정치개혁과 민생해법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투표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나, 찬반 구도냐 아니면 우열 구도냐에 따라 영향력의 수위는 달라질 것입니다.
▲최진=경제와 통합입니다. 이 두 가지는 대중이 마음속 깊이 간절히 바라는 열망이기 때문에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근 세 후보가 박빙의 각축을 벌이는 것은 대중의 기대심리가 대등하다는 증거인 동시에 아직 미흡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세 후보는 경제와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원대하고도 구체적인 국정 청사진을 제시해야 합니다.
▲홍성걸=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이 외에 북한문제, NLL·독도 등 영토문제, 보편적 복지와 재정건전성 문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내곡동 사저 특검 결과 등이 투표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황태순=뭐니뭐니 해도 역시 경제가 최대 이슈가 될 것입니다. 경제 이슈가 원체 다양하기는 하지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해 어느 후보가 더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대 대선에서 늘 그래 왔지만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이슈가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02년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을 때 수도 이전 이슈, 1997년 대선에서 IMF 환란위기에 대한 책임론 등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현 시점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전혀 엉뚱한 이슈가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10] 북한 어선의 NLL 침범 등 북한의 한국 대선 개입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풍 변수가 이번 대선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그렇다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요.
▲노동일=북한 관련 이슈 자체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단지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NLL 무력화 발언, 북핵 용인 발언 등이 이슈화되면서 문 후보의 대북관이 문제될 경우 선거 막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박상헌=이른바 ‘북한 변수’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세 후보 모두 MB정권의 일방적 대북강경노선 수정을 예고하고 있고, 성숙한 민도를 감안하더라도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박창환=연평도 포격 이상의 사건이 아닌 바에 북풍은 없다고 봅니다. 있어도 오히려 평화심리만 자극하는, 즉 아니한 만 못할 정도로 여당에 악재가 될 것이라 사료됩니다.
▲신율=북한이 도발했을 경우 야당의 ‘평화 프레임’과 여당의 ‘안보 프레임’ 중 누구의 프레임이 국민들을 설득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대선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욱=북풍 변수가 발생해도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면 보수층 일부(약 5% 미만)만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견고한 역사관을 가진 한국 보수층은 실제로 조직력이 약합니다. SNS 등으로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북풍 변수가 생기더라도 이를 이슈 파이팅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박 후보 개인에게만은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북한 공작원에 피격당한 육영수 여사, 청와대 기습을 당한 박정희 대통령을 다시금 회고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중간층의 표를 5% 내외로 움직일 뿐 야권의 지지층을 대거 이탈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나마 이것을 확장해서 승리로 연결할 수 있는 ‘의지’가 박근혜 캠프에 있느냐 하는 것은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는 의문사항입니다. 전투력(Power)=역량(Capability) × 의지(Will)이기 때문입니다.
▲이택수=북풍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북한 변수가 역풍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철희=과거 북풍과 같은 형태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러나 97년의 북핵(또는 미사일) 실험과 같은 사건이 돌출할 경우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가능성은 있겠지요.
▲최진=과거 대선 때마다 출몰했던 남북관계 변수는 더는 위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정치가 성숙해졌고, 우리나라의 국방력과 외교력도 강화되었으며, 무엇보다 국민이 그런 돌출 변수에 대한 학습효과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음모적 행동을 감행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우리의 대선판도에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홍성걸=북풍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다만 3차 핵실험이나 북한체제의 불안정성 증가에 따른 급격한 변화는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 경우 보수 및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황태순=역대 대선에서 늘 북한 변수가 작용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어떤 돌발적 도발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어느 쪽에 유리할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조금 경우는 다르지만 2010년 지방선거 직전의 천안함 폭침 사건 같은 경우는 오히려 민주 진보 진영의 결집을 초래해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에 참패를 안겼습니다. 만약 이번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어떤 불온한 도발을 한다면 현 시점에서는 아무래도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은 문 후보가 지나치게 노무현 정부 시절의 친 북한적인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은 결국 우리가 미온적일 때 뒤통수를 친다는 트라우마를 일깨워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월간조선》은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히고설킨 올 대선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정치학자, 여론조사 전문가, 정치평론가 등 전문가 10명에게 대선 판도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는 사안 10가지를 선정해 질문했다. 일치하는 답변도 많았지만, 견해가 엇갈리는 사안도 상당수였다. 설문에 응한 정치전문가는 노동일 경희대 법대 교수, 박상헌 정치평론가, 박창환 장안대 교양학부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동욱 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전문위원, 이택수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대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가나다순·이하 존칭과 직책 생략)이다.
[1] 민주통합당(민주당) 문재인 후보 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에 성공할 거라고 보십니까.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어떤 방법으로 되고, 어느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정치인으로 변신한 안 후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불리하더라도 단일화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노동일=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박근혜 후보의 승리가 절대적인 만큼 야권 진영의 압박이 강력할 것입니다. 야권 단일화는 성사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 후보 진영의 세 불리기를 감안하면 담판은 어려울 것이고, 경선 혹은 경선 후 여론조사로 단일 후보를 정할 것 같습니다. 안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만큼,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단일화를 수용하고, 단일화 경쟁에서 질 경우 차기정부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상헌=안 후보를 포함한 범야권으로서는 단일화 없는 이번 대선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필패(必敗)’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 후보와 민주당의 경우 ‘정권교체’에 강조점이 있다면, 안 후보는 ‘변화와 쇄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보입니다. 문제는 정치공학, 혹은 선거공학적 단일화가 아닌 ‘동의와 감동’이라는, 즉 ‘1+1’이 2 혹은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단일화여야 한다는 데 양측의 고민이 있다고 보입니다. 이번 대선의 특징이 정책 혹은 의제에 큰 차별성이 없다는 데에 있다면 ‘아름다운, 혹은 감동적인’ 단일화는 말처럼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양측의 치열한 경쟁이 당분간 불가피해 보이는데, 경쟁이 과열되어 상처만 남기고 각자의 길로 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어쨌든 이번 대선은 박근혜 후보와 최종적으로 겨룰 후보가 후보등록 직전, 나아가 선거 직전까지도 정해지지 않는 ‘불확실성’이 역대 어떤 대선보다 심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창환=단일화에 결국 성공할 거라고 봅니다. 방식은 기존 담판이나 여론조사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예를 들면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다든지 교황식 선출방식을 채택한다든지 다양한 여론을 혼합한 형태의 방법으로 단일화를 이룰 것입니다. 안 후보가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에 입당,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봅니다.
▲신율=과거 대선의 경우를 살펴볼 때 야권 후보 단일화는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었고,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우리나라 야권 성향 지지층은 보수 성향 유권자보다 수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열세이기 때문에 지지층의 외연 확대를 위해서도 야권 후보 단일화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존재합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100% 공감합니다. 1997년 대선 때의 DJP 연합도 단순히 호남권과 충청권의 결합이라기보다, 진보적 이미지가 강했던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후보가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와의 연합을 통해 중도 보수표를 획득하는 장치였습니다.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盧武鉉), 정몽준(鄭夢準) 후보 단일화도 따지고 보면 정 후보의 자유주의적 이미지를 통해 중도 지지층을 흡수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후보 단일화는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의 경우는 좀 다르다는 판단입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김종필 그리고 정몽준 후보 같은 경우는 지지층이 비교적 일정한 이념 성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경우 지지층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습니다. 안 후보 자신도 말하는 것처럼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할 때 보수적 지지층과 진보적 지지층이 함께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안 후보의 지지층을 분석해 보면 보수적 성향 지지층이 40% 정도, 60%가 야권 성향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안 후보는 혼자만으로도 DJP 연대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안 후보의 입장에서는 절박하게 후보 단일화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목맬 필요가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안 후보가 기성 정치권과 다를 것이라는 이미지에서 연유(緣由)합니다. 즉 기성 정치권과 대척점에 있는 안철수에 열광한다는 것인데, 안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 동참하는 순간 안 후보는 기성 정치권의 일부가 돼 버립니다. 지난번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과의 연대와 이번 연대가 다른 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박원순 당시 후보는 기성 정치권에 몸담은 인물이 아닌, 그야말로 시민후보였습니다. 그래서 박 후보에 대한 안 후보의 지지는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는 열광할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더구나 당시 두 사람이 아무런 조건 없이 합의하고 한 사람이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니 감동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안 후보가 연대한다고 가정하면 그 연대의 상대는 기성 정치권입니다. 그것도 경선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불거진 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안 후보의 입장에서 단일화 제의에 선뜻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과거 안 후보가 언급한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 후보는 최근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나의 목표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대선 불출마니 뭐니 하며 여러 해석이 나왔는데 안 후보의 이런 언급은 대통령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정치공학적으로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당선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는 말인데, 이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민주통합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봐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안 후보가 지난 출마 선언 당시 단일화의 조건으로 정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와 그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내걸었는데, 이것은 결국 민주당이 지금의 상태에서 제기한 후보 단일화를 거절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일단 정치를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겠다는 언급은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후보 단일화를 통한 양자 대결 구도보다는 다자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군다나 민주통합당 입장에선 자당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정당으로서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후보 단일화를 어렵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입니다.
▲이동욱=어떤 형태로든 단일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먼저, 논리적으로는 문·안 후보 양측이 게임이론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걸려 있습니다. 단일화를 못 할 경우 둘 다 형사처벌에 버금가는 정치적 부채(負債)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현장조사 차원에서 보면 현재 문과 안 캠프의 참모진이 동색(同色)입니다. 후보자는 다르지만, 그 참모진은 한 마당에서 놀던 사람들이 잠시 서로 다른 사무실로 출퇴근 중입니다. 셋째는 장외(場外) 상황입니다. 진보 진영 및 진보 유권자들의 단일화 압박이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질 것이고 단일화 않더라도 전략적 투표에 의해서 한 사람이 정리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단일화 않는 조건은 안 후보가 진보, 중도, 보수를 망라하는 지지층을 확보하여 단독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과 박근혜 후보 개인의 유고(有故)로 인한 선거불참 같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이런 가능성이 개미 눈곱만 합니다.
안 후보가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정권교체에 기여해야 합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처럼 말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자신이 목표한 정치 쇄신과 개혁을 구체화해 나가야 합니다. 개인적 견해이지만 이번 대선이 끝나면 당선과 무관하게 가장 큰 정치적 자산(Political Asset)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은 안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이택수=단일화가 안 되면 박근혜 후보의 집권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단일화는 성공할 것으로 봅니다. 방식은 여론조사일 것이며 단일 후보 경쟁의 승리자는 문재인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권에서 성공하려면 우선 단일화를 위한 민주당과의 협상에 인내(忍耐)를 갖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이철희=대체로 단일화는 될 것으로 봅니다. 정권교체의 여론이 워낙 높고, 안·문 후보 모두 이러한 시대적 당위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안 후보가 내건 새 정치의 명분에 부합하게 민주당이 혁신되지 않으면 단일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단일화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야권의 두 후보 간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낳아 박근혜 대세론을 허문 만큼 당분간은 경쟁 구도가 지속될 것입니다. 언제쯤 단일화 논의가 시작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최진=최종 순간에 단일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안 후보 말대로 국민적 명분을 확실하게 주지 않으면 독자 출마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문 후보의 경우 제1야당의 정당 후보이기 때문에 ‘단일화 양보’는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홍성걸=단일화가 정권교체의 가장 큰 변수라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현 상태에서 대선 승리만을 목적으로 한 단일화는 안 후보의 출마 명분과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안 후보가 정치인으로서 계속 정치혁신을 지속하려면 단일화를 거부하고 당당히 승부를 맞는 것이 순리입니다. 만약 단일화를 이룬다면 안 후보 측에서 미니정당을 만들고, 민주당과 당(黨) 대 당 통합의 형식을 띠는 것이 합리적이나, 현재 안 후보 측에서는 창당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소속으로 단일화에 나설 경우, 여론조사에 의한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경우, DJP 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방식이 함께 채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이기는 쪽이 대선 후보로, 지는 쪽은 책임총리로 나서는 방안을 놓고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황태순=단일화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봅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의 가능성도 또 마지막까지 완주하는 3자 대결 가능성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봅니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과 그 해소를 위한 정치쇄신을 자신의 무기로 들고 나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쉽게 단일화 프레임(frame)에 갇히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단일화를 전제로 말씀드리자면, 아무래도 정치적 담판(협상)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경선 방식의 경우 자칫 감정의 골이 파일 수 있고, 여론조사 방식의 경우 국민의 판단으로 승패가 나기 때문에 양보한 측에서 어떤 권리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구로 단일화될 것인가의 문제는 현 시점에서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의 여론조사 추이나 호남 민심의 흐름으로 봐서, 문 후보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미세하게 큰 것 아닌가 짐작해 보고 있습니다.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상황은 안 후보가 끝까지 출마를 강행할 때 발생할 것입니다. 그것은 대선에서의 승패와 상관없이 안 후보가 정말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안 후보의 나이(50세) 등을 고려할 때 안 후보를 중심으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정치결사체 출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문·안 후보의 단일화는 진보와 이념적 모호성을 가진 후보의 결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파괴력, 즉 효과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또 역대 단일화 사례에 비춰봤을 때 단일화가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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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전문가들은 20, 30대 지지율이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
▲박상헌=문 후보는 후보선출 이후 예상 밖으로 상당히 왼쪽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분히 안 후보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지셔닝(positioning)으로 보입니다. 안 후보는 다 아는 것처럼 ‘중원의 강자’이죠. 역대 대선마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을 기반으로 한 중원지역은 존재했었고, ‘중원의 맹주(盟主)’를 자처하는 후보들도 있었죠. 다만 한 번도 성공한 예는 없었습니다. 안 후보의 경우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현재까지는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민주당이 범야권을 포괄하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정당’이 아니라는 데서 기인하고, 당내의 ‘친노(親盧) 패권주의’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반영되어 있다고도 보입니다. ‘야합 혹은 담합’이라는 비난이 일어나지 않을 단일화 방식을 찾는 것이 현재로서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박창환=현재 새누리당도 진영(陣營)을 뛰어넘는 통합 행보를 하고 있으므로, 개혁과 중도의 결합은 큰 장애가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이념결합보다 단일화의 진정성(즉 정책경쟁과 다양한 여론 반영 등)에 따라 파괴력이 클 수도(이 경우 압승) 아니면 작을 수도(이 경우 신승) 있다고 판단합니다.
▲신율=야권 후보가 단일화된다면 상황에 따라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상황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것인데, 그 이유는 안·문 두 후보 간의 색채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안 후보로 단일화된다면 문 후보를 지지하는 야권 지지층이 모두 안 후보에게 몰려갈 수 있지만, 반대로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안 후보 지지층 중 보수적 성향의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일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라갈 수는 있지만, 폭발적인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렇더라도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그 사실 자체가 갖는 폭발력 때문에 박근혜 후보에게 상당히 위협적일 것은 분명합니다.
▲이동욱=지지층의 성향을 보면 안·문 후보 측은 둘 다 개혁 성향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이것이 단일화 효과를 상당히 상쇄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 봅니다. 과거 대선에서 보면 개혁집단과 안정집단이 단일화했을 때 가장 효과가 컸습니다. 예컨대,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15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16대)가 그렇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단일화는 개혁 성향 집단끼리의 단일화입니다. 이는 박근혜 후보에게 다행스러운 구도입니다. 다만 선거는 상대적이므로, 이런 단일화임에도 새누리당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해지면 단일화한 쪽이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고, 새누리당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대처해 나간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 될 것입니다. 선거 막판이 단일화의 축제로 가 버리면 난망(難望)인 만큼 새누리당은 그보다 더 큰 이슈로 대중을 견인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택수=단일화 효과는 이미 단일화를 가정으로 한 여론조사에 반영되고 있어서 박빙의 싸움이 예상됩니다. 다만 단일화 과정에서 뜨거운 경쟁 과정 속에서도 깨끗한 승복을 통해 극적으로 단일화될 경우, 컨벤션 효과(전당대회와 같은 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에 의해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선거 막판이라 그 효과가 상당부분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서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철희=당연히 단일화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가 2002년 정몽준-노무현 간의 단일화보다는 명분이 더 있지요. 단일화만 되면 야권이 이길 것이란 예측도 우습지만, 어떤 경우에도 단일화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도 우습습니다.
▲최진=모든 사람은 단일화 효과를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입니다. 그러나 21세기 정치적 패러다임은 20세기에 비해 크게 달라졌습니다. 단일화 지상주의의 위력이 크게 약화된 것입니다. 과거 DJP 연합이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같은 정치공학적 연합전선은 오늘날 국민의 반감을 살 수 있죠. 즉 단일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동시에 역반응도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국민을 위해 진정성 있는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외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홍성걸=단일화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입니다. 단일화를 통해 양 후보의 지지도가 산술적으로 합산되지는 않겠지만, 4·11총선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야권 성향의 투표가 여권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양자대결로 좁혀질 경우 전혀 새로운 게임이 되고, 군소후보들의 득표력이 매우 적더라도 캐스팅보트의 성격을 가질 수 있게 되므로 대선 결과를 섣불리 예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황태순=실제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대선 승리를 담보하는 만능열쇠는 아닐 것입니다. 우선 두 후보 지지층이 상당부분 겹칠 뿐만 아니라, 양보한 쪽 지지층이 자칫 투표를 포기하거나 보수 진영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두 후보 중 어느 쪽으로 단일화되든, 결국 박근혜와 50대 50의 피 말리는 접전을 예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3] 역대 대선은 지역 대결 요소가 강했습니다. 이번 지역 대결의 승패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여기에 이번 대선은 세대 간 대결 양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세대별 지지후보의 차이와 강도가 그대로 대선 표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지요. 만약 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노동일=영남지역 표는 분산될 것입니다. TK(대구 경북)는 박 후보 쪽으로, PK(부산 경남)는 새누리당과 야권지지로 분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호남지역 표는 민주당 혹은 야권지지로 결집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충청지역 표심이 어느 때보다 더 승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세대(世代) 간 대결 양상은 있긴 하지만 젊은 층의 지지가 표로 연결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상헌=PK 민심이 지금처럼 40% 정도 야권지지로 이어지고, 박근혜 후보가 호남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획득한다면 과거보다는 지역구도가 많이 약화된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이런 지역 대결의 완화에는 세대별 투표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론적으로 야권 단일화는 20~40세대의 단순한 여론조사 지지가 아니라 실제 투표장으로 움직일 동력이 될 것으로 사료(思料)됩니다.
▲박창환=지역구도는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가장 강력한 요소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표현된 것처럼 박 후보의 주요 득표기반은 영남과 동쪽 벨트이고, 야권은 호남과 수도권에서 강세입니다. 또한 세대별로도 50~60대 장년층은 박 후보가 강하지만, 2030세대에서는 안 후보가 앞서 있죠. 안 후보가 장악한 이른바 ‘중원의 표심’을 박 후보가 어느 정도 점령할 수 있느냐가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신율=18대 총선과 비교해서 이번 대선의 유권자 분포를 보면 18대 총선 대비 20대와 30대 유권자는 각각 2.5%, 2.2% 줄었고, 40대는 0.6% 줄은 반면, 50대와 60대는 각각 3.3%, 2% 늘었기 때문에 2030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지더라도 실제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동욱=전승불복(戰勝不復). 이긴 전쟁은 반복되지 않는 법이라고 공자(孔子)가 말했듯이, 실제로 모든 선거는 다릅니다. 흔히들 공통점만 모아서 비슷하게 설명할 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는 박 후보의 행보에 의해 선거판 전체의 성질이 결정된 특징이 있습니다. 박 후보가 종래의 계선(界線·보수 대 진보)을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정책이나 인선(人選)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당명 개정, 붉은색의 당기(黨旗), 경제민주화·복지 정책 등은 유권자들이 헷갈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박 후보 측은 미리부터 클러치(clutch) 전략을 쓴 것 같습니다. 진보 측에 두 명의 후보가 강하게 등장할 것을 알고 미리 그쪽과 거리를 두지 않고 엉겨붙은 것처럼 보입니다. 지역 대결 양상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약화됐다고 봅니다. 지역 대결의 이슈도 없고 후보들도 지역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세대 간 대결 양상은 심화돼 있고 누가 되든 진 쪽 세대의 좌절감은 매우 클 것입니다. 세대 간에는 대략 40대 초반 이하의 진보, 40대 후반 이상의 보수로 갈리고 있으며, 그 구분 연령이 점차 올라가는 추세인 만큼 세대별 차이와 강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변화 가능성은 정책 이슈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박 후보는 이미지 전략상 젊은 세대에 어필하려 할 것입니다. 반면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고령층을 위한 맞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택수=PK 지역에서 40%를 넘나드는 야권 단일 후보의 지지율이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선거 막판 영남권 여권 표 결집에 의해 30%대 중반 정도 득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호남 역시 박 후보가 10% 중후반의 지지율을 보이기도 하지만, 막판 지역감정 고조로 두 자릿수를 넘더라도 간신히 넘길 것 같습니다.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더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2030세대에서는 야권 후보가 60% 안팎의 득표 가능성이 크고, 50대 이상은 반대로 여당 후보가 60% 안팎 득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40대에서는 박빙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야권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40대 연령층에서 10% 이상의 격차로 승리해야 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40대의 지지율 격차가 10% 이내로 좁혀질 경우 야권은 불리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이철희=이번 대선에선 세대 균열과 지역 균열이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세대 균열이 투표에서도 작동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쟁점 구도와 후보 간 차별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없다면 2030세대가 투표장에 나오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최진=과거와 같은 정치역학적 지역 변수의 위력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판단입니다. 여전히 지역정서에 따른 득표현상은 존재하고 있지만, 지역 변수보다는 인물 변수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즉 국민은 대선 후보들의 리더십을 보고 최종 선택을 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번 대선 구도가 ‘박정희 향수’와 ‘노무현 부활’이라는 점에서 중장년층과 2030세대의 대결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홍성걸=지역 대결의 경우, 호남권은 현상유지,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야권 선전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충청·강원권이 여권 성향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결국 승부는 수도권에서 갈릴 것입니다. 현재 수도권의 판세는 야권이 유리하지만, 단일화 이후 선거 국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변화가 예상됩니다.
2030세대는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견고할 것입니다. 때문에 만일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투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안 후보의 경우 검증공세가 네거티브로 흐른다면 2030세대의 지지가 공고화될 것이지만 진실이 밝혀지면서 안 후보의 이중성이 부각된다면 이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40대는 야권 성향이 높아 문·안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 성향이 높습니다. 다만 2030에 비해 정책대안이나 비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 후보 측의 대안이 신통치 않을 경우, 지지 철회의 가능성이 2030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황태순=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지역별 지지의 흐름이 대선에서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면 틀림없을 겁니다. 지역별로 득표 의석보다는 실제 득표수(득표율)를 참조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우 획득 의석수에서는 야권연대가 3석밖에 얻지 못했지만, 득표율은 거의 4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시사(示唆)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나 세대별 대결 구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20~30대(38.6%)와 50~60대(39.6%)는 서로 시소(see-saw)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상호 간의 지지율을 상쇄할 것이고, 결국 40대(21.9%) 중도-무당층 성향의 유권자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봅니다.
[4] 이번 대선에서 호남은 누구를 선택할 것으로 보는지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결집력은 어떨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노동일=일단 민주당을 배경으로 한 문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가 승리한다면 결국 야권 단일 후보를 택할 것입니다. 박 후보가 과거에 비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겠지만 ‘호남=민주당’ 혹은 야권 후보 지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박상헌=DJ 서거 이후 호남을 대변하는 정치세력, 혹은 지도자의 부재(不在)라는 상실감이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이 전제 위에 이른바 ‘배제투표’, 즉 박근혜를 꺾을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문 후보는 참여정부에 대한 호남 민심의 서운함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어쨌든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그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겠지요.
▲박창환=결국은 문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전히 호남 소외(疏外)론이 설득력을 얻는 만큼 결집력은 과거보다 최소 10% 정도는 약화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신율=호남은 대체로 친노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지만, 문 후보는 오히려 친노 인사를 전진배치하고 있어 호남에서는 안 후보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대략 70% 정도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영남과 호남의 인구 비율을 비교할 때 호남에서 90%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지지를 받을 경우 야권은 상당히 힘든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동욱=현재의 구도에서 변화가 없다면 당연히 호남은 문·안 후보 중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지지할 것입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결집력은 떨어질 수 있으나 어쨌든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면 지지할 것입니다. 그동안 안 후보에게 가 있던 호남 표가 최근 문 후보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는 문 후보도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생각이 호남사람들에게도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안 후보가 어떤 카드를 꺼내드느냐에 따라 호남의 선택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택수=호남은 단일 후보 확정 전까지는 문·안 후보에게 비슷한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하지만 단일 후보가 결정된다면 그에게 80% 이상의 몰표를 보내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철희=호남은 전략적 투표, 즉 박근혜에 대항할 후보로서 누가 더 강한가에 초점을 맞춰 선택할 것입니다. 아직은 뭐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나선다면 호남은 과거 수준의 결집을 이룰 것입니다.
▲최진=지금 호남사람들의 심리상태는 매우 복잡할 것입니다. 문·안 후보 사이에서 갈등하고, 박근혜의 국민통합론에 대해 예의 주시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남 정서는 최종 순간에 한 사람에 대해 전략적 선택을 하여 몰표를 몰아주는 특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박 후보의 최근 파격적인 대통합 인사로 볼 때 그의 호남 득표율이 역대 최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홍성걸=호남은 야권 후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과거와 결집도도 별 차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조금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 후보의 득표율은 지지도의 절반 수준이나 그 이하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황태순=호남 유권자의 입장에서 과거 김대중 후보 때의 결집력을 다시 보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를 양자(養子)로 생각하고 지지했지만,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의 정부를 대북송금 특검으로 욕보이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민주당을 깨부쉈다는 아픈 트라우마(trauma)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 문 후보가 참여정부 시절의 호남 홀대에 대해서 사과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마저 다 아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마지못해 야권 후보를 지지하긴 하겠지만 예전만 한 결집력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5] 이번 대선에서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정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요. 어느 후보가 부울경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또 부울경의 표심을 잡으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요.
▲노동일=문·안 후보 모두 지역연고가 있다는 점에서, 부울경의 표심은 여야로 나누어질 것입니다. 부울경 표가 나뉠 경우 충청도의 표심이 대선을 좌우할 것입니다.
▲박상헌=수도권 못지않은 격전지가 이른바 PK 전선이 될 것 같은데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2석(문재인, 조경태)밖에 얻지 못했지만, 득표수만 보자면 4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최소한 60%를 사수해야 하는데, 안 후보가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새누리와 민주당이 1:1 구도일 때 투표에 불참할 2030세대를 안 후보가 상당부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창환=부울경에서 40%는 야권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 후보의 신승(辛勝)이 예상될 정도로 야권바람이 세게 몰아칠 것입니다. 물론 야권의 후보 단일화 실패 또는 안철수 검증과 민주당 쇄신 실패 등 악재가 겹친다면 30%에 머무를 수도 있겠지요.
▲신율=부산에서 새누리당이 50%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위험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50% 이상의 지지를 받을 것은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아무리 야권 정서가 강해졌다 하더라도 부울경이 이변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동욱=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세대 경쟁입니다. 부울경은 박 VS. 안, 박 VS. 문 경쟁에서 대략 55% : 40%(갤럽 데일리 기준)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 후보가 항상 55%를 유지하는 중입니다. 만약 부울경에서 안·문 후보가 박 후보를 이긴다면 다른 지역도 그만큼 변한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부울경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세대(40대 후반)가 넘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택수=야권 후보가 과거 대선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40% 이상 득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경남지사 보궐 선거와 맞물려 여권이 선거 후반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 표를 35% 이내로만 막을 수 있으면 대전과 충청, 강원에서 지난 총선부터 여당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전체 판세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철희=PK에서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40%대에 이르고 있지만, 세대별 투표율을 감안하면 아직 박 후보가 많이 앞서 있습니다. 만약 야권이 이번 대선에서 40% 이상을 득표한다면 전체 판세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최진=부산 민심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로 인해 심한 정서적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명예회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침 야권의 두 후보가 모두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고, 그러한 지역민심이 지난 총선에서 40%가 넘는 득표율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박 후보가 부산 출신인 김무성(金武星) 전 의원을 중용하면서 부산 공략을 본격화하면, 양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홍성걸=부울경의 야권 지지도가 40%를 넘는 상황입니다. 그 어느 대선보다 야권 표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안·문 두 후보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과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 배신감 등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충청, 강원권에서 박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는 만큼 수도권 민심이 대선 결과를 가름할 전망입니다. 만일 박 후보가 부울경에서 70%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인다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으로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울경 지역에 대한 대책은 매우 중요하겠지요.
▲황태순=부산·울산·경남은 전체적으로 보수 성향이 농후한 지역입니다. 과거 근대화 과정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지역이지요. 울산공단, 마산공단을 비롯하여 부산 사상공단 등 근대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데 대한 자긍심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6·25전쟁의 와중에서 피란민, 특히 월남한 이북 출신들이 지금도 재래시장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등 보수 색채가 강합니다. 물론 호남 출신 유권자도 그 어느 다른 지역보다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전체 유권자의 20% 내외가 호남 출신으로 알려졌을 정도입니다.
현재 문·안 두 사람 모두 부산 출신이고, 또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소외됐다는 불만이 많이 쌓여 있어 야권이 상당부분 약진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번 4·11총선에서 보여준 40%의 득표율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박 후보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부울경에 호소하느냐와 함께 야권 후보가 지금과 같이 ‘호남의 아들’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또 이념적으로 진보 성향의 색채를 강화할 때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6] 이번 대선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을 꼽아주십시오. 그리고 그 특징적 요소가 대선 결과와 국가 장래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신다면요.
▲노동일=여론조사를 비판 없이 맹종(盲從)하는 현상이 이번 대선 과정의 가장 큰 특징으로, 나쁜 선거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념과 정책, 비전을 공유할 수 없는 세력들 간의 무조건적인 단일화 논의에 매몰된 대선 과정도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박상헌=안철수 현상과 경제민주화, 복지겠지요. 야권 후보가 중원의 표심을 얼마나 얻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날 것입니다.
▲박창환=안정적인 중도층의 등장과 양강(兩强) 구도의 위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보수, 진보 정당들의 창당으로 이어져 정치권 개편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율=지역주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대신 이념적 양분화와 경제적 양극화가 대두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위기가 심화하면 이는 정권 심판론을 불러일으켜 여당 후보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안 후보 역시 경험 부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불리하고, 결국은 문 후보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이동욱=이번 대선은 지금까지 진정성(authenticity)의 경쟁이었습니다. 그 어떤 정치인들보다도 진정성, 신뢰에 강한(혹은 그렇게 보이는) 세 사람이 맞붙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유권자들은 현 대통령과 다른 요소를 갈구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후보들의 ‘진정성’이 흔들린다면 모든 것이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좁히고 좁혀 세 사람이 남았으니 지금부터 다른 경쟁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병법(兵法)을 거론하자면, 시계(始計)편의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의 기준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승리할 것입니다. 도(道·비전제시), 천(天·외부 여건), 지(地·주요 이슈 선점), 장(將·유능한 후보와 참모진), 법(法·조직화)의 요소대로 새 판을 짜듯이 새롭게 진영을 구축하고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 살길을 제대로 제시하는 후보가 이길 것입니다.
▲이택수=안철수 현상이 가장 큰 특징이지요. 무소속 안 후보가 집권할 경우, 60년 전통의 민주당은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고 여권도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과거 선거의 전례를 볼 때 안 후보는 무소속의 한계를 드러내고 지지율이 선거 종반에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이철희=제3 후보의 초강세가 가장 큰 특징이고, 계층적 투표 성향이 작동하는 선거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구도가 후보 간 차별성으로 나타나면 야권에 유리할 것으로 봅니다. 여야 후보 공히 경제민주화, 복지 등을 내건 만큼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진=‘변수’나 ‘구도’가 아니라 ‘사람’이 큰 흐름을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단일화나 남북관계, 돌발상황, 네거티브 요인보다 후보 개개인이 국민에게 어떤 모습과 이미지로 비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심리요인으로 떠오른 것이지요. 이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형 대선 양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리더십의 시대’니 ‘이미지의 시대’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다만, 이미지와 감성 요소들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정책이 실종될 수 있으므로 국민의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홍성걸=정책실종, 이미지 선거, 깜깜이 선거, 경제민주화, 과다한 복지공약, 남북관계의 유연화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향후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큼에 따라 다음 정부는 심각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황태순=반세기 넘게 우리 정치문화를 지배해 왔던 정당(政黨)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제 새누리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웬만한 NGO 단체나 시민사회단체의 영향력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바람’도 기존 정당체제,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며 반란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문제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 채 그저 관행적으로 군림만 하려는 정당과 정치체제에 대한 일종의 어큐파이(occupy·점령하라)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때문에 이번 대선을 거치고 나면, 특히 현재 기초단체장 등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없애자는 분위기가 현실화된다면 중앙당 중심의 현행 정당체제는 무너져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모바일 기술과 문화가 가장 앞서나가는 우리나라에서 정당을 매개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직접적 참여를 통한 ‘직접 민주주의’의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봅니다.
[7] 18대 대선에서는 복지 확대 정책 등 포퓰리즘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대 대선에서의 포퓰리즘과 이번 대선의 포퓰리즘은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보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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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전문가들은 아무리 흔들려도 박근혜 후보는 부산에서 50% 이상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자갈치 시장 전경. |
▲박상헌=어쨌든 ‘복지와 경제민주주의’는 시대정신으로 보입니다. 정책 혹은 의제에 있어 세 후보 간의 큰 차별성이 없는 것이 역대 대선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창환=과거 선거는 개발공약의 포퓰리즘이었습니다. 이는 경제성장기의 반영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경제위기와 양극화 시대의 복지확대는 대세라고 봅니다. 즉 복지포퓰리즘은 양극화에 따른 시대상의 반영이기에 생존의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생문제로 볼 수 있지요.
▲신율=경제적 상황이 어렵고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을수록 포퓰리즘적 정책은 양산됩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의 ‘747’처럼 황당한 포퓰리즘은 최소한 이번 대선에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747과 같은 황당한 정책은 현 정권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동욱=포퓰리즘이 없는 선거가 있을까요. 어디까지 정책 대결이고 포퓰리즘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민주주의나 선거 자체가 포퓰리즘 경쟁이 아닙니까. 최근까지 포퓰리즘 경쟁을 말할 때 ‘MB와 4대강’이라는 확실한 대척점이 있었습니다. 포퓰리즘에 대한 어떠한 논리적 공격도 ‘MB와 4대강’으로 무마할 수 있었죠. 그러나 이제 그게 없어졌습니다. 포퓰리즘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거나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대한민국은 제품뿐 아니라 선거용 아이템조차도 회전력이 매우 빠른 나라입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복지, 나눔, 힐링(healing)이 대세였는데 지금 벌써 한풀 꺾였습니다. 현장에 나가 보면 사람들은 이런 아이템에 더는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돈이 얼어붙었다는 신음을 내고 있습니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택수=선거 중반 이후 포퓰리즘이 등장하겠지만, 과거 선거와 비교해 포퓰리즘이 극심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 이후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고, 세종시 입주와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철희=복지확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보지 않습니다. 양극화의 심화, 먹고살기 어려운 사정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일 뿐입니다.
▲최진=과거 대선에서는 정치적 포퓰리즘이 주류(主流)를 이루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적 포퓰리즘이 많은 편입니다. 정책적 포퓰리즘은 막대한 국가 예산과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습니다. 후보들은 정책적 포퓰리즘을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홍성걸=과거 포퓰리즘은 행정수도 이전, 동남권 신공항, 호남선 KTX 등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보편적 복지라는 정책이 나왔습니다. 후보들은 제각각 재정확보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재정건전성의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막대한 복지지출을 증가시킬 경우의 대책이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그리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황태순=어느 선거 때나 인기영합적인 정책공약, 보랏빛 공약이 난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인기영합적인 공약이라고 해서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탁상(卓上)에서는 알 수 없는 살아 있는 민심을 반영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후보 본인이나 캠프에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줄 알면서도 일단 표만 얻고 보자는 차원에서 보랏빛 공약을 내거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는 누구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 표를 얻기 위해서 극심한 인기영합적인 정책과 공약이 나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상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학자나 전문가들이 너무 이상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꾀하는 공약, 예를 들어 ‘강(江)이 없는 곳에 다리를 놓겠다’는 식의 공약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관료집단은 정말 강이 없는 곳에 다리를 놓고야 맙니다. 때문에 선거과정에서의 철저한 매니페스토 검증도 필요하고, 당선 직후 정권인수위 차원에서 실현가능성(feasibility)을 다시 검토하여 실행플랜(action plan)을 세우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8] 후보별 장단점과 그것이 선거에 미칠 파괴력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노동일=우선 박 후보의 장점은 풍부한 정치경험과 선거승리로 확인된 정치력입니다. 아마 선거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단점은 비판이나 불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얼굴이 지나치게 굳어지는 등 포용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문 후보의 장점은 고상한 인품과 유연한 성격입니다. 하지만 참여정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점은 감점요인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안 후보의 장점은 참신함입니다.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국민적 욕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단점은 준비가 덜 된 점입니다.
▲박상헌=박 후보는 탑-다운 방식의 강력한 리더십과 고정적이고 안정된 지지기반, 풍부한 경험을 장점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단점을 꼽자면 과거, 불통 이미지가 강한 것입니다. 문 후보의 장점은 참신성, 진정성을 지닌 것이고 단점은 아무래도 친노 후보라는 것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치력도 약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안 후보의 장점은 2030과의 소통이 가능하고 성공한 기업가라는 점입니다. 보이는 이미지와 실체와의 간극이 크고, 정치경험이 없으며 콘텐츠가 취약한 것은 단점입니다.
▲박창환=박 후보의 최대 장점은 신뢰성입니다. 가끔 고집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야권 단일후보와 붙어도 안 밀릴 정도의 장점으로 승화될 것입니다. 문 후보의 장점은 따뜻한 이미지이고, 단점을 꼽자면 친노 후보라는 점입니다. 안 후보는 상식적이라는 것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입니다.
▲신율=박 후보의 강점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카리스마에서 기인하는 그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라 볼 수 있습니다. 또 박 후보의 불행했던 과거사에 대한 연민도 큰 무기입니다. 하지만 그의 역사인식은 최대 단점입니다.
문 후보의 강점은 친노 조직의 지원입니다. 문 후보처럼 순수한 이미지의 정치인은 조직이 약하게 마련입니다. 몹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낸 것도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가장 큰 약점은 친노 후보라는 점입니다. 정치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갈등의 조정을 담당해야 하는 대통령의 역할에 비춰보아 분명한 약점입니다.
안 후보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참신함에 있습니다. 기성 정치권에 넌덜머리를 내는 일반 유권자에게 안 후보의 등장은 정말 단비와 같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소통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청춘 콘서트’에서 구축된 이미지인데 지금 나와 있는 대선주자 중 가장 소통이 잘될 것 같은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특히 젊은 층의 말에 귀기울이면서 자신의 해법을 제시한 것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있음을 느끼게 함으로써 고립감에서 해방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단점은 정치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것입니다. 물론 본인은 정치적 경험이 없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정치의 기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신비주의도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동욱=박 후보의 장점은 후보 중 정치경험이 가장 많다는 것입니다. 또 가장 안정적인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뢰’, ‘원칙’ 같은 이미지는 자신만의 정치적 자산임에 틀림없습니다. 스케일 큰 의사결정을 통 크게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국민을 설득해 다 죽어가던 정당도 혼자서 살려내는 것은 물론입니다. 세 후보 중 조화의 코드로 국민을 통합할 능력이 가장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단점은 후배나 동지, 제자와 같은 끈끈한 인간관계망의 구축이 어렵습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정치적 동지와의 신뢰관계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온 경험이 부족합니다.
문 후보의 장점은 후보 중 가장 서민 이미지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전사, 인권변호사, 민주화운동 등의 경력과 청와대 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경험도 다른 후보가 가지지 못한 그만의 정치적 자산입니다. 단점을 꼽자면 문 후보는 경제나 과학 분야 등에서 전문성이 부족해 보이고 깊이가 없다는 오해를 사기 쉬운 캐릭터입니다. 태생적 한계인 ‘친노그룹’의 울타리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도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안 후보의 장점은 대중이 원하던 ‘강(强)한 성자(聖者)’ 이미지를 구현해 낸 것입니다. 안 후보는 책이면 책, 기업이면 기업, 선거면 선거까지 손대는 것마다 ‘대박행진’이어서 그 결과 대선 후보에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정치인’으로 ‘정규직 정치인’을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는 신선함 또한 안 후보의 강점입니다. 무엇보다 백신 연구가답게 세 후보 중 전략적 사고를 가장 잘합니다. 단점은 무소속이라는 점입니다. 아울러 장점으로 보인 외유내강 스타일이 우유부단으로 기울어지는 것도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안 후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정치경험 부족도 큰 약점입니다.
▲이택수=박 후보의 장점으로는 부모님(박정희, 육영수)이 남기고 간 정치적 유산과 선거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의미하듯 위기마다 ‘당’을 살린 위기 대응 능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불통 이미지, 과거사 인식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습니다. 문 후보는 깨끗하고 합리적인 이미지가 강점이지만 친노 인사들에 둘러싸여 있는 점, 직접적인 국정운영 경험이 부족한 점, 카리스마가 부족한 점은 단점입니다. 안 후보의 강점은 똑똑하면서도 헌신적이며 소통이 가능한 멘토의 이미지가 강한 것입니다. 하지만 무소속 후보로서 조직이 없으며, 대안제시가 구체적이지 못한 것은 약점이자 그가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철희=박 후보는 리더십과 안정감이, 문 후보는 노무현 정서와 깨끗한 이미지, 안 후보는 혁신의 상징성과 미래 이미지가 강점이라고 봅니다. 박 후보는 권위적 리더십과 불통 이미지, 문 후보는 낡은 민주당의 부담과 친노 프레임, 안 후보는 세력 부족과 경험 미숙이 약점이라고 판단됩니다.
▲최진=간단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박 후보의 장점=신뢰성, 안정감, 정치 성공신화/ 단점=고집스러움, 거리감. 문 후보의 장점=역사의식, 소탈함, 노무현의 개혁 이미지/ 단점=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 보혁 통합. 안 후보의 장점=새로움, 국민중심적 정치, 경제 성공신화/ 단점=듬직함의 부족, 국정경험 부족.
▲홍성걸=박 후보의 장점으로는 신뢰와 원칙, 경험, 안정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단점은 측근 또는 친인척 비리라고 판단됩니다. 문 후보의 장점은 부드러운 이미지이고 단점 및 약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의 근원이 된 금품수수를 막지 못한 책임이라고 봅니다. 안 후보의 강점은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졌다는 것이고, 구체적 대안 제시가 없다는 게 약점입니다. 안 후보의 경우에는 맷집이 약해 검증공세가 계속될 경우 거품이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황태순=박 후보는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국민의 뇌리에 깊이 박힌 것이 장점입니다. 단점은 국민 여론에 무감각하면서도 응집력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새누리당의 후보라는 점입니다. 당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문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국정경험이 있고 국민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가 최대 장점인 반면, 친노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무래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분열과 대립의 사회구조를 만든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느냐가 승패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봅니다. 안 후보는 기존의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무래도 국정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은 유권자들을 흡인(吸引)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9] 대선의 최대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상한 이슈가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요.
▲노동일=정책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정책이슈가 대선을 좌우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아마도 야권 단일화가 실현될지 여부, 실현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될지 여부, 어떤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설지가 최대 이슈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나쁜 선거의 전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상헌=야권 후보 단일화가 최대의 변수 및 이슈가 될 것입니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단일화’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박 후보의 최대 위기 요소입니다. 다만 ‘감동과 국민동의’를 전제로 한 단일화 역시 난해한 과제인 만큼 야권으로서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창환=야권 후보 단일화라고 생각합니다.
▲신율=경제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것입니다. 경제 위기가 심화될수록 정권 심판론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 경우 문 후보가 유리하다고 봅니다.
▲이동욱=이번 대선의 막판 이슈는 ‘경기부흥(景氣復興)’이 될 것입니다. 엇비슷한 세 후보로 안 그래도 헷갈리는 판에, 누군가가 ‘당신의 지갑을 두껍게 만들어 가계부채 갚도록 해드리겠습니다’라든지, ‘돈을 돌게 해서 다 죽은 경제를 살려내겠습니다’거나 ‘돈이 돌아야 일자리가 생깁니다’ 같은 식의 ‘실물경제 살리기 캠페인’을 펼친다면 중간 표는 싹쓸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중간층과 서민층 모두가 자금난의 바다에 빠져 익사 직전이기 때문입니다.
▲이택수=아무래도 최대 이슈는 야권 단일화 성사 여부와 시점이겠지요. 아마 이 사안이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철희=불평등 해소라고 봅니다. 다만 이것이 이슈로 등장할 때에는 정치개혁과 민생해법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투표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나, 찬반 구도냐 아니면 우열 구도냐에 따라 영향력의 수위는 달라질 것입니다.
▲최진=경제와 통합입니다. 이 두 가지는 대중이 마음속 깊이 간절히 바라는 열망이기 때문에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근 세 후보가 박빙의 각축을 벌이는 것은 대중의 기대심리가 대등하다는 증거인 동시에 아직 미흡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세 후보는 경제와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원대하고도 구체적인 국정 청사진을 제시해야 합니다.
▲홍성걸=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이 외에 북한문제, NLL·독도 등 영토문제, 보편적 복지와 재정건전성 문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내곡동 사저 특검 결과 등이 투표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황태순=뭐니뭐니 해도 역시 경제가 최대 이슈가 될 것입니다. 경제 이슈가 원체 다양하기는 하지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해 어느 후보가 더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대 대선에서 늘 그래 왔지만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이슈가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02년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을 때 수도 이전 이슈, 1997년 대선에서 IMF 환란위기에 대한 책임론 등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현 시점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전혀 엉뚱한 이슈가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10] 북한 어선의 NLL 침범 등 북한의 한국 대선 개입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풍 변수가 이번 대선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그렇다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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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10월 4일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2차 남북정상회담이 보도된 《노동신문》 복사본. 정치전문가들은 북풍이 과거에 비해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
▲박상헌=이른바 ‘북한 변수’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세 후보 모두 MB정권의 일방적 대북강경노선 수정을 예고하고 있고, 성숙한 민도를 감안하더라도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박창환=연평도 포격 이상의 사건이 아닌 바에 북풍은 없다고 봅니다. 있어도 오히려 평화심리만 자극하는, 즉 아니한 만 못할 정도로 여당에 악재가 될 것이라 사료됩니다.
▲신율=북한이 도발했을 경우 야당의 ‘평화 프레임’과 여당의 ‘안보 프레임’ 중 누구의 프레임이 국민들을 설득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대선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욱=북풍 변수가 발생해도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면 보수층 일부(약 5% 미만)만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견고한 역사관을 가진 한국 보수층은 실제로 조직력이 약합니다. SNS 등으로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북풍 변수가 생기더라도 이를 이슈 파이팅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박 후보 개인에게만은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북한 공작원에 피격당한 육영수 여사, 청와대 기습을 당한 박정희 대통령을 다시금 회고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중간층의 표를 5% 내외로 움직일 뿐 야권의 지지층을 대거 이탈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나마 이것을 확장해서 승리로 연결할 수 있는 ‘의지’가 박근혜 캠프에 있느냐 하는 것은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는 의문사항입니다. 전투력(Power)=역량(Capability) × 의지(Will)이기 때문입니다.
▲이택수=북풍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북한 변수가 역풍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철희=과거 북풍과 같은 형태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러나 97년의 북핵(또는 미사일) 실험과 같은 사건이 돌출할 경우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가능성은 있겠지요.
▲최진=과거 대선 때마다 출몰했던 남북관계 변수는 더는 위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정치가 성숙해졌고, 우리나라의 국방력과 외교력도 강화되었으며, 무엇보다 국민이 그런 돌출 변수에 대한 학습효과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음모적 행동을 감행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우리의 대선판도에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홍성걸=북풍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다만 3차 핵실험이나 북한체제의 불안정성 증가에 따른 급격한 변화는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 경우 보수 및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황태순=역대 대선에서 늘 북한 변수가 작용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어떤 돌발적 도발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어느 쪽에 유리할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조금 경우는 다르지만 2010년 지방선거 직전의 천안함 폭침 사건 같은 경우는 오히려 민주 진보 진영의 결집을 초래해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에 참패를 안겼습니다. 만약 이번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어떤 불온한 도발을 한다면 현 시점에서는 아무래도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은 문 후보가 지나치게 노무현 정부 시절의 친 북한적인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은 결국 우리가 미온적일 때 뒤통수를 친다는 트라우마를 일깨워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