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槿惠, 개인역량보다 국정역량에서 높은 평가받아
⊙ “爲民的 비전과 폐쇄된 리더십이 결합한 宮庭정치의 연장될 수도”(윤여준)
⊙ 섬김·실천·통합의 리더십으로 약점 극복해야
⊙ ‘女性性’ 강화해 여성 표 지켜야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爲民的 비전과 폐쇄된 리더십이 결합한 宮庭정치의 연장될 수도”(윤여준)
⊙ 섬김·실천·통합의 리더십으로 약점 극복해야
⊙ ‘女性性’ 강화해 여성 표 지켜야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헌정사상(憲政史上) 처음으로 여성이 집권 여당의 대선(大選)후보가 됐다. 박근혜(朴槿惠) 의원은 지난 8월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득표로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박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민대통합, 부패척결, 국민행복’이라는 3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저의 삶은 대한민국이었다”며 “제 삶에 마지막으로 주어진 무거운 책임을 안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과연 대한민국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에 집중되어 있다. 더불어 만약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여성 리더십(leadership)을 보여줄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리더십과 ‘여성 리더십’
그렇다면 ‘여성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리더십에 대한 개념 정의는 참으로 다차원적이고 복잡하다. 정치학자 제임스 번스(Burns)는 리더십이란 “지도자가 추종자들로 하여금 쌍방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와 동기를 충족시키는 목적을 위해서 유도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리더십은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속성(property)이 아니라 관계(relation)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개념 규정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은 종종 권력(權力)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되고, 동시에 권력이 있어야 리더십이 잘 발휘된다는 가설(假說)마저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리더십과 권력은 영향력(influence)을 행사한다는 면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행사 방식에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권력은 ‘부정적으로 영향력’(negative influence)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은 원하지 않지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지도자)이 추구하려는 목적만이 중요하며 영향받는 사람(구성원)의 의견은 무시된다. 즉 지도자와 구성원 간에 공동으로 추구하려는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성원의 자발성이 배제된 상태에서 물리적 강제력과 지시만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권력에서 지도자와 구성원 간의 관계는 일방적(unilateral)이다. 마키아벨리가 언급한 사자의 용맹성을 기초로 하는 영향력의 행사이다.
반면 리더십은 ‘긍정적으로 영항력’(positive influence)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지도자와 구성원 간에 공동으로 추구하려는 목표가 존재한다. 따라서 리더십에서는 지시와 처벌보다는 설득과 자발성이 지배한다. 다시 말해, 리더십에서는 지도자와 구성원 간의 관계는 쌍방향성을 띠고, 마키아벨리가 언급한 여우의 총명성을 기초로 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리더십과 권력에 대한 이와 같은 구분은 권력은 리더십이 행사되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며, 따라서 권력이 없어도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권력에만 의존하는 리더십은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국민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된 한국의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권력만 행사했지 리더십은 발휘하지 못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권력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이런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부분으로 집중되어 있다. 하나는 리더십이 실제로 수행되는 양식(leadership style)에 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리더십이 잘 수행될 수 있는 조건(leadership condition)에 관한 것이다.
‘변혁적 리더십’과 ‘거래적 리더십’
우리는 평소 리더십이란 단어 앞에 대조적인 수식어를 붙인다. 가령, ‘민주적 리더십’ 대(對) ‘권위주의적 리더십’, ‘미래지향적 리더십’ 대 ‘과거 회귀적 리더십’, ‘포용적 리더십’ 대 ‘독선적 리더십’, ‘섬김의 리더십’ 대 ‘군림의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 대 ‘불통의 리더십’, ‘변화 주도형 리더십’ 대 ‘과업 지향적 리더십’ 등 다양하다.
리더십에 대한 이런 다양하고 보편적인 분류 중에서도 번스 교수가 제시한 ‘변혁적(transformational) 리더십’ 대 ‘거래적(transactional) 리더십’이 압권이다.
‘변혁적 리더십’이란 사회와 정치 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리더십이다. 강한 도덕성, 예리한 역사의식, 저항하기 어려운 설득력, 누구나 희구하는 미래의 비전,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상징성 등이 포함된다.
변혁적 리더십이 행사될 때 국가와 지도자와의 관계는 승화되어 정치 과정을 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국민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가 지향하는 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국민의 에너지를 최대한도로 끌어낼 수 있다. 국가통합을 위해 남북전쟁을 불사했던 링컨과 ‘큰 정부’를 지향하며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거래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지도자는 조직의 나아갈 방향과 정책이 결정되면 이를 추진력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조직의 방향을 제시한다거나 혹은 정책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 리더와 추종자 간 상호 이익 관계라는 거래에만 기반을 둔다. 다시 말해, 지도자가 추종자와 심리적 만족과 이득을 교환하려는 성격을 갖고 있다.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조건
그렇다면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능력(capacity)을 포함한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자질(trait)과 능력뿐만 아니라 추종자와의 관계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주는 상황(환경)이다. 즉 리더십은 상황과 자질이 상호 작용하면서 구축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을 위한 유리한 통치 상황이 조성되어 있어도 대통령의 자질이 받쳐주지 못하면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렵다. 또한 대통령의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극도로 불리한 통치 환경이 조성되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분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진공(眞空) 속에서 기능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존재하며, 결과적으로 상황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리더십 연구는 대부분 대통령의 특정 자질에 바탕을 둔 유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찰스 파버(Charles Faber)와 리처드 파버(Richard Faber)는 대통령의 업적을 세분화하고 계량화하여 외교, 국내이슈 및 사업, 행정부 업무, 지도력, 성격과 도덕성이라는 5개의 큰 범주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매우 세부적인 항목들을 각각 10개씩 설정하여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점수로 평가하였다.
한편 그린스타인(Greenstein)은 대통령의 업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대중과의 의사소통 능력, 조직운영 능력, 정치적 기술, 정책에 대한 비전 제시, 인지 스타일, 감성적 지성(emotional intelligence) 등 6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즉 “재능과 능력 그리고 기술을 겸비한 다방면에서 균형 있는 개인이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적 리더십
리더십에 대한 이런 이론적·실증적 근거들을 토대로 여성 리더십은 남성 리더십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여성 리더십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여성 리더십은 젠더(gender) 차이에 기반한 ‘여성이 수행하는 리더십’으로 규정할 수 있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2000년 11월 20일 “리더로서, 여성들이 지배한다”는 제목의 스페셜 리포트 기사에서 “여성은 계급의식이 적어 강한 사람에게 덜 위협받으며, 관계 지향적이고, 신뢰에 민감하며, 직관이 발달했고, 자율적(empowerment)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여성 경영자들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남성 경영자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새로운 연구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리더십 효과가 젠더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여성 리더십을 ‘여성적 리더십’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 여성 특유의 순수함, 섬세함, 포용력, 청렴성, 도덕성, 공공성, 배려 등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리더십으로 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시적이고 통제적인 남성적 리더십에 대비되는 관계 중심적이고 배려적인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확고한 정치철학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에 입각한 비전을 제시해서 국민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을 펼칠 때만이 리더십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힘들다. 소프트 파워와 같은 여성적 특성이란 잠재된 리더십의 가능성일 뿐이지 이를 현실화하고 이끌어내는 것은 젠더와 상관없는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프트 파워와 같이 여성성에 입각한 여성 리더십에 대한 개념 정의를 받아들이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아무리 여성이라도 지시와 통제, 밀어붙이기, 권모술수, 연고주의(緣故主義) 등 하드 파워(hard power)에 입각한 ‘근육질 리더십’에 의존하면 결코 여성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아무리 남성이라도 소프트 파워에 입각한 따뜻하고 매력적인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여성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다.
이런 규정에 따르면 나눔, 힐링(healing), 소통(疏通) 등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안철수(安哲秀) 교수가 여성인 박근혜보다 여성 리더십을 훨씬 더 잘 펼칠 수 있다는 역설(逆說)도 가능하다.
朴槿惠 리더십의 특징
박근혜 후보는 장단점이 선명한 정치인이다. 박정희(朴正熙) 전(前) 대통령의 딸로서 콘크리트와도 같은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고, 원칙과 소신 이미지가 확고히 구축돼 있으며, MB와 일관성 있게 투쟁하는 과정에서 ‘여당 내(內) 야당’으로서의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는 결국 현(現) 집권세력에 대한 회고적 응징 투표를 희석화시키고 동시에 박 후보의 대선 승리를 정권교체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통(不通)과 반(反)서민적 이미지가 강하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遺産)이 너무 크며, 살아온 삶 자체가 일반 대중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은 큰 단점이다. 박 후보가 지나치게 원칙을 지키다 보니 불통이 된 면도 있지만 사회화(社會化) 과정에서 만들어진 폐쇄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정치 결정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알려지지 않는 것은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1>에서 보듯이, 박 후보에 대한 이런 장단점은 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지지하지 않는 이유와 정확하게 연계되어 있다.
朴槿惠, 개인역량에서 安哲秀에 뒤져
이런 장단점을 토대로 박근혜의 자질과 능력을 고찰해 볼 수 있다. 동아시아 연구원(EAI)은 최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응분석기법(correspondence analysis)을 활용해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교수에 대한 이미지 지각도(perceptual map)를 국정역량 차원과 개인역량 차원으로 비교해 보았다. 총 10개 측정항목으로 구성하였다.
분석결과 <표2>에서 보듯이, 박근혜 후보는 개인역량보다 국정역량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선 국정역량 요소인 애국심에서 68.8%로 가장 높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한국 당면문제에 대한 인식(65.2%), 위기관리 능력(57.8%) 순이었다. 반면 남북/국제 문제(41.6%)에서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국정역량 모든 평가 항목에서는 안철수 교수를 압도했지만 청렴, 외모 호감, 소통과 같은 개인역량에서는 안 교수에게 압도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1>은 각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시각적 지각도로 표현한 것이다. EAI 분석에 따르면 애국심, 한국의 당면문제에 대한 인지, 위기관리 능력과 예측 가능성, 안정감 있는 통치 스타일에 대한 유권자 이미지는 박 후보와 가깝게 인식되고 있는 반면, 소통능력, 외모, 청렴도의 경우 안철수 교수가 상대적으로 가깝게 나타나고 있다. 서민을 무시한다는 이미지는 두 후보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朴槿惠를 지지하나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8월 2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EAI의 분석에서 확인된 박근혜·안철수 자질적 특성이 대선 가상 대결구도에서 후보 지지의 핵심 이유가 되고 있다. <표3>에서 보듯이 박근혜 후보의 지지 이유로 51.8%가 ‘국정 운영 능력’을 꼽았다. 반면 안철수 지지자는 49.5%가 ‘국민과의 소통’을 선택했다.
‘원칙과 신뢰’를 중시한 점도 박근혜 후보의 좋은 자질이다. 박 후보는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정치 신조로 삼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치 신뢰를 얻어야 새로운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면서 ‘100%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제는 박근혜가 보유한 이런 좋은 자질이 실제 정치 행보에서는 능력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원칙과 신뢰’에 집착한 나머지 불통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정치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5·16과 유신(維新)을 둘러싼 박 후보의 역사 인식 문제가 많은 논쟁을 야기시키고 있다.
“公共性은 높아 보여”
보수 진영의 ‘전략가’로 꼽히는 윤여준(尹汝寯) 전 장관은 지난 7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초청 특강에서 박 후보의 공공성(公共性) 실현 능력과 불통, 독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박 후보에 대해 “선공후사(先公後私), 절제된 언행(言行)을 보면 자질에 있어서는 공공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당(黨) 운영 방식 등을 보면 공공성에 대한 의식,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심지어 한 언론 칼럼에서는 박 후보의 비전에 대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즉 위민적(爲民的)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박정희 틀에 갇혀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그는 박 후보의 향후 행보에 대해 “위민적 비전과 폐쇄된 리더십이 결합한 궁정(宮庭)정치의 연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요약하면 박근혜 리더십의 특성은 한마디로 뛰어난 자질과 서투른 능력 간의 부조화로 인한 ‘일방적 리더십’이다. 따라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의사소통 방식과는 거리가 먼, 수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프트 파워와 여성성에 바탕을 둔 여성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 리더십 강화를 위한 박근혜의 과제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 복지확대 등을 내세워 첫 여성 대통령 자리를 꿈꾸고 있다. 이런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리더십 수행 양식에서 대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뛰어난 자질을 능력과 결합하여 ‘여성 리더십’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박 후보가 해야 할 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섬김의 리더십’은 로버트 그린리프(Greenleaf)가 1977년 전통적인 리더십 모델들에 대한 대안(代案)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섬김의 리더십을 “타인(他人)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며 종업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이라고 정의 내린다.
이런 ‘섬김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겸손이 전제돼야 한다. 겸손해야 낮아지고, 소통하고, 설득하고, 타협하고, 사회 각 분야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여준 전 장관은 “박 후보에게는 규정자 의식이 있는 것 같다”며 “말하는 것을 보면 ‘내가 말하면 끝이다’라는 식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가령 지난해 박 후보는 동생 박지만 EG회장이 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자 “본인이 확실하게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 협박’ 논란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9월 1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구 사이의 전화 통화를 너무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 사찰이니 협박이니 공방을 벌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도 구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저 친구 사이의 사적(私的)인 대화일 뿐’이라는 정씨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자세로는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 안철수 교수 측은 정 전 위원의 행동을 명백한 협박으로 받아들여 폭로까지 했고, 박 후보가 임명한 대선 기획단 공보위원의 언행이 물의를 빚었다면 그를 두둔하기보다는 일단 사실 규명을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를 단속했어야 했다. 이런 자세가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의 시작이다.
‘실천의 리더십’
둘째, 아무리 힘들어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실천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도자는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 지도자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사회의 기강이 바로 서고 도덕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형성될 수 있다. 지도자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을 견지하고 이를 목숨처럼 지키면서 도덕적 해이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박 후보가 정치쇄신을 약속했으면 그에 걸맞은 행보를 해야 한다. 정치부패 및 공천비리 척결을 넘어 어느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한국 정당 운영 패러다임의 대혁신을 이끌 정치개혁 어젠다를 주도해야 한다.
셋째, 긍정의 역사의식과 철학을 토대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부정의 역사의식을 가지고는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없다. 과거에만 매달려 미래로 향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반대편을 배려하고 설득해서 통합의 길을 가야 한다. 화합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보일 때 가능하다.
박 후보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5·16쿠데타 및 유신체제 평가 논란에 대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특히 “유신에 대해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했다”면서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역사인식에 대해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문재인(文在寅) 상임고문은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하면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독한 사람은 나라를 음울하게 하고, 좋은 사람이 좋은 대통령이 된다”고 박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이 될 분의 역사인식이 잘못돼 있으면 잘못된 역사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까지 했다.
오바마에게 배워라
어떤 경우에도 불행하고 잘못된 선택은 불가피한 최선(最善)의 선택이라고 미화되고 정당화될 수 없다. 만약 쿠데타가 불가피한 선택이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하면 박 후보 집권 후 유사한 상황에서 그런 일이 발생해도 어쩔 수 없게 된다.
지난 2008년 3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그의 종교적 스승인 제러마이어 라이트 목사가 “미국은 테러를 조장하고 흑인 차별 정책을 펼쳐왔다”며 “갓 뎀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라고 설교한 동영상이 퍼졌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런 최대 위기를 ‘더욱 완벽한 통합(A More Perfect Union)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필라델피아 연설을 통해 극복했다. 오바마는 “과거는 죽어 땅에 묻히지 않는다”면서 라이트 목사의 발언에 대해 “이 나라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담고 있고 “진정으로 통합이 필요한 때 분열을 일으켰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2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낸 라이트 목사는 가족 같은 사람”이라며 “내가 흑인 커뮤니티를 부인할 수 없듯이 그도 부인할 수 없다”며 감싸 안았다.
오바마는 이 연설을 통해 용기 있는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너무 민감해서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인종문제에 정면으로 맞선 용기를 보여줬다. 오바마는 여기에 솔직함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연설로 인종문제를 공론화하고 논의 수준을 끌어올려 미국의 완벽한 통합을 위한 계기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박근혜 후보에게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아버지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와 자신의 최대 약점을 최고 강점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지혜이다.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 제시 필요
넷째, 시대정신에 바탕을 둔 비전을 제시해 국민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의 길을 걸어야 한다.
박 후보는 “산업화로 기적의 ‘경제 성장’을 만들었고, 민주화로 성숙한 ‘정치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이제는 산업화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 민주화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을 넘어서 새로운 제3의 변화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경제 민주화와 복지 그리고 일자리가 삼위일체(三位一體)를 이루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구조에서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성장과 복지가 따로 가지 않고 함께 가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외연(外延) 확대를 위해 보수(保守)를 뛰어넘어 진보 가치를 포용하는 이런 새로운 비전이 과연 박 후보의 몸에 잘 맞는 것이고 국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리서치앤리서치(R&R)가 지난 8월 21일 ‘민심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4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첫 스마트폰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응답자의 41.7%는 ‘공정사회’를, 23.0%는 ‘경제성장’을, 14.4%는 ‘국민통합’을 꼽았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라는 응답자는 13.0%에 불과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박 후보는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자질과 능력을 결합해서 그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비전을 통해 한국 사회가 어떤 미래를 만날 수 있는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림2>는 이를 함축적으로 도식화(圖式化)한 것이다.
자신의 최대 강점인 안정적 국정 운영 자질을 통해,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 원칙과 신뢰를 기반으로 공정사회 구현, 애국심에 의존해 선진 강국을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 될 수 있다.
여성에게 더 다가가야
다섯째, 젠더 마인드를 강화해서 실질적인 양성(兩性) 평등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여성의 적(敵)은 여성”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 유권자들이 오히려 여성 정치인을 멀리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 본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통설(通說)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표4>에서 보듯이 젠더별 후보 지지 차이가 뚜렷하다. 남성의 경우, 안 교수 지지가 박 후보보다 5.9%포인트 많지만 여성의 경우는 반대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안 교수보다 10.0%포인트 앞섰다.
특히 허리 세대인 40대의 경우 그 차이가 분명하다. 40대 남성의 경우, 안 교수 지지가 박 후보보다 무려 16.2%포인트 앞섰지만 40대 여성에서는 두 후보 간의 차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이고 있다.
50~60대 이상 고(高)연령층의 경우에는 남녀 모두 박 후보의 지지가 안 교수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지지 강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여성 고연령층에서 박 후보의 지지도는 안 교수보다 무려 3.7배 높다. 반면 남성 고연령층에서의 박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안 교수보다 1.9배 많은 데 그쳤다.
이런 조사 결과가 갖는 함의는 만약 여성층에서 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무너지면 엄청난 타격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지 이유를 고찰해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안정적 국정 운영’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은 ‘안정적 국정 운영’ 못지않게 ‘국민과의 소통’ 또한 상당히 중요시 여기고 있다. 20~30대 젊은 여성 유권자층에서는 ‘안정적 국정 운영’(22.6%)보다 ‘국민과의 소통’(43.9%)을 훨씬 중요하게 간주하고 있다.
박 후보는 올해 《여성신문》이 주최한 신년 하례식에서 “2012년에는 힘을 모아 여성이 행복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여성이 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을 당하거나 꿈을 접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래서는 여성의 자아실현이 어렵고 국가 경제의 성장 지속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인력 활용 여부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여성의 행복과 국가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리더십으로 ‘성공하는 대통령’ 돼야
그동안 여성계로부터 박 후보는 젠더 마인드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본인 스스로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를 회피한 면이 있다.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단지 여성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정 운영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와 실질적인 양성 평등 실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철학이고, 그 철학의 핵심은 ‘여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에도 분명 관성(慣性)의 법칙이 존재한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정도(正道)를 지키면서 올바른 역사의식과 강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면 좋은 정치 관성이 유지돼 성공하는 대통령의 길이 열릴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역사의식과 함께 표만을 의식해 선거를 극단으로 몰고 가면 나쁜 관성에 의해 집권 후 갈등과 대립의 정치 중심에 서게 돼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 쉽다.
여성 리더십은 분명 좋은 정치와 최초로 ‘성공하는 대통령’의 탄생에 기여할 것이다. 반면 반(反)여성 리더십은 나쁜 정치와 또 다른 실패하는 대통령을 배출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여성 리더십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과연 대한민국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에 집중되어 있다. 더불어 만약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여성 리더십(leadership)을 보여줄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리더십과 ‘여성 리더십’
그렇다면 ‘여성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리더십에 대한 개념 정의는 참으로 다차원적이고 복잡하다. 정치학자 제임스 번스(Burns)는 리더십이란 “지도자가 추종자들로 하여금 쌍방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와 동기를 충족시키는 목적을 위해서 유도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리더십은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속성(property)이 아니라 관계(relation)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개념 규정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은 종종 권력(權力)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되고, 동시에 권력이 있어야 리더십이 잘 발휘된다는 가설(假說)마저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리더십과 권력은 영향력(influence)을 행사한다는 면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행사 방식에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권력은 ‘부정적으로 영향력’(negative influence)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은 원하지 않지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지도자)이 추구하려는 목적만이 중요하며 영향받는 사람(구성원)의 의견은 무시된다. 즉 지도자와 구성원 간에 공동으로 추구하려는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성원의 자발성이 배제된 상태에서 물리적 강제력과 지시만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권력에서 지도자와 구성원 간의 관계는 일방적(unilateral)이다. 마키아벨리가 언급한 사자의 용맹성을 기초로 하는 영향력의 행사이다.
반면 리더십은 ‘긍정적으로 영항력’(positive influence)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지도자와 구성원 간에 공동으로 추구하려는 목표가 존재한다. 따라서 리더십에서는 지시와 처벌보다는 설득과 자발성이 지배한다. 다시 말해, 리더십에서는 지도자와 구성원 간의 관계는 쌍방향성을 띠고, 마키아벨리가 언급한 여우의 총명성을 기초로 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리더십과 권력에 대한 이와 같은 구분은 권력은 리더십이 행사되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며, 따라서 권력이 없어도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권력에만 의존하는 리더십은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국민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된 한국의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권력만 행사했지 리더십은 발휘하지 못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권력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이런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부분으로 집중되어 있다. 하나는 리더십이 실제로 수행되는 양식(leadership style)에 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리더십이 잘 수행될 수 있는 조건(leadership condition)에 관한 것이다.
‘변혁적 리더십’과 ‘거래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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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의원이 당직자들의 축하인사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리더십에 대한 이런 다양하고 보편적인 분류 중에서도 번스 교수가 제시한 ‘변혁적(transformational) 리더십’ 대 ‘거래적(transactional) 리더십’이 압권이다.
‘변혁적 리더십’이란 사회와 정치 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리더십이다. 강한 도덕성, 예리한 역사의식, 저항하기 어려운 설득력, 누구나 희구하는 미래의 비전,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상징성 등이 포함된다.
변혁적 리더십이 행사될 때 국가와 지도자와의 관계는 승화되어 정치 과정을 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국민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가 지향하는 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국민의 에너지를 최대한도로 끌어낼 수 있다. 국가통합을 위해 남북전쟁을 불사했던 링컨과 ‘큰 정부’를 지향하며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거래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지도자는 조직의 나아갈 방향과 정책이 결정되면 이를 추진력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조직의 방향을 제시한다거나 혹은 정책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 리더와 추종자 간 상호 이익 관계라는 거래에만 기반을 둔다. 다시 말해, 지도자가 추종자와 심리적 만족과 이득을 교환하려는 성격을 갖고 있다.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조건
그렇다면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능력(capacity)을 포함한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자질(trait)과 능력뿐만 아니라 추종자와의 관계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주는 상황(환경)이다. 즉 리더십은 상황과 자질이 상호 작용하면서 구축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을 위한 유리한 통치 상황이 조성되어 있어도 대통령의 자질이 받쳐주지 못하면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렵다. 또한 대통령의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극도로 불리한 통치 환경이 조성되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분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진공(眞空) 속에서 기능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존재하며, 결과적으로 상황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리더십 연구는 대부분 대통령의 특정 자질에 바탕을 둔 유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찰스 파버(Charles Faber)와 리처드 파버(Richard Faber)는 대통령의 업적을 세분화하고 계량화하여 외교, 국내이슈 및 사업, 행정부 업무, 지도력, 성격과 도덕성이라는 5개의 큰 범주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매우 세부적인 항목들을 각각 10개씩 설정하여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점수로 평가하였다.
한편 그린스타인(Greenstein)은 대통령의 업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대중과의 의사소통 능력, 조직운영 능력, 정치적 기술, 정책에 대한 비전 제시, 인지 스타일, 감성적 지성(emotional intelligence) 등 6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즉 “재능과 능력 그리고 기술을 겸비한 다방면에서 균형 있는 개인이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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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SBS TV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교수. 소통을 강조하는 안 교수가 박근혜 후보보다 여성 리더십을 더 잘 펼칠 수도 있다. |
여성 리더십은 젠더(gender) 차이에 기반한 ‘여성이 수행하는 리더십’으로 규정할 수 있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2000년 11월 20일 “리더로서, 여성들이 지배한다”는 제목의 스페셜 리포트 기사에서 “여성은 계급의식이 적어 강한 사람에게 덜 위협받으며, 관계 지향적이고, 신뢰에 민감하며, 직관이 발달했고, 자율적(empowerment)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여성 경영자들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남성 경영자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새로운 연구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리더십 효과가 젠더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여성 리더십을 ‘여성적 리더십’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 여성 특유의 순수함, 섬세함, 포용력, 청렴성, 도덕성, 공공성, 배려 등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리더십으로 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시적이고 통제적인 남성적 리더십에 대비되는 관계 중심적이고 배려적인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확고한 정치철학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에 입각한 비전을 제시해서 국민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을 펼칠 때만이 리더십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힘들다. 소프트 파워와 같은 여성적 특성이란 잠재된 리더십의 가능성일 뿐이지 이를 현실화하고 이끌어내는 것은 젠더와 상관없는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프트 파워와 같이 여성성에 입각한 여성 리더십에 대한 개념 정의를 받아들이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아무리 여성이라도 지시와 통제, 밀어붙이기, 권모술수, 연고주의(緣故主義) 등 하드 파워(hard power)에 입각한 ‘근육질 리더십’에 의존하면 결코 여성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아무리 남성이라도 소프트 파워에 입각한 따뜻하고 매력적인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여성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다.
이런 규정에 따르면 나눔, 힐링(healing), 소통(疏通) 등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안철수(安哲秀) 교수가 여성인 박근혜보다 여성 리더십을 훨씬 더 잘 펼칠 수 있다는 역설(逆說)도 가능하다.
朴槿惠 리더십의 특징
박근혜 후보는 장단점이 선명한 정치인이다. 박정희(朴正熙) 전(前) 대통령의 딸로서 콘크리트와도 같은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고, 원칙과 소신 이미지가 확고히 구축돼 있으며, MB와 일관성 있게 투쟁하는 과정에서 ‘여당 내(內) 야당’으로서의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는 결국 현(現) 집권세력에 대한 회고적 응징 투표를 희석화시키고 동시에 박 후보의 대선 승리를 정권교체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통(不通)과 반(反)서민적 이미지가 강하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遺産)이 너무 크며, 살아온 삶 자체가 일반 대중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은 큰 단점이다. 박 후보가 지나치게 원칙을 지키다 보니 불통이 된 면도 있지만 사회화(社會化) 과정에서 만들어진 폐쇄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정치 결정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알려지지 않는 것은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1>에서 보듯이, 박 후보에 대한 이런 장단점은 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지지하지 않는 이유와 정확하게 연계되어 있다.
朴槿惠, 개인역량에서 安哲秀에 뒤져
이런 장단점을 토대로 박근혜의 자질과 능력을 고찰해 볼 수 있다. 동아시아 연구원(EAI)은 최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응분석기법(correspondence analysis)을 활용해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교수에 대한 이미지 지각도(perceptual map)를 국정역량 차원과 개인역량 차원으로 비교해 보았다. 총 10개 측정항목으로 구성하였다.
분석결과 <표2>에서 보듯이, 박근혜 후보는 개인역량보다 국정역량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선 국정역량 요소인 애국심에서 68.8%로 가장 높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한국 당면문제에 대한 인식(65.2%), 위기관리 능력(57.8%) 순이었다. 반면 남북/국제 문제(41.6%)에서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국정역량 모든 평가 항목에서는 안철수 교수를 압도했지만 청렴, 외모 호감, 소통과 같은 개인역량에서는 안 교수에게 압도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1>은 각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시각적 지각도로 표현한 것이다. EAI 분석에 따르면 애국심, 한국의 당면문제에 대한 인지, 위기관리 능력과 예측 가능성, 안정감 있는 통치 스타일에 대한 유권자 이미지는 박 후보와 가깝게 인식되고 있는 반면, 소통능력, 외모, 청렴도의 경우 안철수 교수가 상대적으로 가깝게 나타나고 있다. 서민을 무시한다는 이미지는 두 후보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朴槿惠를 지지하나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8월 2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EAI의 분석에서 확인된 박근혜·안철수 자질적 특성이 대선 가상 대결구도에서 후보 지지의 핵심 이유가 되고 있다. <표3>에서 보듯이 박근혜 후보의 지지 이유로 51.8%가 ‘국정 운영 능력’을 꼽았다. 반면 안철수 지지자는 49.5%가 ‘국민과의 소통’을 선택했다.
‘원칙과 신뢰’를 중시한 점도 박근혜 후보의 좋은 자질이다. 박 후보는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정치 신조로 삼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치 신뢰를 얻어야 새로운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면서 ‘100%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제는 박근혜가 보유한 이런 좋은 자질이 실제 정치 행보에서는 능력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원칙과 신뢰’에 집착한 나머지 불통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정치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5·16과 유신(維新)을 둘러싼 박 후보의 역사 인식 문제가 많은 논쟁을 야기시키고 있다.
“公共性은 높아 보여”
보수 진영의 ‘전략가’로 꼽히는 윤여준(尹汝寯) 전 장관은 지난 7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초청 특강에서 박 후보의 공공성(公共性) 실현 능력과 불통, 독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박 후보에 대해 “선공후사(先公後私), 절제된 언행(言行)을 보면 자질에 있어서는 공공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당(黨) 운영 방식 등을 보면 공공성에 대한 의식,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심지어 한 언론 칼럼에서는 박 후보의 비전에 대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즉 위민적(爲民的)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박정희 틀에 갇혀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그는 박 후보의 향후 행보에 대해 “위민적 비전과 폐쇄된 리더십이 결합한 궁정(宮庭)정치의 연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요약하면 박근혜 리더십의 특성은 한마디로 뛰어난 자질과 서투른 능력 간의 부조화로 인한 ‘일방적 리더십’이다. 따라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의사소통 방식과는 거리가 먼, 수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프트 파워와 여성성에 바탕을 둔 여성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 리더십 강화를 위한 박근혜의 과제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 복지확대 등을 내세워 첫 여성 대통령 자리를 꿈꾸고 있다. 이런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리더십 수행 양식에서 대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뛰어난 자질을 능력과 결합하여 ‘여성 리더십’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박 후보가 해야 할 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섬김의 리더십’은 로버트 그린리프(Greenleaf)가 1977년 전통적인 리더십 모델들에 대한 대안(代案)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섬김의 리더십을 “타인(他人)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며 종업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이라고 정의 내린다.
이런 ‘섬김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겸손이 전제돼야 한다. 겸손해야 낮아지고, 소통하고, 설득하고, 타협하고, 사회 각 분야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여준 전 장관은 “박 후보에게는 규정자 의식이 있는 것 같다”며 “말하는 것을 보면 ‘내가 말하면 끝이다’라는 식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가령 지난해 박 후보는 동생 박지만 EG회장이 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자 “본인이 확실하게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 협박’ 논란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9월 1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구 사이의 전화 통화를 너무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 사찰이니 협박이니 공방을 벌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도 구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저 친구 사이의 사적(私的)인 대화일 뿐’이라는 정씨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자세로는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 안철수 교수 측은 정 전 위원의 행동을 명백한 협박으로 받아들여 폭로까지 했고, 박 후보가 임명한 대선 기획단 공보위원의 언행이 물의를 빚었다면 그를 두둔하기보다는 일단 사실 규명을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를 단속했어야 했다. 이런 자세가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의 시작이다.
‘실천의 리더십’
둘째, 아무리 힘들어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실천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도자는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 지도자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사회의 기강이 바로 서고 도덕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형성될 수 있다. 지도자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을 견지하고 이를 목숨처럼 지키면서 도덕적 해이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박 후보가 정치쇄신을 약속했으면 그에 걸맞은 행보를 해야 한다. 정치부패 및 공천비리 척결을 넘어 어느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한국 정당 운영 패러다임의 대혁신을 이끌 정치개혁 어젠다를 주도해야 한다.
셋째, 긍정의 역사의식과 철학을 토대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부정의 역사의식을 가지고는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없다. 과거에만 매달려 미래로 향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반대편을 배려하고 설득해서 통합의 길을 가야 한다. 화합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보일 때 가능하다.
박 후보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5·16쿠데타 및 유신체제 평가 논란에 대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특히 “유신에 대해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했다”면서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역사인식에 대해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문재인(文在寅) 상임고문은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하면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독한 사람은 나라를 음울하게 하고, 좋은 사람이 좋은 대통령이 된다”고 박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이 될 분의 역사인식이 잘못돼 있으면 잘못된 역사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까지 했다.
오바마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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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미(美) 대통령은 자신의 종교적 스승인 제러마이어 라이트(오른쪽) 목사의 발언이 물의를 빚었을 때 그를 감싸 안았다. |
지난 2008년 3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그의 종교적 스승인 제러마이어 라이트 목사가 “미국은 테러를 조장하고 흑인 차별 정책을 펼쳐왔다”며 “갓 뎀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라고 설교한 동영상이 퍼졌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런 최대 위기를 ‘더욱 완벽한 통합(A More Perfect Union)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필라델피아 연설을 통해 극복했다. 오바마는 “과거는 죽어 땅에 묻히지 않는다”면서 라이트 목사의 발언에 대해 “이 나라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담고 있고 “진정으로 통합이 필요한 때 분열을 일으켰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2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낸 라이트 목사는 가족 같은 사람”이라며 “내가 흑인 커뮤니티를 부인할 수 없듯이 그도 부인할 수 없다”며 감싸 안았다.
오바마는 이 연설을 통해 용기 있는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너무 민감해서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인종문제에 정면으로 맞선 용기를 보여줬다. 오바마는 여기에 솔직함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연설로 인종문제를 공론화하고 논의 수준을 끌어올려 미국의 완벽한 통합을 위한 계기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박근혜 후보에게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아버지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와 자신의 최대 약점을 최고 강점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지혜이다.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 제시 필요
넷째, 시대정신에 바탕을 둔 비전을 제시해 국민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의 길을 걸어야 한다.박 후보는 “산업화로 기적의 ‘경제 성장’을 만들었고, 민주화로 성숙한 ‘정치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이제는 산업화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 민주화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을 넘어서 새로운 제3의 변화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경제 민주화와 복지 그리고 일자리가 삼위일체(三位一體)를 이루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구조에서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성장과 복지가 따로 가지 않고 함께 가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외연(外延) 확대를 위해 보수(保守)를 뛰어넘어 진보 가치를 포용하는 이런 새로운 비전이 과연 박 후보의 몸에 잘 맞는 것이고 국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리서치앤리서치(R&R)가 지난 8월 21일 ‘민심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4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첫 스마트폰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응답자의 41.7%는 ‘공정사회’를, 23.0%는 ‘경제성장’을, 14.4%는 ‘국민통합’을 꼽았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라는 응답자는 13.0%에 불과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박 후보는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자질과 능력을 결합해서 그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비전을 통해 한국 사회가 어떤 미래를 만날 수 있는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림2>는 이를 함축적으로 도식화(圖式化)한 것이다.
자신의 최대 강점인 안정적 국정 운영 자질을 통해,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 원칙과 신뢰를 기반으로 공정사회 구현, 애국심에 의존해 선진 강국을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 될 수 있다.
여성에게 더 다가가야
다섯째, 젠더 마인드를 강화해서 실질적인 양성(兩性) 평등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여성의 적(敵)은 여성”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 유권자들이 오히려 여성 정치인을 멀리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 본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통설(通說)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표4>에서 보듯이 젠더별 후보 지지 차이가 뚜렷하다. 남성의 경우, 안 교수 지지가 박 후보보다 5.9%포인트 많지만 여성의 경우는 반대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안 교수보다 10.0%포인트 앞섰다.
특히 허리 세대인 40대의 경우 그 차이가 분명하다. 40대 남성의 경우, 안 교수 지지가 박 후보보다 무려 16.2%포인트 앞섰지만 40대 여성에서는 두 후보 간의 차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이고 있다.
50~60대 이상 고(高)연령층의 경우에는 남녀 모두 박 후보의 지지가 안 교수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지지 강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여성 고연령층에서 박 후보의 지지도는 안 교수보다 무려 3.7배 높다. 반면 남성 고연령층에서의 박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안 교수보다 1.9배 많은 데 그쳤다.
이런 조사 결과가 갖는 함의는 만약 여성층에서 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무너지면 엄청난 타격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지 이유를 고찰해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안정적 국정 운영’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은 ‘안정적 국정 운영’ 못지않게 ‘국민과의 소통’ 또한 상당히 중요시 여기고 있다. 20~30대 젊은 여성 유권자층에서는 ‘안정적 국정 운영’(22.6%)보다 ‘국민과의 소통’(43.9%)을 훨씬 중요하게 간주하고 있다.
박 후보는 올해 《여성신문》이 주최한 신년 하례식에서 “2012년에는 힘을 모아 여성이 행복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여성이 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을 당하거나 꿈을 접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래서는 여성의 자아실현이 어렵고 국가 경제의 성장 지속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인력 활용 여부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여성의 행복과 국가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리더십으로 ‘성공하는 대통령’ 돼야
그동안 여성계로부터 박 후보는 젠더 마인드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본인 스스로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를 회피한 면이 있다.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단지 여성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정 운영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와 실질적인 양성 평등 실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철학이고, 그 철학의 핵심은 ‘여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에도 분명 관성(慣性)의 법칙이 존재한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정도(正道)를 지키면서 올바른 역사의식과 강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면 좋은 정치 관성이 유지돼 성공하는 대통령의 길이 열릴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역사의식과 함께 표만을 의식해 선거를 극단으로 몰고 가면 나쁜 관성에 의해 집권 후 갈등과 대립의 정치 중심에 서게 돼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 쉽다.
여성 리더십은 분명 좋은 정치와 최초로 ‘성공하는 대통령’의 탄생에 기여할 것이다. 반면 반(反)여성 리더십은 나쁜 정치와 또 다른 실패하는 대통령을 배출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여성 리더십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용선
(201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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