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지방선거 후 정치자금법上 공익재단에 내야 할 돈(인계금액) 0원으로 신고…
선관위 재조사 후 뒤늦게 내놔
⊙ 중앙선관위, “인계금액 0원으로 신고한 김두관에게 책임 있어”
⊙ ‘김두관 금품수수 의혹’ 제기한 K씨, 최근 사법처리돼
선관위 재조사 후 뒤늦게 내놔
⊙ 중앙선관위, “인계금액 0원으로 신고한 김두관에게 책임 있어”
⊙ ‘김두관 금품수수 의혹’ 제기한 K씨, 최근 사법처리돼
- 지난 7월 8일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땀을 닦고 있다.
김두관(金斗官) 전 경남지사가 2010년 6·2 지방선거 직후 국가로부터 돌려받은 선거비용 보전금액 중 공익법인에 인계해야 할 돈(인계금액)을 내지 않고 있다가 선거관리위원회 재조사 후 뒤늦게 국고환수 조치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지사는 2010년 7월 30일 선거비용 보전금으로 13억5840여만원을 받았는데, 그중 인계해야 할 금액은 한 푼도 없다(0원)고 선관위에 신고했으나, 해당 기관의 재조사 결과 1억6880여만원의 인계금액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뒤늦게 국고에 납부했다.
김 전 지사는 또 지난 3월 인터넷상에서 ‘모 환경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모함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 지사는 경찰에 즉각 고발했고, 글을 올린 K씨는 사법처리됐다. 그러나 게재된 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두관 전 지사는 2010년 6월 민선 5기 경남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노무현(盧武鉉) 정권에 몸담으며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 그였지만, 지방선거 당시에는 당적(黨籍)을 갖지 않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성향의 표를 상당히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는 우리나라는 공직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일정비율 이상을 득표할 경우 선거에 들어간 비용을 보전해 준다. 국민의 세금으로 선거비용을 지원해 주는 데는 후보자가 부정한 돈을 받지 말고 깨끗한 선거를 하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인계금액이란?
《月刊朝鮮》은 김 전 지사의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비용과 관련해 경남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다. 경남선관위에 따르면, 김두관 전 지사는 선거 직후인 2010년 6월 12일 선거비용으로 14억2900여만원을 썼다고 경남선관위에 신고했다. 한 달이 지난 7월 30일, 경남선관위는 정산 절차를 거쳐 김 지사에게 선거비용 보전금으로 13억5840여만원을 지급했다.
《月刊朝鮮》은 문제가 되고 있는 인계금액에 대해 경남선관위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요청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김두관 지사가 당초 선관위에 신고할 때,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선거비용 중에서 공익재단에 내야 할 돈(인계금액)은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1억6880여만원의 인계금액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김 지사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해당 금액을 국고에 환수 조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후보자 개인 재산으로 지출한 비용은 국가가 보전(지원)해 주지만, 후원금(정당지원금)과 같은 제3자의 돈에 대해서는 보전해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선거 후보자는 개인 돈과 후원금으로 선거를 치른다. 선거가 끝나면 출마자는 자신이 쓴 돈과 후원금을 모두 더해 선관위에 신고한다. 선관위는 두 항목의 합계를 선거비용으로 인정해 이를 보전해 주지만, 이 돈 중에서 후원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소속 정당에 내거나(정당 공천자인 경우) 공익법인에 내도록(무소속 후보자인 경우)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인계하는 돈을 인계금액이라 한다.
정치자금법 58조에는 인계금액을 내야 할 기한도 명시하고 있다. ‘후보자는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소속 정당이나 공익법인에 인계해야 한다’고 돼 있다. 후보자가 기한 내에 인계금액을 내지 않을 경우, 해당 선관위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때 과태료를 포함한 인계금액은 전액 국고에 귀속한다.
김두관 전 지사는 2010년 7월 30일 선거비용을 보전받았고, 법정기한 20일이 지난 8월 23일 경남선관위에 ‘인계금액 0원’이 기재된 인계·인수서를 제출했다. 선거에 들어간 비용 중 후원금은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 당시 김 전 지사는 6억원 가량의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경남선관위 측은 밝혔다.
착오인가 고의적 누락인가
김 전 지사로부터 인계·인수서를 제출받은 경남선관위는 처음에는 김 지사의 신고내용이 정확하다고 간주하고 별도의 확인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정치자금과)가 2010년 10월 11일 경남선관위에 김두관 지사의 선거비용을 재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김 전 지사의 불투명한 선거비용 처리 사례가 드러났다. 중앙선관위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데는 통상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자의 인계금액이 0원이 될 수 없다는 상식적 판단에서 출발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후보자가 선관위에 제출하는 인계·인수서에 인계금액이 0원으로 돼 있으면 정밀확인을 한다. 김 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경남선관위에 제출한 자료가 나중에 중앙선관위에 올라왔는데 인계금액이 0원으로 돼 있어 경남선관위에 재조사를 지시한 것이다”고 했다.
재조사 지시를 받은 경남선관위는 그제서야 김 지사가 제출한 서류를 재검토했다. 인계금액(1억6880여만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남선관위는 김 지사에게 고지서를 즉각 발부했고, 김 전 지사는 2010년 10월 29일 인계금액 1억6880여만원을 국고에 납부했다.
김두관 전 지사는 왜 인계금액이 0원이라고 선관위에 신고했을까. 선거비용 처리 미숙에 따른 착오일까, 아니면 고의적인 누락일까. 경남선관위 관계자의 말이다.
“인계금액이 있나 없나에 대한 판단은 1차적으로 후보자가 하게 돼 있습니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후보자는 인계금액과 관련해 20일 이내에 정당 공천자는 소속 정당에, 무소속 후보자는 공익법인에 돈을 내도록 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후보자 측에 자세한 내용을 사전에 알려줍니다. 김 지사의 인계금액과 관련해 경남선관위가 초기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김 지사의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변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비록 경남선관위가 인계금액의 존재를 뒤늦게 확인했더라도 선관위에 인계금액을 0원으로 신고한 김 지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김두관 전 지사는 지금까지 지방선거·국회의원선거에 총 일곱 번 출마했다. 김 전 지사는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에 출마해 남해군수에 당선됐다. 당시 전국 최연소 단체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1998년에는 민선 2기 남해군수로 재선(再選)됐다. 이후 2002년 경남지사에 출마해 낙선했고, 2004년 총선(總選)에는 경남 남해·하동 선거구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섰으나 떨어졌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경남지사에 재도전했고, 2008년 총선 때도 출마했다. 마침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그는 현재 민주당 대선(大選) 후보 경선에 도전했다.
이 정도의 경험이라면 김 전 지사는 선거에 관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김 전 지사는 회계책임자로 10년 넘게 함께 활동해 온 측근을 두고 있다. 더군다나 선거가 있을 때마다 선관위 측이 선거비용과 관련해 안내를 자세히 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 모두 인계금액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가졌을 것이라 추정된다.
정치자금법상 후보자가 인계금액을 기한 내에 내지 않을 경우 해당 선관위는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경남선관위는 어찌된 일인지 김 전 지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경남선관위는 인계금액 ‘제로’에 대한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해 보지 않았다. 경남선관위는 왜 김 전 지사에게 ‘호의’를 베풀었을까.
김두관 전 지사는 2010년 선거 후 보전받은 돈(인계금액 포함) 중 일부를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0월 선관위로부터 인계금액 납부를 통지받자 그는 지인(知人)에게 돈을 빌려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홧김에 글을 올렸다”고 진술
김두관 전 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는 지난 8월 13일 오후 1시부터 당일 밤 11시42분까지 김 전 지사 개인 휴대폰으로 총 일곱 차례 전화를 걸었다. 최초 통화 때 수행비서에게 “취재와 관련해 질의사항이 있다. 밤 12시가 넘더라도 좋으니 전화를 부탁한다”고 했다. 당시 수행비서는 “밤 10시에 모든 행사가 끝나기 때문에 중간에 시간이 나면 연결이 되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날 밤 12시가 넘어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기자는 김 전 지사 휴대폰으로 질문 내용을 문자(총 4건)로 보냈고, 카카오톡으로도 같은 횟수만큼 보냈다.
이튿날 기자는 다른 전화로 김 전 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행비서 2명 중 한 명인 신정욱씨가 전화를 받았다. 그에게 19개 항목의 질의서도 이메일로 보냈다. 그는 “어제 휴대폰 문자로 들어온 질의 내용에 대해 후보(김두관)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상당히 불쾌해하셨다”고 했다. 구체적인 질문 사항에 대해 김두관 전 지사는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한편 《月刊朝鮮》은 ‘김두관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서도 확인해 봤다. 문제의 글은 지난 2월 말~3월 초 몇몇 인터넷매체 토론방에 게재됐다. ‘김 지사가 모 환경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 글이 게재되자 당시 김두관 지사는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즉각 수사를 의뢰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K씨는 서울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 수사는 경남경찰청이 주도했다. 경남경찰청은 K씨를 조사한 후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K씨는 최근 사법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의 말이다.
“글이 올라오자 경남도청이 수사를 의뢰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피의자 K씨의 신원을 확보한 후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가 ‘서울에 살고 있어 경남 창원까지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지역 관할 경찰서에 의뢰해 수사를 벌였습니다. 이후 수사기록을 전달받아 사건을 정리한 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K씨는 인터넷에 ‘김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사정당국이 내사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김 지사는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허위사실이었던 것입니다. 명예훼손 혐의는 게재된 글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게재된 내용이 허위이면 벌이 무거울 것이고, 사실이면 상대적으로 벌이 가벼울 수 있겠지요.”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K씨가 쓴 글 내용에 대해서 수사를 안 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K씨는 조사 과정에서 글을 올린 경위에 대해 ‘서울의 한 식당에서 저녁에 술을 먹고 있는데 옆 좌석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서 홧김에 올렸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그가 쓴 글에는 김 지사에게 돈을 줬다는 업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업체인지 언급되지 않았고, 회사 대표도 누구인지 적시돼 있지 않았습니다. 수사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글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었더라면 우리가 수사를 안 하더라도 다른 기관이 수사했을 겁니다.”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지사에게 수차례 확인요청을 했으나 역시 그는 답이 없었다.
경찰 “금품의혹 수사 안 해”
김두관 전 지사는 현재 대통령이 되겠다고 전국을 누비는 야당 거물급 정치인이다. 그는 마을 이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권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지낸,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다. 도덕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도 갖고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그는 이번 대선은 물론 차차기 대통령의 물망에도 오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발전과 그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김 전 지사를 둘러싼 논란은 빨리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김 전 지사는 또 지난 3월 인터넷상에서 ‘모 환경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모함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 지사는 경찰에 즉각 고발했고, 글을 올린 K씨는 사법처리됐다. 그러나 게재된 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두관 전 지사는 2010년 6월 민선 5기 경남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노무현(盧武鉉) 정권에 몸담으며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 그였지만, 지방선거 당시에는 당적(黨籍)을 갖지 않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성향의 표를 상당히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는 우리나라는 공직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일정비율 이상을 득표할 경우 선거에 들어간 비용을 보전해 준다. 국민의 세금으로 선거비용을 지원해 주는 데는 후보자가 부정한 돈을 받지 말고 깨끗한 선거를 하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인계금액이란?
《月刊朝鮮》은 김 전 지사의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비용과 관련해 경남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다. 경남선관위에 따르면, 김두관 전 지사는 선거 직후인 2010년 6월 12일 선거비용으로 14억2900여만원을 썼다고 경남선관위에 신고했다. 한 달이 지난 7월 30일, 경남선관위는 정산 절차를 거쳐 김 지사에게 선거비용 보전금으로 13억5840여만원을 지급했다.
《月刊朝鮮》은 문제가 되고 있는 인계금액에 대해 경남선관위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요청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김두관 지사가 당초 선관위에 신고할 때,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선거비용 중에서 공익재단에 내야 할 돈(인계금액)은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1억6880여만원의 인계금액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김 지사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해당 금액을 국고에 환수 조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후보자 개인 재산으로 지출한 비용은 국가가 보전(지원)해 주지만, 후원금(정당지원금)과 같은 제3자의 돈에 대해서는 보전해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선거 후보자는 개인 돈과 후원금으로 선거를 치른다. 선거가 끝나면 출마자는 자신이 쓴 돈과 후원금을 모두 더해 선관위에 신고한다. 선관위는 두 항목의 합계를 선거비용으로 인정해 이를 보전해 주지만, 이 돈 중에서 후원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소속 정당에 내거나(정당 공천자인 경우) 공익법인에 내도록(무소속 후보자인 경우)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인계하는 돈을 인계금액이라 한다.
정치자금법 58조에는 인계금액을 내야 할 기한도 명시하고 있다. ‘후보자는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소속 정당이나 공익법인에 인계해야 한다’고 돼 있다. 후보자가 기한 내에 인계금액을 내지 않을 경우, 해당 선관위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때 과태료를 포함한 인계금액은 전액 국고에 귀속한다.
김두관 전 지사는 2010년 7월 30일 선거비용을 보전받았고, 법정기한 20일이 지난 8월 23일 경남선관위에 ‘인계금액 0원’이 기재된 인계·인수서를 제출했다. 선거에 들어간 비용 중 후원금은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 당시 김 전 지사는 6억원 가량의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경남선관위 측은 밝혔다.
착오인가 고의적 누락인가
김 전 지사로부터 인계·인수서를 제출받은 경남선관위는 처음에는 김 지사의 신고내용이 정확하다고 간주하고 별도의 확인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정치자금과)가 2010년 10월 11일 경남선관위에 김두관 지사의 선거비용을 재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김 전 지사의 불투명한 선거비용 처리 사례가 드러났다. 중앙선관위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데는 통상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자의 인계금액이 0원이 될 수 없다는 상식적 판단에서 출발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후보자가 선관위에 제출하는 인계·인수서에 인계금액이 0원으로 돼 있으면 정밀확인을 한다. 김 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경남선관위에 제출한 자료가 나중에 중앙선관위에 올라왔는데 인계금액이 0원으로 돼 있어 경남선관위에 재조사를 지시한 것이다”고 했다.
재조사 지시를 받은 경남선관위는 그제서야 김 지사가 제출한 서류를 재검토했다. 인계금액(1억6880여만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남선관위는 김 지사에게 고지서를 즉각 발부했고, 김 전 지사는 2010년 10월 29일 인계금액 1억6880여만원을 국고에 납부했다.
김두관 전 지사는 왜 인계금액이 0원이라고 선관위에 신고했을까. 선거비용 처리 미숙에 따른 착오일까, 아니면 고의적인 누락일까. 경남선관위 관계자의 말이다.
“인계금액이 있나 없나에 대한 판단은 1차적으로 후보자가 하게 돼 있습니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후보자는 인계금액과 관련해 20일 이내에 정당 공천자는 소속 정당에, 무소속 후보자는 공익법인에 돈을 내도록 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후보자 측에 자세한 내용을 사전에 알려줍니다. 김 지사의 인계금액과 관련해 경남선관위가 초기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김 지사의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변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비록 경남선관위가 인계금액의 존재를 뒤늦게 확인했더라도 선관위에 인계금액을 0원으로 신고한 김 지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김두관 전 지사는 지금까지 지방선거·국회의원선거에 총 일곱 번 출마했다. 김 전 지사는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에 출마해 남해군수에 당선됐다. 당시 전국 최연소 단체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1998년에는 민선 2기 남해군수로 재선(再選)됐다. 이후 2002년 경남지사에 출마해 낙선했고, 2004년 총선(總選)에는 경남 남해·하동 선거구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섰으나 떨어졌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경남지사에 재도전했고, 2008년 총선 때도 출마했다. 마침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그는 현재 민주당 대선(大選) 후보 경선에 도전했다.
이 정도의 경험이라면 김 전 지사는 선거에 관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김 전 지사는 회계책임자로 10년 넘게 함께 활동해 온 측근을 두고 있다. 더군다나 선거가 있을 때마다 선관위 측이 선거비용과 관련해 안내를 자세히 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 모두 인계금액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가졌을 것이라 추정된다.
정치자금법상 후보자가 인계금액을 기한 내에 내지 않을 경우 해당 선관위는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경남선관위는 어찌된 일인지 김 전 지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경남선관위는 인계금액 ‘제로’에 대한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해 보지 않았다. 경남선관위는 왜 김 전 지사에게 ‘호의’를 베풀었을까.
김두관 전 지사는 2010년 선거 후 보전받은 돈(인계금액 포함) 중 일부를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0월 선관위로부터 인계금액 납부를 통지받자 그는 지인(知人)에게 돈을 빌려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홧김에 글을 올렸다”고 진술
김두관 전 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는 지난 8월 13일 오후 1시부터 당일 밤 11시42분까지 김 전 지사 개인 휴대폰으로 총 일곱 차례 전화를 걸었다. 최초 통화 때 수행비서에게 “취재와 관련해 질의사항이 있다. 밤 12시가 넘더라도 좋으니 전화를 부탁한다”고 했다. 당시 수행비서는 “밤 10시에 모든 행사가 끝나기 때문에 중간에 시간이 나면 연결이 되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날 밤 12시가 넘어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기자는 김 전 지사 휴대폰으로 질문 내용을 문자(총 4건)로 보냈고, 카카오톡으로도 같은 횟수만큼 보냈다.
이튿날 기자는 다른 전화로 김 전 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행비서 2명 중 한 명인 신정욱씨가 전화를 받았다. 그에게 19개 항목의 질의서도 이메일로 보냈다. 그는 “어제 휴대폰 문자로 들어온 질의 내용에 대해 후보(김두관)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상당히 불쾌해하셨다”고 했다. 구체적인 질문 사항에 대해 김두관 전 지사는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한편 《月刊朝鮮》은 ‘김두관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서도 확인해 봤다. 문제의 글은 지난 2월 말~3월 초 몇몇 인터넷매체 토론방에 게재됐다. ‘김 지사가 모 환경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 글이 게재되자 당시 김두관 지사는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즉각 수사를 의뢰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K씨는 서울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 수사는 경남경찰청이 주도했다. 경남경찰청은 K씨를 조사한 후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K씨는 최근 사법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의 말이다.
“글이 올라오자 경남도청이 수사를 의뢰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피의자 K씨의 신원을 확보한 후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가 ‘서울에 살고 있어 경남 창원까지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지역 관할 경찰서에 의뢰해 수사를 벌였습니다. 이후 수사기록을 전달받아 사건을 정리한 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K씨는 인터넷에 ‘김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사정당국이 내사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김 지사는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허위사실이었던 것입니다. 명예훼손 혐의는 게재된 글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게재된 내용이 허위이면 벌이 무거울 것이고, 사실이면 상대적으로 벌이 가벼울 수 있겠지요.”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K씨가 쓴 글 내용에 대해서 수사를 안 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K씨는 조사 과정에서 글을 올린 경위에 대해 ‘서울의 한 식당에서 저녁에 술을 먹고 있는데 옆 좌석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서 홧김에 올렸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그가 쓴 글에는 김 지사에게 돈을 줬다는 업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업체인지 언급되지 않았고, 회사 대표도 누구인지 적시돼 있지 않았습니다. 수사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글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었더라면 우리가 수사를 안 하더라도 다른 기관이 수사했을 겁니다.”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지사에게 수차례 확인요청을 했으나 역시 그는 답이 없었다.
경찰 “금품의혹 수사 안 해”
김두관 전 지사는 현재 대통령이 되겠다고 전국을 누비는 야당 거물급 정치인이다. 그는 마을 이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권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지낸,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다. 도덕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도 갖고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그는 이번 대선은 물론 차차기 대통령의 물망에도 오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발전과 그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김 전 지사를 둘러싼 논란은 빨리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