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세율은 OECD 31개국 중 21위,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3위
⊙ 외국은 법인세율 인하, 법인세율의 단일세율화 추세
玄鎭權
⊙ 53세.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美카네기멜론대 정책분석학 박사.
⊙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대통령 시민사회비서관 역임.
⊙ 외국은 법인세율 인하, 법인세율의 단일세율화 추세
玄鎭權
⊙ 53세.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美카네기멜론대 정책분석학 박사.
⊙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대통령 시민사회비서관 역임.
- 지난 1월 29일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는 재벌 개혁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이용섭 정책위의장, 김진표 원내대표, 유종일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
민주통합당이 재벌세(財閥稅)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방안을 제시했다.
‘재벌세’라고 하지만,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법 등을 개정해 모(母)기업이 자(子)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배당금을 과세대상인 소득에 포함시키고,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자회사 주식을 취득할 경우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법인세법은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배당금 중 일정비율을 과세대상인 소득으로 보고 있지 않은데, 이 부분을 개정해 배당금을 소득으로서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재벌이 금융기관 대출로 계열사에 투자할 때 금융이자를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하면 모회사가 자회사에 투자할 때 그만큼 부담이 가중된다.
주식 배당금을 과세대상인 소득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중과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주식 배당은 법인세(法人稅)를 내고 남은 이익(세후이익)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재벌세 방안이 성사되면 세후(稅後)이익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 수익성 지표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재벌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민주통합당은 ‘재벌세’라는 용어 자체를 황급히 거두어 들였다. 하지만 대기업의 계열회사를 통한 경제행위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세금을 높이고,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부담도 높이겠다는 기본방향에는 변화가 없다.
이는 ‘양극화(兩極化)’라는 미신(迷信)에 빠져서, 사회를 부자(富者)와 빈자(貧者)로 나누고, 부자는 세금으로 응징하고, 빈자는 복지로 껴안는다는 정책미신에 빠진 결과이다. 이런 이분법적(二分法的) 사고(思考)에 국민들은 감성적으로 동조하기 쉽다. 정치권은 이러한 대립구조를 철저히 이용한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된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는 전(全) 세계 경제질서를 바꾸어버렸다. 세계화는 기업 입장에서는 무한경쟁을 의미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정부정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조세(租稅)정책이다. 세금이 높은 국가의 기업들은 국제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금 낮추기’ 경쟁을 시작했다. OECD 국가들의 최고한계법인세율의 평균치를 살펴보면 세계화가 시작되던 무렵인 1981년에는 47.5%였으나, 2010년에는 26%로 낮아졌다.
법인세율 안 높지만, 법인세 부담 높아
그럼 한국의 법인세 부담수준은 외국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일까?
법인세율을 비교할 경우, 한국의 법인세율(지방세 포함)은 2010년 기준으로 24.2%로서 31개 OECD 국가 중에서 21번째로 높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치인 25.9%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법인세율의 단순비교는 실상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법인세 부담수준이다. 법인세율은 전체 법인세 수준을 결정하는 하나의 정책일 뿐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법인세율뿐 아니라, 감가상각제도, 투자세액공제제도 등 여러 가지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법인세율 외에 법인세 부담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는 경제규모와 법인세수(稅收) 비중을 비교하는 방법과,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을 보면(2008년 기준) 한국은 4.2%다. OECD 국가의 평균비중은 3.5%이다. 한국은 노르웨이(12.4%), 룩셈부르크(5.1%)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의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26.5%다. OECD 국가의 평균치가 34.8%이므로 한국의 전체 세부담률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2008년 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기업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조세부담 수준이 한국의 거의 두 배 수준인 스웨덴과 비교하면 이를 좀 더 실감할 수 있다. 스웨덴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3%로 한국의 4.2%보다 낮다. 이는 스웨덴이 법인세 부담을 낮춰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법인세 부담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전체 세수 규모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한국은 15%로 OECD 국가의 평균치 11%보다 높다(2008년 기준).
위의 두 가지 지표는, 한국이 조세부담률이 낮은 국가임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법인의 조세부담 비중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인세율 낮추면 경제성장에 도움
법인세제와 기업투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1960년대부터 많은 연구가 있어 왔다. ‘신고전(新古典)투자이론(Neoclassical Investment Theory)’이라는 이론의 골격은 단순하다. 기업투자는 투자수익률에 의해 결정되는데, 법인세제는 투자수익률을 결정하는 한 요소다. 즉 법인세 부담을 낮추면, 기업의 투자수익률은 높아져 기업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需要)가 증가하는 수요법칙과 같은 논리이다.
이에 반대하는 진영의 논리는 법인세를 낮추어도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만 보유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현상을 잘못 인식한 결과이다. 수요이론이 설명하는 구조는 총체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이지, 가격이 떨어진다고 모든 개별주체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법인세 부담을 낮추었다고 해도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요인으로 인해 투자행위를 늘리지 않을 수 있으나, 전체 기업의 총체적 행위를 살펴보면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실증연구결과는 국제적으로 매우 방대하다. 사용하는 자료종류와 방법론에 따라 국가별로 다소 차이를 가지지만, 일반적으로 법인세가 기업투자에 실증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보편적 결론이다. 한국의 실증연구에서도 법인세가 기업투자에 실증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태원 등은 1985~2004년 20년간 법인세율, 투자세액공제, 감가상각제도가 투자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기간 동안 기업이 투자한 자산의 자본비용을 1이라고 할 때, 법인세제 정책이 기업의 자본비용 감소에 미친 영향은 0.28~0.35인 것으로 나타났다(2006년 연구결과).
김학수에 의하면, 법인세율에 대한 기업투자의 탄력성이 단기적으로 1.1로 나타났다. 즉 법인세율을 현재 대비 1% 줄이면, 기업투자가 1.1% 증가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2012년으로 예정됐던 법인세율 2% 인하안이 실시될 경우 총투자는 2.2% 증가하고, 장기적인 누적 투자증가율은 약 8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세의 기업투자효과는 결국은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나타난다. 각국의 법인세 정책과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정책이 확실히 국가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1997년 전 세계 70개 국가자료를 사용해 법인세율과 1인당 GDP 성장률 간의 관계를 실증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명목 법인세율을 10% 인하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1~2%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Lee and Gordon, 2005년).
법인세에 대한 미신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법인세를 증세함으로써 개방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법인세에 대해 감성적 미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를 부담하는 것은 대기업(법인)이라는 인식부터가 잘못이다. ‘법인세는 누가 부담하는가’하는 문제는 재정학 교과서에서 아주 기초적인 질문이다. 법인은 결코 세금을 부담하는 경제주체가 아니므로, 법인이 아닌 누군가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결론은 법인세는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처럼 법인세가 누진(累進)구조인 것은 문제다. 일반적으로 누진구조의 세금은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단계의 세율을 적용하므로, 응능(應能)원칙에 근거해서 형평에 맞는 제도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명목적 세금주체와 실질적 세금주체가 일치할 때만 성립된다.
법인세처럼 명목적으로 기업이윤을 기준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 모두가 부담할 경우에는 누진구조가 형평성 달성에 효과가 없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하고 있다. 즉 법인세제를 통해 형평을 달성하려는 정책의도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초기에 11%, 22%인 법인세율을 10%, 20%로 인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낮은 단계의 세율은 여야(與野) 합의에 따라 인하했지만, 높은 단계의 세율 인하계획은 몇 차례 연기되었다. 야당이 이를 ‘부자감세(減稅)’라고 정치공세를 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회는 법인세율 개정을 통해 과세표준 200억원 기준으로 22% 세율을 새롭게 도입했다. 기존의 두 단계였던 법인세율이 각각 2억원 기준 10%, 2억~200억원 기준 20%, 200억원 이상 22%가 된 것이다.
누진구조의 기본이 되는 과세표준이 2억원에서 다시 200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조세체계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기형적인 것이다. 세계는 지금 누진구조를 철폐하고 단일세율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형평성이란 미신에 빠져 전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 올려 복지?… 경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부자를 응징하는 조세정책이 양산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유세, 버핏세, 재벌세 등이 그것이다. 그 밑에 깔려 있는 생각은 모두 같다. 빈자의 복지를 위해 부자의 세금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세금은 본질적으로 경제주체의 자연스러운 투자, 저축행위 등을 왜곡시킨다. 이는 일할 사람과 기업에 일을 적게 할 유인(誘因)이 된다. 이게 세금의 경제적 비용이다. 이 비용을 고려해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세금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산술계산만 하지, 경제적 계산을 하지 않는다. 세금으로 인한 경제행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자에 대한 증세(增稅)를 찬성하는 세계적 부호 버핏의 이름을 딴 버핏세가 얘기된다. 하지만 자본은 물과 같아서 세율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이 높은 곳에는 절대 자본이 몰릴 수 없다. 버핏세가 없었기 때문에 버핏이란 투자부자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법인세 정책은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정교한 분석을 토대로 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법인세 정책은 ‘부자감세’ 운운하는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를 통해 표만 챙기고 ‘먹튀’하면 되지만, 그로 인해 경제발전의 동력인 기업의 투자엔진이 꺼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재벌세’라고 하지만,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법 등을 개정해 모(母)기업이 자(子)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배당금을 과세대상인 소득에 포함시키고,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자회사 주식을 취득할 경우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법인세법은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배당금 중 일정비율을 과세대상인 소득으로 보고 있지 않은데, 이 부분을 개정해 배당금을 소득으로서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재벌이 금융기관 대출로 계열사에 투자할 때 금융이자를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하면 모회사가 자회사에 투자할 때 그만큼 부담이 가중된다.
주식 배당금을 과세대상인 소득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중과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주식 배당은 법인세(法人稅)를 내고 남은 이익(세후이익)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재벌세 방안이 성사되면 세후(稅後)이익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 수익성 지표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재벌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민주통합당은 ‘재벌세’라는 용어 자체를 황급히 거두어 들였다. 하지만 대기업의 계열회사를 통한 경제행위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세금을 높이고,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부담도 높이겠다는 기본방향에는 변화가 없다.
이는 ‘양극화(兩極化)’라는 미신(迷信)에 빠져서, 사회를 부자(富者)와 빈자(貧者)로 나누고, 부자는 세금으로 응징하고, 빈자는 복지로 껴안는다는 정책미신에 빠진 결과이다. 이런 이분법적(二分法的) 사고(思考)에 국민들은 감성적으로 동조하기 쉽다. 정치권은 이러한 대립구조를 철저히 이용한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된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는 전(全) 세계 경제질서를 바꾸어버렸다. 세계화는 기업 입장에서는 무한경쟁을 의미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정부정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조세(租稅)정책이다. 세금이 높은 국가의 기업들은 국제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금 낮추기’ 경쟁을 시작했다. OECD 국가들의 최고한계법인세율의 평균치를 살펴보면 세계화가 시작되던 무렵인 1981년에는 47.5%였으나, 2010년에는 26%로 낮아졌다.
법인세율 안 높지만, 법인세 부담 높아
그럼 한국의 법인세 부담수준은 외국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일까?
법인세율을 비교할 경우, 한국의 법인세율(지방세 포함)은 2010년 기준으로 24.2%로서 31개 OECD 국가 중에서 21번째로 높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치인 25.9%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법인세율의 단순비교는 실상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법인세 부담수준이다. 법인세율은 전체 법인세 수준을 결정하는 하나의 정책일 뿐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법인세율뿐 아니라, 감가상각제도, 투자세액공제제도 등 여러 가지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법인세율 외에 법인세 부담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는 경제규모와 법인세수(稅收) 비중을 비교하는 방법과,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을 보면(2008년 기준) 한국은 4.2%다. OECD 국가의 평균비중은 3.5%이다. 한국은 노르웨이(12.4%), 룩셈부르크(5.1%)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의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26.5%다. OECD 국가의 평균치가 34.8%이므로 한국의 전체 세부담률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2008년 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기업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조세부담 수준이 한국의 거의 두 배 수준인 스웨덴과 비교하면 이를 좀 더 실감할 수 있다. 스웨덴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3%로 한국의 4.2%보다 낮다. 이는 스웨덴이 법인세 부담을 낮춰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법인세 부담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전체 세수 규모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한국은 15%로 OECD 국가의 평균치 11%보다 높다(2008년 기준).
위의 두 가지 지표는, 한국이 조세부담률이 낮은 국가임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법인의 조세부담 비중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인세율 낮추면 경제성장에 도움
법인세제와 기업투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1960년대부터 많은 연구가 있어 왔다. ‘신고전(新古典)투자이론(Neoclassical Investment Theory)’이라는 이론의 골격은 단순하다. 기업투자는 투자수익률에 의해 결정되는데, 법인세제는 투자수익률을 결정하는 한 요소다. 즉 법인세 부담을 낮추면, 기업의 투자수익률은 높아져 기업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需要)가 증가하는 수요법칙과 같은 논리이다.
이에 반대하는 진영의 논리는 법인세를 낮추어도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만 보유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현상을 잘못 인식한 결과이다. 수요이론이 설명하는 구조는 총체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이지, 가격이 떨어진다고 모든 개별주체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법인세 부담을 낮추었다고 해도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요인으로 인해 투자행위를 늘리지 않을 수 있으나, 전체 기업의 총체적 행위를 살펴보면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실증연구결과는 국제적으로 매우 방대하다. 사용하는 자료종류와 방법론에 따라 국가별로 다소 차이를 가지지만, 일반적으로 법인세가 기업투자에 실증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보편적 결론이다. 한국의 실증연구에서도 법인세가 기업투자에 실증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태원 등은 1985~2004년 20년간 법인세율, 투자세액공제, 감가상각제도가 투자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기간 동안 기업이 투자한 자산의 자본비용을 1이라고 할 때, 법인세제 정책이 기업의 자본비용 감소에 미친 영향은 0.28~0.35인 것으로 나타났다(2006년 연구결과).
김학수에 의하면, 법인세율에 대한 기업투자의 탄력성이 단기적으로 1.1로 나타났다. 즉 법인세율을 현재 대비 1% 줄이면, 기업투자가 1.1% 증가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2012년으로 예정됐던 법인세율 2% 인하안이 실시될 경우 총투자는 2.2% 증가하고, 장기적인 누적 투자증가율은 약 8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세의 기업투자효과는 결국은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나타난다. 각국의 법인세 정책과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정책이 확실히 국가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1997년 전 세계 70개 국가자료를 사용해 법인세율과 1인당 GDP 성장률 간의 관계를 실증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명목 법인세율을 10% 인하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1~2%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Lee and Gordon, 2005년).
법인세에 대한 미신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법인세를 증세함으로써 개방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법인세에 대해 감성적 미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를 부담하는 것은 대기업(법인)이라는 인식부터가 잘못이다. ‘법인세는 누가 부담하는가’하는 문제는 재정학 교과서에서 아주 기초적인 질문이다. 법인은 결코 세금을 부담하는 경제주체가 아니므로, 법인이 아닌 누군가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결론은 법인세는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처럼 법인세가 누진(累進)구조인 것은 문제다. 일반적으로 누진구조의 세금은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단계의 세율을 적용하므로, 응능(應能)원칙에 근거해서 형평에 맞는 제도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명목적 세금주체와 실질적 세금주체가 일치할 때만 성립된다.
법인세처럼 명목적으로 기업이윤을 기준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 모두가 부담할 경우에는 누진구조가 형평성 달성에 효과가 없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하고 있다. 즉 법인세제를 통해 형평을 달성하려는 정책의도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초기에 11%, 22%인 법인세율을 10%, 20%로 인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낮은 단계의 세율은 여야(與野) 합의에 따라 인하했지만, 높은 단계의 세율 인하계획은 몇 차례 연기되었다. 야당이 이를 ‘부자감세(減稅)’라고 정치공세를 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회는 법인세율 개정을 통해 과세표준 200억원 기준으로 22% 세율을 새롭게 도입했다. 기존의 두 단계였던 법인세율이 각각 2억원 기준 10%, 2억~200억원 기준 20%, 200억원 이상 22%가 된 것이다.
누진구조의 기본이 되는 과세표준이 2억원에서 다시 200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조세체계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기형적인 것이다. 세계는 지금 누진구조를 철폐하고 단일세율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형평성이란 미신에 빠져 전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 올려 복지?… 경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부자를 응징하는 조세정책이 양산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유세, 버핏세, 재벌세 등이 그것이다. 그 밑에 깔려 있는 생각은 모두 같다. 빈자의 복지를 위해 부자의 세금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세금은 본질적으로 경제주체의 자연스러운 투자, 저축행위 등을 왜곡시킨다. 이는 일할 사람과 기업에 일을 적게 할 유인(誘因)이 된다. 이게 세금의 경제적 비용이다. 이 비용을 고려해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세금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산술계산만 하지, 경제적 계산을 하지 않는다. 세금으로 인한 경제행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자에 대한 증세(增稅)를 찬성하는 세계적 부호 버핏의 이름을 딴 버핏세가 얘기된다. 하지만 자본은 물과 같아서 세율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이 높은 곳에는 절대 자본이 몰릴 수 없다. 버핏세가 없었기 때문에 버핏이란 투자부자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법인세 정책은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정교한 분석을 토대로 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법인세 정책은 ‘부자감세’ 운운하는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를 통해 표만 챙기고 ‘먹튀’하면 되지만, 그로 인해 경제발전의 동력인 기업의 투자엔진이 꺼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