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비롯한 SNS는 보수 대 진보의 대결장이 아니다. 현재까지는 진보가 이긴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하지만 보수 쪽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누가 이 공간에서 트위터 마음(心)을 잡을 것인가. 여전히 진보 쪽? 아니면 보수 쪽? 2012년 대한민국 선거의 승패는 시민의 ‘트윗’에 달렸다. 그 흐름을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 소셜네트워크는 정치의 場… 트위터는 ‘디지털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혁신적 수단
⊙ SNS는 ‘상식 대 비상식’ ‘감성 대 권위’가 맞서는 집단지성의 공간
金杏
⊙ 연세대 졸. 同대학원 사회학 석사, 同대학원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 한국사회개발연구소 조사부장, 중앙일보 미디어마케팅연구소 여론조사팀장 전문위원,
오픈 소사이어티 대표, 디인포메이션 대표, 국민통합21 대변인, 서령창작 대표.
⊙ 《소셜로 정치하라(소셜네트워크가 만드는 새로운 정치혁명)》 출간.
⊙ 소셜네트워크는 정치의 場… 트위터는 ‘디지털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혁신적 수단
⊙ SNS는 ‘상식 대 비상식’ ‘감성 대 권위’가 맞서는 집단지성의 공간
金杏
⊙ 연세대 졸. 同대학원 사회학 석사, 同대학원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 한국사회개발연구소 조사부장, 중앙일보 미디어마케팅연구소 여론조사팀장 전문위원,
오픈 소사이어티 대표, 디인포메이션 대표, 국민통합21 대변인, 서령창작 대표.
⊙ 《소셜로 정치하라(소셜네트워크가 만드는 새로운 정치혁명)》 출간.
도대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뭐길래?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 유튜브(Youtube), 플릭커(Flickr)가 뭐길래? TGIF(Twitter·Google·iPhone·Facebook)는 또 뭐길래? 참 요란도 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 2011년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내내 SNS가 선거판을 요동쳤다.
SNS는 미디어 혁명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뉴스미디어는 구전이었다. 사람들이 저잣거리나 우물가에서 주고받은 이야기가 소문으로 퍼져 나갔다. 18세기 중반 신문, 잡지와 같은 인쇄매체가 나타나고 이후 라디오, TV, 인터넷 신문들이 나타났다. 이 같은 매스미디어들은 불특정 다수의 입소문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고 확산 범위가 넓었다. 이때부터 뉴스미디어의 과점(寡占)시대가 시작됐다. 뉴스미디어는 곧 권력이 되었다.
SNS가 세상을 바꾼다
그러나 SNS는 기존 뉴스미디어를 단박에 올드미디어로 만들며 뉴미디어로 급부상했다. 누구나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공짜로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즉,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파급력을 구축할 수 있는 매개수단을 가지게 된 것이다. 1인(人) 미디어 시대의 도래다. 소통방식은 과거 구전시대와 거의 흡사하다. 그러나 속도와 확산력에 있어서는 매스미디어를 능가하는 가공의 힘을 갖게 됐다.
한 개인의 목소리가 즉각적으로, 빠르게, 언제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수 있는 ‘열린 환경’은 소수의 매스미디어가 과점했던 소통채널을 일거에 무능력하게 만들었다.
미디어가 달라지면 세상도 달라진다. 당연히 권력구조와 정치지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것도 빠르게, 전(全) 세계적으로. 2012년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대선(大選)이 치러진다. 지구촌은 SNS혁명으로 권력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권력구조와 정치지형 역시 ‘SNS 이전’과 ‘SNS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SNS 한국정치를 접수하다
집권 초기부터 촛불집회로 ‘명박산성’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불통의 대명사’로 낙인(烙印) 찍힌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그는 집권 후반기 SNS 강타를 받으며 지지율이 추락했다. 대신 가카 헌정방송 ‘나꼼수’는 뜨고, SNS는 불이 났다.
‘가카가 없었어도’로 통하는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와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은 왜 그렇게 2040세대를 열광시켰을까. ‘불통(不通)의 대통령’이 ‘소통의 국민’을 만든 셈이다.
한 예를 들어 보자. 2011년 11월 15일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교수가 소유 주식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약 1500억원)하겠다고 밝히자, 트위터는 안 교수를 칭찬하는 트윗으로 뒤덮였다. 그런 가운데 @mylee8448, @MBOUTos21cccc, @mettayoon이 날린 ‘가카 덕분이다’라는 시리즈 트윗은 급속히 확산됐다. 다음은 ‘가카 덕분’ 시리즈 트윗의 시작이다.
〈RT:@MBOUTos21cccc RT:@mettayoon 박원순은 서울시장을 사랑하게 만들었고, 안철수는 정치와 기부의 참 의미를 새겨 주었고, 김진숙은 노동운동의 진정한 승리를 이끌었고, 김어준은 언론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 모든 것이 가카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원문 보기 트위터 mylee8448〉
또 다른 한 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일단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해 주면 3개월 후 ISD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전 대표의 ‘사실상 시리즈’에 이어 ‘일단… 3개월’ 패러디 열풍이 불었다.
노회찬(魯會燦) 전 진보신당 상임고문(@hcroh)까지 나서 “싫더라도 일단 당선시켜 주십시오. 대통령 취임하면 3개월내에 재선거하겠습니다^^”라는 패러디 글을 올려 많은 트위터리안들의 공감을 샀다.
다음은 트위터리안들의 “일단… 3개월” 시리즈를 모은 것이다.
<“일단 김태희를 저와 혼인시켜 주세요. 3개월 안에 김태희씨에게 결혼 허락을 받겠습니다.”(@YongNi1)
“일단 10억을 대출해 줘 봐라. 3개월 후에 반드시 담보 가져온다!”(@elfamamtb)
“일단 나에게 박사학위+졸업장을 달라. 3개월 뒤에 내가 박사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이겠다.-랩순이-”(@Yoania_A)
“일단 사채를 빌려 가세요. 3개월 안으로 신체포기 각서 조항은 재협상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sangsali)
“일단 10억을 주세요. 3개월 안에 로또 당첨되겠습니다.”(@Jeehoon75)
“싫더라도 일단 결혼해 주십시오. 신혼여행 다녀온 후 3개월 내에 이혼해 드리겠습니다.” (@ariarhi)
“맞팔 100% 일단 팔로우해 주세요~. 3개월 뒤에 맞팔 해 드립니다~ 흐흐.”(@beautytocc)
“일단 여행가자. 부모님 허락은 3개월 안에 받을게. 일단 결혼하자, 프로포즈는 3개월 안에 할게. 일단 대출해 줘, 신청서는 3개월 내에 쓸게.”(@banilaism)
“일단 합격시켜 주세요. 3개월 후 열심히 공부해 점수 만들께요.”(@skanrk)>
이외에도 SNS 이용자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최고권력인 이명박 대통령을 ‘거침없이’ 조롱하고 있다.
吳世勳의 예고된 패배
2011년 8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최종 투표율 25.7%로 개표 자체가 무산됐다. 예고된 패배였다. 오세훈(吳世勳) 전 시장은 SNS 소통 자체를 무시했고, SNS 공간에서 그는 동네북이었다. 왜 그랬을까.
오 전시장은 젊은 정치인(61년생)임에도 불구하고 동년배 정치인들과는 확연하게 다르게 SNS를 멀리했다. 네이버 인물검색을 해도 트위터 주소가 나오지 않을 정도다.
트위터에 오세훈을 검색하면 오 전 시장의 트윗 계정이 나온다. 팔로잉은 단 4명뿐이고 그간 ‘단 한번’도 직접 트윗을 한 적이 없다. 놀라운 사실이다. 그는 그의 트윗창에 잘생긴 얼굴을 배경 화면으로 “오세훈의 열린 트위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적어 놓았다. 그러면서도 막상 본인은 ‘불통’이었던 것이다. 다음은 ‘오세훈 트위터’의 초기 화면 내용이다.
오세훈
@ohsehoonforu
불가능이 없는 도시!!! 여기는 서울입니다.
잡노마드1세대. 시민감동이 최우선 목표인 제너럴리스트… 서울에 미쳐 있는 Seoulholic!! 서울 남자 오세훈입니다. http://blog.naver.com/ohsehoon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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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4명의 팔로잉은 누구였을까? 소셜미디어마케팅랩의 대표 이장우 박사, 서울시 대표 트위터 계정인 서울매니아, 작가 이외수, 120 다산콜센터가 고작이다. 개인으론 이 박사와 이 작가가 전부다. 본인이 직접 트윗 계정을 열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혹시나 해서 공식 선거캠프 트위터 계정을 찾아봤다. @O2Camp라는 계정이 있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앞두고 선거 당일인 6월 2일에 마지막으로 트윗을 날렸다. 2010년 지방선거 기간 동안 총 242번의 트윗을 날렸고 팔로잉은 1630명, 팔로워는 1185명이 전부다. 선거캠프의 트윗 계정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역시 ‘SNS 불통’이다.
놀라운 것은 오세훈 트윗 계정과 마찬가지로 선거캠프의 @O2Camp 계정도 2011년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선거운동 기간엔 단 한 차례도 트윗을 날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오 전시장의 선거패배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오 전 시장은 기득권 논리에 젖어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는 ‘또 다른 거대한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것이다.
박원순 vs. 나경원의 SNS 選擧戰
SNS의 위력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절정에 달했다. 시민후보인 박원순(朴元淳) 후보의 승리는 SNS 승리였다. 그것도 단 50일 만에 이룬 승리였다. SNS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선거기간 동안 그의 팔로워는 13만여 명에 달했다. 반면 나경원(羅卿瑗) 한나라당 후보는 4만여 명에 불과했다.
박원순 후보는 승리의 소감으로 “시민 여러분은 돈이 없는 제게 자금을 만들어 줬고, 조직이 없는 제게 시스템이 되어 주셨고, 공격을 당하는 제게 미디어가 되어 주셨고, 제 책상 위의 정책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라고 승리 소감을 발표했다. 이 같은 연설은 그가 SNS의 위력과 속성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박원순 캠프는 ‘소셜4.0 위원회’를 만들어 원순닷컴과 SNS선거운동을 주도했으며, 이외수·김여진·조국·공지영 등 파워 트위터리안을 ‘멘토단’으로 영입했다. 멘토단의 총 팔로워 수는 무려 180만명에 달했다. 이외수씨의 팔로워만 100만명이었다.
나경원 후보 측은 뒤늦게 한나라당의 홍보위원회(위원장 최구식 의원)와 홍보국 디지털미디어팀(박형민 국장, 권영희 팀장)이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멘토단’ 운영에도 실패했다. 나 후보의 멘토로 나서 주는 유명인을 찾을 수 없어서였다. 기껏 3~4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멘토단을 자청했지만 개인별 팔로워 수가 고작 1000여 명 수준이었다.
또한 한나라당 디지털미디어팀은 최선을 다했지만 트윗 내용을 일일이 나 후보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었던 것도 큰 장애였다. 즉, 나 후보 본인이 SNS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선거 막판엔 트위터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캠프 관계자가 ‘자화자찬’하는 내용의 트윗을 나 후보 대신 트위터에 올렸다가 들키자 “시스템 간 충돌이 일어났다”는 거짓 해명을 해 역풍(逆風)이 불기도 했다. SNS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작심한 박원순 후보와 SNS를 제대로 이해조차 못한 나경원 후보, 승리는 누구의 몫이었겠는가.
특히 나경원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은 완전 실패였다. SNS상에선 스탠퍼드대학과 하버드대학이 직접 보내 온 ‘박원순 학력 이상 없음’이라는 이메일이 SNS 매체인 위키트리에서만 500만건, 200만건이 넘는 경이로운 트위터 노출 수를 기록했다.
<위키트리> 스탠퍼드, 박원순 객원교수 “문제없다”
스탠퍼드대, 박원순 후보 객원교수 문제 없다 확인 메일 보내 와
조회 17946 트위터 노출 5199499 추천1 스크랩1 11.10.16 18:55 아이러브위키
<위키트리> 하버드, 박원순 객원연구원 “문제없다”
첫마디 제목 : 하버드 로스쿨, 박원순 후보 객원연구원 “문제없다” 메일 보내 와
조회 8647 트위터 노출 2663071 추천1 스크랩1 11.10.19 09:25 아이러브위키
박원순 후보의 네거티브 의혹을 벗겨 준 것은 제도권 언론이 아니고 트위터 이용자들이었다. 박 후보 측의 SNS 전략의 화룡점정은 우상호 대변인이 선거 당일인 10월 26일 오후 3시50분, 서울 안국동 희망캠프 2층에서 긴급 현안 브리핑을 한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 우세지역에서 투표율이 높다. 범여권이 총결집했다. 지고 있다”고 했다. 이 브리핑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고, SNS 매체인 위키트리에서 트위터를 통해 약 300만건이 유포되는 긴급상황이 연출됐다. 퇴근 후 투표가 몰렸다. 누가 승리했겠는가.
박원순 후보 측의 멘토단 역할은 대단했다. 특히 조국(曺國) 교수가 그랬다. 선관위는 투표 당일 유명인의 트위터 인증샷을 금지했다. 그러자 조 교수는 기지를 발휘했다. 트위터 인증샷 대신에 투표 독려 ‘노래 동영상’을 차례로 날린 것이다. 그의 트위터 일부다.
<@patriamea
이적의 ‘다행이다’를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u7XhpD
루시드 폴의 ‘걸어가자’를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d1D8WI
장기하의 ‘나와 같다면’을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szUiqr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을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szUiqr
<들국화>의 ‘행진’을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7k8AEi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를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dRWzEG
김광석의 ‘일어나’를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uDTfw6
마지막으로 <동물원>의 ‘시청앞 지하철역에서’를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cLBO4y
조 교수는 총 10곡을 트위터에 올렸다. 노래 동영상을 보면 촛불집회 때를 배경화면으로 쓴 노래도 있다. 철저하게 감성에 호소한 투표독려 전략이다. 그는 입증했다. SNS는 ‘권위’에 맞서는 ‘감성’의 공간이라는 것을.
대중은 이미 “알아버렸다!”
지금 대중(大衆)은 트위터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했다. 언론매체나 정당조직에 의해 걸러지지도 않고 왜곡되지도 않은 채 자신의 목소리를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언론매체의 보도에 대해서 직접 비평하고, 그 비평은 다른 수많은 사람에게 순식간에 전파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평소에 아무런 연고도 없던 개인이 정치지도자나 정당이나 언론사나 유명인이나 그 누구에게라도 직접 의견을 던지고 자신의 견해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도 간파했다. 그 목소리들이 모이면 선거판도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경험했다. 굳이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지 않고도 더 빠른 속도와 더 넓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놀랍게도 과거와는 달리 언론매체나 정당조직이 이 흐름을 뒤따라온다는 사실도 알아 버렸다.
트위터는 그래서 정치마당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트위터가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장이라는 평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가운데 트위터는 이 같은 기능을 한꺼번에 구현하고 이 같은 대중의 수요를 한꺼번에 충족시킨다.
복잡하지도 않다. 트위터에서 팔로잉과 팔로워, 리트윗과 멘션, 이 단순한 관계설정 기능이 폭발력을 발휘하는 게 전부다. 그 누구라도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금방 시작할 수 있는 것이 트위터다. 트위터는 정치판에서 폭발력을 발휘할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지적 하나. 트위터를 비롯한 SNS는 보수 대 진보의 대결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진보가 이긴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하지만 보수 쪽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할 수 있다. SNS 공간은 ‘상식 대 비상식’, ‘감성 대 권위’가 맞서는 집단지성의 공간이다. 누가 이 공간에서 트위터 마음(心)을 잡을 것인가. 여전히 진보 쪽? 아니면 보수 쪽? 2012년 대한민국 총선(總選)과 대선(大選)의 당락 역시 시민의 ‘트윗’이 좌우할 것이다. 그 흐름을 누구도 거부할 수 없게 세상은 변했다.⊙
SNS는 미디어 혁명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뉴스미디어는 구전이었다. 사람들이 저잣거리나 우물가에서 주고받은 이야기가 소문으로 퍼져 나갔다. 18세기 중반 신문, 잡지와 같은 인쇄매체가 나타나고 이후 라디오, TV, 인터넷 신문들이 나타났다. 이 같은 매스미디어들은 불특정 다수의 입소문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고 확산 범위가 넓었다. 이때부터 뉴스미디어의 과점(寡占)시대가 시작됐다. 뉴스미디어는 곧 권력이 되었다.
SNS가 세상을 바꾼다
그러나 SNS는 기존 뉴스미디어를 단박에 올드미디어로 만들며 뉴미디어로 급부상했다. 누구나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공짜로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즉,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파급력을 구축할 수 있는 매개수단을 가지게 된 것이다. 1인(人) 미디어 시대의 도래다. 소통방식은 과거 구전시대와 거의 흡사하다. 그러나 속도와 확산력에 있어서는 매스미디어를 능가하는 가공의 힘을 갖게 됐다.
한 개인의 목소리가 즉각적으로, 빠르게, 언제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수 있는 ‘열린 환경’은 소수의 매스미디어가 과점했던 소통채널을 일거에 무능력하게 만들었다.
미디어가 달라지면 세상도 달라진다. 당연히 권력구조와 정치지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것도 빠르게, 전(全) 세계적으로. 2012년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대선(大選)이 치러진다. 지구촌은 SNS혁명으로 권력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권력구조와 정치지형 역시 ‘SNS 이전’과 ‘SNS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SNS 한국정치를 접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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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하는 트위터리안. 트위터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소통수단이 되고 있다. |
‘가카가 없었어도’로 통하는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와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은 왜 그렇게 2040세대를 열광시켰을까. ‘불통(不通)의 대통령’이 ‘소통의 국민’을 만든 셈이다.
한 예를 들어 보자. 2011년 11월 15일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교수가 소유 주식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약 1500억원)하겠다고 밝히자, 트위터는 안 교수를 칭찬하는 트윗으로 뒤덮였다. 그런 가운데 @mylee8448, @MBOUTos21cccc, @mettayoon이 날린 ‘가카 덕분이다’라는 시리즈 트윗은 급속히 확산됐다. 다음은 ‘가카 덕분’ 시리즈 트윗의 시작이다.
〈RT:@MBOUTos21cccc RT:@mettayoon 박원순은 서울시장을 사랑하게 만들었고, 안철수는 정치와 기부의 참 의미를 새겨 주었고, 김진숙은 노동운동의 진정한 승리를 이끌었고, 김어준은 언론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 모든 것이 가카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원문 보기 트위터 mylee8448〉
또 다른 한 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일단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해 주면 3개월 후 ISD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전 대표의 ‘사실상 시리즈’에 이어 ‘일단… 3개월’ 패러디 열풍이 불었다.
노회찬(魯會燦) 전 진보신당 상임고문(@hcroh)까지 나서 “싫더라도 일단 당선시켜 주십시오. 대통령 취임하면 3개월내에 재선거하겠습니다^^”라는 패러디 글을 올려 많은 트위터리안들의 공감을 샀다.
다음은 트위터리안들의 “일단… 3개월” 시리즈를 모은 것이다.
<“일단 김태희를 저와 혼인시켜 주세요. 3개월 안에 김태희씨에게 결혼 허락을 받겠습니다.”(@YongNi1)
“일단 10억을 대출해 줘 봐라. 3개월 후에 반드시 담보 가져온다!”(@elfamamtb)
“일단 나에게 박사학위+졸업장을 달라. 3개월 뒤에 내가 박사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이겠다.-랩순이-”(@Yoania_A)
“일단 사채를 빌려 가세요. 3개월 안으로 신체포기 각서 조항은 재협상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sangsali)
“일단 10억을 주세요. 3개월 안에 로또 당첨되겠습니다.”(@Jeehoon75)
“싫더라도 일단 결혼해 주십시오. 신혼여행 다녀온 후 3개월 내에 이혼해 드리겠습니다.” (@ariarhi)
“맞팔 100% 일단 팔로우해 주세요~. 3개월 뒤에 맞팔 해 드립니다~ 흐흐.”(@beautytocc)
“일단 여행가자. 부모님 허락은 3개월 안에 받을게. 일단 결혼하자, 프로포즈는 3개월 안에 할게. 일단 대출해 줘, 신청서는 3개월 내에 쓸게.”(@banilaism)
“일단 합격시켜 주세요. 3개월 후 열심히 공부해 점수 만들께요.”(@skanrk)>
이외에도 SNS 이용자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최고권력인 이명박 대통령을 ‘거침없이’ 조롱하고 있다.
吳世勳의 예고된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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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정치의 작동 구조. |
오 전시장은 젊은 정치인(61년생)임에도 불구하고 동년배 정치인들과는 확연하게 다르게 SNS를 멀리했다. 네이버 인물검색을 해도 트위터 주소가 나오지 않을 정도다.
트위터에 오세훈을 검색하면 오 전 시장의 트윗 계정이 나온다. 팔로잉은 단 4명뿐이고 그간 ‘단 한번’도 직접 트윗을 한 적이 없다. 놀라운 사실이다. 그는 그의 트윗창에 잘생긴 얼굴을 배경 화면으로 “오세훈의 열린 트위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적어 놓았다. 그러면서도 막상 본인은 ‘불통’이었던 것이다. 다음은 ‘오세훈 트위터’의 초기 화면 내용이다.
오세훈
@ohsehoonforu
불가능이 없는 도시!!! 여기는 서울입니다.
잡노마드1세대. 시민감동이 최우선 목표인 제너럴리스트… 서울에 미쳐 있는 Seoulholic!! 서울 남자 오세훈입니다. http://blog.naver.com/ohsehoon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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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4명의 팔로잉은 누구였을까? 소셜미디어마케팅랩의 대표 이장우 박사, 서울시 대표 트위터 계정인 서울매니아, 작가 이외수, 120 다산콜센터가 고작이다. 개인으론 이 박사와 이 작가가 전부다. 본인이 직접 트윗 계정을 열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혹시나 해서 공식 선거캠프 트위터 계정을 찾아봤다. @O2Camp라는 계정이 있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앞두고 선거 당일인 6월 2일에 마지막으로 트윗을 날렸다. 2010년 지방선거 기간 동안 총 242번의 트윗을 날렸고 팔로잉은 1630명, 팔로워는 1185명이 전부다. 선거캠프의 트윗 계정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역시 ‘SNS 불통’이다.
놀라운 것은 오세훈 트윗 계정과 마찬가지로 선거캠프의 @O2Camp 계정도 2011년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선거운동 기간엔 단 한 차례도 트윗을 날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오 전시장의 선거패배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오 전 시장은 기득권 논리에 젖어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는 ‘또 다른 거대한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것이다.
박원순 vs. 나경원의 SNS 選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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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20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소설가 공지영씨, 배우 김여진씨 등의 멘토단과 함께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박 시장의 멘토들은 모두 파워 트위트리안이었다. |
박원순 후보는 승리의 소감으로 “시민 여러분은 돈이 없는 제게 자금을 만들어 줬고, 조직이 없는 제게 시스템이 되어 주셨고, 공격을 당하는 제게 미디어가 되어 주셨고, 제 책상 위의 정책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라고 승리 소감을 발표했다. 이 같은 연설은 그가 SNS의 위력과 속성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박원순 캠프는 ‘소셜4.0 위원회’를 만들어 원순닷컴과 SNS선거운동을 주도했으며, 이외수·김여진·조국·공지영 등 파워 트위터리안을 ‘멘토단’으로 영입했다. 멘토단의 총 팔로워 수는 무려 180만명에 달했다. 이외수씨의 팔로워만 100만명이었다.
나경원 후보 측은 뒤늦게 한나라당의 홍보위원회(위원장 최구식 의원)와 홍보국 디지털미디어팀(박형민 국장, 권영희 팀장)이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멘토단’ 운영에도 실패했다. 나 후보의 멘토로 나서 주는 유명인을 찾을 수 없어서였다. 기껏 3~4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멘토단을 자청했지만 개인별 팔로워 수가 고작 1000여 명 수준이었다.
또한 한나라당 디지털미디어팀은 최선을 다했지만 트윗 내용을 일일이 나 후보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었던 것도 큰 장애였다. 즉, 나 후보 본인이 SNS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선거 막판엔 트위터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캠프 관계자가 ‘자화자찬’하는 내용의 트윗을 나 후보 대신 트위터에 올렸다가 들키자 “시스템 간 충돌이 일어났다”는 거짓 해명을 해 역풍(逆風)이 불기도 했다. SNS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작심한 박원순 후보와 SNS를 제대로 이해조차 못한 나경원 후보, 승리는 누구의 몫이었겠는가.
특히 나경원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은 완전 실패였다. SNS상에선 스탠퍼드대학과 하버드대학이 직접 보내 온 ‘박원순 학력 이상 없음’이라는 이메일이 SNS 매체인 위키트리에서만 500만건, 200만건이 넘는 경이로운 트위터 노출 수를 기록했다.
<위키트리> 스탠퍼드, 박원순 객원교수 “문제없다”
스탠퍼드대, 박원순 후보 객원교수 문제 없다 확인 메일 보내 와
조회 17946 트위터 노출 5199499 추천1 스크랩1 11.10.16 18:55 아이러브위키
<위키트리> 하버드, 박원순 객원연구원 “문제없다”
첫마디 제목 : 하버드 로스쿨, 박원순 후보 객원연구원 “문제없다” 메일 보내 와
조회 8647 트위터 노출 2663071 추천1 스크랩1 11.10.19 09:25 아이러브위키
박원순 후보의 네거티브 의혹을 벗겨 준 것은 제도권 언론이 아니고 트위터 이용자들이었다. 박 후보 측의 SNS 전략의 화룡점정은 우상호 대변인이 선거 당일인 10월 26일 오후 3시50분, 서울 안국동 희망캠프 2층에서 긴급 현안 브리핑을 한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 우세지역에서 투표율이 높다. 범여권이 총결집했다. 지고 있다”고 했다. 이 브리핑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고, SNS 매체인 위키트리에서 트위터를 통해 약 300만건이 유포되는 긴급상황이 연출됐다. 퇴근 후 투표가 몰렸다. 누가 승리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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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재보선이 있던 작년 10월 26일 조국 서울대 교수의 트위터. 선관위가 유명인의 트위터 인증샷을 금지하자, 조 교수는 투표 독려 ‘노래 동영상’을 차례로 올렸다. |
<@patriamea
이적의 ‘다행이다’를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u7XhpD
루시드 폴의 ‘걸어가자’를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d1D8WI
장기하의 ‘나와 같다면’을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szUiqr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을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szUiqr
<들국화>의 ‘행진’을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7k8AEi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를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dRWzEG
김광석의 ‘일어나’를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uDTfw6
마지막으로 <동물원>의 ‘시청앞 지하철역에서’를 모두에게 바친다. http://j.mp/cLBO4y
조 교수는 총 10곡을 트위터에 올렸다. 노래 동영상을 보면 촛불집회 때를 배경화면으로 쓴 노래도 있다. 철저하게 감성에 호소한 투표독려 전략이다. 그는 입증했다. SNS는 ‘권위’에 맞서는 ‘감성’의 공간이라는 것을.
대중은 이미 “알아버렸다!”
지금 대중(大衆)은 트위터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했다. 언론매체나 정당조직에 의해 걸러지지도 않고 왜곡되지도 않은 채 자신의 목소리를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언론매체의 보도에 대해서 직접 비평하고, 그 비평은 다른 수많은 사람에게 순식간에 전파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평소에 아무런 연고도 없던 개인이 정치지도자나 정당이나 언론사나 유명인이나 그 누구에게라도 직접 의견을 던지고 자신의 견해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도 간파했다. 그 목소리들이 모이면 선거판도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경험했다. 굳이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지 않고도 더 빠른 속도와 더 넓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놀랍게도 과거와는 달리 언론매체나 정당조직이 이 흐름을 뒤따라온다는 사실도 알아 버렸다.
트위터는 그래서 정치마당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트위터가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장이라는 평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가운데 트위터는 이 같은 기능을 한꺼번에 구현하고 이 같은 대중의 수요를 한꺼번에 충족시킨다.
복잡하지도 않다. 트위터에서 팔로잉과 팔로워, 리트윗과 멘션, 이 단순한 관계설정 기능이 폭발력을 발휘하는 게 전부다. 그 누구라도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금방 시작할 수 있는 것이 트위터다. 트위터는 정치판에서 폭발력을 발휘할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지적 하나. 트위터를 비롯한 SNS는 보수 대 진보의 대결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진보가 이긴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하지만 보수 쪽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할 수 있다. SNS 공간은 ‘상식 대 비상식’, ‘감성 대 권위’가 맞서는 집단지성의 공간이다. 누가 이 공간에서 트위터 마음(心)을 잡을 것인가. 여전히 진보 쪽? 아니면 보수 쪽? 2012년 대한민국 총선(總選)과 대선(大選)의 당락 역시 시민의 ‘트윗’이 좌우할 것이다. 그 흐름을 누구도 거부할 수 없게 세상은 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