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관심 지역르포] 金富謙은 대구에서 당선될 수 있을까 : 월간조선

대구에서 건설업을 하는 A씨의 말이다.

“사석에서 만나는 사람의 60~70%는 김부겸(金富謙·민주통합당 의원·수성갑 예비후보·이하 정치인 존칭생략)이 돼야 한다 합니다. 군포(경기도)에서 4선(選) 할 수 있는 사람이 여 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잖습니까. 대구 사람들, 한나라당 좋아 안 합니다. 근데 대안이 없는 기라. 새누리당에서 누굴 내라보낼지 몰라도 인물 대(對) 인물로 보면 김부겸만 한 사람이 오겠습니까. 광주에서 이정현(李貞鉉·새누리당 의원·광주 서구을 후보)되고, 여서 김부겸 되면 안 좋겠나. 다들 말은 그래 합니다.”

옆에 앉은 영남대 B교수가 거들었다. 그는 지난 2004년 조순형(趙舜衡) 전(前) 민주당 대표가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을 때 그를 찍었다.

“제주도에서는 국회의원 두 번 되는 사람이 없다 합디다. 여는 그런 거 없어요. 무조건 한나라당이면 되는 게 말이 됩니까. 정권 잡은 정당이 잘못 했으면 사람을 바까고, 당을 바까야지요. 김부겸이 당선되면 좋고, 안 돼도 박빙으로 떨아져야 됩니다. 그래야 새누리당이 정신 차립니다.”

수성갑에서 돼지국밥 장사를 하는 C씨에게 똑같이 물었다.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김부겸을 찍을 생각이 있습니까.

“몰라. 우리는 무식해서 그런데 박근혜(朴槿惠) 뽑아야지.”

―대통령 선거 말고 국회의원 선거 얘긴데요.

“몰라. 뭐 (명함) 한껏 갖다주는데 안 봤어. 박근혜(가 미는) 사람 찍어야지.”

수성갑에 사는 점원 D씨는 “지금까지 한나라당 찍었지. 이한구(李漢久·현재 수성갑 의원)가 한나라당 맞지요?”라고 되물었다.

식당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대구 50년 토박이 E씨는 이랬다.

“특별한 게 있는 게 아이고, 경상도 사람들 기지라 카는 거 있죠. 그 사람(민주통합당 후보)이 미운 게 아이고. 진짜 참말로 경상도 사람들 의리 같은 거라.”

“문재인과 부겸이 비교하지 마라”

대구 수성갑의 현역 의원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 2월 10~11일 대구를 찾았다. 지역구 곳곳에 나부끼는 ‘기호 몇 번’ 플래카드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임을 실감케 했다.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가 관심거리다.

민주통합당 최고의원이자 3선을 지낸 김부겸이 출마를 선언해서다. 새누리당이 어느 후보를 내세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경북고를 졸업한 TK 출신 민주통합당 의원 김부겸은 새누리당 텃밭에서 금배지를 달 수 있을까.

대구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곳이다. 거주민들의 소득수준, 소비가 높고, 경북고를 비롯해 명문 학교들이 위치해 교육열 높은 중산층이 많이 산다. 호텔, 방송국, 법원, 검찰청, 대구스타디움, 미술관 등이 있다. 혹자는 이곳에 대해 “서울 강남보다 정치 성향이 더 보수적인 곳”이라고 했다.

김부겸의 경북고 동창인 이모씨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부겸이가 ‘대구에 출마할까 한다’며 전화했을 때 ‘니 고마 군포 있어라’고 했습니다. 한술 더 떠서 ‘수성갑 갈라 칸다’해서 ‘앞으로 내한테 전화하지 마라’하고 끊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깁니다. 수성갑은 대한민국에서 비(非) 새누리당 후보가 국회의원되기 최고 어려운 곳입니다. 예전에는 ‘민주당에서 제대로 된 후보를 내라보내지 않아 한나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김부겸이라는 제대로 된 상품을 던져줬습니다. 이한구 선배(경북고 45회)야 지역구 안 내리와서 인기가 없지만 부겸이는 경고(경북고) 내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행사 있을 때마다 서울에서 꼬박꼬박 내려왔습니다.”

이모씨는 이런 얘기를 덧붙였다.

“선거 얘기하면서 부겸이랑 문재인(文在寅·민주통합당·부산 사상구 예비후보) 비교할 때 속상합니다. 대권(大權)을 넘볼 정도면 부산 최고 보수지역, 해운대나 동구에 나가야지 않습니까. 공단 잔뜩 있는 사상구에 출마하는 사람이랑 왜 부겸이를 비교합니까. 수성갑은 대구서 최고 어려운 동넵니다.”

“이왕 할 거, 대구 여론 1번지에 도전하고 싶었다”(김부겸)

김부겸 진영은 이번 선거의 캐치플레이즈로 ‘기분 좋은 변화’를 내세웠다. 범어역 사거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은 건물 외부에 현수막조차 걸지 못한 채 어수선했다. 현지에서 만난 그는 “해볼 만하다”며 웃었다.

“선거유세를 할 때 시민들이 비아냥거리는 식으로 나올 때 난감합니다. 이번에 대구에 내려와 보니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쩍 늘었습니다. 절망적이 아니라 해볼 만하다예요. 전철역에서 명함을 돌릴 때 ‘민주통합당’이라는 글자를 보면 할매들이 흠칫 놀랍니다. ‘할매, 왜요. 내가 빨개 보여요’라고 물으면 다시 한 번 얼굴 쳐다보고 주위도 둘러봅니다.”

―대구에서도 하필 수성갑을 골랐습니까.

“대구 여론의 1번지 아닙니까. 이왕 도전을 할 거면 새누리당 성향이 강한 곳에서 해보고 싶었습니다. 대구 재야(在野) 선배들의 의견도 같았습니다. 대구 사람들 자존심이 셉니다. 그들에게 ‘저 찍어주세요’가 아니라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김부겸을 돕고 있는 이모씨는 ‘대구 밑바닥 정서’ 얘기를 했다.

“정치에 관심 있는 식자(識者)층은 김 후보를 아는데 서민들은 잘 모릅니다. 밑바닥 인지도 쌓기부터 시작해야죠. 대구는 특이한 동넵니다. 본인이 자기 의사를 잘 못 밝히고 옆 사람을 봅니다. 전체 분위기에 짓눌려서 의사표현을 못 합니다. 김 후보 명함을 받으면서 주위부터 둘러보는 시민이 대다수죠.”

예전처럼 새누리당 지지 견고하지 않아

하지만 대구의 분위기가 예전처럼 견고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수성갑에 거주하면서 지역 활동에 열심인 한 주부는 ‘김부겸 지지자’다.

“이한구씨 평이 되게 안 좋아요. 한 일이 없다 이카대요. 여기서만 국회의원을 세 번째 하는데 이한구 얼굴 한 번 못 봤다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옆동네 주호영(朱豪英·대구 수성을 국회의원)은 얼굴이라도 많이 비치는데 이한구는 뭐냐 하는 사람 많아요. 거기다 물가는 다락같이 올랐지, 이명박(李明博)도 실망스럽잖아요. ‘측근 비리 없다 카더니 주변이 와 저렇노’라는 얘기들을 많이 해요. 김부겸 찍을라고요.”

수성갑에 사는 사업가 김모씨의 입장도 비슷하다.

“정치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은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관심없는 사람은 민주당이나 무소속은 자기랑 상관없다 이캅니다. 정책 보고, 사람 됨됨이를 보고 국회의원으로 뽑자는 소리는 이들하고 상관없는 얘깁니다. 비(非) 새누리당 무덤이에요, 여가. 저라도 김부겸 찍을랍니다.”

수성갑에서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여사장은 “역대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개를 뻣뻣이 들고 고(高)자세가 많았다”며 “김부겸은 보좌관한테 휴대폰 맡기지 않고 민원전화까지 본인이 직접 받는다 카기에 찍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의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는 한 후보도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대구에서 여러 차례 ‘비 한나라 후보’로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명함 내밀 때 한나라당이 아니라고 하면 ‘와 나왔노’ 했습니다. 요즘 술자리를 돌아다니면 ‘어느 당이요?’ 이러다가 ‘한나라당 아니면 명함 하나 도’라고 합니다. ‘한나라당 작살내야 칸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진짜 표인지는 물론 알 수가 없습니다.”

“이강철은 시켰어야 했는데…”

유시민 전 의원은 2008년 대구에서 출마했다가 2010년 경기도지사로 출마하는 바람에 대구 인심을 잃었다.

여태까지의 기록을 보면 대구는 새누리당의 ‘철옹성’이다.

지난 2004년에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 ‘정계 거물급’인 조순형 당시 민주당 대표가 “지역주의 벽을 극복하겠다”며 수성갑에 출마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조순형 12.2%, 상대였던 이한구는 60.3%를 득표했다. 이한구는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이 지역에서 총 78.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옆동네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TK’인 유시민(柳時敏)이 지난 2008년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는데 총 32.6%의 득표율을 기록해 금배지를 못 달았다. 당시 ‘텃밭 지키기’에 나섰던 주호영은 65.3%를 얻었다.

그나마 대구에서 아슬아슬했다고 치면, 지난 2005년 대구 동구을의 재보궐선거다. 한나라당에서는 경북고 출신의 유승민(劉承旼), 열린우리당은 노무현(盧武鉉) 대통령비서실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낸 ‘TK’ 이강철(李康哲)을 앞세웠다. 결과는 52%(유승민) 대(對) 44%(이강철)였다.

인터뷰에 응한 대구 시민들 중 과거 선거 전적(戰績)에 대해 얘기하는 이가 꽤 많았다.

경북고를 졸업한 대구 토박이는 이랬다.

“친구들끼리 이강철은 아깝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아무리 대구가 이케도 이강철이 하나는 뽑아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후회 말고 타당 사람도 뽑아줍시다’ 말은 하는데 알 수 없지요. 이강철은 많이 아쉽죠.”

―조순형 대표나 유시민 대표는요.

“유시민에 대해서는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 수성을에서 주호영이한테 밀렸어도 꾸준히 여기 있었으면 대권 반열에 도움이 안 됐겠습니까. 그래도 30% 이상 찍어줬잖습니까. 대구서 나온 지 얼마 안 돼 후딱 날아가서 경기도지사(2010년 국민참여당 후보)에 나갔잖습니까. 그때 대구 사람들이 많이 욕했습니다. 조순형이야 대구 출신 아니니까 애초에 안 되는 거고.”

대구 수성구에서 시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유시민은 외모도 그렇고 대구 사람들이 별로 좋아 안 합니다. 똑똑해도 싫다 이거야. 국회의원을 똑똑한 순서로 뽑으려면 시험치면 됩니다. 똑똑한 놈 천지 삐깔(많다는 소리)입니다. 근데 대구서 나온 지 얼마 됐다고 경기도 가고 하니,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대구에선 서울이 변방이다”(전직 시의원)

반대로 진단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전직 시의원은 “대구 사람들은 수성갑을 격전지라고 하면 웃는다”며 말을 이었다.

“중앙 언론에서 지명도가 좀 있는 김부겸이 나온다 하니까 격전지라 이카는데 대구 사람 웃습니다. 서울서나 알지 대구에서 김부겸이 국회의원인지 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유시민보다 인지도가 더 낮아요. 그 사람이 한 게 뭐 있습니까. 3선 해가 민주당서 최고위원 된 거나, 영남서 태어났다는 거는 개인사정이고.”

―수성갑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까요.

“해보나마나예요.”

―전국적으로 새누리당 인기가 떨어진다는데 TK에서 몰표를 주면 정치적으로 고립될 텐데요.

“가끔 그래 이야기는 하지. 그래 봐야 전라도가 우리보다 더 하지, 이캅니다. 우리는 새누리당 후보 70% 주고, 민주당도 10% 줍니다. 저쪽(전라도)은 90% 이상이거든. 우리가 훨씬 낫습니다. 우리가 새누리당을 지지 안 하면 지지기반을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대구 사람들이 민주당 의원이 한두 명 나와도 된다 생각해도, 자기 구에서 내보낼 생각 안 합니다. 말만 하지, 들어가면 1번 찍습니다.”

―TK가 대통령을 배출해도 실리를 못 챙겼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아직도 실리적이지 않아요. 명분 찾고요. 그래도 우리는 꼿꼿하게 살았잖아요.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애들 교육 잘 시키가 서울 보내고, 똘똘 뭉쳐 사는 게 왜 나쁩니까. 한나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이름 바꾼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고, 우리가 절대적으로 밀어줘야죠. 대구 사람 입장에서 보면 서울이나 강원도, 충청도가 변방인 기라.”

“대구가 광주보다 낫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대구 시민들은 “광주에서 이정현이 당선된다면, 김부겸도 뽑아줄 수 있다”는 식의 얘기를 많이 한다.

인터뷰에 나선 사람 중 대부분은 ‘대구가 광주보다 낫다’는 말을 자주 했다.

대구 토박이 경북고 출신의 한 인사의 얘기다.

“대구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큽니다. 서울에서 우리를 두고 ‘어쩔 수 없는 꼴통’이라는 식으로 말하면 억울합니다. 대구는 야당성이 강한 도시예요. 초대 민선시장인 조재천(曺在千·전 법무·내무부 장관·작고)씨가 호남 사람 아닙니까. 대구를 대표하는 이승엽이랑 양준혁 고향이 전남 강진, 해남입니다. 이승엽 아버지는 아직도 호남말 비슷하게 쓰는데, 대구 사람 누구도 이승엽을 전라도라 생각 안 합니다. 호남이 해도 너무 심하죠. 대구 사람들은 요즘에사 뭉개지고, 야코도 많이 죽고(기가 많이 죽고) 했는데, 그래도 항상 나라의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 수성갑에서 사업을 하는 한 인사는 “김부겸이 찍고 싶기는 한데, 광주 것(사람)들이 이정현이 안 찍어줄 거 같아 그냥 새누리당 찍을란다”고 말했다.

대구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과거만 못 한 것도 사실로 보인다.

수성갑에 사는 한 주부는 YMCA에서 주최한 ‘윷놀이 대회’에 다녀오는 길에 인터뷰를 나왔다.

“선거에 대해 말이 없어요. 대구에서 얼마 전에 학생 자살했잖아요. 그래놔노니께 그 얘기뿐이에요. 보통 4월에 선거면 전 해 10월부터 목욕탕에서 말이 많았는데 올해는 아예 말이 없어요. 후보자 이름도 몰라요. ‘우리 지역에 누구 아들이 나온단다’ 이카면 예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치 얘기가 나왔어요. 근데 요즘은 ‘그게 한 번 발 들이노면 병이지’라는 말을 하고 대화 끝이에요. 예전에는 와 상가 돌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것 자체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 경로당 찾는 것도 옛말이고. 우리 아들(34세) 보니까 휴대폰 들고 친구들이랑 말하고 이카대. 이번 선거는 젊은 사람들한테 달린 것 같아요.”

“만약 총선 후 곧바로 대선이 없었다면…”

《영남일보》의 한 정치부 기자는 “대구 민심이 바뀌는 것은 사실이나,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기 때문에 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 사람들에게는 ‘박근혜 보호심리’가 있습니다. 연말에 대선이 없었다면 통합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한 석 정도 가져갈 수 있었을 겁니다. 대구가 박근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성팬이 연예인을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맹목적이고, 무조건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새누리당 경북 지역은 ‘TK가 뭉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전략을 짤 것이고, 시민들이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수성갑에서 ‘강남좌파’와 같은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이 ‘김부겸 정도는 뽑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식으로 나오면서 일정 수준의 표는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김부겸이 낙선하더라도, 그 지지표가 의미하는 바는 크겠죠.”

―그렇게 될 경우 TK가 정치적 고립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TK 스스로가 ‘우리는 외로운 섬’이라고 말합니다. 식자들이 ‘저러면 안 될 낀데’라고 해도 일반 시민들은 ‘우리는 정치적 인질 아이가. 태생적 한곈 기라’고 넘겨 버립니다. 아무리 MB정부를 욕하고, 이성적 유권자가 되려 해도 박근혜에 대한 애정을 누르기 힘들 겁니다. 정치적 고립 얘기가 나와도 ‘호남만 하랴’고 말하는 것이 대구입니다.”

“박근혜는 친박이지 한나라 아니다”

박근혜 의원이 작년 10월 9일 ‘달성군민의 날’ 행사에 참석해 군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실제로 기자는 1박2일 동안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났는데, 박근혜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수성갑의 주부는 MB정부의 고물가에 대해 욕을 하다가 “박근혜는 친박이지, 한나라당이 아니다”고 했다. 물론 박근혜는 한나라당 당원이고, 현재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대구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김부겸인지 누군지 내는 모르겠고, 다른 사람 못 찍는다. 박근혜 불쌍테이”라고 했다.

과거 한나라당 대구 지부 소속이었다는 한 60대는 “박근혜는 대구가 지켜줘야 한다. 전국에서 새누리당을 싫어한다는데 우리라도 몰표를 줘야지 어쩌겠느냐”고 했다.

대구시 의원을 지낸 이는 이랬다.

“마지막으로 (대권에) 도전한다 안 합니까.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덕에 이만큼 먹고삽니다. 박 대통령의 따님이니 잘할 겁니다. 박근혜 길 막는 일을 하겠다는 시민은 없을 겁니다. 그저 짠하고, 애틋하죠.”

나이가 지긋한 몇몇 분은 ‘박근혜 불쌍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에게 ‘왜 박근혜가 불쌍한지’를 물으려다 말았다. 그들의 눈빛과 말투에서 아무 이유 없는, 무작정 짝사랑을 엿봤기 때문이다.

‘서울TK’ 말고 ‘대구TK’ 시키자는 시민 많아

‘박근혜 파워’는 불변인 듯, 대구 수성갑 지역에는 새누리당 예비후보 사무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현역 의원인 이한구의 지역구 사무실은 플래카드 하나 걸려 있지 않았고, 북적이는 다른 사무실과 달리 불이 꺼져 있었다. 역시 현역 의원인 수성을의 주호영은 다른 후보와 마찬가지로 플래카드를 걸고 선거 운동에 열심인 모습이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모씨는 “대구 사람 중에서 ‘서울TK’ 말고, ‘대구TK’ 국회의원을 바라는 사람이 많다”며 말을 이었다.

“김부겸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략 공천을 한다는 얘기 등 새누리당 공천 얘기로 뒤숭숭합니다. 지역구를 돌다 보면, 대구에 사는 국회의원을 뽑자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서울에 살면서 가끔 대구에 내려오는 ‘서울TK’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얘기들입니다. 대구의 총생산이 전국에서 최하위니까, 이제 우리도 지역을 발전시킬 사람을 뽑자는 말들입니다. 새누리당이 신중하게 공천하지 않으면 의외로 김부겸이 선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에서 낙점받지 못한 이 중에 무소속 출마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지요. 지역 주민 중에 새누리당은 싫다, 그렇다고 민주당은 못 찍는다, 참신한 후보가 나온다면 무소속을 뽑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자(多者)구도로 갈수록 김부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한때 대구 지역에 후보조차 내보내지 못했던 민주통합당은 3선인 김부겸을 앞세웠다.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 다른 당을 찍어주자는 얘기들이 나온다. 대구 수성구민은 과연 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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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분열·청장년층 투표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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