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요동치는 정국과 2012년 총선 전망 : 월간조선

2012년 4월에 치러질 19대 총선(總選)은 1987년 민주화 이후의 역대 총선과 비교해 보면 많은 유사점과 차이점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집권당이 재(再)창당 또는 신당(新黨) 창당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점은 유사하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집권당인 민주자유당은 5·6공의 흔적이 강한 당명(黨名)을 버리고 199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으로 개명(改名)했다. 이재오(李在五) 김문수(金文洙) 홍준표(洪準杓) 등의 신진인사들과, 당시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이회창(李會昌)과 박찬종(朴燦鍾)도 영입했다.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새로운 피 수혈을 통해 당의 면모를 일신하면서 신한국당은 1996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되었다.

한편,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민주당과 그해 1월 합당을 통해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다. 이인제(李仁濟)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지만 제1당이 되는 데는 실패했다.

2002년 대선(大選)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노무현(盧武鉉) 대통령은 지역주의 청산을 기치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민주당을 탈당해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정치’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 ‘한반도 평화’ 등 4대 강령 및 국민참여와 통합의 정치 등 100대 기본정책을 채택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逆風) 속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이라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당시 의석분포는 한나라당 145석, 민주당 62석, 열린우리당 47석, 자민련 10석이었다. 17대 총선 개표결과는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1석, 민주노동당 10석, 민주당 9석, 자민련 4석이었다.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이 열렸다.

여하튼 2000년 총선을 제외하고 1996년과 2004년 총선에서 집권당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재창당 또는 신당 창당을 통해 승리했다.

한나라당은 홍준표 대표 체제 붕괴 이후 의원총회를 열어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최고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위임키로 합의했다. 그런데 재창당 여부를 둘러싸고 쇄신파 일부가 탈당하면서 박근혜 비대위 체제는 출범 전부터 큰 상처를 안게 됐다.

多黨 구도 속 兩强 대결

2012년 19대 총선은 92년 총선 때와 같이 12월에 치러질 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갖는다. 4월 총선의 승패가 12월 대선(大選) 결과와 직결되는 만큼 여야(與野) 모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유력한 대권(大權) 후보들이 전면에 나서서 선거를 지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1992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자당의 경우, 유력 대권 후보였던 김영삼(金泳三) 대표최고위원이 선거를 총괄 지휘했지만 결과는 민자당 참패였다. 3당 합당으로 200석 이상을 차지했던 민자당은 겨우 149석을 얻는 데 그쳐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만들어졌다.

2012년 총선과 역대 총선과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역대 총선은 대체로 다당(多黨) 구도 속에서 치러졌다. 1992년 총선에서는 통일국민당, 2008년 총선에서는 자유선진당 등 제3정당이 만들어지거나, 1996년 총선에서와 같이 야권이 분열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2년 총선은 비록 충청 지역의 자유선진당과, 민노당·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합당해서 출범하는 통합진보당, 박세일(朴世逸)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추진하는 대중도통합신당이 있지만 실질적인 선거 구도는 한나라당 대(對) 통합신당의 양강(兩强) 구도가 중심이 될 것이다.

둘째,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안철수(安哲秀) 바람, 시민단체의 정치세력화 등으로 그동안 지속되었던 정당 독과점(獨寡占) 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텃밭 지역인 영남과 호남에서 무소속 돌풍이 불지도 모른다.

셋째, 공천(公薦)의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그리고 시민단체 세력이 중심이 된 통합신당은 공천 방식으로 일반 유권자가 당의 후보자를 직접 뽑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앙당에서 행사해 오던 총선 후보 공천권을 국민에게 되돌려 주자는 취지다.

한나라당 황우여(黃祐呂)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공천은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대표자를 정당이 알아맞히는 과정인 만큼 가능하면 여야 합의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조짐은 ‘안철수 바람’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민심을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의 측면이 있다. 이런 새로운 공천 방식이 역설적으로 조직이 강한 현역의원의 프리미엄으로 작동될 경우 변화와 개혁에 역행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총선 분위기 바꿀 수도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나라당에는 거의 유일한 강점이다.

선거 결과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선거란 본질적으로 수많은 변수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직관(intuition)이나 우연(chance)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분석 틀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선거는 과학이 된다. 과학이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그 원인을 찾아내어 설명하는 것이다. 만약,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시공을 초월하여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인과관계(causality)를 찾아내면 그것은 바로 경험적 법칙(empirical law)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적 법칙은 설명과 예측의 도구가 된다.

과학에서는 설명(explanation)과 예측(prediction)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특정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변수들을 정확하게 찾아내면 그 변수들을 통해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년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될 수 있을지 여부이다. 이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처한 선거 환경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표2>는 한나라당 선거 환경에 대한 강점, 약점, 기회, 위협 요인들에 대한 SWOT 분석 결과이다.

한나라당의 가장 큰 강점은 유력한 대권 후보의 존재이다. 안철수 바람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가 일시적으로 출렁거리고 있지만 다른 야당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다.

한나라당이 갖게 될 기회(Opportunity)는 총선에서 정부의 실정을 토대로 집권당을 심판하기 위한 회고적 투표의 성향이 강하지만 유력한 대권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선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선 같은 총선을 유도하면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투표하도록 하는 기회가 열릴지도 모르다. 실제로 《서울신문》이 2010년 7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3.1%가 2012년 4월 총선에서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들 중에서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없고, 야권이 통합신당과 통합진보당으로 분열되어 야권후보 단일화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는 점도 또 다른 기회요인이다.

지방선거 패배로 선거 인프라 붕괴

한나라당의 최대 약점(Weakness)은 일반 국민들이 보수와 한나라당에 대한 혐오감이 크다는 것이다. 2010년 10월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이 대한민국 보수의 좌표와 방향성을 고찰하기 위해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거에도 보수를 지지했고 지금도 지지한다’는 보수 절대 지지층은 20.5%인 반면, ‘과거에도 보수를 지지하지 않았고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절대 반대층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58.9%였다. 한편, ‘과거에는 보수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지한다’는 보수 유입층은 8.7%인 반면, ‘과거에는 보수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보수 이탈층은 13.9%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보수 지지층(보수 절대지지층 + 유입층)은 29.2%인 반면 보수 반대층(절대 반대층 + 이탈층)은 70.5%나 되고 있다.

보수에 대한 선호도를 살펴보면, 보수를 ‘좋아한다’(‘아주 좋아한다’ 0.4% + ‘조금 좋아한다’ 19.0%)는 19.4%인 반면, ‘싫어한다’(‘아주 싫어한다’ 6.1% + ‘조금 싫어한다’ 38.0%)는 44.1%였다.

이외에 진보는 중(中)통합이든 소(小)통합이든 통합을 향해 물꼬를 트고 있는 데 반해 보수는 분화되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중심이 된 중도통합신당이 창당될 가능성이 크며,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의 비상대책위 권한과 재창당 여부를 둘러싸고 반(反)박근혜 세력들이 반발해 분열의 씨앗으로 잉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약점 요인이다.

이외에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완패했다는 것은 다른 말로 선거운동의 기초 인프라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큰 손실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은 전체의 75%, 기초단체장은 67.4%, 광역의원은 76.0%, 기초의원은 56.1%를 차지했다.

젊은층의 ‘응징투표’ 가능성

2011년 10월 27일 새벽 1시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 지지자들이 서울광장에서 박원순 당선자의 연설을 들으며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37.5%, 기초단체장 36.0%, 광역의회 37.8%, 기초의회 43.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수도권 66개 기초단체장 중 한나라당이 승리한 곳은 15곳(22.7%)에 불과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65곳에서 승리(98.5%)한 것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민심 이반(離反)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반 MB 및 반 한나라당 성향인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한나라당에 큰 약점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세대투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청년실업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는데도 유독 청년실업 문제만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2007년 4월 7.6% ▲2008년 4월 7.4% ▲2009년 4월 8.0% ▲2010년 4월 8.4% ▲2011년 4월 8.7%로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2011년 4월 실업률이 3.7%로 나타나는 등 전체 고용사정은 조금씩 나아지지만 청년실업률은 그 두 배인 8%대다. 취업자도 383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3000명 감소했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것은 이들 젊은 세대가 내년 양대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응징투표를 할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국민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볼 때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비교해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3.9%가 ‘대체로 잘못했다’(38.5%)거나 ‘매우 잘못했다’(15.4%)고 답했다. ‘매우 잘했다’(3.1%) 또는 ‘대체로 잘했다’(27.1%)는 응답(30.2%)보다 23.7%포인트 높은 수치다.

‘잃어버린 10년’을 기치로 정권교체를 이룬 한나라당이 오히려 이전 진보 정권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민심이반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밖에 야권에서는 누가 최종 대선 후보가 될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상당히 높지만 박근혜 독주 체제로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국민 관심이 미약한 점도 큰 약점이다.

정권·의원 교체 욕구 높아

한나라당 재집권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은 국민들의 정권교체 욕구가 강하고,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교체 욕구가 강한 것이다. 정권교체지수란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시 한 번 집권하는 게 좋다’는 비율을 ‘다른 정당으로 바뀌는 것이 좋다’는 비율로 나눈 수치이다.

앞서 언급된 민본21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다시 한 번 집권하는 게 좋다’는 응답은 38.4%인 반면 ‘다른 정당으로 정권이 바뀌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61.6%로 정권교체지수가 1.60으로 나타났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이 한나라당 재집권 요구보다 1.6배 많다는 뜻이다.

더구나 정권교체 요구가 40대에서 가장 높았다는 점도 특이한 대목이다. 20대의 경우에는 정권교체 선호가 60.7%, 30대는 65.6%, 여론주도층인 40대에선 69.6%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50대 이상에서 역시 정권교체 선호도가 54.8%로 재집권 응답 45.2%보다 높았다. 계층별로는 고소득층에서 ‘정권교체가 좋다’는 응답이 70.4%로 가장 높게 나타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 현역의원에 대한 교체지수가 상당히 높은 것도 한나라당에는 악재이다. 현역의원 교체지수는 ‘지역구 현역의원이 다시 한 번 출마하는 것이 좋겠디’는 비율을 ‘지역구 현역의원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 좋겠다’는 비율로 나눈 수치이다. 그런데 2011년 7월 서울신문·KPSI 조사에 따르면 현역의원 교체지수가 2.07(교체 53.6%/재출마 25.9%)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전체 수도권 111석 중 81석(73%)을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교체지수의 시각에서 본다면 19대 총선에서 수도권 한나라당 현역의원의 상당수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선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40대, 중도, 화이트칼라, 수도권 등 4대 핵심계층에서 한나라당 지지기반이 침식당하고 있다는 점도 한나라당에는 큰 위협 요인이다. 한나라당이 ‘표의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0년 6월에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좋다’가 48.6%였고 ‘좋지 않다’는 31.8%였다.

그런데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40대·서울·화이트칼라 등에서 60%가량이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 중도의 진보화에 따른 ‘야당 지지화’ 현상은 예사롭지 않다. 서민경제 침체로 인한 중산층의 강한 불만 및 분노가 대선에서도 ‘회고적 심판 투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나라당 재집권에 큰 위협 요인이다. 더구나 중도는 진보와 보수 중 결집되어 있는 세력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한나라당에 불리한 요인이다.

1997년 대선에서는 TV 토론, 2002년과 2007년 대선에서는 인터넷이 선거판을 지배했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은 SNS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대 장덕진 교수는 “2011년 현재 트위터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득표율 중 8~12%다. 내년 선거에서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 SNS 활용 면에서 한나라당은 진보세력에 비해 상당히 취약하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표가 조기에 등판할 경우 강도 높은 검증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SNS를 통한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반 한나라당 응징의 전면에 서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위력을 떨친 ‘나는 꼼수다’의 인터넷 방송은 한나라당에 상당히 위협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협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수세력이 가치담론 경쟁에서 진보를 압도해야 하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진보세력이 오히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보편적 복지 등을 내세우면서 담론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철학의 빈곤에 따른 사상전(思想戰)에서 패배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선거 환경은 장점과 기회 요인보다는 약점과 위협 요인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유권자 재편성

더욱이 한나라당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은 2010년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에 불리한 유권자 재편성(voter realignment)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유권자 투표행태에서 네 가지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첫째, 20~30대 젊은 세대 투표율의 증가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2007년 대선 때보다 각각 10.3%포인트와 4.8%포인트 상승했다. 젊은 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통설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투표하면 정치권과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이것이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에 기여했다.

둘째, 40대의 세대효과와 2030 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젊었을 때는 진보성향을 보이다가도 40대에 이르면 보수성향으로 바뀌면서 실리적인 투표를 하는 연령효과가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 40대에서는 이런 연령효과보다 과거 386세대로서 자신들이 젊었을 때 경험했던 민주화 투쟁의 연속선상에서 이념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2002년 갤럽조사에서 40대는 본인의 사고방식이 전반적으로 ‘50·60대와 비슷하다’가 56%로 ‘20·30대와 비슷하다’의 44%보다 많았다. 최근 메트릭스 조사에서는 똑같은 질문에 40대는 ‘20·30대와 비슷하다’가 78%로 ‘50·60대와 비슷하다’의 22%보다 훨씬 많았다.

셋째, 30~40대 여성 유권자들의 정치 효능감(political efficacy)이 강화되고 있다.

정치 효능감이란 자신이 정치에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의미한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4·27 분당을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데는 무상급식 등 생활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심(女心)이 있었다. 자신의 한 표가 선거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이들 계층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中道의 進步化

넷째, ‘진보 30%, 중도 40%, 보수 30%’라는 유권자 이념 지형 속에서 ‘중도의 진보화’가 진행되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보수가 강화되어서가 아니라 중도가 보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에 대한 피로감과 정권교체 이후 보수 정권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자 중도가 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유권자 재편성 상황 속에서 만약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한나라당에는 치명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 전조(前兆)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났다. 서울지역 48개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오직 7곳에서만 한나라당 나경원(羅卿瑗) 후보가 승리했고 나머지는 범(汎)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던 박원순(朴元淳)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선거 환경이 상당히 열세인 것은 크게 두 가지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홍준표 대표 체제 붕괴 이후 전개된 한나라당 쇄신 논의는 감동이 없다.

진정 당이 위기라면 실질적인 지분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근혜-정몽준-김문수-이재오 등이 회동해 질서 있고 창조적인 재창당 수준의 쇄신안을 도출해야 한다. 더불어 이들이 어떤 경우에도 탈당(脫黨)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공천에 개입하지 않으며, 계파를 철저하게 해체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그것이 바로 정치이고 리더십이다.

한나라당, 쇄신만으로는 부족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오른쪽)이 대(大)중도신당 창당설명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통합만이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 김형준 교수의 분석이다.

아무리 급해도 한나라당 쇄신의 핵심은 박근혜 중심의 새 당을 만드는 데 국한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당은 필연적으로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과 친이(親李) 세력의 반발로 분열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쇄신의 요체는 박 전 대표가 계파해체를 포함해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고 당 화합과 당 밖의 보수세력을 한울타리로 묶어 통합을 완성하는 것이다. 쇄신만으로는 절대로 야권통합을 이기지 못한다. 보수통합만이 야권통합에 의미 있는 대항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 실시한 KCN 조사에 따르면, 56.3%가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지적한 반면, 민주당은 28.0%였다.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기 때문에’(25.9%)와 ‘친이·친박 간에 싸움만 하기 때문에’(21.7%)가 가장 많이 지적됐다. 그 다음으로 ‘너무 늙고 무기력하기 때문에’(13.2%), ‘서민보다는 부자와 기득권층만을 위하기 때문에’(12.8%)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쇄신의 요체는 이런 국민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진정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재탄생(rebirth)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에만 의존하는 권위주의적 정당은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만약 한나라당이 이런 시대적 소명을 외면한다면 총선에서 참담한 결과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열세가 곧 야권의 승리를 저절로 담보하지는 않는 함의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한나라당이 무너져도 야권이 전혀 반사이익(反射利益)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의 지적대로 “정당의 위기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정당구조 자체가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해체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無黨派)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무려 75%가 무당파라는 결과가 나올 정도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정치에 정당해체(party dealingment)가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R&R의 2010년 9월 30일 조사에 따르면, ‘선생님께서는 우리 사회가 기존 정당과는 다른 새로운 정당 또는 제3의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63.1%가 ‘동의한다’(‘적극 동의’ 33.1% + ‘대체로 동의’ 30.0%)라고 응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30.0%였다. 이런 제3세력 등장의 핵심에 탈정치, 탈이념을 내걸고 있는 안철수 교수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에 실시된 KCN 조사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이유로 가장 많은 32.1%가 ‘진보와 보수로 나눠져 이념 논쟁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다음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가 21.9%를 차지했다.

만약, 야권이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에만 매몰되어 국가발전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채 도로 열린우리당, 도로 민노당의 길을 걷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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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요동치는 정국과 2012년 총선 전망

한나라당, 쇄신이 아니라 보수통합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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