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떼어 놓고 박근혜 전 대표가 있는 것이 아니질 않습니까. 당 인기는 바닥에 떨어지는데 박 전 대표의 조직만 여기저기 생겨나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박 전 대표가 성공하려면 일단 한나라당부터 성공해야 합니다.” (朴聖敏 울산 중구청장)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처음 대선후보로 등장해 단숨에 야당 후보 중 2위권에 오른 것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지도, 대권 도전 여부에는 더더군다나 입도 떼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치고는 놀라워요.” (崔仁昊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
⊙ “박근혜와 문재인이 대결한다면 부·울·경 민심은 아무도 장담 못할 상황이 도래할지 모릅니다.
오히려 팽팽할지도 모르죠”
⊙ “누가 뭐래도 부·울·경에 문재인 전 실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라는 탄탄한 정치적 資産이
내년 총선에서 영향력 발휘할 것”
⊙ “4·27 김해을 재보선 당시 민주당은 이봉수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지 않았어요”
⊙ 주말과 휴일에는 전국에서 1만여 명이 봉하마을 찾아… 대통령의 탄생과 죽음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봉하마을
⊙ 박맹우 울산시장과 문재인 전 실장은 경남고 동기… 학창시절 3년간 동문수학하며 서로를
인정해 주는 사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처음 대선후보로 등장해 단숨에 야당 후보 중 2위권에 오른 것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지도, 대권 도전 여부에는 더더군다나 입도 떼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치고는 놀라워요.” (崔仁昊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
⊙ “박근혜와 문재인이 대결한다면 부·울·경 민심은 아무도 장담 못할 상황이 도래할지 모릅니다.
오히려 팽팽할지도 모르죠”
⊙ “누가 뭐래도 부·울·경에 문재인 전 실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라는 탄탄한 정치적 資産이
내년 총선에서 영향력 발휘할 것”
⊙ “4·27 김해을 재보선 당시 민주당은 이봉수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지 않았어요”
⊙ 주말과 휴일에는 전국에서 1만여 명이 봉하마을 찾아… 대통령의 탄생과 죽음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봉하마을
⊙ 박맹우 울산시장과 문재인 전 실장은 경남고 동기… 학창시절 3년간 동문수학하며 서로를
인정해 주는 사이
-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바위에 선 문재인 전 비서실장.
경남 김해 진영읍의 봉하마을로 들어서는 국도가 밀려드는 차들로 꼼짝없이 막혀 버렸다. 지난 6월 6월의 일이다. 하루 동안 방문객이 경찰추산 1만4000명이 넘었다고 했다. 길옆 산등성이의 나무들이 고개를 돌려 행인과 차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1km 가까이 걸었다. 봉하마을이 나왔다. 초여름 태양은 불타올랐고 사람들은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사저(私邸)가 보이고 그 앞에 초가집 생가(生家)가 나왔다. 또 사저 뒤로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렸다는 부엉이바위가 딱 버티고 있었다. 놀랍게도 생가와 사저, 부엉이바위가 대각선 위치에 있었다. 대통령의 탄생과 죽음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봉하마을이었다.
대통령 묘역 앞에서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의 직원인 임정향씨를 만났다. 그녀는 “어제(5일)는 1만7000명이 왔다. 저마다 사연을 갖고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또 “봉하마을은 전체 40여 가구뿐인 작은 마을이지만 마을 가까이에서 봉화산 생태숲길, 화포천 습지길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모두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가꾸어 놓은 것이다. 몇몇 사람이 한 송이에 1000원 하는 국화꽃을 샀다.
발걸음이 자연스레 부엉이바위로 향했다. 10여 분 가파른 산을 올랐다. 부엉이바위 정상에는 두 명의 전경이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주위에는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다. 40대 중년 부부가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기자도 셔터를 눌렀다. 부엉이바위 아래 봉하 들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내기를 끝낸 물찬 논이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전경에게 ‘부엉이바위에서 권양숙 여사를 본 일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봉하마을에 사는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 역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엉이바위에서 내려가며 문득, 지난 5월 11일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이병완(李炳浣)씨가 대구의 한 강연회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그가 말한 바로는, 노 전 대통령은 내심 김해 시(市)의원에 출마할 뜻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실장이 완강하게 반대했다. 경호 문제는 그렇다 쳐도 “떨어지면 어떡할 거냐”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고향에서 인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 전 실장은 “봉하마을 사람들은 노 대통령 임기 중에 고향이 ‘천지개벽’할 정도로 발전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김해에서 올라오는 민원을 작은 것 하나라도 모두 보고하라”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지시할 정도였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고향 개발을) 철저히 막았다”고 이 전 실장은 기억했다.
이 전 실장의 반대 때문인지, 노 전 대통령은 시의원 출마를 접는 대신 그에게 “(기초의원) 함 해보쇼”라고 권했고, 그 말에 이 전 실장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출마, ‘광주 서구의원’이 됐다.
김해乙 야권 단일화 중재로 정치적 스타 반열에
지난 4·27 김해을 재보궐 선거로 돌아가 보자.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였던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하 직책 생략)의 중재로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 그동안 정치와 선을 그었던 그의 단일화 중재로 국민참여당 이봉수(李鳳洙)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적어도 여론조사에서는 그랬다.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당선자는 한나라당 김태호(金台鎬) 후보였다. 국참당 유시민(柳時敏) 대표가 김해에 살다시피 뛰었지만, 유권자는 외면했다.
유 대표는 큰 창피를 당하고 말았지만, 웬일인지 문재인의 단일화 중재노력을 두고서는 달리 말하는 목소리가 컸다. 급기야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6월 3일 발표된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그는 단번에 유력 대선후보 6위에 올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자는 이날 저녁 창원에서 《경남신문》 허승도(許承道) 편집국 부국장과 민주당 정책위 허성무(許成武) 부의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경남신문》은 경남에서 가장 발행 부수가 많은 신문이다. 허 부국장은 정치부 기자를 거쳐 6·2 지방선거까지 정치부장을 맡았었다. 반면, 원외인 허 부의장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 민원·제도혁신 비서관을 역임한 대표적 친노(親盧) 인사다. 그의 형이 허성관(許成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허 부국장의 말이다.
“김해을은 노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고, 김해시장도 민주당 출신입니다. 그러나 4·27 재보궐 선거에서 생가 지역(진영읍)을 제외하고, 김태호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지요. 젊은 층이 많이 사는 장유읍에서조차 김 후보가 이겼습니다. 과거에는 장유에서 야권 후보 표가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사실상 민주당은 국참당 이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지 않았어요. 만약 민주당 곽진업(郭鎭業)씨가 공천을 받았다면 민주당 이탈표가 없었을 겁니다.”
허 부의장은 패인을 이렇게 풀이했다.
“이번 선거 패배는 예정된 결과였어요. 문 전 실장이 나섰지만, 중재 타이밍이 너무 늦었고, 이미 국민 앞에 자리다툼 하는 모습을 너무 확실하게 보여줬잖아요. 그러니 후보 단일화 중재와 타협에서 감동이 없었습니다. 또 단일화가 미뤄지면서 야권 내부에 앙금이 쌓이게 됐습니다. 게다가 김태호 후보는 선거전략이 정밀했지만, 이봉수 후보는 의외로 정밀하지 않아 세의 결집이 부족했습니다.”
―유시민 대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허 부국장의 말이다.
“‘유시민 꼴 보기 싫다’는 여론도 있었어요. 열린우리당 당직자 출신 한 야당 인사는 ‘이봉수도 싫지만, 유시민이 날뛰는 것은 더 못 봐주겠다’고 하더군요. 또 이번 선거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김해시의회 의장이 비리로 구속된 것도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깨끗하다고 하더니 다 똑같더라’고 혀를 찼지요.”
“경남에선 ‘문재인’ 이름 석 자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
―문재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허 부의장은 “아직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내공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아쉽게도 중재 타이밍을 놓쳤지만, 가능성을 열어 놨다고 볼 수 있어요. 사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문 실장이 직접 출마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여론의 검증을 받고 이를 통해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이 그분의 깃발 아래 모여 야당 통합의 구심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아쉽게 됐습니다.”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문재인이 어떤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부·울·경에 많은 것 같은데요.
“야 4당 후보 단일화라는 게 야당끼리 지분을 나눠야 하는데,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요. 또 노 대통령 직계끼리도 관계가 복잡합니다. 민주당 당료 출신들이 있고, 청와대 참모그룹도 있습니다. 여기다 민노당, 국참당에도 야권 통합을 위해 지분을 떼 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게다가 적어도 경남에서는 ‘문재인’ 이름 석 자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허 부국장)
“누가 뭐래도 부·울·경에 문재인 전 실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라는 탄탄한 정치적 자산(資産)이 있지 않습니까. 김 지사는 포용력과 여유를 지닌 리더십, 문 실장은 절제력과 관리능력을 지닌 리더십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경쟁과 협력관계를 통해 내년 총선에서 야권 통합을 도모할 수 있지요.”(허 부의장)
―문재인·김두관 두 사람이 부·울·경 맹주 자리를 두고 다툴 가능성은 없나요.
“두 사람 다 친노 가문에 포함되지요. 물론 한 가문도 세월이 지나면 파(派)가 갈리듯 나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상당히 미래의 일입니다. 제가 볼 때는 별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허 부의장)
“문 전 실장의 입장변화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이를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부산을 근거로 하는 정치세력(문재인)과 경남을 근거로 하는 정치세력(김두관)과의 입장 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요.”(허 부국장)
―문재인이 직접 총선과 대선에 나설까요.
“두 사람의 스타일로 볼 때, 문 전 실장은 ‘참모형’에 가깝고 김 지사는 남해군수, 장관, 지사까지 했으니 ‘야전사령관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껏 문 전 실장은 선거 때마다 이런저런 권유를 받고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정치적 발언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직접 안 나선다고 해도 자기 역할을 할 것 같고, 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려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허 부국장)
“그동안 문 전 실장은 참모만 해 왔고, 노 대통령이 서거하고 부지불식간에 리더형으로 이미지가 바뀌었지요. 많은 사람의 바람이 그에게 쏠리니까 본인도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주위의 수많은 요구를 ‘인지(認知)’하고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아요.”(허 부의장)
“문재인, 부산에선 박수 받을 것”
이튿날 기자는 부산으로 향했다.
강원도 태백산·함백산·백병산·매봉산의 줄기를 타고 700리를 굽이친 낙동강이 을숙도에서 거대한 바다와 만나는 곳, 여기가 부산이다.
남으로는 현해탄이 버티고 북으로는 울산과 양산의 동면과 물금읍, 북으로는 김해의 대동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무더위가 몰아치면 사람 반 물 반인 해운대 해수욕장이 있고,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국제시장과 자갈치 시장이 손님을 부른다.
자갈치 시장을 찾았다. 재래시장을 걷자니 아무에게나 ‘오이소’라는 말을 연발한다. 그러고 보니,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는 부산의 구호이자 캐치프레이즈다. “와서 보고 사라”는 말인데 왠지 정겹다. 주머니를 털어 뭔가를 사도록 충동질한다. 그걸 장삿속이라고 말하면 너무 얄밉다. 설령 잇속이라 해도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대(代)를 이어 40년 동안 자갈치에서 장사를 해 왔다는 유영호씨는 문재인을 이렇게 평했다.
“청와대 계실 때 잘했다는 평가가 있지요. 직접 선거에 뛰어 본 경험이 없으니 내년 총선에 나서면 힘들지도 모르죠. 그래도 부산 사람치고 문재인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출마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바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몇 번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미지만 볼 때는 괜찮지요.”
이번에는 곰장어구이를 파는 D상회 조금순씨에게 물었더니 “문재인 모른다”고 답했다.
호남 출신 부산 사람을 자갈치 시장에서 만났다. 끈끈하기로 국내 최고를 꼽자면 고려대교우회, 해병대전우회와 함께 호남향우회를 빼놓을 수 없다.
재부(在釜) 호남향우회 결속력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등록된 1세대 호남인만 2만5000명. 여기다 2~3세대까지 합치면 대략 80만명에 달한다는 것이 재부 향우회 측의 설명이다. 제44대 회장을 역임한 정인옥(鄭寅玉)씨를 만났다.
“부산이 개방적이라고 하지만 내적으로는 호남이라 헐뜯는 경향이 없다고 말 못하죠. 이해는 하면서도 서운키도 했지만, 묵묵히 일했어요. 호남인이니까 더 잘해야 한다고, 더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영남 속 호남인의 결속력이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지요.”
‘풀뿌리’ 호남향우회에서는 대체로 나이가 계급이다. 호칭도 ‘형님’ ‘동생’ ‘자네’로 정리된다. 자영업자들이 많다 보니 자연히 동네에서 서로 돕고 살게 된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호남 출신 정모씨는 “1세대가 부산에서 많이 고생했고 2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무일푼인 호남 사람들은 이곳에서 험한 일만 다 했다”고 했다. 그는 2년 전까지 향우회 간부직을 맡았었다고 한다.
“영남에서 호남 사람들이 지역 편견을 버리기 위해 노력했고, 부산에서 돈도 벌었으니 섭섭하지는 않습니다. 호남인들은 부산의 남구와 수영구, 영도 등지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며 한국근대사의 고된 시기를 서러움으로 뭉쳐 이겨냈지요.”
―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만, 문재인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개인적으로 볼 때, 참신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노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며 군더더기가 없었잖아요. 정치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안 하겠습니까. 호남 사람이라고 해서 다 야당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박수를 많이 받을 겁니다.”
“문재인의 도약, 우리도 놀라”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최인호(崔仁昊)씨를 만났다. 부산 사하구갑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청와대 부대변인을 거쳐 국내언론비서관으로 재직했었다. 현재 민주당 당무위원이자 당 개혁특위 위원이기도 하다.
―부·울·경에서 야당의 기세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위력적인 것 같아요. 여기에 문재인에 대한 기대심리도 작용하고 있지요?
“문 전 실장이 여론조사에 처음 등장한 것치고는 빨리 올라서는 것 같아 우리도 놀랐습니다. 지난주 KBS의 부산지역 정당 지지도 결과를 보니, 한나라당 37%, 민주당 24%, 민노당 7%, 국민참여당 3.5%, 진보신당 3% 순이었습니다. 대략 한나라당과 야 4당을 합치니 엇비슷하더군요.
대체로 부산시민의 한나라당에 대한 정서가 10%포인트 이상 내려간 것 같고, 반면 민주당은 10%포인트 이상 올라간 것 같아요. 보통 민주당은 12~13%대였고 때론 한 자릿수인 때도 있었어요. 그만큼 부산 시민의 정치적 정서에 일정한 변화가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이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것 같아요.”
―왜 그런 변화가 생겼다고 보나요.
“첫째가 먹고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제대통령’이라 뽑았는데 체감경기는 갈수록 나빠지잖아요. 그러니 ‘경제대통령이 맞느냐’는 불신, 불만이 많아요. 여기다 신공항 문제 백지화, 참여정부 당시 노 대통령이 부산에 약속했던 현안들, 예를 들어 북항(北港) 재개발이나 공공기관 이전, 하야리아 부대 이전 등 부산 도심을 획기적으로 바꾸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국책사업 등이 지지부진합니다. 4대 강의 요란한 망치 소리 외에 부산의 실제적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요. 이 대통령이 공약을 안 지키고, 부산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정치적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없나요.
“왜 없겠어요? 1991년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시절, 3당 합당 이후 만 20년 넘게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독점을 해 왔잖아요. 시장 구청장 국회의원 시의원까지 정치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싫증을 내는, 실컷 한 당만 선택했는데, 인천에 밀려 제3의 도시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불만 혹은 위기감이 한나라당에 대한 싫증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어요. 이런 의식들이 40대는 물론 50대 초·중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여기다 20대와 30대까지 변화에 대한 욕구가 저변에 깔린 것 아닌가 느껴집니다.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 잘한 것 뭐냐’고 물어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조차 선뜻 답을 못하고 기가 죽어 있지요.”
―문재인과 김두관이란 자산이 향후 부·울·경의 야당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실장이 처음 대선후보로 등장해 단숨에 야당 후보 중 2위권에 오른 것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지도, 대선 출마 여부는 더더군다나 입도 떼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치고는 놀라워요.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면, 그분의 이미지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도덕적으로 보이고, 상당히 개혁적인 것도 같고, 그러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이미지입니다. 노 대통령 서거 직후 조문 정국에서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국상(國喪)을 치렀고, 비서실장 시절에도 참여정부의 개혁을 주도하며 전체 참모들을 이끌었다는 리더십이 덧붙여져서 좋은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치로 돌아설 것이라는 확신은 솔직히 없다”
―이미지만 좋다고 대권 주자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한두 사람의 독주보다 두세 사람이 레이스에 나서는 것이 대권(大權) 관리 측면에서 필요하다며 문 전 실장을 두둔하는 이가 있어요. 또 일부는 실제 대통령감으로 여기는 분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대개는 겹치는데 모두 그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지요.”
최 위원장은 그러나 “문 전 실장이 정치로 돌아설 것이라는 확신은 솔직히 없다”며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야당 후보 단일화의 역할 정도는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야 4당의 통합과 연대에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분명히 당끼리의 연대나 통합이 지지부진할 가능성도 상당하지요. 만일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문 전 실장이 가진 정치적 도덕성이나 영향력을 시민사회 진영과 자발적인 국민 여론과 합쳐져서 국민 여망대로 일궈낼 수 있게 큰 역할을 해 달라는 것입니다. 또 직접 출마해 줬으면 하는 기대도 합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지만, (출마) 안 한다 해도 그분이 가진 영향력이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김해을 재보궐 선거에서 문재인의 중재로 이봉수 후보를 내세웠다가 실패했잖습니까.
“당시 문 전 실장이 안 나섰다면 야권 단일화가 안됐을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감정대립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시너지가 안 나와 패했어요. 변명 같지만, 투표율이 다른 선거구에 비해 10%가량 낮았고 결국 4% 차로 졌는데, 투표율만 높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장담하지 못합니다.”
―김해을 패배로 야 4당 통합 가능성이 넓어졌다고 보나요, 아니면 축소했다고 보나요.
“통합이라는 게 상대적입니다. 국참당 입지가 좁아졌다고 해서 민주당이 (야당을) 흡수 통합한다는 발상으로 접근하면 더더욱 통합이 안될 것입니다. 유시민 대표가 김해을 선거에서 패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실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민주개혁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고, 향후 통합을 이루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유시민의 한계, 그러니까 표의 확장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이라 봐야지요.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와 김해을 재보선에서 나타났으니까요. 두 선거 모두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금만 움직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도 좀 더 성숙돼야 하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와야 했느냐에 대해 유 대표 역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문재인, 잘은 모르지만 조금씩 눈길 쏠려”
부산 기장 출신인 베를린자유대 종신(終身) 정교수인 박성조(朴聖祚) 교수는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박 교수는 “내년 총선에서 부산시민은 ‘테이프 커팅’과 ‘불꽃’에 열광하는 정치곡예사를 뽑아선 안 된다. 지식경쟁, 녹색경쟁, 문화경쟁에서 부산을 어떻게 선도할 것인가에 선택기준을 둬야 한다”고 했다. 그에게 문재인에 대한 부·울·경 시도민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그는 “문 실장이 말 잘 안 하고, 고집스럽고, 합리적일 듯한 이미지를 갖췄다”며 “반면 영남사람들은 민주당 손학규(孫鶴圭) 대표에 대한 호감이 적고, 기회주의자란 시각도 있다”고 평했다.
“문재인 전 실장은 경남고 동창회조차 안 나올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을 싫어하는 부·울·경 사람들조차 그를 좋아합니다. 정당을 안 보는 것 같아요. 노 대통령이 보통사람에게 보여준 이미지, 불우하게 자란 사람이 크게 성공한 뒤 고향에 내려온 것에 대한 고마움과 그의 꿈이 좌절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요. 그런 복잡한 심사와 문재인 실장의 이미지가 중첩된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유시민 전 장관이나 김두관 지사와 비교해서는 어떤가요.
“제가 보기에 두 사람과 비교해도 문 실장에게 훨씬 무게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적 이미지를 지니면서도 정치 쇼를 안 할 것 같은, 그래서 소양(素養) 있게 보입니다. 김두관 지사도 괜찮아 보이지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요. 향후 대선후보 싸움은 손 대표와 문 실장 간 양파전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문 실장이 안 나오는 대신 손 대표를 돕는 경우 말입니다. 이럴 경우 야당 후보에 대한 표의 확장성이 벽에 부딪힐지 모릅니다.”
박 교수는 “부산에서 경남고 동창회의 영향력이 무지 세다”며 “향후 동창회도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 중심의 박근혜(朴槿惠) 지지파와 문재인 지지파로 나뉠 것”으로 예견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문재인 전 실장이 대결한다면 부·울·경 민심은 아무도 장담 못할 상황이 도래할지 모릅니다. 오히려 팽팽할지도 모르죠. 부·울·경의 경우 50대 이상은 박 대표를 찍겠지만 40대 밑의 젊은 표심은 문 실장에게 쏠릴 것으로 보여요. 심지어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문 실장을 좋아합니다. 별로 말이 없고, 단기적 이익에 파고들지도 않는 이미지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아요.”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부·울·경의 선택이 이 지역 미래를 가늠할 것으로 점쳤다.
“부·울·경에 대학은 많지만 (대학이) 지식경제로 가는 데 지금껏 큰 기여를 못했어요. 대학 졸업생들은 무더기로 부산을 떠나고 있고 부두의 화물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요. 고기 잡을 어부 역시 줄어들고, 배를 탈 선원은 외국에서 데려오고 있어요. 부두와 자갈치의 몰락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고령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부·울·경이 함께 변화하지 않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겁니다.”
박 교수를 만난 뒤 동아대 법대 학생들을 만났다. 3학년 천보건(千普建)·박갑진(朴甲振)씨와 2학년 김영진(金永辰)씨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유시민 전 장관은 학생들이 좋아하지만, 어른들이 안 좋아한다. 내년 대선에서 크게 견줄 만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주의자지만 정책을 제시한 적이 없다. 아버지의 후광을 많이 받았으나 국민과 제대로 소통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전 실장은 잘은 모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와 오버랩된다. 조금씩 눈길이 쏠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가 제일 걱정거리”
울산은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노동자 중심의 ‘야권연대’가 위력(威力)을 발휘하는 곳이다. 지난 4·27 재선거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울산시 중구청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박성민 후보가 51.19%를 얻어, 민주당 임동호 후보(48.80%)를 눌렀지만,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가 47.30%를 얻어 한나라당 임명숙(43.02%), 무소속 후보를 눌렀다. 현재 울산 북구청장(윤종오)도 민노당 소속이다.
울산 남구 신정1동에 있는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의 사무실을 먼저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이시환(李時煥) 사무국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가 제일 걱정거리”라고 했다.
“정강이나 정책 간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른데도 선거를 앞두고 뭉치겠다는 야당의 속셈은 민의를 왜곡시켜 표를 얻겠다는 의도가 아닙니까. 하지만 득표에 효험이 있으니 자꾸 후보 단일화나 연대를 통해 ‘야합’을 하려 해요. 그게 제일 위협요소입니다.”
―문재인에 대해선?
“그분에 대한 여론은 아직 듣지 못하고 있어요. 울산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정서가 여전히 강합니다. 공업도시 울산에 터를 닦은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맞물려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안 흔들린다고 봅니다.”
이번 4·27 재선거에서 당선된 박성민(朴聖敏) 울산 중구청장을 만났다. 박 청장은 “야당의 공세가 워낙 다양해져 고전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내년 총선에서 야권 후보들이 무상 공약을 내놓을 공산이 큽니다. 벌써 ‘무상 의료’에다 ‘무상 틀니’, ‘무상 예방접종’까지 ‘공짜’ 공약이 나왔어요. 오는 9월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뭉친다고 하는데, 종북(從北)주의를 반대한다고 분가(分家)해 놓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뭉친다고 하니 기가 막힙니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변해야 합니다. 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저들에 맞서 정책도 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울산지역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그는 작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고 하는데, 지지의 실체나 정서의 구체성을 느끼지 못하겠어요. 최근 들어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데 절절하게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이런 현상은 지난 대선 때 친이(親李) 모임이 생겨났을 때와 비슷합니다. 이 사람이 여기 가고 저기 가고, 자기 계산에 의해 앞장서는 것 같아요.”
박 청장은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 울산지역에만 15개에 달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한나라당을 떼어 놓고 박근혜 전 대표가 있는 것이 아니질 않습니까. 당 인기는 바닥에 떨어지는데 박 전 대표의 조직만 여기저기 생겨나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박 전 대표가 성공하려면 일단 한나라당부터 성공해야 합니다. 먼저 당력을 키우고 그 안에서 자기 대선을 생각해야 해요.”
이 대목에서 기자를 안내한 한나라당 울산시당 김영중(金英中) 사무처장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김 처장은 “한나라당 당원들이 요령을 피우지 않고, 항상 낮은 자세로 시민 말에 귀 기울이고, 헌신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서둘러 수습했다.
박 청장은 지지 않았다. 그는 “요즘 유권자들이 정치인의 진정성을 너무나 잘 안다”며 “저 사람이 함께 아파할 사람인지, 겉으로 아픈 척하는지 귀신처럼 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 탓인지 몰라도 과거엔 출발선에도 못 섰던, 구부러지고 모난 사람들이 민심을 얻으려고 손길을 내민다. 중앙에서 높은 자리 하고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식의 오만함은 통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이기려면 진정성밖에 답이 없다. 유권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이중성”이라고 했다.
“유권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二重性”
울산시의회의 정치지형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제5대 울산시의회 의석수는 총 25석으로, 이 가운데 한나라당이 13석으로 가장 많지만 민노당이 7석이다. 또 무소속 1석으로 한나라당이 다수당 지위는 유지했으나 교육의원 4석을 더하면 비(非) 한나라당 비율이 절반 정도다.
울산시의회 박순환(朴順煥) 의장은 울산지역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 불발돼 민심이 어수선합니다. 공약(公約)은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데 공약(空約)이 돼 버려 안타까워요. 처음부터 신공항을 안 한다고 했다면 지역 민심이 이렇게 안 갈렸을 텐데, 실컷 민심을 갈라 놓고 백지화하니 실망하는 목소리가 너무 커요.”
박 의장은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못 지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안 그러면 민심이 떠난다. 떠난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에 대한 이야기가 일부에서 흘러나옵니다. 서민들과 젊은 층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이가 많아요. 긴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파고를 넘을 수 있어요. 과거엔 진보진영 후보들이 한나라당의 상대가 안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근소합니다. 구청장 선거도 몇 천 표 차로 당락이 갈립니다. 기가 막힙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 많다고 하던데요.
“정치가 생물이니까 그때그때 자기 살길 찾아가는 것이지요. 오래가진 못할 겁니다.”
―문재인 기대감은 없나요.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과 함께 그런 심리가 있지만, 울산에서는 문재인씨 얘기가 많이 나오지는 않아요.”
울산시의원이자 한나라당 울산시당 대변인인 윤시철(尹侍喆)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최근 문재인씨 얘기가 자주 나오고 김두관 지사가 당선된 것만 봐도 친노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의 외연이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다들 된다고 했던 김해을 재보선에서 김태호 후보가 이기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보면 유권자들이 더 똑똑하다고 할 수 있어요. 분당을에서는 졌지만, 노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에서 이겼잖아요. 비록 지금은 인기가 떨어졌지만, 한나라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박맹우 시장과 문재인 전 실장은 경남고 동기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은 문재인과 경남고 동기(25회)다. 학창시절 3년간 동문수학하며 서로를 인정해 주는 사이라고 한다. 박 시장이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듬해인 1982년 경남도에서 노정(勞政)업무를 맡았을 때, 문재인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재야 노동운동 변론을 맡았었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법정에서 다툼을 벌여야 했지만 이후 행보가 서로 겹쳐진 적은 없었다.
박 시장은 “일에 파묻혀 지내느라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지만 문 실장에 대한 울산지역 평판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해을 재보선에 중재역을 한 것으로 볼 때, 향후 정치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본인 스스로 야권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아직은 그의 영향력이 울산에선 미미하다고나 할까요. 부산처럼 큰 영향은 없다고 봅니다.
박 시장은 한나라당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이유를 떠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안 질 수 없어요. 최근 잘못한 점이나 당내 파열음 등이 들려 안타까워요. 잘해야지요. 진정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향후 전열을 정비해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어렵겠지만 그래야 가능성이 있습니다.”⊙
차에서 내려 1km 가까이 걸었다. 봉하마을이 나왔다. 초여름 태양은 불타올랐고 사람들은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사저(私邸)가 보이고 그 앞에 초가집 생가(生家)가 나왔다. 또 사저 뒤로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렸다는 부엉이바위가 딱 버티고 있었다. 놀랍게도 생가와 사저, 부엉이바위가 대각선 위치에 있었다. 대통령의 탄생과 죽음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봉하마을이었다.
대통령 묘역 앞에서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의 직원인 임정향씨를 만났다. 그녀는 “어제(5일)는 1만7000명이 왔다. 저마다 사연을 갖고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또 “봉하마을은 전체 40여 가구뿐인 작은 마을이지만 마을 가까이에서 봉화산 생태숲길, 화포천 습지길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모두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가꾸어 놓은 것이다. 몇몇 사람이 한 송이에 1000원 하는 국화꽃을 샀다.
발걸음이 자연스레 부엉이바위로 향했다. 10여 분 가파른 산을 올랐다. 부엉이바위 정상에는 두 명의 전경이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주위에는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다. 40대 중년 부부가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기자도 셔터를 눌렀다. 부엉이바위 아래 봉하 들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내기를 끝낸 물찬 논이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전경에게 ‘부엉이바위에서 권양숙 여사를 본 일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봉하마을에 사는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 역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엉이바위에서 내려가며 문득, 지난 5월 11일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이병완(李炳浣)씨가 대구의 한 강연회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그가 말한 바로는, 노 전 대통령은 내심 김해 시(市)의원에 출마할 뜻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실장이 완강하게 반대했다. 경호 문제는 그렇다 쳐도 “떨어지면 어떡할 거냐”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고향에서 인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 전 실장은 “봉하마을 사람들은 노 대통령 임기 중에 고향이 ‘천지개벽’할 정도로 발전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김해에서 올라오는 민원을 작은 것 하나라도 모두 보고하라”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지시할 정도였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고향 개발을) 철저히 막았다”고 이 전 실장은 기억했다.
이 전 실장의 반대 때문인지, 노 전 대통령은 시의원 출마를 접는 대신 그에게 “(기초의원) 함 해보쇼”라고 권했고, 그 말에 이 전 실장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출마, ‘광주 서구의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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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은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노동자 중심의 ‘야권연대’가 위력(威力)을 발휘하는 곳이다. 사진은 친환경생태도시 울산의 상징이 되고 있는 태화강의 생태공원. |
김해乙 야권 단일화 중재로 정치적 스타 반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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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무현 추모관. |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당선자는 한나라당 김태호(金台鎬) 후보였다. 국참당 유시민(柳時敏) 대표가 김해에 살다시피 뛰었지만, 유권자는 외면했다.
유 대표는 큰 창피를 당하고 말았지만, 웬일인지 문재인의 단일화 중재노력을 두고서는 달리 말하는 목소리가 컸다. 급기야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6월 3일 발표된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그는 단번에 유력 대선후보 6위에 올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자는 이날 저녁 창원에서 《경남신문》 허승도(許承道) 편집국 부국장과 민주당 정책위 허성무(許成武) 부의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경남신문》은 경남에서 가장 발행 부수가 많은 신문이다. 허 부국장은 정치부 기자를 거쳐 6·2 지방선거까지 정치부장을 맡았었다. 반면, 원외인 허 부의장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 민원·제도혁신 비서관을 역임한 대표적 친노(親盧) 인사다. 그의 형이 허성관(許成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허 부국장의 말이다.
“김해을은 노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고, 김해시장도 민주당 출신입니다. 그러나 4·27 재보궐 선거에서 생가 지역(진영읍)을 제외하고, 김태호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지요. 젊은 층이 많이 사는 장유읍에서조차 김 후보가 이겼습니다. 과거에는 장유에서 야권 후보 표가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사실상 민주당은 국참당 이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지 않았어요. 만약 민주당 곽진업(郭鎭業)씨가 공천을 받았다면 민주당 이탈표가 없었을 겁니다.”
허 부의장은 패인을 이렇게 풀이했다.
“이번 선거 패배는 예정된 결과였어요. 문 전 실장이 나섰지만, 중재 타이밍이 너무 늦었고, 이미 국민 앞에 자리다툼 하는 모습을 너무 확실하게 보여줬잖아요. 그러니 후보 단일화 중재와 타협에서 감동이 없었습니다. 또 단일화가 미뤄지면서 야권 내부에 앙금이 쌓이게 됐습니다. 게다가 김태호 후보는 선거전략이 정밀했지만, 이봉수 후보는 의외로 정밀하지 않아 세의 결집이 부족했습니다.”
―유시민 대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허 부국장의 말이다.
“‘유시민 꼴 보기 싫다’는 여론도 있었어요. 열린우리당 당직자 출신 한 야당 인사는 ‘이봉수도 싫지만, 유시민이 날뛰는 것은 더 못 봐주겠다’고 하더군요. 또 이번 선거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김해시의회 의장이 비리로 구속된 것도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깨끗하다고 하더니 다 똑같더라’고 혀를 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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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와 사저, 부엉이바위가 한눈에 보인다. |
“경남에선 ‘문재인’ 이름 석 자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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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승도 경남신문 부국장(왼쪽)과 허성무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
허 부의장은 “아직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내공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아쉽게도 중재 타이밍을 놓쳤지만, 가능성을 열어 놨다고 볼 수 있어요. 사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문 실장이 직접 출마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여론의 검증을 받고 이를 통해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이 그분의 깃발 아래 모여 야당 통합의 구심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아쉽게 됐습니다.”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문재인이 어떤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부·울·경에 많은 것 같은데요.
“야 4당 후보 단일화라는 게 야당끼리 지분을 나눠야 하는데,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요. 또 노 대통령 직계끼리도 관계가 복잡합니다. 민주당 당료 출신들이 있고, 청와대 참모그룹도 있습니다. 여기다 민노당, 국참당에도 야권 통합을 위해 지분을 떼 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게다가 적어도 경남에서는 ‘문재인’ 이름 석 자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허 부국장)
“누가 뭐래도 부·울·경에 문재인 전 실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라는 탄탄한 정치적 자산(資産)이 있지 않습니까. 김 지사는 포용력과 여유를 지닌 리더십, 문 실장은 절제력과 관리능력을 지닌 리더십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경쟁과 협력관계를 통해 내년 총선에서 야권 통합을 도모할 수 있지요.”(허 부의장)
―문재인·김두관 두 사람이 부·울·경 맹주 자리를 두고 다툴 가능성은 없나요.
“두 사람 다 친노 가문에 포함되지요. 물론 한 가문도 세월이 지나면 파(派)가 갈리듯 나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상당히 미래의 일입니다. 제가 볼 때는 별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허 부의장)
“문 전 실장의 입장변화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이를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부산을 근거로 하는 정치세력(문재인)과 경남을 근거로 하는 정치세력(김두관)과의 입장 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요.”(허 부국장)
―문재인이 직접 총선과 대선에 나설까요.
“두 사람의 스타일로 볼 때, 문 전 실장은 ‘참모형’에 가깝고 김 지사는 남해군수, 장관, 지사까지 했으니 ‘야전사령관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껏 문 전 실장은 선거 때마다 이런저런 권유를 받고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정치적 발언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직접 안 나선다고 해도 자기 역할을 할 것 같고, 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려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허 부국장)
“그동안 문 전 실장은 참모만 해 왔고, 노 대통령이 서거하고 부지불식간에 리더형으로 이미지가 바뀌었지요. 많은 사람의 바람이 그에게 쏠리니까 본인도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주위의 수많은 요구를 ‘인지(認知)’하고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아요.”(허 부의장)
“문재인, 부산에선 박수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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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상징인 자갈치시장. |
이튿날 기자는 부산으로 향했다.
강원도 태백산·함백산·백병산·매봉산의 줄기를 타고 700리를 굽이친 낙동강이 을숙도에서 거대한 바다와 만나는 곳, 여기가 부산이다.
남으로는 현해탄이 버티고 북으로는 울산과 양산의 동면과 물금읍, 북으로는 김해의 대동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무더위가 몰아치면 사람 반 물 반인 해운대 해수욕장이 있고,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국제시장과 자갈치 시장이 손님을 부른다.
자갈치 시장을 찾았다. 재래시장을 걷자니 아무에게나 ‘오이소’라는 말을 연발한다. 그러고 보니,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는 부산의 구호이자 캐치프레이즈다. “와서 보고 사라”는 말인데 왠지 정겹다. 주머니를 털어 뭔가를 사도록 충동질한다. 그걸 장삿속이라고 말하면 너무 얄밉다. 설령 잇속이라 해도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대(代)를 이어 40년 동안 자갈치에서 장사를 해 왔다는 유영호씨는 문재인을 이렇게 평했다.
“청와대 계실 때 잘했다는 평가가 있지요. 직접 선거에 뛰어 본 경험이 없으니 내년 총선에 나서면 힘들지도 모르죠. 그래도 부산 사람치고 문재인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출마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바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몇 번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미지만 볼 때는 괜찮지요.”
이번에는 곰장어구이를 파는 D상회 조금순씨에게 물었더니 “문재인 모른다”고 답했다.
호남 출신 부산 사람을 자갈치 시장에서 만났다. 끈끈하기로 국내 최고를 꼽자면 고려대교우회, 해병대전우회와 함께 호남향우회를 빼놓을 수 없다.
재부(在釜) 호남향우회 결속력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등록된 1세대 호남인만 2만5000명. 여기다 2~3세대까지 합치면 대략 80만명에 달한다는 것이 재부 향우회 측의 설명이다. 제44대 회장을 역임한 정인옥(鄭寅玉)씨를 만났다.
“부산이 개방적이라고 하지만 내적으로는 호남이라 헐뜯는 경향이 없다고 말 못하죠. 이해는 하면서도 서운키도 했지만, 묵묵히 일했어요. 호남인이니까 더 잘해야 한다고, 더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영남 속 호남인의 결속력이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지요.”
‘풀뿌리’ 호남향우회에서는 대체로 나이가 계급이다. 호칭도 ‘형님’ ‘동생’ ‘자네’로 정리된다. 자영업자들이 많다 보니 자연히 동네에서 서로 돕고 살게 된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호남 출신 정모씨는 “1세대가 부산에서 많이 고생했고 2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무일푼인 호남 사람들은 이곳에서 험한 일만 다 했다”고 했다. 그는 2년 전까지 향우회 간부직을 맡았었다고 한다.
“영남에서 호남 사람들이 지역 편견을 버리기 위해 노력했고, 부산에서 돈도 벌었으니 섭섭하지는 않습니다. 호남인들은 부산의 남구와 수영구, 영도 등지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며 한국근대사의 고된 시기를 서러움으로 뭉쳐 이겨냈지요.”
―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만, 문재인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개인적으로 볼 때, 참신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노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며 군더더기가 없었잖아요. 정치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안 하겠습니까. 호남 사람이라고 해서 다 야당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박수를 많이 받을 겁니다.”
“문재인의 도약, 우리도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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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 |
―부·울·경에서 야당의 기세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위력적인 것 같아요. 여기에 문재인에 대한 기대심리도 작용하고 있지요?
“문 전 실장이 여론조사에 처음 등장한 것치고는 빨리 올라서는 것 같아 우리도 놀랐습니다. 지난주 KBS의 부산지역 정당 지지도 결과를 보니, 한나라당 37%, 민주당 24%, 민노당 7%, 국민참여당 3.5%, 진보신당 3% 순이었습니다. 대략 한나라당과 야 4당을 합치니 엇비슷하더군요.
대체로 부산시민의 한나라당에 대한 정서가 10%포인트 이상 내려간 것 같고, 반면 민주당은 10%포인트 이상 올라간 것 같아요. 보통 민주당은 12~13%대였고 때론 한 자릿수인 때도 있었어요. 그만큼 부산 시민의 정치적 정서에 일정한 변화가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이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것 같아요.”
―왜 그런 변화가 생겼다고 보나요.
“첫째가 먹고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제대통령’이라 뽑았는데 체감경기는 갈수록 나빠지잖아요. 그러니 ‘경제대통령이 맞느냐’는 불신, 불만이 많아요. 여기다 신공항 문제 백지화, 참여정부 당시 노 대통령이 부산에 약속했던 현안들, 예를 들어 북항(北港) 재개발이나 공공기관 이전, 하야리아 부대 이전 등 부산 도심을 획기적으로 바꾸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국책사업 등이 지지부진합니다. 4대 강의 요란한 망치 소리 외에 부산의 실제적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요. 이 대통령이 공약을 안 지키고, 부산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정치적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없나요.
“왜 없겠어요? 1991년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시절, 3당 합당 이후 만 20년 넘게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독점을 해 왔잖아요. 시장 구청장 국회의원 시의원까지 정치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싫증을 내는, 실컷 한 당만 선택했는데, 인천에 밀려 제3의 도시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불만 혹은 위기감이 한나라당에 대한 싫증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어요. 이런 의식들이 40대는 물론 50대 초·중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여기다 20대와 30대까지 변화에 대한 욕구가 저변에 깔린 것 아닌가 느껴집니다.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 잘한 것 뭐냐’고 물어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조차 선뜻 답을 못하고 기가 죽어 있지요.”
―문재인과 김두관이란 자산이 향후 부·울·경의 야당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실장이 처음 대선후보로 등장해 단숨에 야당 후보 중 2위권에 오른 것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지도, 대선 출마 여부는 더더군다나 입도 떼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치고는 놀라워요.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면, 그분의 이미지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도덕적으로 보이고, 상당히 개혁적인 것도 같고, 그러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이미지입니다. 노 대통령 서거 직후 조문 정국에서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국상(國喪)을 치렀고, 비서실장 시절에도 참여정부의 개혁을 주도하며 전체 참모들을 이끌었다는 리더십이 덧붙여져서 좋은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치로 돌아설 것이라는 확신은 솔직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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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이봉수 후보. |
―이미지만 좋다고 대권 주자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한두 사람의 독주보다 두세 사람이 레이스에 나서는 것이 대권(大權) 관리 측면에서 필요하다며 문 전 실장을 두둔하는 이가 있어요. 또 일부는 실제 대통령감으로 여기는 분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대개는 겹치는데 모두 그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지요.”
최 위원장은 그러나 “문 전 실장이 정치로 돌아설 것이라는 확신은 솔직히 없다”며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야당 후보 단일화의 역할 정도는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야 4당의 통합과 연대에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분명히 당끼리의 연대나 통합이 지지부진할 가능성도 상당하지요. 만일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문 전 실장이 가진 정치적 도덕성이나 영향력을 시민사회 진영과 자발적인 국민 여론과 합쳐져서 국민 여망대로 일궈낼 수 있게 큰 역할을 해 달라는 것입니다. 또 직접 출마해 줬으면 하는 기대도 합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지만, (출마) 안 한다 해도 그분이 가진 영향력이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김해을 재보궐 선거에서 문재인의 중재로 이봉수 후보를 내세웠다가 실패했잖습니까.
“당시 문 전 실장이 안 나섰다면 야권 단일화가 안됐을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감정대립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시너지가 안 나와 패했어요. 변명 같지만, 투표율이 다른 선거구에 비해 10%가량 낮았고 결국 4% 차로 졌는데, 투표율만 높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장담하지 못합니다.”
―김해을 패배로 야 4당 통합 가능성이 넓어졌다고 보나요, 아니면 축소했다고 보나요.
“통합이라는 게 상대적입니다. 국참당 입지가 좁아졌다고 해서 민주당이 (야당을) 흡수 통합한다는 발상으로 접근하면 더더욱 통합이 안될 것입니다. 유시민 대표가 김해을 선거에서 패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실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민주개혁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고, 향후 통합을 이루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유시민의 한계, 그러니까 표의 확장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이라 봐야지요.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와 김해을 재보선에서 나타났으니까요. 두 선거 모두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금만 움직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도 좀 더 성숙돼야 하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와야 했느냐에 대해 유 대표 역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문재인, 잘은 모르지만 조금씩 눈길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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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조 교수. |
박 교수는 “내년 총선에서 부산시민은 ‘테이프 커팅’과 ‘불꽃’에 열광하는 정치곡예사를 뽑아선 안 된다. 지식경쟁, 녹색경쟁, 문화경쟁에서 부산을 어떻게 선도할 것인가에 선택기준을 둬야 한다”고 했다. 그에게 문재인에 대한 부·울·경 시도민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그는 “문 실장이 말 잘 안 하고, 고집스럽고, 합리적일 듯한 이미지를 갖췄다”며 “반면 영남사람들은 민주당 손학규(孫鶴圭) 대표에 대한 호감이 적고, 기회주의자란 시각도 있다”고 평했다.
“문재인 전 실장은 경남고 동창회조차 안 나올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을 싫어하는 부·울·경 사람들조차 그를 좋아합니다. 정당을 안 보는 것 같아요. 노 대통령이 보통사람에게 보여준 이미지, 불우하게 자란 사람이 크게 성공한 뒤 고향에 내려온 것에 대한 고마움과 그의 꿈이 좌절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요. 그런 복잡한 심사와 문재인 실장의 이미지가 중첩된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유시민 전 장관이나 김두관 지사와 비교해서는 어떤가요.
“제가 보기에 두 사람과 비교해도 문 실장에게 훨씬 무게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적 이미지를 지니면서도 정치 쇼를 안 할 것 같은, 그래서 소양(素養) 있게 보입니다. 김두관 지사도 괜찮아 보이지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요. 향후 대선후보 싸움은 손 대표와 문 실장 간 양파전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문 실장이 안 나오는 대신 손 대표를 돕는 경우 말입니다. 이럴 경우 야당 후보에 대한 표의 확장성이 벽에 부딪힐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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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와 문재인 전 비서실장(맨오른쪽). 지난 2007년 10월 1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방북을 하루 앞두고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 녹지원에서 환담하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표와 문재인 전 실장이 대결한다면 부·울·경 민심은 아무도 장담 못할 상황이 도래할지 모릅니다. 오히려 팽팽할지도 모르죠. 부·울·경의 경우 50대 이상은 박 대표를 찍겠지만 40대 밑의 젊은 표심은 문 실장에게 쏠릴 것으로 보여요. 심지어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문 실장을 좋아합니다. 별로 말이 없고, 단기적 이익에 파고들지도 않는 이미지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아요.”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부·울·경의 선택이 이 지역 미래를 가늠할 것으로 점쳤다.
“부·울·경에 대학은 많지만 (대학이) 지식경제로 가는 데 지금껏 큰 기여를 못했어요. 대학 졸업생들은 무더기로 부산을 떠나고 있고 부두의 화물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요. 고기 잡을 어부 역시 줄어들고, 배를 탈 선원은 외국에서 데려오고 있어요. 부두와 자갈치의 몰락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고령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부·울·경이 함께 변화하지 않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겁니다.”
박 교수를 만난 뒤 동아대 법대 학생들을 만났다. 3학년 천보건(千普建)·박갑진(朴甲振)씨와 2학년 김영진(金永辰)씨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유시민 전 장관은 학생들이 좋아하지만, 어른들이 안 좋아한다. 내년 대선에서 크게 견줄 만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주의자지만 정책을 제시한 적이 없다. 아버지의 후광을 많이 받았으나 국민과 제대로 소통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전 실장은 잘은 모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와 오버랩된다. 조금씩 눈길이 쏠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가 제일 걱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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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
울산 남구 신정1동에 있는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의 사무실을 먼저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이시환(李時煥) 사무국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가 제일 걱정거리”라고 했다.
“정강이나 정책 간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른데도 선거를 앞두고 뭉치겠다는 야당의 속셈은 민의를 왜곡시켜 표를 얻겠다는 의도가 아닙니까. 하지만 득표에 효험이 있으니 자꾸 후보 단일화나 연대를 통해 ‘야합’을 하려 해요. 그게 제일 위협요소입니다.”
―문재인에 대해선?
“그분에 대한 여론은 아직 듣지 못하고 있어요. 울산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정서가 여전히 강합니다. 공업도시 울산에 터를 닦은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맞물려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안 흔들린다고 봅니다.”
이번 4·27 재선거에서 당선된 박성민(朴聖敏) 울산 중구청장을 만났다. 박 청장은 “야당의 공세가 워낙 다양해져 고전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내년 총선에서 야권 후보들이 무상 공약을 내놓을 공산이 큽니다. 벌써 ‘무상 의료’에다 ‘무상 틀니’, ‘무상 예방접종’까지 ‘공짜’ 공약이 나왔어요. 오는 9월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뭉친다고 하는데, 종북(從北)주의를 반대한다고 분가(分家)해 놓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뭉친다고 하니 기가 막힙니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변해야 합니다. 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저들에 맞서 정책도 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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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환 사무국장. |
그는 작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고 하는데, 지지의 실체나 정서의 구체성을 느끼지 못하겠어요. 최근 들어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데 절절하게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이런 현상은 지난 대선 때 친이(親李) 모임이 생겨났을 때와 비슷합니다. 이 사람이 여기 가고 저기 가고, 자기 계산에 의해 앞장서는 것 같아요.”
박 청장은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 울산지역에만 15개에 달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한나라당을 떼어 놓고 박근혜 전 대표가 있는 것이 아니질 않습니까. 당 인기는 바닥에 떨어지는데 박 전 대표의 조직만 여기저기 생겨나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박 전 대표가 성공하려면 일단 한나라당부터 성공해야 합니다. 먼저 당력을 키우고 그 안에서 자기 대선을 생각해야 해요.”
이 대목에서 기자를 안내한 한나라당 울산시당 김영중(金英中) 사무처장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김 처장은 “한나라당 당원들이 요령을 피우지 않고, 항상 낮은 자세로 시민 말에 귀 기울이고, 헌신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서둘러 수습했다.
박 청장은 지지 않았다. 그는 “요즘 유권자들이 정치인의 진정성을 너무나 잘 안다”며 “저 사람이 함께 아파할 사람인지, 겉으로 아픈 척하는지 귀신처럼 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 탓인지 몰라도 과거엔 출발선에도 못 섰던, 구부러지고 모난 사람들이 민심을 얻으려고 손길을 내민다. 중앙에서 높은 자리 하고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식의 오만함은 통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이기려면 진정성밖에 답이 없다. 유권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이중성”이라고 했다.
“유권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二重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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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환 울산시의회 의장. |
울산시의회 박순환(朴順煥) 의장은 울산지역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 불발돼 민심이 어수선합니다. 공약(公約)은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데 공약(空約)이 돼 버려 안타까워요. 처음부터 신공항을 안 한다고 했다면 지역 민심이 이렇게 안 갈렸을 텐데, 실컷 민심을 갈라 놓고 백지화하니 실망하는 목소리가 너무 커요.”
박 의장은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못 지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안 그러면 민심이 떠난다. 떠난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에 대한 이야기가 일부에서 흘러나옵니다. 서민들과 젊은 층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이가 많아요. 긴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파고를 넘을 수 있어요. 과거엔 진보진영 후보들이 한나라당의 상대가 안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근소합니다. 구청장 선거도 몇 천 표 차로 당락이 갈립니다. 기가 막힙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 많다고 하던데요.
“정치가 생물이니까 그때그때 자기 살길 찾아가는 것이지요. 오래가진 못할 겁니다.”
―문재인 기대감은 없나요.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과 함께 그런 심리가 있지만, 울산에서는 문재인씨 얘기가 많이 나오지는 않아요.”
울산시의원이자 한나라당 울산시당 대변인인 윤시철(尹侍喆)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최근 문재인씨 얘기가 자주 나오고 김두관 지사가 당선된 것만 봐도 친노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의 외연이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다들 된다고 했던 김해을 재보선에서 김태호 후보가 이기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보면 유권자들이 더 똑똑하다고 할 수 있어요. 분당을에서는 졌지만, 노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에서 이겼잖아요. 비록 지금은 인기가 떨어졌지만, 한나라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박맹우 시장과 문재인 전 실장은 경남고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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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맹우 울산시장. |
박 시장은 “일에 파묻혀 지내느라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지만 문 실장에 대한 울산지역 평판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해을 재보선에 중재역을 한 것으로 볼 때, 향후 정치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본인 스스로 야권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아직은 그의 영향력이 울산에선 미미하다고나 할까요. 부산처럼 큰 영향은 없다고 봅니다.
박 시장은 한나라당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이유를 떠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안 질 수 없어요. 최근 잘못한 점이나 당내 파열음 등이 들려 안타까워요. 잘해야지요. 진정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향후 전열을 정비해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어렵겠지만 그래야 가능성이 있습니다.”⊙
rhee37
(201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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