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한국총영사관 스캔들 진단

세상에서 제일 느긋한 중국인과 제일 성질 급한 한국인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로 고뇌하는 駐中 한국 외교관들

  • 글 : 박승준 인천大 초빙교수·前 朝鮮日報 베이징특파원  sjpark77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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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중국어를 구사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중국 외교 일선에 배치될 경우, 예상되는 위험이 바로 덩신밍 같은 브로커에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다

⊙ 상하이 스캔들은 스파이 사건으로 보기에는 수준 미달
⊙ 중국의 미인계 수법 ‘先色後利’…타이완 육군소장 뤄셴저, 국가 1급기밀 넘겨준 혐의로 체포
⊙ 《환구시보》, ‘한국인의 보복심리’라고 불쾌감 표시
⊙ 후진타오 주석, 2009년 중국공관장회의에서 ‘공공외교’ 강조
⊙ 정치지도자들부터 프로토콜 맞지 않는 고위층 면담 요구 자제해야
처음에 ‘미모의 중국 여성 스파이 사건’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비밀 누출 사건은 말 그대로 ‘스캔들(scandal·추문·醜聞)’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건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국인과 결혼한 올해 33세의 덩신밍(鄧新明)이라는 미모의 중국여성이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3명의 영사뿐만 아니라 총영사에게도 접근하여 동시에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려고 시도하면서 한국 정부의 기밀을 빼내려 했다는 것이 사건의 골격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애초부터 외국주재 총영사관에서 일하는 우리 영사들의 기본 임무가 비자발급과 교민보호라는 점에서, 영사들이 알고 있을 우리 정부의 국가기밀의 중요도를 따져볼 때 스파이 사건으로 보기에는 수준 미달이었다.
 
  덩신밍이라는 여성이 김정기(金正基) 전 총영사에게 접근해 빼냈다는 우리 정치인들의 명단과 전화번호 리스트란 것도, 그런 정보가 과연 중국 당국이 상하이에 파견된 우리 외교관에게 미모의 여성 스파이를 접근시켜 빼내야 할 성격의 정보인가라는 점에서 수준 미달의 스파이 스토리였다.
 
  상하이 한국총영사관 스캔들은 한창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미모의 여성 스파이 사건이 밝혀져 시끄러울 때 터져나와 처음에는 “중국은 역시 스파이 대국”이라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던지는가 했다. 그러나 타이완 해협을 사이에 둔 스파이 사건은 ‘등장인물’부터가 달랐다.
 
 
  先色後利
 
‘상하이 스캔들’의 주인공 덩신밍(왼쪽)이 김정기 전 총영사와 함께 찍은 사진(상). 덩신밍의 한국인 남편 J씨가 덩씨가 소지한 USB에서 찾아내 공개한 ‘MB 선대위 비상연락망' 사진파일(하).
  타이완해협 스파이 사건의 남자 주역은 뤄셴저(羅賢哲)라는 51세의 타이완 육군 소장이고, 여자 주역은 리페이치(李佩琪)라는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현역 소교(少校·소령)였다. 뤄셴저 소장은 지난 1월 미국이 타이완에 판매한 록히드마틴의 전자방어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리페이치에게 넘겨준 혐의로 체포됐다.
 
  타이완 육군에서 앞날이 촉망되는 유능한 군인으로 평가받던 뤄셴저 소장은 10년 전인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태국 주재 무관으로 방콕에 파견돼 있었고, 그때 호주 여권을 소지한 미모의 30세 중국 대륙 스파이 리페이치의 공작대상이 돼 이른바 ‘선색후리(先色後利)’ 수법에 넘어가 꼼짝없이 타이완군의 중요정보를 리페이치에게 넘겨온 것으로 타이완 당국의 수사 결과 밝혀졌다.
 
  리페이치가 구사한 ‘선색후리’ 수법은 독신(獨身)으로 파견돼 있는 뤄셴저에게 접근해서 먼저 색(色)을 제공하고, 사진을 찍어 위협한 다음, 정기적으로 20만 달러씩 100만 달러가 넘는 거금을 주어 옴짝달싹 못하게 얽어매는 방식이었다.
 
  뤄셴저는 태국 무관 근무를 마치고, 타이완 국방부 국제정보처 부처장을 거쳐 1997년 소장을 달고 국제정보처 처장으로 진급해 타이완의 군사정보를 총괄하는 중책(重責)을 맡고 있었다. 뤄셴저와 리페이치의 관계는 뤄셴저의 미국 은행 차명 계좌에 리페이치가 거액을 입금하는 과정이 밝혀지면서 드러났다.
 
  알고 보니 리페이치는 현재 중국 국가안전부의 현역 소교로, 2000년에 중국 인민해방군 국방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까지 받은 엘리트 공작원이었다. 뤄셴저에 대한 공작 성공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리페이치는 뤄셴저로부터 타이완의 1급비밀인 비상작전 계획까지 빼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건은 타이완에서 50년 만에 최대의 ‘대륙 스파이 사건’으로 타이완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총통 정권의 대륙정책 기반을 흔들어 놓고 있고, 중국 정부는 중국 정부대로 “중국은 여전히 스파이 대국”이라는 비난을 국제사회에서 들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활발한 경제교류와 관광객 교류를 하는 등 부드러운 관계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 타이완 관계가 내면적으로는 여전히 ‘총성과 포연(砲煙)이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보여주었다. 미국 정부는 미국대로 비도덕적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환구시보》, ‘한국인의 보복심리’라고 보도
 
  그런 때에 터진 ‘상하이 한국총영사관 스캔들’이 처음에 스파이 사건으로 알려지자,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자처하는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학자들의 이름을 빌려 불쾌감을 표시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역사연구소 소속 학자 쉬량(許亮)은 이번 사건에 관한 정보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중국 정부가 별로 관여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 측의 관심은 ‘비밀 누출’인 것으로 보이는데, 누출했다는 비밀의 내용이 가치가 별로 높지 않은 것으로,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이 고도의 비밀을 장악하고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략)… 랴오닝(遼寧) 사회과학원 뤼차오(呂超) 연구원은 한국은 ‘간첩사건’이라는 이름을 이용해서 자기네 외교관들의 명예를 보호하고, 중국에 먹칠(抹黑)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작년에 한국군 장교 한 명이 간첩죄로 판결을 받고 최근 본국에 인도된 일이 있는데, 당시에도 너무 뜨겁게 다뤄져 오히려 한국의 체면이 손상당한 일이 있었다. 이번 덩(鄧)모 여인 사건에는 당시 사건에 대한 한국 측의 보복심리가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인 자신들도 잘 모르는 일로 중국에 먹칠을 하려는 행동은 한국에 불리한 행동이며, 한국에 아무런 이익도 없다. 한국은 보다 냉정하게 이번 일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사건이 스파이 사건이 아닌 스캔들이라면 문제를 우리 외교관들의 자질이나 업무 환경의 측면에서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외교관들의 자질에 관한 한 외교통상부 소속 외교관이거나, 다른 정부 부처 파견관이거나 기본 자질이 국내에서 근무하는 정부 부처 공무원의 자질에 비해 특별히 뒤떨어질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해외 파견 근무를 위해 통과해야 하는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중국지역에 근무하는 외교통상부 이외 다른 부처 파견관들도 다른 국가에 근무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소 나은 자질의 공무원들이 파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1988년부터 2009년 초까지 모두 합해 11년간 중국지역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관찰한 바로는, 문제는 중국 특유의 근무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군포로 전용일씨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우선 중국에서 최장수 대사로서 2007년 초까지 6년 넘게 성공적으로 근무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 김하중(金夏中) 전 주중대사(전 통일부 장관)가 최근에 펴낸 회고록 《하나님의 대사》 제2권의 일부를 들춰보자.
 
  “2003년 가을 본부로부터 국회 통외통위(통일외교통상위원회)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니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우리의 국회에 해당)와 접촉해 일정을 추진하라는 지시가 왔다. 그러면서 통외통위가 대외 업무를 다루는 위원회이니 가능한 대로 중국의 외교부장과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공산당의 외교부장 역할)과의 면담을 주선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이기는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장관이었기 때문에 면담을 주선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통외통위 대표단의 중국 방문도 흔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두 사람과의 면담이 이루어지고 모든 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2003년 6월에 북한을 탈출한 전용일(당시 72세)씨 부부는 그해 11월 13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공항에서 다른 사람 명의의 위조 여권을 이용해 비행기를 타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그리고 며칠 후 중국과 북한 접경도시인 투먼(圖們)으로 송환됐다. …본부에서는 이 사건이 한중(韓中) 간 최초의 국군 포로 사건이라 송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빨라야 이듬해 초쯤에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의 고위인사가 내게 전화를 했다. ‘만일 전용일씨 연내 송환이 가능하다면 중국 정부가 우리 국민들에 대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24일에 송환해 주면 더 좋을 텐데, 그게 가능할까요?’ 나는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그가 말했다. ‘지금 김 대사의 말씀을 상부에 보고해도 되겠습니까’…”
 
  “어제 통상교섭본부에서 두 달 후에 열리는 보아오 포럼에 국무총리가 참석할 것이니 포럼사무국에 통보하라는 지시가 왔지요. 그런데 중국 정부에서 아직 원자바오 총리의 참석이 불투명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총리급 이상 인사로서 방중(訪中)이 확정된 곳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총리의 참석을 공식 통보하는 것은 다소 이른 것 같으니 중국 총리의 참석이 확정된 후에 총리 참석을 중국 정부에 공식통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부에 건의하세요. …그날 오후 통상교섭본부로부터 지시가 왔다. ‘…포럼 사무국에 총리의 참석을 공식으로 통보하고 협의 바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열흘 정도 지난 어느 날,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하던 그 총리가 갑자기 사임하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 간부들과 직원들은 물론 나도 속으로 놀랐다. …그가 그만두게 될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중국 관리, “한국은 이 세상에서 초청장 보내기 가장 어려운 나라”
 
  물론 김하중 전 대사의 회고록은 외교기록이 아니라 신앙고백록이다. 하지만 그의 신앙고백록 곳곳에 나타나는 우리 청와대와 총리실, 외교통상부 본부가 주중 대사관과 각 지역 주재 총영사관에 내리는 지시와 중국의 현실이 맞지 않는 틈새에서 ‘가장 성공한 중국 주재 외교관’으로 평가받는 김하중 대사마저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고뇌를 잘 읽을 수 있다.
 
  그가 회고록에 쓴 대로 성공적으로 주중대사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절대자의 힘이라도 빌려야 하지 않나 하는 아이러니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과장이 아닌 것이 현실인 것이다. 우리의 외교관들이 고뇌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필자는 김하중 대사를 비롯한 우리 외교관뿐만 아니라 상사(商社) 주재원들도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은 중국에 파견되어 일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느긋한 사람들과 제일 성질 급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걸 종종 들었다.
 
  11월 중순에 여권법 위반으로 체포돼 북송되려는 국군포로를 불과 한 달 만에, 그것도 중국공산당이나 중국 정부관리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12월 24일에 석방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본국의 주문을 받아든 중국 주재 우리 외교관들의 황당함이란 말 그대로 ‘황당(荒唐)’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중국 정부 관련 부처들의 업무 처리 스피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은 또 중국 외교부 관리들이나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사람들도 빙그레 웃으면서 이야기하곤 했다. “이 세상에서 초청장 보내기 제일 어려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며, 그 이유는 “초청하기 위해 프로필 파일 찾고 있으면 대상이 교체되고, 어떤 경우에는 초청장을 쓰고 있는 동안 교체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나라 외교관이나 주재원이라고 그런 고생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고, 외교 현장의 변화무쌍한 환경이 특별히 우리의 외교관이나 주재원들에게만 해당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베이징 현지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고위층이나 재계 지도층들의 중국에 대한 현지 이해도가 일본은 차치하고라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2005년 12월 4일, 김하중 당시 중국주재 한국대사가 중국 최고의 토크쇼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베이징TV(BTV)의 에 출연, 기타를 치고 있다.
 
  대외연락부장이 ‘섭외부장’ 아니냐?
 
2003년 12월 중국을 통해 귀환한 국군포로 전용일씨(왼쪽)가 2004년 1월 19일 자신이 소속해 있던 중부전선 청성부대 퇴역식에서 사단장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가 이뤄진 지 지금까지 19년밖에 흐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기는 해야겠지만, 대통령이 정상(頂上)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일(中日)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일본을 들러서 방문에 나선다든지, 나중에 실권자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는 실력자가 평양을 먼저 방문하고 그다음으로 서울을 방문하는 경우 달랑 외교부 하급관리 한 명을 공항에 마중 보내 썰렁한 대접을 한다든지, 모 정당 대표가 베이징을 방문해서 장관급의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마련한 만찬 스케줄을 ‘당 대외연락부장은 뭐 하는 사람이냐, 섭외부장 정도 아니냐’면서 측근들에게 취소하라는 지시를 내려 민망한 광경을 연출한다든지, 우리 지도층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데서 빚어진 웃지 못할 희극은 교민사회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중국 식탁에서 금속으로 만든 커다란 숟가락은 공동 음식을 자신의 접시로 옮기는 데 사용하고 조그만 도자기 숟가락만 입에 넣어야 한다는 기초 식탁매너도 모른 채 중국의 국회의장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의장과 오찬을 나눠 중국 외교부 관리들을 황당하게 만든 우리의 국회의장도 있었다.
 
  정계와 재계를 막론하고 중국에 파견된 우리 외교관과 주재원들을 괴롭히는 것은 우리의 고위층 선호병(病)이다. 국가 간의 외교에는 서로 격에 맞추는 프로토콜(protocol)이 있는 것이 국제관례인데도, 한국에서 중국으로 오는 손님들은 한결같이 ‘격상(格上)’을 요구하고, 그 격상이 이뤄지는가의 여부를 해당 외교관이나 파견관, 주재원들의 능력으로 판단한다.
 
  이번에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김정기 전 상하이 주재 총영사와 부처 파견관, 외교통상부 소속 영사들이 덩신밍이란 중국 여성에게 놀아난 사실을 너그럽게 봐줄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만큼은 잘 진단해야 하며, 그에 대한 처방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중국계 ‘개리 록’을 駐中대사로 임명한 미국
 
지난 3월 9일, 오바마 대통령이 신임 주중 미국대사로 개리 록 상무장관(오른쪽)을 임명하고 있다.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최근 임명한 개리 록(Gary Locke) 주중 미 대사가 상무장관과 워싱턴주 지사를 지낸 거물인데다가, 본인이 5세 때까지 영어를 모국어로 배우지 않고, 비록 광둥어(廣東語)이기는 하나 홍콩에서 미 워싱턴주로 이민을 한 부모 아래서 중국어를 배웠으며, 개리 록이라는 영어 이름은 록가파이(駱家輝·표준 중국어로는 뤄자후이)라는 중국어명에서 따온 사람이라는 점을 참고로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록 대사의 부인 모나 리(Mona Lee)는 중국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2000여 년 계속된 왕조시대를 끝내고 중국에 공화국 시대를 연 쑨원(孫文)의 친손녀다. 중국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깊은 미국인이라기보다는 바탕이 중국인인 인물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와 앞으로의 미·중 관계에 대해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록 대사의 전임 주중 미 대사였던 존 헌츠먼(John Huntsman) 역시 20대 후반인 1987년부터 1988년까지 부모를 따라 타이베이에서 산 경험이 있고, 모르몬교 선교사로 타이완에서 표준 중국어를 배워 유창한 수준에 이르렀다. 주중 대사로 부임하기 전 싱가포르 주재 대사를 하면서 중국에 대한 이해를 할 충분한 기회를 가졌던 사람이었다.
 
  국력이나 외교적 위상으로 보아 중국에 밀릴 것이 조금도 없는 강대국 미국 정부가 중국어를 잘 구사하고,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을 골라 중국 주재 대사를 비롯한 외교관으로 발탁하는 점을 우리 정부가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역대 주중대사 가운데 주한 미대사를 지냈던 제임스 릴리 같은 사람은 만주 출생으로, 리제밍(李潔明)이라는 중국어 이름도 갖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중국어를 구사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중국 외교 일선에 배치될 경우, 예상되는 위험이 바로 덩신밍 같은 브로커에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다. 우선 중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할 경우, 우선 상대방이 어떤 종류의 인물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브로커가 자신의 배경인물로 제시하는 중국 고위층이 실제 어떤 인물인지 판단하기도 용이하지 않으며, 브로커와 그의 배경인물과의 관계는 중국 특유의 가족, 인척 관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만, 중국의 가족과 친인척 관계를 우리의 가족과 친인척 관계에 비추어 유추하는 과정에서 흔히 과실(過失)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중국에 대해 제법 이해한다는 사람도 중국사람들이 말하는 ‘펑유(朋友·친구)’라든가, ‘관시(關係)’라는 말을 우리의 ‘친구’나 우리의 ‘관계’로 유추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중국사람들이 말하는 ‘펑유’란 말이나 ‘관시’라는 단어의 외연은 우리와는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랜 기간 동안, 훨씬 깊이 사귀고 교류해야 맺어지는 것이 ‘펑유’이고 ‘관시’이다. 우리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대중(對中) 외교 일선에 배치되는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들이라면 그런 중국어의 뉘앙스 차이쯤은 알고 가야 할 것이다.
 
 
  공공외교라는 개념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중국에 대한 공공외교(公共外交·public diplomacy)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외교는 우리 정부의 경우, 전임 외교통상부 장관 때부터 강조해 오고 있지만 어쩐지 중국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외교’란 상대국 국민과 여론에 한국의 입장을 잘 알리고, 자기네 국민과 여론에 대해서도 상대국과의 관계에 대해 잘 알려 두 나라 국민과 여론이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하는 최근의 외교행동의 흐름이다. 중국도 이런 흐름에 주목해서 지난 2월 16일 출판된 중국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양제츠(楊潔?) 외교부장이 ‘중국 특유의 공공외교의 신국면을 개척하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장문의 글을 발표해서 주목을 받았다.
 
  양 부장의 글에 따르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2009년 7월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강조한 것처럼 공공외교를 우리 외교공작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고, 공공외교의 강화에 총체적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공공외교란 전통적인 외교를 계승해서 발전시킨 것으로, 일국의 정부가 주도해서 국외의 공중에게 본국의 국정과 정책이념을 잘 소개하고, 국내의 공중에게는 본국의 외교방침과 정책 및 관련 조치들을 잘 이해시킴으로써 국내와 상대국의 지지와 민심을 쟁취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공작 보고에서도 이 공공외교를 올해부터 중국 외교의 중요방침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인민대표들에게 보고했다.
 
 
  정치지도자들부터 프로토콜 맞지 않는 고위층 면담 요구 자제해야
 
  우리의 경우 중국에 대한 공공외교 강화에 앞서 우리의 각계 지도자들이나 지도층 인사들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정부가 주도할 필요가 있는 단계라고 말해야 할 듯싶다. 그 이해 프로그램은 최소한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 과정에서 등장한 위정성(兪正聲) 시당(市黨)서기나 한정(韓正) 시장 같은 인물이 어떤 위상의 인물인지에 대한 이해는 차치하고라도, 중국으로 여행 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우선 중국은 우리의 한 지방이 아니라 엄연한 외국이며, 그것도 최근 자존심이 한창 높아가고 있는 경제대국이요, 자존심 강한 주권국가라는 점을 먼저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나 재계 지도자들이 주중 대사관이나, 중국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한국적인 스케줄 잡기 개념으로 업무와 직접 상관이 없고, 프로토콜도 맞지 않는 상대국 고위층 인사 면담이나 관계기관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굳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중국관리들이 지금 한창 G2라는 이름으로 고무되고 있는 와중이므로, 우리의 고위층들이 미국에 갈 경우 주미 한국대사관에 요구하지 않는 일을 주중 한국대사관이나 총영사관에 요구하지 않는 정도면 될 것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말을 한 것일까.
 
  그렇게만 해도 브로커에 의존할 일이 줄어들어,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고, 중국 주재 우리 외교관이나 상사원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느긋한 중국사람들과 제일 성질 급한 한국사람 사이에서 고뇌하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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