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左向左 복지’와 오세훈의 길 : 월간조선

대한민국 교육이 ‘좌향좌(左向左)’ 역류에 휘말리고 있다. 이른바 식판논쟁, 즉 무상급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기도 교육감의 무상급식 공약으로 촉발돼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탄생했다. 2010년 12월 현재 서울ㆍ경기ㆍ부산ㆍ대구ㆍ대전ㆍ강원도 등 호남지역을 제외한 시도에서 무상급식을 두고 지방정부와 의회 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교육복지의 아이콘이 되었다.

2010년 12월 1일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키자,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은 “복지의 탈을 앞세운 망국적 포퓰리즘을 거부한다”며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덩달아 부시장과 시 고위간부조차 시의회 출석을 안 하고 있다. 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의원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오 시장은 나아가 “무상급식 조례가 철회되지 않는 한 서울시의회와 시정협의는 없다”고 단언했다. 시장 측근들은 “서울시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던질 각오까지 한다”고 귀띔한다.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도지사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완구(李完九) 전 충남지사가 오버랩된다. 여의도 주변에서는 오 시장이 물러날 경우를 상정하고 대선(大選)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오 시장의 ‘파업’은 그가 잠재적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무상급식을 거부할수록 보수진영에서 입지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스마트한 귀족 이미지에서 투사형으로 바꿀 찬스일지도 모른다. 역(逆)으로,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기회이자 위기다.

흥미로운 점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에 아무런 화답을 보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측근의 말을 빌리자면 “바싹 엎드려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 서울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누구도 오 시장에게 공개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오 시장 측근의 말이다.

“몇몇 국회의원은 지역구에 가서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화력(火力)이 흩어질 수밖에요. 또 무상급식 반대에 대한 이론무장도 안돼 있어요. 그러다가 다음 대선 때 저쪽(야당)에서 또 다른 포퓰리즘 공약을 꺼내들면 쉽게 깨질 게 뻔합니다. 두려워요.”

오 시장의 배후는 누구?

경기도 교육감의 무상급식 공약으로 촉발돼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었다. 무상급식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교육복지의 아이콘이 되었다.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인 오 시장 행보를 누가 ‘코칭’하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이런 행보가 청와대와의 교감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산플라자(서울시청 임시청사) 주변에서는 이재오(李在五) 특임장관과 박영준(朴永俊) 지경부 차관이 오 시장을 만나 ‘진로’를 협의했다는 설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청와대 배후 내지 교감설이 힘을 얻고 있다.

여의도 정가의 분위기를 살펴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은 6·2 지방선거 이후 중도(中道) 어쩌고 하는 스탠스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 2010년 9월 15일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당 노선을 기존의 중도개혁 주의에서 진보적 방향으로 전격 수정했다. 민주당이 강령에서 ‘중도개혁’이라는 용어를 삭제한 것은 지난 1995년 전신(前身)인 새국민정치회의 창당 당시 중도개혁 노선을 결정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념정당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진보’라는 단어를 명기하지 않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민주당’으로 결정했다.

현재 민주당 외곽에서 ‘무상의료’를 대선 상품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상의료는 국민 1인당 건강보험료를 평균 1만원 정도 더 내면, 모든 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을 100% 적용한다는 정책이다. 2008년 현재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보장률은 62.2% 수준이다.

무상의료는 이미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에서 ‘건강보험 하나로’란 이름으로 열심히 군불을 때는 사안이다. 무상공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상보육, 무상교복, 무상통학, 무상교재비(학용품) 등 유권자들을 현혹할 ‘좌향좌 카드’는 부지기수다. 마치 북한의 배급제도와 같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무상 복지공약은 엄청난 힘을 얻을 게 뻔하다.

경기도發 무상급식 논쟁과 중도의 ‘左클릭’ 현상

2010년 12월 1일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키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무상급식 시행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한나라당조차 보수에서 중도로 열심히 ‘좌(左)클릭’에 나서고 있다. 최근 부자 감세 철회 주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당장 보수진영의 반발로 칼을 접었지만 언제든지 ‘좌향좌 복지논쟁’에 한나라당이 뛰어들 공산이 크다.(원희룡 의원은 2010년 서울시장 경선에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홍준표 의원은 부자증세를 통한 약자보호를 주장한다.)

무상급식 논쟁이 확산되자 사회복지학자나 복지운동가들조차 어리둥절해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복지는 오랫동안 ‘주변부 의제’였기 때문이다. 늘 중심은 ‘분배’보다는 ‘성장’이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李明博) 대통령을 당선시킨 의제는 ‘(경제)성장’이었다. 진보진영에서조차 ‘성장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성장’을 얘기하는 이는 드물다. ‘747 공약’(7%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위 경제를 이룩하자)은 폐기된 지 오래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역시 복지문제를 화두로 끄집어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요즘 들어 공동체, 행복, 복지, 복지국가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을 이야기하던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복지를 강조하려면 증세와 정부의 역할 증대가 불가피하다. 감세를 앞에 내세우는 줄푸세와 상충한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인 친박계 이혜훈(李惠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2007년 감세공약이 ‘복지 확충’과 상충한다는 지적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전 대표의 감세는 중산층과 중소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감세로, 액수로 보면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많이 감세되는 현 정부 감세와는 180도 다릅니다. 경제가 좋을 때 내용을 잘 짜서 하는 감세는 세원이 더 늘어나 정부의 세수가 결론적으로 더 늘어나게 되죠. 박 전 대표가 얘기하는 감세는 이런 것이기에 오히려 복지를 할 수 있는 재정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복지가 변방에서 중심의제로 등장하게 되었을까.

불씨는 무상급식이었다. 경기도발(發) 무상급식 논쟁이 6·2 지방선거와 7·28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복지공약 경쟁의 불꽃을 피웠다. 무상급식은 진보·개혁 진영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강력한 담론이 되었고, 붕괴된 중산층의 지지를 단번에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경제성장으로 세입은 빠듯한데 어떻게 세출 예산을 확보할 것인지는 나중 문제다. 아랫돌 빼어 윗돌 괴는 식이지만, 선거에서 민심을 유인하는 공약치고 ‘공짜(무상)복지’만 한 게 없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진보=분배(복지), 보수=성장’이란 등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미약해졌다.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에 필요한 ‘5 : 3 : 2’의 공식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을 “복지의 탈을 앞세운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규정한다. 2010년 12월 6일 오 시장이 서울시 중구 신당초등학교를 찾아 무상급식의 문제점에 대해 학부모와 대화하고 있다.

사실, 무상급식은 ‘반드시’ 좋은 것이다. 나라에서 영양가 풍부한 공짜 밥을 학생들에게 먹인다는 데 마다할 학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가용재원이다. 재원(財源)이 없기에 무상급식이 현실화되기 어렵다.

물론 가용재원이 얼마고 어디까지냐는, 재원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의지와 선택의 문제라는 얘기다. 관성적인 눈으로 재원을 들여다보면,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펴기 어렵다.

곽노현(郭魯炫)의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도 무상급식 예산에 1162억원을 계상했다. 이 돈은 초등학교 1~3학년이 무상급식 받을 수 있는 액수다. 6ㆍ2 지방선거에서의 곽 교육감 공약은 초ㆍ중학생들의 무상급식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가용재원 탓에 초등 3개 학년만 우선 시행해 보겠다며 2011년도 예산안을 짰다.

그러자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화답했다. 2010년 12월 1일 초등학생 전부, 또한 2012년부터는 중학생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처리한 것이다.

조례안에 따르면 2011년도에 초등학교 4~6학년이 무상급식 받을 수 있는 재원을 서울시가 697억원가량 부담하고 나머지 465억원은 25개 구청에서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비율로 보면 5(교육청) 대 3(서울시) 대 2(25개 구청)다.

서울시 예산에다 구청 예산까지 당겨쓰겠다는 것이다. 공짜 밥 먹이는데 시와 구청예산까지 써야 할 판이다. 만약 서울시가 끝까지 거부할 경우 구청예산만으로 초등 4개 학년의 무상급식 계획도 잡고 있다.

오 시장이 거부하자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시장이 쩨쩨하게 700억원(697억원을 올림 한 액수) 가지고 무상급식을 발목 잡는다”고 비난한다. 700억원은 서울시 전체예산(6조6000억원)의 0.3% 정도다. 700억원이란 거액이 왜 쩨쩨한 취급을 받는지 알 수 없다.

민주당 소속 윤명화(尹明花) 시의원은 “오 시장이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운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다 한 해 약 540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예산을 퍼부은 결과, 서울시 살림이 흔들리고 있다”며 “자신의 공약에 충실한 예산은 막 써도 되지만 아이들에게 쓰는 700억원은 아깝다고 생각하는 오 시장이야말로 포퓰리즘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불렀다면 ‘한강 르네상스’는 ‘개발 포퓰리즘’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서울시가 시교육청에 막대한 지방재정교부금을 지원하는 현실을 물타기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는 “서울시가 시교육청에 전출해 주는 금액이 2조400억원 정도로 시교육청 예산의 38% 수준”이라며 “서울시는 교육청 및 열악한 학교의 재정형편을 돕기 위해 민선 4기(2006~2010)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육지원 조례까지 만들어 총 3400억원을 투자했고 민선 5기에도 총 1조원의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핵심측근의 말이다.

“이렇게 전출해 주는 예산이 많음에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분담액을 700억원을 추가 부담시키려고, 서울시 전체예산의 0.3%밖에 안된다는, 비율의 착시현상을 악용하여 시민을 호도하고 있어요. 게다가 토목 등 기간시설비 예산을 줄여 ‘부자급식’에 쓰자는 주장도 말이 안됩니다. 기간시설비로 부자들까지 공짜 밥 먹이자는 것은 다리 놓을 돈으로 동네 잔치하자는 것과 같아요. 토목 등 기간시설 사업비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투자입니다. 교육문제에 해당하는 급식은 교육영역에서 논의돼야지,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다른 사업과 연계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만약 선심성 정책으로 시민 혈세를 써버리면 결국 지방재정 파탄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께 돌아갑니다.”

곽노현式 무상급식의 정체

시교육청의 2011년도 무상급식 예산 1162억원은 어떻게 해서 나왔을까.

시의회와 교육청의 설명을 들어보면, 서울시내 모든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의 1인당 급식비를 2457원으로 계산할 때 나오는 수치라고 한다. 문제는 2457원의 급식비로 서울시내 모든 초등학교에서 동일한 질의 급식이 가능할까.

<월간조선>이 입수한 ‘학부모 부담 급식비 구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평균 한 끼 단가가 2400원인 서울시내 9개 초등학교의 급식비를 조사한 결과, 식품비 단가가 저마다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표 1〉

서울 중대부속초등학교의 경우 식품비가 1660원인 반면 우암초등학교는 2020원이었다. 또 잠신초등은 1740원, 용산초등은 2000원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바로 관리비와 인건비 때문이다. 현재 학부모가 부담하는 급식비는 식품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급식실에 필요한 세제나 청소비품 등에 소요되는 관리비에도 사용되고, 급식을 돕는 인건비에도 사용된다.

한나라당 김정재(金汀才) 시의원은 “중대초등처럼 인건비를 340원이나 부담하는 학교가 있지만, 용산초나 우암초처럼 한 푼 안 내는 학교도 있다”며 “인건비에 돈이 많이 들면 결국 식품비를 줄여야 하고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식사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시교육청은 학생 300명당 조리 종사원 1명의 인건비를 지불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 수가 1200명 이하인 학교는 4명까지 인건비를 지원하지만, 나머지 추가 인건비는 학부모 급식비에서 충당된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2명에서 4명까지 조리 종사원을 추가로 채용하고 있다. 인건비는 모두 급식비에서 충당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배식 도우미의 인건비도 포함된다. 현재 서울시내 초등학교 중 학생식당이 없어 교실에서 밥을 먹는 학교가 458개교다. 서울시내 전체 초등학교의 78%다. 교실에서 배식하는 경우, 식사를 운반하고 밥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일손이 추가로 필요하다. 과거에는 학부모가 배식봉사를 했지만, 불만이 터져 나오자 교육청이 강제동원을 금지했다.

김 의원은 “학교 일선에서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학부모 배식 도우미를 이용하고 있고, 불만을 줄이기 위해 교통비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며 “1일 단가로 따질 때 1만4500원(5800원x2.5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만약 한 학교에서 배식 도우미를 10명가량 쓴다고 가정할 때 인건비 액수는 더욱 늘어나게 돼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급식비 차이가 100원 정도라고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예를 들어 학생 수가 1000명인 학교가 월평균 20일가량 급식할 경우 100원가량의 급식비 차이는 200만원 정도로 벌어진다. 200만원이면 육우 대신 한우를 먹일 수 있고, 나라미 대신 일반미를 먹일 수 있다. 또 식후 간식으로 과일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식자재업체 ㈜뜰의 대표이사인 엄경식(嚴慶植) 한국급식협회 사무총장은 “100원 단가 차이는 엄청난 차이다. 질이 낮은 돈가스 1판 단가가 100원”이라며 “인건비가 학교마다 다른데 급식비를 동일하게 책정하면 급식의 질이 떨어질 게 뻔하다. 학생들이 점점 급식을 싫어하게 되고 학부모의 불신도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곽노현의 시교육청은 이런 학교별 급식비 차이를 전혀 간과한 채 무상급식 예산을 짠 것이다. 교육현장을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이후 정치권의 ‘무상’공약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무상보육, 무상교복, 무상통학, 무상교재비(학용품) 등 유권자들을 현혹할 ‘좌향좌 카드’는 부지기수다. 사진은 한 진보성향의 단체가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도입을 촉구하는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모습.

서울시교육청, 학교급별 급식비 차이 몰라

민주당 시의원과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초등학교 1인당 급식단가는 2457원이다. 학교식당이 없는 경우 인건비 때문에 질 낮은 급식을 먹게 될 우려가 높다.

서울시교육청의 2011년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무상급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환경 개선 예산을 무더기로 반 토막 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학교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 공무원들도 쉬쉬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시교육청의 ‘2010년도 대비 2011년도 예산 증감 세부내역’에 따르면, 100% 삭감이 8개 항목에 이른다. △계약제 교직원 급여(-1025억원) △과학실험실 현대화(-19억5000만원) △교육위원회 기본경비(-2억5000만원) △교육위원회 의정활동 지원(-6억7000만원) △서울교육포털시스템 운영(-4억2000만원) △선거관리(-241억원) △체육시설관리(-13억4000만원) △학교보건시설 개선 및 확충(-24억6000만원) 등이다.

선거관리비나 서울시 교육위원회 지원경비 등의 예산은 그렇다 쳐도, 과학실험실 현대화 사업비나 학교보건시설 개선사업비 등의 완전삭감은 향후 교육계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2010년 대비 50% 이상 예산을 깎은 항목을 조사해 보니 무려 25개 항목에 이른다. 대표적 삭감예산을 들여다보자. △교육과정운영지원(-98억9000만원ㆍ97.2% 삭감) △직업교육진흥(-217억원ㆍ91.8% 삭감) △학교컴퓨터 보급(-62억7000만원ㆍ85.1% 삭감) △과학교사전문성 신장(-6억8000만원ㆍ71.5% 삭감) △평생교육기관 시설 지원(-10억원ㆍ58.8% 삭감) △교단선진화 기기 보급(-13억7000만원ㆍ50.9% 삭감) 등이다.

서울시 김철현(金哲鉉) 홍보기획관의 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도 학교 노후시설 보수·교체 등 꼭 필요한 시설사업비를 2010년보다 1849억8000만원(27.1%)이나 삭감하고 이를 부자급식에 쓰려 해요. 부자급식으로 전액 삭감되는 교육환경 예산 중 대표적인 경우가 영어전용교실 지원예산 ‘0’원, 과학실 현대화 지원예산 ‘0’원, 학교보건시설 개선 및 확충 ‘0’원 등입니다. 부자급식 때문에 시급한 교육사업, 즉 학교안전 강화, 노후시설 환경개선, 사교육을 경감시키기 위한 사업 등까지 삭감되면 아이들의 미래도 사라집니다.”

낡은 교실 고칠 돈으로 무상급식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반대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 한편으로 2011년도 서울시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도 일찌감치 대비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 전문위원도 이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이성용 수석전문위원은 ‘2011년도 서울시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학교 신·증축, 학교 기타 시설 증축, 교육환경 개선 등을 위한 2011년도 시설사업비 예산은 4985억9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849억8000만원이 감액된 수준임.

그동안 교육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자하여 많은 환경개선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육환경이 미흡한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있으므로 이러한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서 유관기관과의 협의 등을 통한 별도의 재원확보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할 것임.> <표 2, 3>

한나라당 김정재 시의원은 “학교의 교육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며 급식환경 역시 안 좋기는 매한가지”라며 “어둡고 습한 지하에 설치된 급식실이 많다. 지하에 조리실이 있는 초등학교가 24개교, 지하식당은 13개교나 되는데 계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계속된 지적이다.

“학교의 급식상황을 평준화시키고 적정수의 조리인력 배치와 인건비 전액지원 등이 선행돼야 모든 초등학생이 같은 가격으로 같은 수준의 식사가 가능합니다.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공짜를 할 수 없는 이유는 한정된 재원 때문입니다. 무상급식은 물론 무상교통비, 무상교재비 등 모든 교육관련 비용에 무상을 붙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반대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곽 교육감이 짠 2011년도 예산안을 무조건 지지할까. 결론부터 말해 ‘아니올시다’다. 교육감은 예산안 수립과정에 서울시는 물론 민주당 소속 시의원과도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듯하다.

2010년 12월 8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회의실. ‘2011년도 서울시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ㆍ세출 예산안’ 심사가 진행됐다. 곽 교육감 대신 이성희(李成熙) 부교육감과 이대열(李大悅) 기획관리실장 등 시교육청 간부들이 총출동, 교육위원들의 질의에 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무상급식 당사자인 곽 교육감은 지방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의회 김상현(金相鉉) 교육위원장(민주당)은 교육감의 부재를 이렇게 질타했다.

“아무리 지방에 일정이 있다고 하나, 비상시국인데도 교육감은 예산안 심의에 관심조차 없다. 교육감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시교육위는 토요일, 일요일까지 예산심의 일정을 잡아놓았는데 교육감은 한마디도 관심표명을 안 한다. 예산을 주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그렇다고 교육위는 ‘위장’으로 예산 심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철저한 예산심사는 시의회의 권리이자 의무다. 이 점 교육감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루비콘 강을 건너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그는 2011년도 무상급식 예산에 1162억원을 편성했다. 낡은 교실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무상급식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 시장은 물론 곽 교육감에 대해서도 민주당 시의원들은 불만을 터뜨리는 형국이다.

오세훈 시장의 시의회 출석거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상급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시정질문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의회의 존재 이유를 무시하는 처사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전망이지만, 오 시장은 ‘루비콘 강을 건너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자치단체장에게 무상급식 예산을 강제하는 것은 상위법에도 어긋나고, 재의(再議) 요구 및 대법원 제소가 반복되는 악순환만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소송까지 하더라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오 시장은 2011년도 서울시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도 일찌감치 대비하고 있다. 2010년 11월 30일 서울시는 행정안전부에다 ‘준예산 운영관련 유권해석’ 공문을 정식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에는 ‘지방의회가 집행부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을 증액할 경우, 재의요구, 재의결, 대법원 제소 과정에서의 효력발생 여부’ 등의 해석을 요청하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민주당협의회 오승록 대변인은 “준예산제도는 지난 1960년 3차 개헌 당시 도입된 제도지만 헌정 사상 단 한 차례도 집행된 적 없다”며 “행정부나 의회에서는 사실상 ‘금칙어’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이번 결정이 정치적 손익 계산에서 밑지는 일이라며 만류하는 분들도 있지만, 지금의 현실에 타협할 수 없으며 전면에 나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 그게 30년 뒤, 50년 뒤, 100년 뒤의 서울과 대한민국,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떳떳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가용할 카드는 다 써보겠다는 것이 오 시장의 생각인 셈이다.

민주당은 오 시장의 ‘파업’이 다분히 계산된 대선 준비의 일환으로 의심한다. 민주당 김미경(金美京) 시의원은 “오 시장이 시의회에 출석을 거부한 것이 대선캠프의 집권계획에 따른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있는지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용석(金容錫) 시의원은 오 시장이 매머드급 대선캠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경기도가 서울시보다 인구 100만명이 더 많은데도 경기도지사 보좌조직은 78명인 데 비해 서울시장 보좌조직은 비서실, 대변인실, 시민소통기획관, 정무조정실, 시민소통특보, 시민불편개선단장 등 최소 217명 이상”이라며 “경기도지사 보좌조직보다 무려 3배나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정무조정실장(강철원), 시민소통특보(황정일), 시민불편개선단장(김태완) 등 오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데리고 있던 보좌관들을 고위직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그 결과, 5급 이상 승진요인이 줄어 공무원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서울시 중견 공무원의 말이다.

“5급 사무관의 승진기회가 박탈되고 있어요. 자기 사람을 주요 보직에 앉혀 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감사조직에 정무직을 배치해 행정조직의 중립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용석 의원은 지난 12월 8일 시의회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오 시장이 조례도, 규칙도 없는 유령조직을 만들고 있다. 법적 보좌기구가 12개지만, 22개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표 4>

무상급식 반대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오 시장의 향후 행보를 두고 친박 진영에서는 벌써 여러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핵심은 오 시장이 시장 자리를 던지느냐다.

일부 측근들과 국회 쪽에서는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받아들인다 해도 자신에게 돌아올 실익이 거의 없다고 분석한다. 무상급식의 공(功)은 민주당과 곽노현 교육감이 챙길 뿐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무상급식이 단행될 경우,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급식 질을 두고 불만이 터져 나올 게 뻔하다. 또 ‘망국적 포퓰리즘’ 칼을 접고 시의회에 굴복해야 한다는 점도 오 시장으로선 딜레마다. 서울시 정무라인 관계자의 말이다.

“생각해 보세요. 민주당이 점령한 서울시의회에서 오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겠습니까. 민선 4~5기 때 땀 흘려 한 일이 전혀 조명을 못 받고 사사건건 발목 잡힌다면 향후 입지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시민이 ‘창의시정’이나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120 다산콜’ 같은 오 시장의 과업들을 기억하겠습니까.”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다. 대선후보 경선과 함께 당권경쟁도 벌어질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할 수 있는 인물은 오 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대선 흥행을 위해 오 시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오 시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도 쉽지 않다. 풍찬노숙이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오 시장의 이미지가 와락 무너질 수도 있다. 박 전 대표와 경쟁할 만한 중량감을 아직 못 갖췄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를 또 치르게 하였다는 원성도 살 수 있다.

또 한 가지, 향후 대선의 화두가 ‘좌편향 복지’가 될 경우 오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가 어떤 파급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서구 유럽에서는 정당마다 복지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한다. 더 많은 혜택을 주겠노라며 ‘복지정치’를 한다. 사회주의 성격을 많이 띠고 있다. 최근 무상급식을 두고 빚어진 일련의 갈등과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교복 등 다양한 복지공약 경쟁은 향후 대선에서 ‘복지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치시선의 좌향좌

당선자 시절인 2010년 6월 21일 곽노현 시교육감이 서울 세곡동 대왕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과 학교급식에 관해 면담을 한 후 학생들과 급식을 먹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벌써 터져 나온 ‘무상’ 공약들은 여야의 정치지형을 왼쪽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정치 시선의 좌향좌가 그것이다. 2010년 10월 3일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보편적 복지, 조국의 평화통일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당헌 2조를 새로 채택했다.

이와 관련, 정동영(鄭東泳) 민주당 최고위원은 “‘보편적 복지’를 당헌에 명시하는 것은 단순한 문안 개정을 뛰어넘어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며 “이것은 6ㆍ2 지방선거를 통해 무상급식 정책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 국민의 명령을 겸허히 받아들인 결과”라고 밝혔다.

보편적 복지는 복지정치의 핵심요소다. 저소득층 위주로 복지확대를 꾀하는 ‘잔여적 복지’와 달리, 사회적 약자는 물론 중산층 이상까지 포괄해 주거ㆍ의료ㆍ교육 등 기본적인 사회권을 국가가 보장하는 형태를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세보다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부유세를 도입하고 부자감세 철회 주장이 다시 터져 나올 수 있다.

보수표로 당선된 한나라당의 좌표이동도 주목된다. 안상수(安商守) 한나라당 대표는 2010년 11월 19일 창당 13주년 기념사를 통해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보수 이념을 근간으로 경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써왔다”며 “개혁적 중도 보수 정당으로 정책 스펙트럼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에다 ‘개혁’과 ‘중도’의 이름을 붙여 확실한 ‘좌향좌’를 하겠다는 의미다.

진보와 보수가 복지국가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의외로 머지않아 짜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 시선의 좌향좌가 곧바로 복지국가 운동의 동력으로 작용할 경우 오 시장은 ‘복지프레임’에서 밀려날 수 있다. 무상급식 반대 전력 때문이다. 전반적인 ‘좌향좌 복지’ 분위기에다 한나라당마저 ‘좌향좌 공약’을 외친다. 이 마당에 홀로 ‘우향우’를 외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무상 복지가 내포하고 있는 이념, 재원의 문제를 속속들이 알고 나서도 과연 계속해서 무상을 주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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