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화청사 짓는 단체장은 과욕 부리는 것”
⊙ 일부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등 명실상부한 分權化해야
⊙ 중앙정부 눈치보다 주민 눈치 보게 한다면 지방자치는 성공
⊙ 일부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등 명실상부한 分權化해야
⊙ 중앙정부 눈치보다 주민 눈치 보게 한다면 지방자치는 성공
내가 사는 시(市)와 도(道), 우리 동네 군수(郡守)·구청장(區廳長)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기 시작한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치러진 선거로 명예롭게 3선을 달성하고 퇴임한 도지사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시장도 있었던 반면 많은 군수, 구청장, 시장은 비리로 구속돼 감옥살이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일부 단체장은 소환투표까지 겪었다.
2010년 6월 2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 1일이 되면 민선 5기 시대를 열어젖히게 된다. 2010년 6월 말 퇴임이 예정된 전국의 주요 광역·기초단체장들로부터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 봤다.
딸 중매 부탁받은 노재동 은평구청장
단체장들이 생각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자리는 어떤 자리일까? ‘봉사를 해야 하는 사람’, ‘기업 CEO보다 전문적이어야 하는 사람’, ‘행정가이면서 정치가’ 등 다양한 대답을 내놨다. 3선을 달성하고 퇴임하는 노재동(盧載東) 은평구청장과 김우중(金禹仲) 동작구청장은 봉사를 강조했다.
기자가 노 구청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약속시각에 맞춰 서울 은평구청장실을 방문했지만 조금 기다려야 했다. 거동도 불편한, 은평구에 거주하는 한 백발의 할머니가 구청장실을 갑자기 찾았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기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곧바로 구청장실로 들어갔다. 할머니의 방문 이유는 중학교 수학선생님을 하는 30대 후반 딸의 중매를 서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약 8분 정도 면담이 끝나자 할머니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구청장실을 떠났다.
노 구청장은 “보셨죠. 저런 할머니들 말씀도 다 들어줘야 합니다. 구청장을 정치적인 명예로 생각하는 건 잘못된 거고 자기 지역 사정을 잘 알면서 주민들이 생활하는 데 보다 편리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자리죠.”
김 구청장도 “선공후사(先公後私)하는 자리입니다. 이 마음을 가지고 구민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공통으로 내세웠던 공약 중 하나가 바로 구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입니다”라고 말했다.
지자체 선거가 시작되고 나서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12년 동안 광역자치단체장을 역임하고 퇴임하는 김진선(金振先先) 강원지사는 “고상하게 이야기하면 경영자이지만 살림꾼이죠. 한 가정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좀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정치가, 행정가로서의 성격을 둘 다 가지고 있지만 행정가로서의 지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수영(金守英) 경남 사천시장은 “기업 CEO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말했다. 박광태(朴光泰) 광주광역시장은 “지역 내 고용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고, 경영혁신을 통한 지역개발에 힘써야 하는 자리”라며 “분쟁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조정자 역할과 중요한 자치사무의 수행을 위한 관리자와 집행자 역할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현돌(崔鉉乭) 부산 기장군수는 “관선(官選)시절에는 고시에 합격해야만 군수가 될 수 있었고 그때의 단체장은 출세와 성공, 명예 등을 상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책임과 의무가 매우 무거운 집안의 가장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절대로 무리수를 둬선 안돼”
단체장들은 문제 핵심을 빨리 파악하고, 책임의식을 지니는 자질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특히 책임을 중시했다.
“단체장은 일반 정치와는 다르죠. 집행까지 하고 결과물이 나온다는 데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책임의식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지방정부를 다루는 것은 종합경영을 하는 거죠. 나라를 경영하는 것과는 거의 같습니다.”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과욕을 부리지 말고 문제 핵심을 잘 짚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장이 어울리지 않는 타깃을 두고 집요하게 하다 보면 과욕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자치단체에서 ‘100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 지방행정 기관도 들어가게 하겠다’면서 선전하는데 이런 건 과욕입니다. 또 어떤 문제의 핵심을 분야별로 잘 파악해야 합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됩니다. 행정은 결국 보수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어요. 진취적인 게 좋지만, 행정에서는 하나의 실수로 인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또 구청장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450가지가 넘는데 이 업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나무뿐만 아니라 숲을 볼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죠.”
최현돌 기장군수는 행정을 집행할 때만을 본다면 결단력과 추진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변 의견을 많이 듣고 검토해서 결론을 도출하지만, 한 번 결정된 것은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일관되게 추진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일부 주민의 반대로 갈등도 있었습니다.”
단체장들이 빠지기 쉽다는 유혹은 어떤 것일까. 상당수는 다음 선거와 인기를 위해 ‘표’를 의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 표나 주민들을 의식하다 보면 잘못 끌고 갈 수 있는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장은 살림꾼이지만 표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선출직이잖아요. 단체장의 결단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합의의 문제로 끌고 갈 수도 있는 거죠. 자기 판단에 의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도 주민들의 눈치를 보다가 질질 끄는 행태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행태죠. 제게도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3년 전에 강원도 예술인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가 도립미술관 건립이었습니다. 제 공약이기도 해서 추진했습니다. 용역을 통해 최우수 지역을 선정하려고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미술관 건립지역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이게 변질이 돼 4개 지역 일반 주민들까지 나서서 유치전이 벌어져 버렸습니다.
꼭 필요하다고 했으면 가장 적합한 곳을 선택했어야 하는 건데 그거 하나 추진하다 보니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민 갈등만 생기고 저는 저대로 욕먹고 이러다 보니까 그냥 유보해 버린 적이 있습니다.”
최현돌 기장군수는 표를 의식하다 보면 특정 단체가 표와 행정을 거래하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지역마다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일부 단체가 이를 악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네 조직원들의 표와 행정을 거래하려는 것입니다. 표를 미끼로 금품제공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수영 사천시장도 인기영합주의라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단체장은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면 현재 주민들이 반대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표를 의식하다 보면 사업의 시급성이나 중요성을 간과하고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중, “비리 없애려 민원인과 공무원 모아 토론”
지방선거를 1년 앞둔 2009년 중순 이후부터 전국에 있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비리에 휘말려 구속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주민들은 단체장 선거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단체장들은 모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저마다 해법을 내놓았다.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본인이 돈 욕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족관리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집사람에게 그랬어요. 예를 들면 구청장 부인이랍시고 국장단 부인 모아서 다달이 계모임을 한다든지, 그러다 보면 큰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그런 성격의 모임은 일절 생각지 말라고요. 누가 아내에게 누구 승진 좀 시켜 달라고 말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그런 인사청탁 일절 얘기하지 말라고 했죠.
저는 스스로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은평뉴타운에 많은 건설업체가 들어와 있는데 토목, 조경공사 업자들이 구청장한테 청탁하고 싶어 할 테니 구청장으로선 엄청난 유혹이죠. 그런 곳에 접근하면 안 됩니다.”
재임 중 직원 승진이나 건설업자로부터 로비 등 쉽게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의 금품제공 등을 제안받기도 했다는 최현돌 기장군수는 내부행정을 간부들과 부단체장에게 일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장은 책임과 의무가 특별히 무거운 자리죠. 그렇기 때문에 군정을 분명히 구분하여 내부행정은 간부들과 부단체장에게 일임해야 합니다.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단체장들의 대부분이 건설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직원들의 승진을 미끼로 돈을 받은 경우잖아요. 단체장은 정책결정이나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전략적인 사업추진과 예산 확보, 정부나 국회 등을 상대로 로비해야 할 경우 등과 같이 외적인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자치단체장의 권한은 과거 관선시대와는 달리 예산편성, 인·허가, 인사 등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청탁이나 이권사업 등에 개입하지 말아야 하고, 특히 인사상 특혜 또는 불이익 방지를 위하여 공무원들의 능력과 실적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준과 인사원칙을 갖추고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비리 등을 척결하기 위해 민원인을 비롯해 모든 당사자를 한데 모아 토론을 했고, 담당 실무 공무원까지 한자리에 모여 일을 추진했다”며 “행정을 하면서 편법을 쓰면 안 되며 편법으로 행정을 하면 그 다음에 더 큰 편법을 써야 하고, 이런 편법행정은 결국 언젠가는 들통이 나게 된다”고 말했다.
최현돌, “단체장이 행정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 알아야”
단체장들의 성공조건에는 어떤 게 있을까? 다양한 답변을 내놨다. 최현돌 기장군수의 말이다.
“우선 단체장은 행정 관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행정 전문가는 간부들과 부단체장입니다. 정책결정이나 행정의 큰 방향을 제시하거나 결정할 때를 제외하면 내부행정은 이들을 믿고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결정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모든 사업에는 반드시 이해관계가 갈리기 마련인데 사업마다 흔들린다면 자치단체가 바로 설 수 없게 됩니다.
이와 함께 말하기보다는 듣기의 달인이 돼야 합니다. 한 사람의 의견이 아무리 훌륭해도 열 사람의 지혜를 이길 수 없잖아요. 충분히 듣고 결정하고 추진하되 주저하거나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브랜드를 창조하고 투자 유치를 위해 네트워크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화 시대에는 자치단체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여 세계 속에 뻗어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네트워크로 무장할 필요도 있습니다. 자치단체장은 정부, 기업 등을 상대로 예산을 따내고 투자를 유치하는 세일즈맨입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국내는 물론 세계로 넓혀야 합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과감히 변화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과거에 해 왔던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설령 반대에 부딪힌다고 하더라도 실행에 옮겨 보는 실천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대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로 이를 준비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데 지방자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봅니다. 단체장의 변화 마인드를 직원들에게 신속히 심어 주고 교육하는 것이 뒤따라야지요.”
박광태, “4선 여부는 주민들에게 선택권 줘야”
국회의원과는 달리 자치단체장들은 세 번 연달아 당선되면 네 번째에는 같은 곳에서 나설 수 없다. 4선 제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과 4선 제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의견이 엇갈렸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지방자치에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하기 위해 임기 제한을 두면 안 된다고 밝혔다.
“네 번 연임 제한 규정보다는 그에 대한 결정 권한을 지역주민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 잘하고 그동안 역량을 보인 단체장들이 지방자치단체를 이끌어 오면서 터득한 노하우와 행정 경험을 살려 더욱더 열심히 지역발전을 위하여 봉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4선 연임 제한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자치단체장들을 자신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는 못 있게 하거나 국회의원이나 각 정당의 당협위원장들이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권리를 놓지 않기 위해 이 규정을 지키려고 하는 거죠. 일본이나 독일 등은 이런 제한이 없습니다.”
김수영 사천시장은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은 선출직임에도 연임 제한이 없는 반면 자치단체장에게만 연임에 제한을 두는 규정은 명분이 없다고 보며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지역발전을 이루는 큰 비전사업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이상 걸리는 사업들이 있는데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연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진선 강원지사는 다른 견해를 내놨다. 법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잘못일 수 있지만 4선 제한이 현실적으로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법으로 4선 제한을 강제화시킨 것은 잘못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헌(違憲) 소지도 있죠.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사람이 나서서도 해 보고, 자리를 물려주고 하는 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더 낫다고 봅니다. 전 4선 제한 없었어도 이번에 나가지 않았을 겁니다.”
김수영,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은 폐지해야”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에 대해서는 엇갈렸다.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예를 들면 은평구의회는 여의도 국회와 같습니다. 한 선거구에 보통 2명이 당선되게 돼 있습니다. A당과 B당 거의 동일하게 당선되죠. 그러다 보니까 원 구성을 하다 보면 여의도 국회와 같아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구청장이 하는 거면 무조건 잘못됐다’, 이렇게 되면 안 됩니다.
여의도 국회 축소판이 되는 것을 보면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정말 폐지돼야 합니다.”
최현돌 기장군수도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순기능도 있겠지만 공천헌금과 같은 역기능이 나타나는 점, 당의 기여도보다 주민 대표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한해 정당공천이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영 사천시장도 “지역문제를 지역 안에서 스스로 논의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특정정당에 얽매여 중앙당의 압력을 받는다면 지방분권에 역행하기 때문에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도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실험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정당정치의 원리로 보면 정당에 가입하는 것이 자유롭고, 그렇게 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지역 살림을 하는 것은 소속된 정당이나 여야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바로 그 점 때문에 현재 시장·군수나 시·군 의원들 대부분은 반대하고 있죠. 저는 없애는 실험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정당공천제 자체는 반대하지 않았다. 김 구청장은 다만 “중앙당의 일방통행보다는 구민의 여론을 최대한 수렴하여 구민의 호응도 얻고, 지역발전을 위한 정당의 방침을 효율적으로 실시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식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광태 광주시장도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단체 간, 개인 간 갈등이 있을 때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칙으로 돌아가야죠. 어떤 경우에도 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게 흔들리면 갈등은 풀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끊임없이 설득해야죠. 동강댐 사례를 들 수 있는데요.
김진선, “원칙 흔들리면 갈등 풀 수 없어”
동강댐은 환경론자와 건설론자, 정부와 민간 등 전국적인 관심사였죠. 저는 건설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권 모두가 반대하면서 압력을 넣었어도 저는 원칙에 따랐고 주변의 압력이나 인기를 고려해 판단하지 않았으며 다수의 의견에 쏠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원칙을 지켰다가 최종적인 단계에서 동강을 직접 답사하고 양쪽 논리를 전부 놓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으로 최종 선언했습니다. 어느 쪽이나 수용할 수밖에 없는 사항으로 종결을 지었죠.”
최현돌 기장군수는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지난 2002년 저희 지역에 일부 그린벨트가 풀렸습니다.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주민들의 반발은 예정되어 있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부터 먼저’라는 태도로 임했습니다. 새로 입안되는 도시계획 지역에 저의 조상님의 묘소가 있는 지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실무자가 모르고 있었던 터라 그 안을 직권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었지만 원안대로 결재했고, 그 내용이 곧 주민들에게 알려져서 무난히 일을 해결한 적이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에 기초한 정책의 일관된 추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갈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지방자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앙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문제점 위주로 보이기 쉽고 비판적일 수는 있지만, 지방자치는 법제도나 의식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의 경험이 필요한 건데요, 아직은 미비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연착륙했다고 봅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보는 것이죠. 임기가 보장되고 중앙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주민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각종 자율과 책임이 강조되니까 특성에 맞는 지역발전 시도가 나오는 것 등은 상당한 장점입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생활의 질과 정치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지방자치 실시 전에는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했던 민원이 한곳에서 처리돼 행정관청의 문턱도 낮아졌잖아요. 또 임기 4년이 보장돼 지역특성에 맞는 창의적 사업을 발굴 추진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고 봅니다.”
반면 최현돌 기장군수는 우리 지방자치는 아직 여러 면에서 기형적이라고 비판했다.
“주어진 환경과 여건하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시스템 차원에서는 정착된 상태지만, 국세가 80%, 지방세가 20%인 세금 구조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지방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진정으로 지방자치가 발전하길 바란다면 국세의 지방세로의 전환 비율을 대폭 높여야 합니다.”
지방세 비율 높이고, 분권 강화해야
단체장들은 보다 강화된 분권과 함께 국세 비중이 높고 지방세가 낮은 현재의 세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영 사천시장은 “자치단체가 자생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많은 배려가 필요한데, 특히 지방 소득세를 신설하는 등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과감히 전환해 조세자주권을 확보토록 할 필요가 있다”며 “국비지원에 따른 지방비 부담이 축소되고 노인복지나 교육 등에 쓰이는 국가사무는 전액 국비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돌 기장군수는 “국세의 지방세로의 전환은 지방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 밖에도 “자치역량 강화, 정당공천 폐지, 주민참여 활성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도 분권을 더 확실하게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권은 권한만 주는 것이 아닙니다. 권한도 확실히 주고 책임도 확실하게 줘야 합니다. 교육 자치를 일원화하거나 경찰자치를 시행하고 특별지방관세를 통폐합하는 등 지방정부에 권한을 줘야죠. 자율적으로 재정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단체장에 당선될 수 있을까? 단체장들은 공통적으로 지역민들과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중앙당이 공천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선 당(정당·국회의원·지구당 당협위원장)과 신뢰도를 반드시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지역단체장을 꿈꾸는 사람은 서울에 있더라도 지역을 돕고 지역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로 당선되는 단체장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후보로 등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죠. 평상시에 공덕을 많이 쌓아야 합니다. 끊임없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지역 사람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겁니다. 절대로 공짜로 되지는 않죠. 다른 지방에서 근무하더라도 지역을 돕고 지역 사람과의 소통을 많이 해 둬야 합니다.”
어디 있든 지역과 소통하는 것이 당선 비결
김 지사는 현실적으로 중앙당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중앙당이나 도당이 공천심사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무시할 수 없죠. 중앙당 정책에 일치하는 것을 가지고 당에 기여를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정당에 참여하고 기여하고 공헌하고 자기가 속한 정당에 소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당에 이것을 잘 각인시키고, 충분히 소통을 해야죠.”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당협위원장이나 지역구 대의원과의 신뢰를 강조하면서 황당한 공약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을 행정적으로 다스리겠다고 하면 평소에 지역 주민들과 교감을 쌓아야 하고 선거 즈음에 와서 황당한 공약을 내놓으면 안 되죠. 예를 들면 어떤 구에 상업지역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건 구청장 마음대로 안 됩니다. 서울시에서 허가하는 것이죠. 그런 현실과 법률과 제도를 떠난 황당한 공약은 자제해야 합니다.
또 하나 소속 정당관계를 빼놓을 수가 없죠. 당협위원장이나 국회의원과의 신뢰도 중요합니다. 이상적으로는 단체장이 당협위원장이나 국회의원과 수평적 관계에 있어야 하지만 아래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 사람들과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관계가 종적으로 연결돼 있으니까 중간에 치이고 그걸 치고 들어가기가 어렵죠.
저는 선거에 나오기 전에 정치 쪽에 관심이 있어서 당시에 지구당 위원장 같은 사람들하고 신뢰를 쌓아왔고, 지구당 대의원들도 평소 아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단체장 정당 경선이 단순한 웅변대회가 아니죠. 물론 낙하산 인사가 들어올 수도 있지만 평소에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문제점을 잘 파악해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극복해 추진할 수 있는지 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고, 최현돌 기장군수는 “지방자치의 주체가 주민임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고 지역이 당면한 현실과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2010년 6월 2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 1일이 되면 민선 5기 시대를 열어젖히게 된다. 2010년 6월 말 퇴임이 예정된 전국의 주요 광역·기초단체장들로부터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 봤다.
딸 중매 부탁받은 노재동 은평구청장
단체장들이 생각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자리는 어떤 자리일까? ‘봉사를 해야 하는 사람’, ‘기업 CEO보다 전문적이어야 하는 사람’, ‘행정가이면서 정치가’ 등 다양한 대답을 내놨다. 3선을 달성하고 퇴임하는 노재동(盧載東) 은평구청장과 김우중(金禹仲) 동작구청장은 봉사를 강조했다.
기자가 노 구청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약속시각에 맞춰 서울 은평구청장실을 방문했지만 조금 기다려야 했다. 거동도 불편한, 은평구에 거주하는 한 백발의 할머니가 구청장실을 갑자기 찾았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기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곧바로 구청장실로 들어갔다. 할머니의 방문 이유는 중학교 수학선생님을 하는 30대 후반 딸의 중매를 서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약 8분 정도 면담이 끝나자 할머니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구청장실을 떠났다.
노 구청장은 “보셨죠. 저런 할머니들 말씀도 다 들어줘야 합니다. 구청장을 정치적인 명예로 생각하는 건 잘못된 거고 자기 지역 사정을 잘 알면서 주민들이 생활하는 데 보다 편리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자리죠.”
김 구청장도 “선공후사(先公後私)하는 자리입니다. 이 마음을 가지고 구민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공통으로 내세웠던 공약 중 하나가 바로 구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입니다”라고 말했다.
지자체 선거가 시작되고 나서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12년 동안 광역자치단체장을 역임하고 퇴임하는 김진선(金振先先) 강원지사는 “고상하게 이야기하면 경영자이지만 살림꾼이죠. 한 가정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좀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정치가, 행정가로서의 성격을 둘 다 가지고 있지만 행정가로서의 지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수영(金守英) 경남 사천시장은 “기업 CEO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말했다. 박광태(朴光泰) 광주광역시장은 “지역 내 고용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고, 경영혁신을 통한 지역개발에 힘써야 하는 자리”라며 “분쟁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조정자 역할과 중요한 자치사무의 수행을 위한 관리자와 집행자 역할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현돌(崔鉉乭) 부산 기장군수는 “관선(官選)시절에는 고시에 합격해야만 군수가 될 수 있었고 그때의 단체장은 출세와 성공, 명예 등을 상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책임과 의무가 매우 무거운 집안의 가장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절대로 무리수를 둬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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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단체장은 ‘살림꾼’이어야 한다.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 살리기’ 차원에서 재래시장에서 제수를 장만하는 김진선 강원도 지사 부부. |
“단체장은 일반 정치와는 다르죠. 집행까지 하고 결과물이 나온다는 데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책임의식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지방정부를 다루는 것은 종합경영을 하는 거죠. 나라를 경영하는 것과는 거의 같습니다.”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과욕을 부리지 말고 문제 핵심을 잘 짚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장이 어울리지 않는 타깃을 두고 집요하게 하다 보면 과욕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자치단체에서 ‘100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 지방행정 기관도 들어가게 하겠다’면서 선전하는데 이런 건 과욕입니다. 또 어떤 문제의 핵심을 분야별로 잘 파악해야 합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됩니다. 행정은 결국 보수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어요. 진취적인 게 좋지만, 행정에서는 하나의 실수로 인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또 구청장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450가지가 넘는데 이 업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나무뿐만 아니라 숲을 볼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죠.”
최현돌 기장군수는 행정을 집행할 때만을 본다면 결단력과 추진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변 의견을 많이 듣고 검토해서 결론을 도출하지만, 한 번 결정된 것은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일관되게 추진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일부 주민의 반대로 갈등도 있었습니다.”
단체장들이 빠지기 쉽다는 유혹은 어떤 것일까. 상당수는 다음 선거와 인기를 위해 ‘표’를 의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 표나 주민들을 의식하다 보면 잘못 끌고 갈 수 있는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장은 살림꾼이지만 표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선출직이잖아요. 단체장의 결단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합의의 문제로 끌고 갈 수도 있는 거죠. 자기 판단에 의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도 주민들의 눈치를 보다가 질질 끄는 행태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행태죠. 제게도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3년 전에 강원도 예술인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가 도립미술관 건립이었습니다. 제 공약이기도 해서 추진했습니다. 용역을 통해 최우수 지역을 선정하려고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미술관 건립지역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이게 변질이 돼 4개 지역 일반 주민들까지 나서서 유치전이 벌어져 버렸습니다.
꼭 필요하다고 했으면 가장 적합한 곳을 선택했어야 하는 건데 그거 하나 추진하다 보니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민 갈등만 생기고 저는 저대로 욕먹고 이러다 보니까 그냥 유보해 버린 적이 있습니다.”
최현돌 기장군수는 표를 의식하다 보면 특정 단체가 표와 행정을 거래하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지역마다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일부 단체가 이를 악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네 조직원들의 표와 행정을 거래하려는 것입니다. 표를 미끼로 금품제공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수영 사천시장도 인기영합주의라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단체장은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면 현재 주민들이 반대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표를 의식하다 보면 사업의 시급성이나 중요성을 간과하고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중, “비리 없애려 민원인과 공무원 모아 토론”
지방선거를 1년 앞둔 2009년 중순 이후부터 전국에 있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비리에 휘말려 구속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주민들은 단체장 선거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단체장들은 모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저마다 해법을 내놓았다.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본인이 돈 욕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족관리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집사람에게 그랬어요. 예를 들면 구청장 부인이랍시고 국장단 부인 모아서 다달이 계모임을 한다든지, 그러다 보면 큰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그런 성격의 모임은 일절 생각지 말라고요. 누가 아내에게 누구 승진 좀 시켜 달라고 말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그런 인사청탁 일절 얘기하지 말라고 했죠.
저는 스스로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은평뉴타운에 많은 건설업체가 들어와 있는데 토목, 조경공사 업자들이 구청장한테 청탁하고 싶어 할 테니 구청장으로선 엄청난 유혹이죠. 그런 곳에 접근하면 안 됩니다.”
재임 중 직원 승진이나 건설업자로부터 로비 등 쉽게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의 금품제공 등을 제안받기도 했다는 최현돌 기장군수는 내부행정을 간부들과 부단체장에게 일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장은 책임과 의무가 특별히 무거운 자리죠. 그렇기 때문에 군정을 분명히 구분하여 내부행정은 간부들과 부단체장에게 일임해야 합니다.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단체장들의 대부분이 건설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직원들의 승진을 미끼로 돈을 받은 경우잖아요. 단체장은 정책결정이나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전략적인 사업추진과 예산 확보, 정부나 국회 등을 상대로 로비해야 할 경우 등과 같이 외적인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자치단체장의 권한은 과거 관선시대와는 달리 예산편성, 인·허가, 인사 등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청탁이나 이권사업 등에 개입하지 말아야 하고, 특히 인사상 특혜 또는 불이익 방지를 위하여 공무원들의 능력과 실적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준과 인사원칙을 갖추고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비리 등을 척결하기 위해 민원인을 비롯해 모든 당사자를 한데 모아 토론을 했고, 담당 실무 공무원까지 한자리에 모여 일을 추진했다”며 “행정을 하면서 편법을 쓰면 안 되며 편법으로 행정을 하면 그 다음에 더 큰 편법을 써야 하고, 이런 편법행정은 결국 언젠가는 들통이 나게 된다”고 말했다.
최현돌, “단체장이 행정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 알아야”
단체장들의 성공조건에는 어떤 게 있을까? 다양한 답변을 내놨다. 최현돌 기장군수의 말이다.
“우선 단체장은 행정 관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행정 전문가는 간부들과 부단체장입니다. 정책결정이나 행정의 큰 방향을 제시하거나 결정할 때를 제외하면 내부행정은 이들을 믿고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결정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모든 사업에는 반드시 이해관계가 갈리기 마련인데 사업마다 흔들린다면 자치단체가 바로 설 수 없게 됩니다.
이와 함께 말하기보다는 듣기의 달인이 돼야 합니다. 한 사람의 의견이 아무리 훌륭해도 열 사람의 지혜를 이길 수 없잖아요. 충분히 듣고 결정하고 추진하되 주저하거나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브랜드를 창조하고 투자 유치를 위해 네트워크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화 시대에는 자치단체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여 세계 속에 뻗어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네트워크로 무장할 필요도 있습니다. 자치단체장은 정부, 기업 등을 상대로 예산을 따내고 투자를 유치하는 세일즈맨입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국내는 물론 세계로 넓혀야 합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과감히 변화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과거에 해 왔던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설령 반대에 부딪힌다고 하더라도 실행에 옮겨 보는 실천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대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로 이를 준비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데 지방자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봅니다. 단체장의 변화 마인드를 직원들에게 신속히 심어 주고 교육하는 것이 뒤따라야지요.”
박광태, “4선 여부는 주민들에게 선택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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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5월 박광태 光州시장이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유치하고 귀국하고 있다. |
박광태 광주시장은 지방자치에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하기 위해 임기 제한을 두면 안 된다고 밝혔다.
“네 번 연임 제한 규정보다는 그에 대한 결정 권한을 지역주민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 잘하고 그동안 역량을 보인 단체장들이 지방자치단체를 이끌어 오면서 터득한 노하우와 행정 경험을 살려 더욱더 열심히 지역발전을 위하여 봉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4선 연임 제한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자치단체장들을 자신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는 못 있게 하거나 국회의원이나 각 정당의 당협위원장들이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권리를 놓지 않기 위해 이 규정을 지키려고 하는 거죠. 일본이나 독일 등은 이런 제한이 없습니다.”
김수영 사천시장은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은 선출직임에도 연임 제한이 없는 반면 자치단체장에게만 연임에 제한을 두는 규정은 명분이 없다고 보며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지역발전을 이루는 큰 비전사업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이상 걸리는 사업들이 있는데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연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진선 강원지사는 다른 견해를 내놨다. 법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잘못일 수 있지만 4선 제한이 현실적으로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법으로 4선 제한을 강제화시킨 것은 잘못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헌(違憲) 소지도 있죠.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사람이 나서서도 해 보고, 자리를 물려주고 하는 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더 낫다고 봅니다. 전 4선 제한 없었어도 이번에 나가지 않았을 겁니다.”
김수영,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은 폐지해야”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에 대해서는 엇갈렸다.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예를 들면 은평구의회는 여의도 국회와 같습니다. 한 선거구에 보통 2명이 당선되게 돼 있습니다. A당과 B당 거의 동일하게 당선되죠. 그러다 보니까 원 구성을 하다 보면 여의도 국회와 같아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구청장이 하는 거면 무조건 잘못됐다’, 이렇게 되면 안 됩니다.
여의도 국회 축소판이 되는 것을 보면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정말 폐지돼야 합니다.”
최현돌 기장군수도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순기능도 있겠지만 공천헌금과 같은 역기능이 나타나는 점, 당의 기여도보다 주민 대표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한해 정당공천이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영 사천시장도 “지역문제를 지역 안에서 스스로 논의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특정정당에 얽매여 중앙당의 압력을 받는다면 지방분권에 역행하기 때문에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도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실험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정당정치의 원리로 보면 정당에 가입하는 것이 자유롭고, 그렇게 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지역 살림을 하는 것은 소속된 정당이나 여야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바로 그 점 때문에 현재 시장·군수나 시·군 의원들 대부분은 반대하고 있죠. 저는 없애는 실험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정당공천제 자체는 반대하지 않았다. 김 구청장은 다만 “중앙당의 일방통행보다는 구민의 여론을 최대한 수렴하여 구민의 호응도 얻고, 지역발전을 위한 정당의 방침을 효율적으로 실시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식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광태 광주시장도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단체 간, 개인 간 갈등이 있을 때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칙으로 돌아가야죠. 어떤 경우에도 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게 흔들리면 갈등은 풀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끊임없이 설득해야죠. 동강댐 사례를 들 수 있는데요.
김진선, “원칙 흔들리면 갈등 풀 수 없어”
동강댐은 환경론자와 건설론자, 정부와 민간 등 전국적인 관심사였죠. 저는 건설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권 모두가 반대하면서 압력을 넣었어도 저는 원칙에 따랐고 주변의 압력이나 인기를 고려해 판단하지 않았으며 다수의 의견에 쏠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원칙을 지켰다가 최종적인 단계에서 동강을 직접 답사하고 양쪽 논리를 전부 놓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으로 최종 선언했습니다. 어느 쪽이나 수용할 수밖에 없는 사항으로 종결을 지었죠.”
최현돌 기장군수는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지난 2002년 저희 지역에 일부 그린벨트가 풀렸습니다.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주민들의 반발은 예정되어 있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부터 먼저’라는 태도로 임했습니다. 새로 입안되는 도시계획 지역에 저의 조상님의 묘소가 있는 지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실무자가 모르고 있었던 터라 그 안을 직권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었지만 원안대로 결재했고, 그 내용이 곧 주민들에게 알려져서 무난히 일을 해결한 적이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에 기초한 정책의 일관된 추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갈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지방자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앙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문제점 위주로 보이기 쉽고 비판적일 수는 있지만, 지방자치는 법제도나 의식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의 경험이 필요한 건데요, 아직은 미비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연착륙했다고 봅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보는 것이죠. 임기가 보장되고 중앙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주민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각종 자율과 책임이 강조되니까 특성에 맞는 지역발전 시도가 나오는 것 등은 상당한 장점입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생활의 질과 정치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지방자치 실시 전에는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했던 민원이 한곳에서 처리돼 행정관청의 문턱도 낮아졌잖아요. 또 임기 4년이 보장돼 지역특성에 맞는 창의적 사업을 발굴 추진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고 봅니다.”
반면 최현돌 기장군수는 우리 지방자치는 아직 여러 면에서 기형적이라고 비판했다.
“주어진 환경과 여건하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시스템 차원에서는 정착된 상태지만, 국세가 80%, 지방세가 20%인 세금 구조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지방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진정으로 지방자치가 발전하길 바란다면 국세의 지방세로의 전환 비율을 대폭 높여야 합니다.”
지방세 비율 높이고, 분권 강화해야
단체장들은 보다 강화된 분권과 함께 국세 비중이 높고 지방세가 낮은 현재의 세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영 사천시장은 “자치단체가 자생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많은 배려가 필요한데, 특히 지방 소득세를 신설하는 등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과감히 전환해 조세자주권을 확보토록 할 필요가 있다”며 “국비지원에 따른 지방비 부담이 축소되고 노인복지나 교육 등에 쓰이는 국가사무는 전액 국비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돌 기장군수는 “국세의 지방세로의 전환은 지방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 밖에도 “자치역량 강화, 정당공천 폐지, 주민참여 활성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도 분권을 더 확실하게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권은 권한만 주는 것이 아닙니다. 권한도 확실히 주고 책임도 확실하게 줘야 합니다. 교육 자치를 일원화하거나 경찰자치를 시행하고 특별지방관세를 통폐합하는 등 지방정부에 권한을 줘야죠. 자율적으로 재정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단체장에 당선될 수 있을까? 단체장들은 공통적으로 지역민들과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중앙당이 공천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선 당(정당·국회의원·지구당 당협위원장)과 신뢰도를 반드시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지역단체장을 꿈꾸는 사람은 서울에 있더라도 지역을 돕고 지역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로 당선되는 단체장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후보로 등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죠. 평상시에 공덕을 많이 쌓아야 합니다. 끊임없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지역 사람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겁니다. 절대로 공짜로 되지는 않죠. 다른 지방에서 근무하더라도 지역을 돕고 지역 사람과의 소통을 많이 해 둬야 합니다.”
어디 있든 지역과 소통하는 것이 당선 비결
김 지사는 현실적으로 중앙당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중앙당이나 도당이 공천심사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무시할 수 없죠. 중앙당 정책에 일치하는 것을 가지고 당에 기여를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정당에 참여하고 기여하고 공헌하고 자기가 속한 정당에 소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당에 이것을 잘 각인시키고, 충분히 소통을 해야죠.”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당협위원장이나 지역구 대의원과의 신뢰를 강조하면서 황당한 공약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을 행정적으로 다스리겠다고 하면 평소에 지역 주민들과 교감을 쌓아야 하고 선거 즈음에 와서 황당한 공약을 내놓으면 안 되죠. 예를 들면 어떤 구에 상업지역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건 구청장 마음대로 안 됩니다. 서울시에서 허가하는 것이죠. 그런 현실과 법률과 제도를 떠난 황당한 공약은 자제해야 합니다.
또 하나 소속 정당관계를 빼놓을 수가 없죠. 당협위원장이나 국회의원과의 신뢰도 중요합니다. 이상적으로는 단체장이 당협위원장이나 국회의원과 수평적 관계에 있어야 하지만 아래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 사람들과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관계가 종적으로 연결돼 있으니까 중간에 치이고 그걸 치고 들어가기가 어렵죠.
저는 선거에 나오기 전에 정치 쪽에 관심이 있어서 당시에 지구당 위원장 같은 사람들하고 신뢰를 쌓아왔고, 지구당 대의원들도 평소 아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단체장 정당 경선이 단순한 웅변대회가 아니죠. 물론 낙하산 인사가 들어올 수도 있지만 평소에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문제점을 잘 파악해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극복해 추진할 수 있는지 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고, 최현돌 기장군수는 “지방자치의 주체가 주민임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고 지역이 당면한 현실과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