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영국의 이념적 이동은 경제적 자유주의의 완전한 수용이었다.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가 다른 체제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그들의 성공은 당연하다. 李明博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해서 발전해 온 사회에서 거꾸로 중도로 가려 한다. 이렇게 방향을 잘못 잡은 움직임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卜鉅一
⊙ 1946년 충남 아산 출생.
⊙ 서울大 경제학과 졸업.
⊙ 現 문화미래포럼 대표.
⊙ 저서 <비명을 찾아서(상,하)>, <어느 푸르른 동해물과>, <높은 땅 낮은 이야기> 등.
卜鉅一
⊙ 1946년 충남 아산 출생.
⊙ 서울大 경제학과 졸업.
⊙ 現 문화미래포럼 대표.
⊙ 저서 <비명을 찾아서(상,하)>, <어느 푸르른 동해물과>, <높은 땅 낮은 이야기> 등.
정권이 바뀐 지 한 해 반인 지금, 현 정권의 성적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내세울 만한 업적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낮은 인기도에는 그렇게 초라한 성적이 반영되어 있다.
盧武鉉(노무현) 정권의 失政(실정)이 워낙 두드러졌고 많은 국민이 정권 교체를 바랐으므로, 평균적 성적만으로도 이 대통령은 사회의 생기를 되살린 영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이없게도, 그는 선거에서 크게 이겨 얻은 정치적 자산을 단 두 달 만에 탕진했다. 사람들을 골라 쓰는 일에서 그가 보인 터무니없는 욕심 때문이었다.
이어 그동안 국민들에게 投射(투사)한 ‘뚝심 있는 지도자’의 심상과는 달리, 이 대통령은 정치 지도자에 걸맞은 지도력을 보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 사회가 맞은 위험들에 대해 무지했고, 특히 좌파 세력이 제기하는 위험을 간과했다.
그래서 MBC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방송했어도 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왜곡된 정보는 빠르게 퍼져 거대한 ‘촛불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사회가 뿌리째 흔들렸고 그가 이끄는 정권은 거의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이나 존경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지도자로 전락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분열되어 힘을 쓰지 못하는데, 정권의 허약함을 알아차린 제1야당 민주당은 점점 완강해진다. 심지어 金大中(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를 “독재자”라고 비난하면서 국민들에게 정권 전복에 나서라고 선동해도, 그는 응수조차 하지 못한다.
자연히 國政(국정)은 표류한다. 현 정권의 정치적 일정은 야당의 완강한 저항으로 지체되어 정부는 사회적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위기가 닥치는 것이 뻔히 보이고 현실적 대응책이 분명한데도 정부가 아무 대응을 하지 못해서 사회적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비정규직 문제’는 이런 사정을 상징한다. 이 대통령 자신은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노라고 밝히는 수모를 겪었다.
큰 기대를 받고 출범한 정권이 어떻게 해서 이 지경이 되었는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이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사에서 실패한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어려운 처지로 몰리게 된 직접적 원인은 그가 사람들을 골라 쓰는 방식이다. 그는 인사에서 보기 드물게 편향적이다. 그런 사정이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켰다. 이 점에 대해선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이 대통령 자신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사귀고 평가한 사람들만을 믿고 쓴다. 그런 방식은 어쩔 수 없이 人材群(인재군)을 지나치게 좁게 만든다. 아무리 경험과 교유의 폭이 넓더라도, 한 사람이 사귀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에는 근본적 제약이 있다. 따라서 정말로 뛰어난 사람들을 쓰기 어렵다. 그런 방식은 기업의 경영자라면 현실적일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에겐 아주 위험하다.
게다가 대통령이 자신이 잘 아는 사람들만을 쓴다면 요직에 뽑힌 사람들 전체엔 여러 모로 편향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대통령과 경험, 가치 체계, 계층, 성격, 세계관과 같은 특질들에서 비슷할 것이다. 자연히 정권은 체계적 편향(systemic bias)을 품을 위험이 크다.
그런 위험은 대통령실과 내각의 구성에서 이내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뽑은 사람들은 모두 재산이 많고, 거의 예외 없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재산을 늘렸고, 그 과정에서 적잖은 이들이 법규를 어겼다.
개별적으로는 그런 사정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산이 많은 것은 물론 흠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는 법규가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에 사소한 법규를 어긴 것을 도덕적으로 문제 삼을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장관들이나 비서관들이 모두 큰 재산을 가진 것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 재산가들로 이루어진 정권이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와 욕망을 잘 이해해서 그들을 배려한 정책을 추진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로 정권이 이루어진 것은 더욱 큰 문제다. 다른 재화와 달리 땅은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땅은 좁고 사람이 많은 곳에선 너무 비싼 땅 값이 집 값과 제품 값을 크게 올려놓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기업들은 경쟁력이 낮아진다. 도처에 땅을 많이 가진 국무위원들로 이루어진 내각이 그런 사정을 누그러뜨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연히 국민들의 반응은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다. ‘강부자(강남 땅부자)’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과 같은 풍자에 국민들의 분노와 야유가 담겼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는 추락했고 그가 지녔던 정치적 자산은 단숨에 사라졌다. 현 정권의 성격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지금도 국민의 다수는 현 정권을 ‘부자 정권’으로 본다.
이처럼 자신의 사람들만을 골라 쓰는 행태는 총선거에서 다시 괴로운 모습으로 나왔다.
한나라당에 대해 무슨 권리를 내세울 만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朴槿惠(박근혜)의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좌초했을 때, 그녀는 혼자 힘으로 배를 다시 띄웠고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반면에 이명박 대통령은 당의 생존에 보탠 것이 작은 국외자였다.
박근혜 의원은 대통령 후보 競選(경선)에서 패한 뒤 선선히 패배를 인정했다. 감격한 이명박 후보는 그녀를 “국정의 동반자로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공천 과정에서 박 의원 사람들을 배제하고 자기 사람들을 주로 공천함으로써 여당을 단숨에 장악하려 시도했다.
그런 시도는 국민들의 분노를 샀고,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것을 잃었다. 자신의 뜻을 집행할 막료들이 여럿 낙선했고, 여당을 장악하는 데도 실패했다. 대통령 선거의 주요 위임사항(mandate)인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할 정치적 의지도 사라져서 그 사업은 폐기됐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에 큰 흠집이 났다.
장기적으로 보다 해로웠던 것은 한나라당이 ‘親李(친이)’와 ‘親朴(친박)’ 두 진영으로 갈라진 것이었다. 이런 분열은 한나라당을 무기력한 정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무기력한 여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일정을 떠받치지 못해서, 이 대통령의 지도력은 더욱 약해졌다.
현 정권의 체계적 편향은 이념적 차원에서 가장 위험하게 나온다. 현 정권을 이룬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이념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적다.
누구도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자연히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적다. 자유주의 정당에서 나온 정권이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적다는 것은 근본적 문제며, 현 정권의 국정 운영에 여러 모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런 사정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이념적 無賃(무임)승차자’라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원래 기업가로 立身(입신)한 터라 그는 이념에 큰 관심을 보일 여유가 없었을 터이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자유주의를 體得(체특)했겠지만, 체계적으로 자유주의를 공부할 기회도 드물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념 대신 ‘실용’을 내세운 것은 그래서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은 조리가 닿지 않는 구호다. 누구도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람의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생각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이 이념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기업하기 좋은 사회’도 물론 자유주의라는 이념의 한 부분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인 자유주의는 지금까지 나온 이념들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체계적이다. 그런 이념을 폄하하고 ‘실용’이라는 별 뜻을 지니지 못한 개념에 매달리면, 정책들을 제대로 세우기도 어렵고 꾸준히 추진하기도 어렵다.
자유주의적 개혁은 본질적으로 기득권을 허무는 일이다. 따라서 그것은 늘 거센 저항을 만난다. 그럴 때,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은 자유주의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다. 현 정권이 서투른, 심지어 反(반)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서둘러 내놓았다가 비판에 부딪히면 이내 거두어들이는 행태를 줄곧 보인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부족한 데서 나왔다.
실용이 아주 모호하고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잘못 쓰일 가능성을 크게 한다. 실용을 내세운 지도자는 조만간 자신의 정치적 利害(이해)를 실용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즉 자신이 권력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은 ‘실용적’이고 방해가 되는 것들은 ‘비실용적’으로 여긴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항로를 자주 바꿨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나 ‘용산 철거민 참사’처럼 정치적 위기가 닥치면, 그는 자신의 정치적 안전을 위해 법이나 절차적 안정성과 같은 원칙들을 기꺼이 버렸다.
‘중도세력 강화’의 위험성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적 모호성은 마침내 中道(중도) 세력의 강화라는 정치적 변신을 불렀다. 그는 ‘중도강화론’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충성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부정한 셈이다. 그가 이런 변신에 담긴 함의들을 충분히 인식하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충성심이 깊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해졌다.
일상 생활에서 중도는 온건한 태도를 가리키므로, 그것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일단 좋은 반응을 얻는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들을 펴겠다는 이 대통령의 약속과 결합하면서 그의 ‘중도강화론’은 상당한 운동량을 얻었다. 이번에 그가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 사업에 내놓겠다는 약속을 지켜 재단을 설립한 것도 도움이 될 터이다.
그러나 그의 중도강화론은 여러모로 문제다. 많은 사람이 중도에 이끌리는 까닭은 물질 세계와 知的(지적) 세계를 혼동한 類推(유추) 때문이다. 重力(중력)이 작용하는 물질 세계에선 어떤 물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늘 한가운데다. 가운데가 약하면 물체는 부서지고, 그래서 가운데를 강화하는 것은 늘 좋은 처방이다.
그러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적 세계에선 사정이 전혀 다르다.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다른 것들과 섞어서 묽게 하는 것은 거의 언제나 일을 그르치는 처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에서 근본적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좌파 이념과 우파 이념이 대칭적이라는 가정이다.
이념을 논의할 때 우리는 이념들을 하나의 스펙트럼에 배열하고 양쪽의 이념들이 대체로 대칭적이라고 여긴다. 이것은 나름으로 타당성을 지닌 관행이다.
그러나 특정 사회의 맥락에서 이념을 다루게 되면, 이런 대칭은 무너진다. 어떤 사회든 특정 이념을 자신의 구성 원리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성 원리가 된 이념은 定說(정설)의 지위를 차지하고 다른 이념들은 모두 異端(이단)이 된다.
대한민국의 경우 헌법은 ‘자유민주적 질서’를 지향하고 있다. 자연히 우파라 불리는 자유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정설이다. 다른 이념들은 좋게 얘기해서 잠재적 代案(대안)일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란 말은 일상적 의미를 잃는다. 정설과 이단의 중간이라는 자리는 존재할 수 없다. 정설을 받아들여 정설의 일부가 되거나, 거부해서 이단이 될 수 있을 따름이다. 정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헌법의 규정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파의 대동단결 이끌어내야
당연히, 대한민국 대통령은 자신의 이념적 좌표를 중도에 둘 수 없다. 헌법의 규정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고 선서한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할 책무가 있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이 이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현실적 차원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중심에서 벗어나 중도로 옮겨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요즈음 자신이 본래 지녔던 이념에서 벗어나 중도적 정책을 펴서 성공한 정치 지도자들이 자주 거론된다.
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들의 이념적 이동에서 중요한 것은 중도라는 자리보다는 움직이는 방향임이 드러난다. 그들은 원래 정통적 사회주의자들이었는데 집권한 뒤에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에 호의적인 정책들을 펴서 성공한 것이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 영국의 토니 블레어, 인도의 ‘국민회의당’, 그리고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는 익숙한 예들이다. 중국과 영국의 경우, 이념적 이동은 중도에 머문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유주의의 완전한 수용에 이르렀다.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가 다른 체제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그들의 성공은 당연하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해서 발전해 온 사회에서 거꾸로 중도로 가려 한다. 이렇게 방향을 잘못 잡은 움직임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운 처지로 몰린 까닭은 좁은 인재군에서 사람들을 고른 것과 이념적 모호성이다. 따라서 그가 할 일은 인재군을 크게 늘려 자신이 이끄는 정권의 바탕을 늘리고 자유민주주의를 보다 충실하게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 두 과제들은 실제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유주의 세력을 널리 품으면 자유민주주의의 추구도 쉬워진다.
당장 할 일은 박근혜 의원과 협력해서 그녀의 지지자들을 아우르는 것이다. 그런 화합을 통해 여당이 응집력을 회복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도력은 이내 커질 것이다. 다음엔 이념적으로 가까운 자유선진당과 연합해서 정권의 지지 세력을 넓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애써 외면하더라도, 이미 정국은 이념적 대결의 마당이 되었다. 중도강화론으로 그런 현실을 헤쳐나가기는 어렵다. 현 정권의 거듭된 실책들로 기세가 되살아난 좌파의 거센 저항을 이기고 이 대통령의 철학에 맞게 국정을 운영하려면 우파의 단결이 필수적이다. 이념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고 자유민주주의 세력을 한껏 아울러서 인재군을 늘린다면, 이 대통령은 지금 맞은 위기를 그리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다.
중도는 이념이 아니라 이념의 결핍
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비친 중도 세력에 대한 기대가 환상이라는 점이다. 중도는 뚜렷한 이념이 아니라 이념의 결핍이다.
‘제3의 길’은 없다. 이념적 분열은 가치의 귀속처와 사회 조직에 관한 차이에서 나온다. 우파는 개인들이 가치의 궁극적 귀속처라고 보고 재산권과 시장 기구를 중시한다. 좌파는 가치는 사회에 귀속한다고 여기며 국가를 통해 사회를 운영한다. 이렇게 양분된 상황에서 다른 이념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중도에 속한 사람들은 이념적 동질성을 지니지 못하고 응집력을 지닌 집단을 이루지 못한다. 실은 그들 대부분은 이념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적은 사람들이고 체제 유지에 마음을 쓰지 않는 무임승차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뚜렷한 정체성과 정치적 일정을 지닌 집단으로 만들어 정치 기반으로 삼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안팎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 온 열정적 자유주의자들을 외면하고 중도 세력이라는 허상을 좇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되기 어렵다.⊙
盧武鉉(노무현) 정권의 失政(실정)이 워낙 두드러졌고 많은 국민이 정권 교체를 바랐으므로, 평균적 성적만으로도 이 대통령은 사회의 생기를 되살린 영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이없게도, 그는 선거에서 크게 이겨 얻은 정치적 자산을 단 두 달 만에 탕진했다. 사람들을 골라 쓰는 일에서 그가 보인 터무니없는 욕심 때문이었다.
이어 그동안 국민들에게 投射(투사)한 ‘뚝심 있는 지도자’의 심상과는 달리, 이 대통령은 정치 지도자에 걸맞은 지도력을 보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 사회가 맞은 위험들에 대해 무지했고, 특히 좌파 세력이 제기하는 위험을 간과했다.
그래서 MBC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방송했어도 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왜곡된 정보는 빠르게 퍼져 거대한 ‘촛불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사회가 뿌리째 흔들렸고 그가 이끄는 정권은 거의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이나 존경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지도자로 전락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분열되어 힘을 쓰지 못하는데, 정권의 허약함을 알아차린 제1야당 민주당은 점점 완강해진다. 심지어 金大中(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를 “독재자”라고 비난하면서 국민들에게 정권 전복에 나서라고 선동해도, 그는 응수조차 하지 못한다.
자연히 國政(국정)은 표류한다. 현 정권의 정치적 일정은 야당의 완강한 저항으로 지체되어 정부는 사회적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위기가 닥치는 것이 뻔히 보이고 현실적 대응책이 분명한데도 정부가 아무 대응을 하지 못해서 사회적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비정규직 문제’는 이런 사정을 상징한다. 이 대통령 자신은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노라고 밝히는 수모를 겪었다.
큰 기대를 받고 출범한 정권이 어떻게 해서 이 지경이 되었는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이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사에서 실패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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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2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초청 오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의원을 비롯해 우파세력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사귀고 평가한 사람들만을 믿고 쓴다. 그런 방식은 어쩔 수 없이 人材群(인재군)을 지나치게 좁게 만든다. 아무리 경험과 교유의 폭이 넓더라도, 한 사람이 사귀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에는 근본적 제약이 있다. 따라서 정말로 뛰어난 사람들을 쓰기 어렵다. 그런 방식은 기업의 경영자라면 현실적일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에겐 아주 위험하다.
게다가 대통령이 자신이 잘 아는 사람들만을 쓴다면 요직에 뽑힌 사람들 전체엔 여러 모로 편향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대통령과 경험, 가치 체계, 계층, 성격, 세계관과 같은 특질들에서 비슷할 것이다. 자연히 정권은 체계적 편향(systemic bias)을 품을 위험이 크다.
그런 위험은 대통령실과 내각의 구성에서 이내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뽑은 사람들은 모두 재산이 많고, 거의 예외 없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재산을 늘렸고, 그 과정에서 적잖은 이들이 법규를 어겼다.
개별적으로는 그런 사정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산이 많은 것은 물론 흠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는 법규가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에 사소한 법규를 어긴 것을 도덕적으로 문제 삼을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장관들이나 비서관들이 모두 큰 재산을 가진 것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 재산가들로 이루어진 정권이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와 욕망을 잘 이해해서 그들을 배려한 정책을 추진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로 정권이 이루어진 것은 더욱 큰 문제다. 다른 재화와 달리 땅은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땅은 좁고 사람이 많은 곳에선 너무 비싼 땅 값이 집 값과 제품 값을 크게 올려놓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기업들은 경쟁력이 낮아진다. 도처에 땅을 많이 가진 국무위원들로 이루어진 내각이 그런 사정을 누그러뜨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연히 국민들의 반응은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다. ‘강부자(강남 땅부자)’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과 같은 풍자에 국민들의 분노와 야유가 담겼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는 추락했고 그가 지녔던 정치적 자산은 단숨에 사라졌다. 현 정권의 성격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지금도 국민의 다수는 현 정권을 ‘부자 정권’으로 본다.
이처럼 자신의 사람들만을 골라 쓰는 행태는 총선거에서 다시 괴로운 모습으로 나왔다.
한나라당에 대해 무슨 권리를 내세울 만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朴槿惠(박근혜)의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좌초했을 때, 그녀는 혼자 힘으로 배를 다시 띄웠고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반면에 이명박 대통령은 당의 생존에 보탠 것이 작은 국외자였다.
박근혜 의원은 대통령 후보 競選(경선)에서 패한 뒤 선선히 패배를 인정했다. 감격한 이명박 후보는 그녀를 “국정의 동반자로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공천 과정에서 박 의원 사람들을 배제하고 자기 사람들을 주로 공천함으로써 여당을 단숨에 장악하려 시도했다.
그런 시도는 국민들의 분노를 샀고,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것을 잃었다. 자신의 뜻을 집행할 막료들이 여럿 낙선했고, 여당을 장악하는 데도 실패했다. 대통령 선거의 주요 위임사항(mandate)인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할 정치적 의지도 사라져서 그 사업은 폐기됐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에 큰 흠집이 났다.
장기적으로 보다 해로웠던 것은 한나라당이 ‘親李(친이)’와 ‘親朴(친박)’ 두 진영으로 갈라진 것이었다. 이런 분열은 한나라당을 무기력한 정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무기력한 여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일정을 떠받치지 못해서, 이 대통령의 지도력은 더욱 약해졌다.
현 정권의 체계적 편향은 이념적 차원에서 가장 위험하게 나온다. 현 정권을 이룬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이념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적다.
누구도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자연히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적다. 자유주의 정당에서 나온 정권이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적다는 것은 근본적 문제며, 현 정권의 국정 운영에 여러 모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런 사정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이념적 無賃(무임)승차자’라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원래 기업가로 立身(입신)한 터라 그는 이념에 큰 관심을 보일 여유가 없었을 터이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자유주의를 體得(체특)했겠지만, 체계적으로 자유주의를 공부할 기회도 드물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념 대신 ‘실용’을 내세운 것은 그래서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은 조리가 닿지 않는 구호다. 누구도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람의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생각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이 이념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기업하기 좋은 사회’도 물론 자유주의라는 이념의 한 부분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인 자유주의는 지금까지 나온 이념들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체계적이다. 그런 이념을 폄하하고 ‘실용’이라는 별 뜻을 지니지 못한 개념에 매달리면, 정책들을 제대로 세우기도 어렵고 꾸준히 추진하기도 어렵다.
자유주의적 개혁은 본질적으로 기득권을 허무는 일이다. 따라서 그것은 늘 거센 저항을 만난다. 그럴 때,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은 자유주의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다. 현 정권이 서투른, 심지어 反(반)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서둘러 내놓았다가 비판에 부딪히면 이내 거두어들이는 행태를 줄곧 보인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부족한 데서 나왔다.
실용이 아주 모호하고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잘못 쓰일 가능성을 크게 한다. 실용을 내세운 지도자는 조만간 자신의 정치적 利害(이해)를 실용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즉 자신이 권력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은 ‘실용적’이고 방해가 되는 것들은 ‘비실용적’으로 여긴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항로를 자주 바꿨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나 ‘용산 철거민 참사’처럼 정치적 위기가 닥치면, 그는 자신의 정치적 안전을 위해 법이나 절차적 안정성과 같은 원칙들을 기꺼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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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左’에서 ‘右’로 이동해 성공한 지도자들. 왼쪽부터 덩샤오핑(중국), 토니 블레어(영국), 룰라 다 실바(브라질). |
‘중도세력 강화’의 위험성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적 모호성은 마침내 中道(중도) 세력의 강화라는 정치적 변신을 불렀다. 그는 ‘중도강화론’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충성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부정한 셈이다. 그가 이런 변신에 담긴 함의들을 충분히 인식하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충성심이 깊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해졌다.
일상 생활에서 중도는 온건한 태도를 가리키므로, 그것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일단 좋은 반응을 얻는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들을 펴겠다는 이 대통령의 약속과 결합하면서 그의 ‘중도강화론’은 상당한 운동량을 얻었다. 이번에 그가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 사업에 내놓겠다는 약속을 지켜 재단을 설립한 것도 도움이 될 터이다.
그러나 그의 중도강화론은 여러모로 문제다. 많은 사람이 중도에 이끌리는 까닭은 물질 세계와 知的(지적) 세계를 혼동한 類推(유추) 때문이다. 重力(중력)이 작용하는 물질 세계에선 어떤 물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늘 한가운데다. 가운데가 약하면 물체는 부서지고, 그래서 가운데를 강화하는 것은 늘 좋은 처방이다.
그러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적 세계에선 사정이 전혀 다르다.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다른 것들과 섞어서 묽게 하는 것은 거의 언제나 일을 그르치는 처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에서 근본적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좌파 이념과 우파 이념이 대칭적이라는 가정이다.
이념을 논의할 때 우리는 이념들을 하나의 스펙트럼에 배열하고 양쪽의 이념들이 대체로 대칭적이라고 여긴다. 이것은 나름으로 타당성을 지닌 관행이다.
그러나 특정 사회의 맥락에서 이념을 다루게 되면, 이런 대칭은 무너진다. 어떤 사회든 특정 이념을 자신의 구성 원리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성 원리가 된 이념은 定說(정설)의 지위를 차지하고 다른 이념들은 모두 異端(이단)이 된다.
대한민국의 경우 헌법은 ‘자유민주적 질서’를 지향하고 있다. 자연히 우파라 불리는 자유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정설이다. 다른 이념들은 좋게 얘기해서 잠재적 代案(대안)일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란 말은 일상적 의미를 잃는다. 정설과 이단의 중간이라는 자리는 존재할 수 없다. 정설을 받아들여 정설의 일부가 되거나, 거부해서 이단이 될 수 있을 따름이다. 정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헌법의 규정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파의 대동단결 이끌어내야
당연히, 대한민국 대통령은 자신의 이념적 좌표를 중도에 둘 수 없다. 헌법의 규정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고 선서한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할 책무가 있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이 이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현실적 차원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중심에서 벗어나 중도로 옮겨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요즈음 자신이 본래 지녔던 이념에서 벗어나 중도적 정책을 펴서 성공한 정치 지도자들이 자주 거론된다.
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들의 이념적 이동에서 중요한 것은 중도라는 자리보다는 움직이는 방향임이 드러난다. 그들은 원래 정통적 사회주의자들이었는데 집권한 뒤에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에 호의적인 정책들을 펴서 성공한 것이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 영국의 토니 블레어, 인도의 ‘국민회의당’, 그리고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는 익숙한 예들이다. 중국과 영국의 경우, 이념적 이동은 중도에 머문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유주의의 완전한 수용에 이르렀다.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가 다른 체제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그들의 성공은 당연하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해서 발전해 온 사회에서 거꾸로 중도로 가려 한다. 이렇게 방향을 잘못 잡은 움직임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운 처지로 몰린 까닭은 좁은 인재군에서 사람들을 고른 것과 이념적 모호성이다. 따라서 그가 할 일은 인재군을 크게 늘려 자신이 이끄는 정권의 바탕을 늘리고 자유민주주의를 보다 충실하게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 두 과제들은 실제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유주의 세력을 널리 품으면 자유민주주의의 추구도 쉬워진다.
당장 할 일은 박근혜 의원과 협력해서 그녀의 지지자들을 아우르는 것이다. 그런 화합을 통해 여당이 응집력을 회복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도력은 이내 커질 것이다. 다음엔 이념적으로 가까운 자유선진당과 연합해서 정권의 지지 세력을 넓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애써 외면하더라도, 이미 정국은 이념적 대결의 마당이 되었다. 중도강화론으로 그런 현실을 헤쳐나가기는 어렵다. 현 정권의 거듭된 실책들로 기세가 되살아난 좌파의 거센 저항을 이기고 이 대통령의 철학에 맞게 국정을 운영하려면 우파의 단결이 필수적이다. 이념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고 자유민주주의 세력을 한껏 아울러서 인재군을 늘린다면, 이 대통령은 지금 맞은 위기를 그리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다.
중도는 이념이 아니라 이념의 결핍
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비친 중도 세력에 대한 기대가 환상이라는 점이다. 중도는 뚜렷한 이념이 아니라 이념의 결핍이다.
‘제3의 길’은 없다. 이념적 분열은 가치의 귀속처와 사회 조직에 관한 차이에서 나온다. 우파는 개인들이 가치의 궁극적 귀속처라고 보고 재산권과 시장 기구를 중시한다. 좌파는 가치는 사회에 귀속한다고 여기며 국가를 통해 사회를 운영한다. 이렇게 양분된 상황에서 다른 이념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중도에 속한 사람들은 이념적 동질성을 지니지 못하고 응집력을 지닌 집단을 이루지 못한다. 실은 그들 대부분은 이념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적은 사람들이고 체제 유지에 마음을 쓰지 않는 무임승차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뚜렷한 정체성과 정치적 일정을 지닌 집단으로 만들어 정치 기반으로 삼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안팎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 온 열정적 자유주의자들을 외면하고 중도 세력이라는 허상을 좇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