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大選의 판세를 가르는 女性 유권자들의 힘과 지혜 : 월간조선

지난 11월 4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버락 오바마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232년의 미국 역사상 43명의 대통령들이 백악관을 거쳐가게 됐지만, 이혼 경력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제외하면 한 사람도 없다(오바마는 제44대 대통령 당선자지만, 그루버 클리브랜드는 한번 낙선하여 22대, 24대로 두 번 계산하므로 사람 수로는 43명이 됨).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이혼 경력자 중 당선된 유일한 대통령이었는데, 그는 ‘이혼한’ 남자가 아니라 ‘이혼당한’ 남자였기에 대통령 당선이 가능했다. 再婚(재혼)한 대통령은 우드로 윌슨(26대)등 6명이나 되지만, 이들은 모두 조강지처를 버리고 재혼한 것이 아니라 喪妻(상처)한 후 재혼을 한 사례다. 토머스 제퍼슨(3대)처럼 부인이 사망한 후 재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백악관 생활을 한 대통령도 6명이나 된다.

세월 따라 흘러가는 인생살이에서 여자와 남자들은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면서 인간관계를 맺고 때로는 아름다운 추억을, 때로는 아픈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인간을 존재지향형과 소유지향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남성들은 소유와 욕망(명예, 권력, 돈 그리고 여자)이 강한 소유지향형으로 출세를 목표로 사회적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데, 대부분은 사랑을 하나의 오락이나 에피소드로 생각한다고 한다.

반면에 感性的(감성적)인 여성들은 先(선)소유(가정과 자녀) 後(후)존재를 지향한다고 한다. 여성들은 사랑을 하나의 역사로 간직하며 그 흔적(추억과 상처)을 오래 간직하고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혼은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자녀와 배우자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특히 딸의 경우 이혼하는 아버지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되고, 버림을 받은 부인은 큰 배신감과 상처를 받게 된다.

도박사, 노름꾼들은 판돈을 딴 도박보다는 잃은 도박판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남자들의 심리는 노름꾼과 비슷해서 자신이 뜻을 이룬 女人(여인)들보다는 못 이룬 사랑에 대한 아쉬움을 더 오래 간직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돈은 잃어도 내 남자를 잃고는 못 산다. 자신을 버린 남자들로부터 받은 상처는 두고두고 원망과 恨(한)이 된다.

그래서 여성들은 이혼 경력이 있는 남자들에게 깊은 불신감과 저주를 보낸다. 이러한 여성들의 이혼남에 대한 불쾌감, 불신감은 역대 미국 大選(대선)에서 감정적인 투표형태로 반영되고 있다.

이혼 경력자들 선거에서 줄줄이 낙마

올해의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후보를 비롯하여 지난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 이번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루돌프 줄리아니 前(전) 뉴욕시장, 마이클 불룸버그 現(현) 뉴욕시장, 밥 돌 상원의원(199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1976년 부통령 후보),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넬슨 록펠러 전 뉴욕주지사, 애들레이 스티븐슨(1952, 1956 민주당 대통령 후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등은 한때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지만 이혼 경력으로 침몰했다.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한 존 매케인은 1965년 캐롤과 결혼하여 그녀 소생의 두 아이를 받아들이고, 딸을 하나 낳았다. 그런데 캐롤이 교통사고 치료를 받던 1980년 5월, 부인과 이혼하고 18살이나 연하의 부유한 맥주 도매상의 딸 신디와 재혼, 2남 1녀를 낳고 딸 하나를 입양했다.

그는 처갓집의 재력을 바탕으로 애리조나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되는 등 출세 가도를 달렸다. 신디는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아 매케인과는 별도로 세금 신고를 하며 그녀의 재산을 별도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매케인도 부인의 집이 몇 채인지 알지 못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매케인은 6년간 포로생활 기간을 참고 기다리며 고생한 부인과 이혼하면서, 예쁘고 젊고 재산이 많은 여자와 결혼한 것과, 재혼한 부인의 사치스런 몸치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등 구설수에 오른 것이 이번 선거의 여성 표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대선의 투표자 비율을 보면 여성 유권자가 53%로 남성 유권자 47%보다 6%, 즉 700만표나 많았다. 이혼 경력이 있는 존 매케인 후보는 남성 유권자들에게서는 오바마와 같은 49%를 득표했으나, 여성 유권자들에게서는 43%를 득표, 여성표 지지율에서 오바마에게 12%나 뒤진 것이 결정적인 낙선 원인으로 분석됐다. 매케인 후보의 敗因(패인)은 ‘젊은 오바마’를 선호하는 젊은 여성층과 이혼 경력을 거부하는 중년 여성층의 지지를 받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례에서 보듯 미국 대선에서 이혼 경력이 있는 남성 후보에 대한 여성 유권자들의 거부감은 뿌리가 깊다.

지난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장에 나간 여성 유권자는 6500만명(54%)으로 남성 투표자 5500만명(46%)보다 무려 1000만명(6%)이나 많았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이 선거에서 잘나가던 민주당의 존 케리 대통령 후보가 패한 것은 그의 이혼 경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존 케리 상원의원은 41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정신병을 이유로 1988년 부인과 이혼하고, 1995년 토마토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의 미망인과 재혼했다. 부인이 5살이나 많은 데다가 재산이 7억 달러(약 9800억원)가 넘었다. 그의 재혼한 부인 테레사가 너무 설친다는 소문이 돌아 선거 내내 고전하다 결국 부시에게 패했다.

이혼 경력 때문에 대권 도전에 실패한 미국 정치인들. 왼쪽부터 더글러스 맥아더, 애들레이 스티븐슨, 넬슨 록펠러, 에드워드 케네디, 존 케리, 루돌프 줄리아니, 마이클 블룸버그.

여성들에게 인기 있어야 성공

존 F 케네디와 재클린. 케네디의 외도에 재클린은 이혼을 요구했으나 가까스로 파경을 면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남자가 하는 일이 여성들의 지지를 받으면 순탄하게 성취될 수 있다. 이것은 정치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남성 정치인들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것이 선거전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다. 때문에 ‘이혼’ 꼬리표가 붙으면 大權(대권)의 꿈을 버려야 하므로 문제가 생기면 이혼을 피하기 위해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오랜 기간 두 명의 여비서와 깊은 관계를 가졌지만, 정치적 야망 때문에 부인 엘리노어와 이혼하지 않고 지냈다. 루스벨트의 외도에 대해 그의 어머니 사라와 엘리노어 부인은 처음에는 노발대발했으나, 남편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믿고, 그의 출세를 위해 눈을 감았다. 1945년 4월 그가 현직 대통령으로 사망했을 때 그의 곁을 지킨 것은 그의 여비서이자 情婦(정부)인 루시였다.

제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다. 대권 야망이 있던 그는 유럽을 떠날 때 비서이자 애인이었던 여군 대위 케이 서머스비와의 관계를 깨끗이 정리하고 귀국, 1952년 대선에 출마하여 당선됐다.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바람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52년 35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케네디는 다음해 12살 연하의 젊은 여기자 출신 재클린과 결혼했다. 그러나 신혼 초부터 그의 바람기를 알게 된 재클린은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들의 성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던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가 며느리에게 巨金(거금)을 안겨주면서 달래 파경 위기를 넘겼다.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의 바람기도 소싯적부터 유명했다. 1990년대에 고향 아칸소 주지사 시절 그의 월급은 3만 달러에 불과했으나(아주 가난한 주정부 재정 때문에), 명문대학을 나온 힐러리의 변호사 수입은 15만 달러나 됐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시카고의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힐러리는 시카고를 지나는 길에 과거의 남자 친구가 경영하던 주유소에 클린턴과 함께 들렀다.

클린턴이 주유소를 나오면서 힐러리에게 “당신 나와 결혼하지 않았으면, 이 주유소 사장 부인이 되었겠구려”라고 말하자, 힐러리는 “무슨 소리야, 내 손에 걸리는 남자는 무조건 대통령이야. 그러니까 저 친구가 대통령을 했을 거야”라며 받아 쳤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조금 성공하면(돈을 벌면) 자동차를 바꾸고, 좀 더 성공하면 집을 바꾸며, 크게 성공하면 배우자를 바꾼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타인의 사생활에 별 관심이 없는 미국의 생활풍토에서 이제 이혼은 너무 흔한 일이 되어 뉴스거리도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이 (이혼)해도 너는 안돼. 특히 대통령을 하려면 말이야”라고 외치는 女心(여심)에 잘 보여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여성 유권자들의 저주

빌 클린턴의 외도에도 불구하고 힐러리는 정치적 야심 때문에 가정을 지켰다.

유망한 정치적 업적을 쌓으며 대권에 도전했다가 이혼 경력으로 좌절한 정치인들의 사례를 보면 여성 유권자들의 저주가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이 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탁월한 군인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는 이혼녀인 루이제 크롬윌과 1922년 결혼했다가 1927년 자녀 없이 이혼하고, 1937년 진 머리와 재혼하여 아들을 하나 두었다. 그는 대중적 인기가 높아 공화당 보수파와 손잡고 1952년 대선 출마를 노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그의 부관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제3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애들레이 스티븐슨은 할아버지가 부통령을 지냈고, 아버지가 일리노이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명문 가정에서 자랐다. 그 자신도 일리노이 주지사를 지냈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1952, 1956년 두 번 출마했으나 공화당의 아이젠하워에게 패했다. 그는 미국 역사상 知的(지적)수준이 가장 탁월한 정치인으로 평가 받았는데, 부인의 정신병으로 인한 이혼으로 불운한 정치인 반열에 올라야 했다.

넬슨 록펠러는 뉴욕주지사를 14년간(1959~1973년) 지내며 명성을 얻었고, 엄청난 집안 재산을 바탕으로 1964, 68, 72년 등 세 차례나 대선 출마를 위해 당내 경선에 도전했으나 거듭 실패했다. 그는 1930년에 결혼하여 다섯 자녀를 두었으나 유부녀 여비서 해피 머피와 바람이 나 1962년 부인과 이혼했다. 여비서와 눈이 맞아 30년 넘게 살아온 조강지처를 버린 것이 용서될 리가 없었다. 그는 여론의 외면을 받았지만 돈이 많아 세 번이나 공화당 경선에 도전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혼 경력 때문에 대권 도전에 실패한 밥 돌 前 상원의원과 그의 부인 엘리자베스.

밥 돌 상원의원은 최장수 상원 원내총무 기록을 세우며 27년간 화려한 의정활동을 했다. 1976년에는 헨리 포드 현직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에 출마했으나 지미 카터-윌터 몬데일 민주당 팀에게 패했다. 1996년에는 클린턴에 맞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으나 또다시 패하여 정치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1948년 결혼하여 딸을 두었는데 1972년 이혼 후, 1975년 하버드 법대 출신의 엘리자베스와 재혼했다. 엘리자베스는 2002년부터 상원의원에 당선되어 민주당의 힐러리에 맞서 공화당 의석을 누볐으나 이번에 재선에 실패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1962년부터 시작하여 46년째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두 번째 고참 의원이다. 그는 형이 대통령, 법무장관과 대통령 후보, 그리고 지금은 아들이 하원의원을 지내는 등 미국의 최고 정치 명문 출신으로 일찍부터 기대와 촉망을 받았다. 하지만 1969년 여비서 익사사건, 1982년 첫 번째 부인과의 이혼 등으로 대통령의 꿈을 접었다.

9·11테러 당시 뉴욕시장으로 명성을 얻은 루돌프 줄리아니 前 뉴욕시장은 올해 공화당 경선에서 초반에 선두를 달렸으나 세 번의 결혼 경력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매케인에게 밀려 중도 사퇴했다.

현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도 대선에 관심을 가졌으나, 18년간 함께 살았던 부인과 1993년 이혼하고 여자관계 소문도 있어서 중도 사퇴했다. 그는 블룸버그 통신의 창업자로 미국 34위의 부자로 알려진 성공한 사업가이다.

‘이혼 당한’ 남자 레이건 대통령의 당선

이혼 경력이 있으면서 백악관에 입성한 유일한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과 그의 부인 낸시.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역사상 이혼 경력을 갖고 대통령에 당선된 ‘유일한 예외’다. 레이건은 어려운 가정 형편 가운데 꿋꿋하게 노력하며 낙천적인 성격으로 성공을 이끈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세계 경제공황으로 힘겨웠던 1930년대에 레이건은 캘리포니아에서 영화배우 생활을 했다. 1940년 여배우 제인 와이먼의 세 번째 남편으로 결혼, 딸을 낳고 아들 한 명을 입양해서 키웠다. 그 당시 레이건은 친화력이 있고 언변이 좋아서 1947년에는 영화배우 조합장을 맡았는데, 부인 제인은 1948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크게 뜨면서, 레이건을 ‘별 볼일 없는 배우’라며 차버렸다.

4년 후 레이건은 낸시와 재혼하여 1남 1녀를 더 낳았다.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되고 재선을 한 다음 대권 도전에 나섰다. 1976년 레이건은 현직 대통령 포드와 공화당 경선에 맞붙었으나 패하고, 다시 1980년에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어 민주당의 현역 대통령 지미 카터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레이건은 제인 와이먼과의 결혼생활 9년을 회고하면서 “허영심 많고 사치스러우며 파티와 쇼핑을 즐기는 그녀와 계속 살았다면 아마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가정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낸시와 재혼한 것은 큰 축복이고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여성 유권자들이 레이건의 이혼을 이해하고 동정적인 시각을 보인 것은 그가 부인을 버린 것이 아니라 부인이 그를 버렸기 때문.

매케인의 승부수, 페일린

美대선에서 한때 돌풍을 일으켰던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

존 매케인은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자 그룹인 군수방산업계, 유대인과 親(친)이스라엘 세력, 에너지업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오바마 후보와의 決戰(결전)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울 수 없는 ‘이혼 경력’과 72세라는 고령의 나이가 문제였다. 특히 나이 문제는 심각한 것이어서, 1936년 8월생인 그가 이번에 당선됐다 해도 2012년 재선에 나설 경우 76세가 된다.

그의 선거책임자 릭 데이비스는 일상적인 선거업무에서 손을 떼고 6월부터 집중적으로 선거전략을 검토하고 부통령 후보 인선에 집중했다. 그는 힐러리가 오바마의 러닝메이트가 될 경우와 안될 경우를 想定(상정)하여 인선작업에 몰입했다.

예상과 달리 오바마가 힐러리를 냉대하자 매케인은 힐러리 지지층과 매케인의 이혼 경력에 거부감을 가진 여성 유권자를 함께 끌어들이기 위해 에너지 업계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차기 대권과는 거리가 있는 알래스카 주지사 세라 페일린을 선택했다.

오바마 측에서는 매케인의 부통령 예상 후보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경선 때 싸운 미트 롬니와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주지사 등을 예상하고 대비해 왔다. 그런데 느닷없이 깜짝 카드로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자 큰 혼란에 빠졌다.

페일린 후보가 연일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을 때도 정보가 전혀 없어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페일린 후보의 9월 3일 부통령 후보 지명 수락연설은 3724만명이나 시청했는데, 그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10월 2일 부통령 후보 토론은 7000만명이 시청하며 선거사상 두 번째로 높은 관심과 반응을 얻었다.

페일린이란 인물을 선택한 것은 主演(주연)을 빛내고 살리는 助演(조연)으로서 더 없는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페일린의 대중적 인기 덕분에 한때 매케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를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親오바마 언론들은 집중적으로 그녀의 뒤를 캤고, 그녀의 의상비 과다지출 등을 폭로하면서 흠집내기에 앞장섰다.

미국 정치의 품격을 지켜온 여성 유권자들의 지혜

극심한 경제혼란 속에서 제44대 대통령을 뽑는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사상 처음 흑백 대결, 현역 상원의원 간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사상 최다인 1억2000만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나섰다. 여성 투표율이 53%로 남성의 47%보다 6%포인트나 많았으며, 여성 유권자 가운데 55%가 오바마를 지지했다(투표 여성들 중 43%가 매케인 지지). 결국 여성들의 票心(표심)이 오바마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성들은 힐러리의 패배를 아쉬워하며 좌절감을 맛보았고 페일린의 등장에 열광했지만, 매케인의 이혼 경력에 대해서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암담한 경제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저울질하여 오바마의 손을 들어주었다.

우리나라의 建國(건국) 60년 역사를 되돌아볼 때,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한 有益(유익)한 대통령이 있고, 있으나마나 한 無益(무익)한 대통령도 있었으며, 있어서는 안될 有害(유해)한 대통령들도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미국의 여성 유권자들처럼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해 왔다면 지금쯤 우리나라의 格(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남자가 한 여자(부인)와 가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修身齊家), 대권을 바라보며 국가를 이끌어 보겠다(治國平天下)고 나서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여성 유권자들의 판단과 결심이다. 이번 대선은 이런 미국 여성 유권자들의 원칙과 결심이 유효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재확인된 이벤트였다. 이것이 미국 정치의 品格(품격)을 지켜온 힘이고 여성 유권자들의 지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