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경찰의 시위진압 사례연구 : 월간조선

미국 워싱턴에서는 ‘떼법 시위’가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언론 자유가 만개한 나라의 수도인지라 크고 작은 시위가 연중 끊일 새 없지만, 경찰과의 물리적인 충돌이 따르는 강경 진압은 극히 드물다.

백악관을 처음 구경하는 사람들은 북쪽 라파예트 공원 언저리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인 反核(반핵) 1인 시위 아줌마를 보고 나서, 미국이 마치 1인 시위의 천국인 양 착각하게 된다. 사실, 순찰하는 기마경찰이 아줌마와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보면 참 평화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하도 신기해서 기마경찰관을 붙잡고 물어본 결과, 이 같은 평화는 공짜로 얻어진 게 아니라 무자비할 정도로 엄격한 법 시행을 통해서 확보됐음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북쪽 담장을 따라 늘어선 가로등 대열 가운데 2번 가로등과 6번 가로등 사이에서는 1인 시위든 집단시위든 절대로 멈춰 서거나 땅바닥에 주저앉아 농성해선 안 된다. ‘이곳에서는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는 등 치밀하게 규정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리스 라인을 넘거나 불법행위를 자행하면 즉각 수갑을 채워 연행한다. 대규모 집회장에서 시위 군중이 진압 경찰의 신체에 危害(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을 때는 기마경찰대를 일제히 풀어서 말발굽에 초주검이 되게 만드는 강경진압도 감행한다.

기마경찰의 利點(이점)은 최루가스 발사를 최대한 억제하기 때문에 주변 상가나 행인들이 입는 피해를 극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국 제대 군인 2만 명이 벌인 난동 사건을 역사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당시 제대 군인 2만여 명은 정부에서 약속한 보너스의 조기 지급을 요구하면서 1932년 5월부터 7월까지 도심 외곽 아나코스티아江(강) 둔치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였다. 정부의 해산명령에도 불구하고 제대 군인들이 버티자 더글러스 맥아더 육군참모총장이 기병대와 장갑차를 앞세운 강경진압으로 해산시켰다.

백악관 외곽을 경비하는 기마경찰에 따르면 우람한 덩치의 말이 발굽을 치켜들고 돌진하면 어지간한 사람은 겁에 질려 꼼짝달싹 못하며, 재수 없이 짓밟힌 사람은 만신창이가 된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버니지아州(주)의 승마코스를 산책하다 맞은편에서 오는 말과 지나쳤을 때 그 우람한 덩치 때문에 공포스러운 위압감을 체험한 적이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수도 브뤼셀에서 油價(유가) 폭등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과격시위를 벌이자 기마경찰대가 시위대에 돌진하여 마구 짓밟는 동영상이 한국 언론에 소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법질서 확립을 위해 권총 뽑아”

미국이나 유럽 등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일수록 불법시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가혹하게 진압한다. 법질서는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엄정한 법규의 이행으로 얻어진다는 사실을 한국 경찰과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1983년 여름의 일이다. 필자가 가족들과 낚시를 다녀오는 길에 두 살 먹은 딸이 소변이 마렵다기에 35마일 속도제한 구역에서 속력을 높이다 경찰 순찰차와 마주쳤다. 그냥 지나치나 보다 했는데 다음 신호등 대기 중에 백미러를 보니, 어느새 꽁무니에 따라붙어 정지를 명했다.

커브만 돌면 바로 집인데 꼼짝없이 붙잡혔다. 권총에 손을 얹고 조심스럽게 다가온 경찰관에게 면허증과 등록증을 내놓고 핸들에 두 손을 얹은 채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생애 첫 교통 위반 딱지라서 봐 달라고 사정하고 싶어 보닛에 티켓을 얹어놓고 딱지 끊는 백인 경관에게 다가갔더니 “빨리 운전석으로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데도 한국식으로 계속 사정을 하자 곧장 권총을 뽑더니 “즉각 안 돌아가면 쏜다”는 게 아닌가.

지금도 미국으로 이민 간 교민들이 이따금 부부싸움이나 화풀이 난동을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관이 “총이나 칼을 내려놓으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버티다 총탄세례를 받고 숨지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때 일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경찰 직무수행법을 보면 경찰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신체에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을 때 권총, 소총, 칼 등 무기류를 휴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의 해산명령이나 제지를 무시하고 흉기를 휘두르는 등 살상 의도를 명백히 드러내는 자는 현장에서 사살할 수도 있다.

경찰의 자승자박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2008년 3월19일 마스크를 쓴채 이라크전 발발 5주년을 맞아 워싱턴의 백악관 옆을 행진해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권총을 찼어도 차마 뽑을 수 없어 망설이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찰이 없지 않다. 최근 부산의 한 옥상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던 남자가 특수기동대원의 구조 제의를 무시하고 그의 손을 붙잡고 뛰어내리는 바람에 아까운 희생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같았으면 경찰관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는 시늉만 해도 발포를 한다. 경찰이 찰과상 정도의 경상을 입을 상황이라도 경찰의 현장 사살은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대한민국 경찰은 이제 지난 4ㆍ19 혁명 당시 발포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혼자 뒤집어쓰고 당했다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행동할 때가 왔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지난 봄 李明博(이명박) 대통령이 경찰청장도 대동하지 않고 초등학생 유괴 미수범 검거에 늑장을 부린 일산경찰서를 찾아가 경찰서장을 공개리에 혼내준 적이 있다. 이제 와서 되짚어 보면 이 사건을 통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4ㆍ9 총선에서 상당한 지지표를 얻어 승리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한국의 경찰력은 병력 규모에서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공무원을 거느린 거대조직이다. 경찰관 10만 명에 4만 명의 전ㆍ의경을 더해 모두 14만 명이나 된다. 6ㆍ25 전쟁 당시엔 국군과 함께 전선에 투입돼 큰 희생을 치르며 숱한 戰功(전공)을 세운 바 있기에 국군과 함께 국가안보의 보루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자격이 있다.

경찰이 법으로 부여받은 권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경찰청장 등 수뇌부의 공명정대하고 확고한 철학과 비전, 처신이 필수적이다. 魚淸秀(어청수) 경찰청장은 5월 26일 “불법 시위로 번지면 가능한 한 현장에서 연행하고, 여의치 않으면 채증 자료를 수집해 반드시 처벌하여 엄정하게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6월 12일에는 촛불시위대에 대한 추가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국민의 법 감정과 정상을 참작해 유연하게 처리하겠다”고 발언한 내용을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불과 보름 만에 자신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광화문 네거리를 컨테이너 박스로 막아 놓는 수준으로 버티면 얼마를 더 버틸 것인가? 데모대가 심야 촛불 집회가 끝난 다음에도 태평로를 점거해 차량 통행을 막은 채 삼삼오오 앉아서 술판을 벌이는 작태를 방조해 온 것은 참으로 해괴망측한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숨어서 계속 나약한 처신만 하는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4만 경찰의 首長(수장)으로서 책임의 막중함을 생각하면 절대로 후퇴해선 안 된다. 심야 난동으로도 부족해 아침 출근길마저 방해하는 떼법 시위대를 말없이 지켜보면서 부글부글 끓는 대다수 국민의 분노와 좌절감을 감안하면 폴리스라인에 대한 철저한 고수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의 엄중 적용을 고수해야 한다.

“경찰은 자유ㆍ정의ㆍ진리 편에 서서 싸워야”

미국의 경우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을 경우 곧장 수갑을 채우고 연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불응하거나 시위가 과격해져 경찰관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기마경찰을 동원해 강제 해산하거나, 최악의 경우 권총을 사용해도 문제 삼지 않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도 많았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금속노조원들의 파업을 진압하는 경찰이 使側(사측)의 사주를 받아 무자비하게 진압, 무고한 시민들을 살상했는가 하면, 경찰관 자신들의 파업에도 구사대가 동원돼 어제의 동료가 원수로 갈라선 적도 있었다.

제대군인들의 난동을 진압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정의감에 충만한 지휘관이었다.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무장 진압군이 아나코스티아강 다리를 건너 난동자들의 텐트까지 진입하기를 원치 않았다. 하지만 맥아더 참모총장은 소총에다 착검하고 최루가스 촛불(gas candle)로 무장한 병력을 투입, 철저히 소탕했다. 그 결과 여러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의 제대군인들이 부상당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제대군인 원호법(GI Bill)과 국가보훈처가 탄생했다.

훗날 공개된 육군 정보처 자료에 따르면, 당시 농성을 주도한 시위 주동자 26명 가운데 공산주의자는 3명밖에 되지 않았다. 대다수 언론에서도 맥아더가 무리한 强手(강수)를 두었다고 비난했지만, 그가 惡役(악역)을 맡음으로써 기병대의 시위진압 위력이 널리 알려졌다. 이후 워싱턴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의 책동으로 인한 상습적인 시위가 꼬리를 감췄다.

魚淸秀(어청수) 청장 이하 한국 경찰이 지금 처한 상황은 어쩌면 1932년 5월부터 7월까지 맥아더 장군이 처했던 상황과 흡사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면 승부는커녕 오히려 유화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보수진영의 公憤(공분)을 사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헤매는 이명박 정권은 4ㆍ19로 집권한 張勉(장면) 정권과 흡사한 길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운동과 비슷한 것이 1961년 2월 체결된 한미경제기술협정 반대운동이었다. 좌익세력과 학생들은 이를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으로 규정, 반대운동을 전개하면서 즉각 철회 등을 요구했다. 촛불시위대의 재협상 요구와 흡사하다.

전국의 경찰관과 전ㆍ의경은 대한민국의 파수꾼이자 민주주의 수호의 일꾼들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자유와 진리와 정의의 편에 서서 열심히 근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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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 시위는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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