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인터뷰] 회원 3000명 넘은 ‘한국대학생포럼’ 회장 尹柱珍 : 월간조선

2010년 12월 중순, 20대 노점상의 분신자살에서 시작된 ‘튀니지 혁명’은 중동·북아프리카 제국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철권통치를 유지하던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은 하야했고, 카다피의 리비아는 내란에 휩싸였다. 예멘, 시리아 등에서도 국민들이 ‘독재타도’와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피를 흘리고 있다. 아직 ‘미완(未完)의 혁명’이지만, 우리는 한 시대를 마감하고, 또 다른 시대를 예고하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 이를 이끌어낸 원동력은 비뚤어진 조국(祖國)에 대한 청년의 ‘의분(義憤)’이었다.

우리나라도 ‘비(非)정상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청년·학생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011년 3월 14일, ‘한국대학생포럼’ ‘new또다시’ ‘바른사회대학생연합’ 등 7개 ‘우파학생단체’는 천안함 피격 1주기를 맞아 ‘대학생 추모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3월 12~25일까지 ‘천안함 추모 주간’으로 선포한다”면서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문화제’를 거행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의 “천안함 침몰은 MB정부의 음모”라는 식의 허황된 선동만이 난무하던 대학사회에서 ‘우파(右派)’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은 이를 실용주의(Pragmatism)와 개성(Personality), 애국심(Patriotism)을 중시한다는 의미를 담아 ‘P세대’ 혹은 ‘천안함 세대의 등장’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그 세(勢)가 충분치 않다. 청년자유연합 60명,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100명, 북한인권학생연대 300명, ‘new또다시’가 850명으로 소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2009년 3월에 발족한 ‘한국대학생포럼’은 현재 전국 50개 지부에, 회원 3200명으로 우파 학생 단체 중 최대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대학생포럼은 2011년 3월 22일 한국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11 비전선포식’을 갖고 “국가 정상화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대학생포럼, 右派라는 정체성 찾아

이 단체는 2011년 3월 22일 한국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11 비전선포식’을 갖고 “국가 정상화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장 윤주진(尹柱珍·연세대 정외과 4년·25)씨는 “한국대학생포럼이 대한민국 최대 우파 대학생 단체가 됐다”며 “전국의 대학사회를 바로잡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실 ‘우파학생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고려대에서 사상 처음으로 ‘비운동권’ 총학생회장 후보가 당선됐다. 같은 시기, 한양대에서도 ‘한총련 본부를 세우겠다’는 운동권에 맞서 ‘소리 없는 명예혁명’이란 구호를 내건 ‘비운동권 후보’가 총학생회장에 선출됐다. 이후 한양대 총학을 중심으로 20여 개 대학이 참여해 ‘학생연대21’이라는 ‘비운동권 총학생회 연합’이 만들어졌다.

‘학생연대21’의 초대 의장 신진수(한양대 총학생회장)씨는 당시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학생운동의 방향이 복지와 사회봉사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며 “이것이 보수화 경향이라기보다는 대학사회의 ‘자기 위상 찾기’ 내지는 ‘본래 위치 찾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연대21’은 ‘외곬의 운동성향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론장으로서의 학생운동’을 지향하면서 전국적인 조직으로 키워갈 것을 계획했다. 과연 학생운동의 대안(代案)이 될지 시선을 끌었고, 재벌가 3세인 한양대 총학생회장 이상현씨가 2대 의장이 되면서 세인(世人)의 관심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9월 “3대 의장으로 관동대 총학생회장이 선출됐다”는 언론보도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학생연대21’은 명확한 정체성 없이 ‘한총련’의 극좌적 성향과 과격함을 바로잡으려는 데만 그쳐 스스로 조직력을 떨어뜨리는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우파’라는 확실한 이념적 정체성을 들고 나온 윤주진씨 주도의 ‘한국대학생포럼’은 이런 점에서 차별적이다. 과연 이들이 한국대학사회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회장 윤주진씨를 만나봤다.

한국대학생포럼(이하 대학생포럼)은 2009년 3월 3명이 모여 창립한 후 1년 동안 참여 인원이 소폭 증가했지만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였다. 2010년 3월 천안함 격침과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현재 회원은 3200명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창립 2년 만에 ‘1060배’ 성장한 셈이다.

출범 당시 대학생포럼은 ‘수성(守成)’을 표방했다. 수성이란, 조상이 이루어놓은 일을 이어서 지켜나가는 것을 뜻한다. 윤주진씨는 “대한민국은 이미 창업에 성공한 국가”라면서 “왜 우리는 아직 구(舊)시대적인 ‘창업’만을 되뇌면서 선진국 진입의 시기를 지체(遲滯)하고 있는지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 이후 5차례에 걸친 대통령 직선을 통해 민주주의적 정치질서를 정착시켰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은 1조400억 달러, 자동차 등록대수 1794만 대(2010년), 인터넷 보급률 81.6%(2010년) 등으로 세계 상위권 수준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는 선대(先代)가 물려준 것으로,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계승·발전시켜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윤씨의 말이다.

“우리나라 종북좌파는 ‘이승만의 단정(單政)’ ‘6·25전쟁’ 등을 말하며, ‘우리는 창업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자유와 물질적 풍요가 이승만(李承晩)과 박정희(朴正熙)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민주화 이후 정계,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로 침투한 좌파들은 ‘진지(陣地)’를 구축하고서, ‘정통성’ 시비를 하며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우리의 다리를 잡고 있습니다.”

“從北인사에 김정일 질문지 보낼 것”

윤주진씨는 “우리 사회에서 퇴보세력이 활개치게 된 시점은 ‘6·15선언’ 이후”라면서 “지난 두 정권 동안 ‘대한민국 파괴’가 너무 심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원리주의자’ ‘명분론자’입니다. 이미 역사적으로 폐기된 사상을 아직도 주장하거나, ‘감상적 민족주의’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은 ‘진보’가 아니라 ‘역사(歷史)의 퇴보(退步)’ 세력입니다. 조직화한 퇴보세력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로막고, 국가정체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종북좌파는 허무맹랑한 ‘내재적 접근법’을 들먹이며 북한인권유린을 묵인하는 ‘겁쟁이’들입니다. 이들 중 정치인은 표를 잃을까 봐, 좌파 언론은 독자를 잃을 걱정에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대학생포럼은 향후 종북단체와 인사에게 ‘김정일’에 대한 공식 질의서를 보낼 예정입니다. ‘김정일이 나쁘다’면 같이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그렇지 않다면 그들과의 타협은 불가합니다. 더는 이들의 언동(言動)에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윤씨는 “우리 사회에서 퇴보세력이 활개치게 된 시점은 ‘6·15선언’ 이후”라면서 “지난 두 정권 시기에 대한민국은 좌경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지난 두 정권 동안 ‘대한민국 파괴’가 너무 심했다”며 “이 시기에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인, ‘교육’ ‘안보’ ‘시장’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2006년 12월 21일, 노무현 전(前) 대통령은 민주평통 연설에서 “군대에서 몇 년씩 썩히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두 정권 동안 전교조는 합법화되고, 좌(左)편향 교과서가 등장했다. 안보관도 허물어져 ‘북한은 적(敵)이자 동족’이라는 이중성(二重性)은 사라지고, ‘우리 민족끼리’라는 김정일의 대남(對南)선전용 구호가 사람들의 ‘감상적 민족주의’를 자극했다. 군(軍) 통수권자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대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 기간에 반(反)기업정서는 심화하고, 대중영합적인 정책들이 등장했다.

윤씨는 “금이 간 기둥 위에 아무리 멋있는 조형물을 올려도 무너지듯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적 성과도 언제든지 붕괴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도발, 우리 사회 이념대립의 심화 등 안보위협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명박(李明博) 대통령에게 굳건한 리더십과 강력한 대북(對北)정책을 요청했지만, 실제 이 정부의 정책들을 보면 기대하던 것과 괴리(乖離)가 큽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눈치만 보는 지도자’는 안 됩니다. 국제정세를 꿰뚫었고, 혼란스러운 해방정국에서 ‘건국(建國)’을 이룬 이승만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나와야 합니다.”

1960년 4·19혁명 후, 우남(雩南) 이승만은 ‘노욕(老慾)의 독재자’로 낙인찍혔다. 이후 51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그를 긍정하는 것은 ‘금기(禁忌)’처럼 됐다. 지난해 9월, 한 언론매체의 ‘역대 대통령 신뢰도조사’에서 이승만은 6위(2.2%)에 불과했다. 국부(國父)이면서도 변변한 기념관 하나 없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때문에 ‘보수우파’를 자처하긴 했지만, 20대 청년의 입에서 ‘우남’이 등장하는 것은 뜻밖이었다.

‘代案교과서’ 보고 李承晩 처음 알게 돼

윤주진씨도 처음에는 우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이승만’을 긍정하게 된 계기는 친구들과의 토론을 통해서였다. 윤씨는 어느 날 친구들과 ‘6·25’에 대해 얘기하게 됐는데, 이 자리에서 친구 몇몇이 “6·25는 북침” “남침이더라도 그걸 유도한 사람은 이승만”이라는 주장을 했다. ‘6·25가 김일성(金日成)의 남침’임은 상식이었다. 윤씨는 친구들의 망언에 즉시 반박하고 싶었지만 근현대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이후 윤씨는 ‘대안교과서’를 보고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대한민국(大韓民國)’과 ‘이승만’을 처음 알게 됐다. 윤씨는 “이승만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이 나라는 존재할 수 없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과 맞서가며 대한민국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반도에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도입했고, 북한의 남침을 분쇄했습니다. 한미(韓美)동맹을 이끌어 경제성장의 바탕을 구축했고, ‘반공법’ 등을 만들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했습니다. 따라서 김일성을 비롯한 그 추종자들은 ‘이승만’이 ‘눈엣가시’였을 것입니다. 지금 그는, 학교에서는 편향된 교사들에 의해서, 인터넷에서는 근거 없는 루머와 악플에 의해서, 그리고 대학에서는 편향된 교수와 왜곡된 학생사회에 의해서 ‘친미주의자’ ‘전쟁광’ ‘친일파’ ‘독재자’로 매도당하고 있습니다.”

윤씨는 “4·19세대인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가 ‘4·19는 반(反)이승만 운동이 아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이승만 복원’이라고 말했다”며 “이승만을 복원해 하루빨리 이 나라의 ‘뿌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보길(印輔吉·71) 《뉴데일리》 대표는 최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세력이 조직적으로 이승만 죽이기를 실행해 온 것을 알았다”며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부활시키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국가 정신은 자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 대표는 “이승만 박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배경엔 4·19를 주도했던 우리 세대 탓도 있다”며 “이 박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는 4·19를 주도한 우리 세대부터 앞장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지금껏 배운 것은 나의 否定이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긍정하는 것은 지난 세월 동안 ‘금기(禁忌)’였다. 사진은 1962년 귀국이 좌절되고 미(美) 하와이의 병상에서 성탄절을 맞은 이 박사의 모습이다.

인 대표는 대한민국 건국사를 복원하기 위해 3월 9일 ‘이승만연구소’를 창립했다. 이 자리에서 윤주진씨는 “현재 20대는 풍요와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선물을 물려받았다”면서도 “‘대한민국’이라는 선물은 물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씨의 연설문을 간추린 것이다.

“저희는 초·중·고를 거치며 대한민국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물론 국사책과 한국 근현대사 교재에서 6년 동안 한반도를 배웠습니다. 고조선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달달 외운 역사적 유물만 해도 수백 점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배우지 못한 것은 내가 지금 사는 이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정체성, 우리 자신 그 자체입니다. 내가 몸담은 이 나라의 출발과 의미, 그리고 대한민국의 탄생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흔히 어머니에게 ‘엄마, 난 어떻게 태어났나요’ ‘엄마, 아빠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등을 묻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우리는 바로 우리 자신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배운 것은 ‘나의 부정’ ‘국가의 부정’ ‘역사의 부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내가 배운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바로 ‘뿌리가 없는 세대’가 되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중략)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전 조선일보 편집국장).

오늘 이승만 연구소는 바로 그런 우리 세대를 다시 한 번 부활시켜 줄 수 있는, 우리에게 아직 물려주지 못하신 바로 그 선물을 만들어주실 소중한 공간과 모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승만 연구소는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승만 연구소마저 이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지금도 자라고 있을 어린이들과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은 또다시 저들의 무차별적인 공세에 시달려 ‘국가를 잃어버린, 국가를 잊어버린 불행한 세대’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이승만 연구소는 저에게 무한한 감사와 고마움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전 이 자리에서 약속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 펼쳐갈 오랜 세월 동안 이승만 대통령의 진실을 복원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겠습니다. 대신 저 역시 한 가지 부탁을 하겠습니다. 젊은 세대들을 더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대학교, 사회, 기업 가리지 않고 깨우쳐주십시오. 제자가 스승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후배가 선배에게 부탁하듯 호소합니다. 이승만 연구소의 무한한 발전과 대한민국의 영원한 번영을 기원하며 저의 축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대학가는 韓大聯이 여론 주도해

윤주진씨는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한 줌’의 목소리가 이 사회를 대변하는 것처럼 왜곡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전공이 정치학인 윤씨는 평소 독서와 토론을 즐기는, 자칭 ‘탁상공론(卓上空論)’만 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는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한 줌’의 목소리가 이 사회를 대변하는 것처럼 왜곡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 1년 뒤, 노무현(盧武鉉) 전(前) 대통령 자살 당시, 타의(他意)에 끌려 분향소에 가는 학우(學友)들을 목격했다. 그리고 또 1년 뒤, 과학적 진실을 믿지 못하고 쉽사리 휩쓸리는 대학생들을 봤다. 윤씨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 위한 ‘조직’의 필요성을 통감(痛感)하고, 2010년 5월 ‘대학생포럼’에 가입했다.

2년간의 활동에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대학생포럼을 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윤주진씨는 “우리는 헌법에 나와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얘기하는데도 대학생들은 ‘극우(極右)’로 본다”며 “대학생포럼과 어울리면 정치적으로 ‘오염’될 수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씨에 따르면 좌파단체에서 아직까지 대학생포럼을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아 ‘충돌’ 양상은 없었다고 한다. 4월 1일 대학생포럼이 《월간 SCOOP》를 발간하고 나서, 편집장 성모씨에게 “너희가 뭘 아느냐” “천안함이 정말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느냐”는 등의 항의전화가 가장 큰 ‘공격’이었다. 윤씨는 “우리는 극우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포럼 구성원 중 대다수는 평범한 학생으로, 특별히 뛰어난 능력이 있거나, 비상한 머리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 나라에 기회가 있음을 믿으면서,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청년들입니다. 대학생포럼은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공부와 토론을 하려는 대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윤씨가 밝힌 것처럼 ‘대학생포럼’의 관심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대변되는 ‘국가정체성’이다. 20대 초중반인, 대학생으로서 너무 거대담론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현재 대학가의 이슈는 주한미군철수·국가보안법철폐 등을 주장하는 ‘한국진보연대’ 참가단체인 ‘한대련’이 선점(先占)했다.

2011년 봄학기 개강 후 한 달이 흐른 지금, 대학가는 ‘등록금 투쟁’이 한창이다. 이는 해마다 있었던 ‘춘투(春鬪)’지만, 특이한 것은 ‘투쟁’의 ‘창끝’이 대학 당국보다 정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투쟁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예년의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 정도의 주장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반(半)값 등록금 공약’ 실행을 주장하고 있다. 물가는 고공행진을 해 생활은 점점 팍팍해지고, 전세대란의 여파로 월세도 상승해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고, 학교를 졸업해도 기다리는 것은 ‘청년실업’인 ‘화약고’ 같은 현실에 등록금이 ‘불’을 댕겼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윤씨는 “우리도 대학생이기 때문에 등록금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지금 대학생들이 정말 힘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느끼는 정도가 상대적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힘들다’고 하는 것은 어폐(語弊)가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선후배가 ‘同志’로 인정하고 활동하는 左派 보면 부러워”

졸업식날조차 취업정보를 챙기는 대학생들의 모습.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어려워, 대학생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등록금이 비싸다’면서 ‘죽겠다’고 합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정말’ 힘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20대는 기본적으로 풍족한 세대이고, 예전처럼 못 먹고, 일하며 고학(苦學)하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학자금 대출제도가 있기 때문에 돈이 없어 대학을 다니지 못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기대했던 대학생활과 현실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좌파운동권은 ‘너희는 신자유주의의 희생물’이라면서 불안감을 심화시킵니다. 이들의 선동에 휘둘리는 원인은 장기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이익만 찾으려는 근시안적 태도에 있습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힘겨워들 하지만, 대학생활은 ‘4년’이면 끝납니다.”

대학생포럼 인터넷 사이트의 ‘성명·논평’ 중 ‘대학생’과 관련 있는 주제는, 2010년 1월 13일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조기 시행 촉구’뿐이다. 대학생들은 우파·좌파라는 자아(自我)인식은 없을지라도, ‘눈앞의 이익’에는 셈이 밝은 세대다. 하지만 현재 대학생포럼은 이들을 유인(誘引)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이슈가 없다. 그래서 이들의 ‘우파학생운동’이 대학사회에서 확산될 수 있을지는 현재 상태에서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자칭 ‘회원 300만명’이라고 하는 ‘한대련’과 겨루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윤주진씨는 “한대련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여서 이슈 경쟁을 할 처지가 아니다”면서도 “저변(底邊) 확대를 위한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씨는 “한국대학생포럼이 우파학생운동의 중심이 돼 전국의 모든 대학교에 지부를 설치하고, 훌륭한 청년리더를 육성하는 기반이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좌파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을 보면 많은 지원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합니다. 선후배가 서로를 ‘동지(同志)’로 인정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반면 우리 사회 주류(主流)인 기성 우파는 우리를 ‘연대(連帶)’의 대상이 아닌 ‘기특한 대학생’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대학생포럼의 역사와 수준이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항상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최근에 그런 경향이 차츰 사라지고, 많은 분이 도와주고 있지만 보다 더 큰 애정과 관심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