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씨가 13일,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을 ‘직격’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을 있게 한 ‘공신’ 또는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듯한 주장을 했다. 다음은 그 대목이다. 

“돌이켜 보면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선거 과정 중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을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겪는 과정 중에서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차 저를 그 새끼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 한다고 크게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목이 쉬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중략) 대통령 선거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마음이”

굳이 이준석씨의 주장을 풀이하면, 이씨는 외양은 그럴싸할지 몰라도 내실은 형편 없는, ‘대통령감(양고기)’이 아닌 ‘윤석열(개고기)’의 ‘당선’을 위해 발이 부르트고, 목이 쉴 때까지 선전하고 다녔다고 한 셈이다.

일단 이 같은 이준석씨의 주장은 이전부터 계속된 것이므로 새삼 이론을 제기할 필요조차 없지만, 다수 국민의 ‘착각’ 또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선 기간 이준석의 활동상, ‘문재인 정권 종식’에 대한 이준석의 기여도, ‘윤석열 집권’에 대한 이준석의 지분을 객관적으로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준석씨와 그 실체와 규모를 알 수 없는 ‘이준석 추종자(속칭 대깨준)’들은 “이준석 덕분에 윤석열이 이겼다” “이준석이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식의 주장을 거침없이 해대고 있다. 상식적으로 대선은 그 당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후보’를 보고 유입된 신규 지지층의 투표로 판가름나는 대결이다. 

즉,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 중에는 문재인 정권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적폐청산’을 주도한 ‘검사 윤석열’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절대악’이자 ‘제거해야 할 세력’인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청산하기 위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 대통령을 지지한 이들이 있다. 

또 같은 전통 지지층이라고 해도 국민의힘에는 인물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검찰총장 윤석열’을 야권 대선주자로 점찍고, 지지한 이들도 있다. 이들과 정치, 이념 성향은 조금 다를지라도 ‘문재인 정권 심판’과 ‘정권교체’를 위해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검사 윤석열’을 지지하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을 찍은 ‘중도층’도 분명히 있다. 요약하면, 결국 ‘윤석열’이란 인물, 또는 그 ‘경쟁력’이 대선 때 통해서 국민의힘이 집권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상기 내용은 대선 이전, 또는 진행 과정에서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가상 양자대결을 할 경우 국민의힘 주자 중 확실하게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누가 있었나. 이 점만 감안해도 지난 대선은 ‘국민의힘’이 ‘윤석열’에게 의존한 선거이지,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기대어 집권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도 아닌, ‘이준석’을 들먹이며 “이준석이 아니었다면 윤석열은 패배했다” “이준석 덕분에 윤석열이 대통령 됐다”는 식의 주장은 그야말로 ‘궤변’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준석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때 추미애, 이해찬씨와 달리 그 무슨 ‘특별한’ 역할을 했기에 자신을 ‘윤석열 정권 출범 공신’ ‘정권 교체 공신’을 자처하는 것일까. 대체 어떤 근거로 윤석열 대통령의 ‘상왕(上王)’ 노릇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받을 수도 있는 언행을 거침없이 하는 것일까. 

이준석씨는 자신이 대통령 선거를 이끌었다는 주장,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선 당시 줬다는 ‘비단주머니’의 효과, 자신이 선거 전략 전술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에 대선에서 이겼다는 주장, 자신이 그토록 반대했던 ‘안철수와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어도 ‘윤석열 당선’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 지방선거 당시 이준석표 전략 전술의 실체를 입증할 수는 있는 ‘근거’를 먼저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신이 그 시기에 당 대표란 직책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대선과 지선을 승리로 이끌고~”란 식으로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이준석씨가 이를 명백하게 입증하지 않고, 국민의힘이 ‘대선 백서’를 만들어 이를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는 한 앞으로 선거 때마다 우연히 한 자리씩 당직을 맡았던 자들이 걸핏하면 “내가 특등 공신” “내가 킹메이커”를 운운하는 걸 넘어 “나 상왕이오”를 외치며 국민들 앞에서 거들먹거릴 게 불을 보듯이 훤하다.  

“이 새끼, 저 새끼 소리를 들으면서도 ‘참을 인(忍)’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윤석열 당선’을 위해서 노력했다”는 식의 자처한 이준석씨가 관련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그를 따라다니는 기자들도 이에 대해 전혀 묻지 않기 때문에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의 ‘20대 대통령 선거 사후조사’ 결과를 통해 ‘윤석열 당선 요인’과 ‘이준석 기여도’를 살폈다. 

한국갤럽은 20대 대통령 선거일인 3월 9일 다음 날인 10일, 전국 성인남녀 중 20대 대선 투표자 1002명을 대상으로 ‘이재명·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 ‘이재명·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응답자는 이에 ‘자유응답’ 형식으로 답했다. 각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에 대해서는 2개까지 응답하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423명이 내세운 이유를 보면 정권 교체 39% 상대 후보가 싫어서 또는 그보다 나아서 17% 신뢰감 15% 공정ㆍ정의 13% 국민의힘 지지 7% 잘할 것으로 기대/정책ㆍ공약/새로운 인물 각 6% 민주당이 싫어서/인간성/주관ㆍ소신 각 5% 도덕성/부정부패 척결/부동산 정책 각 4% 경제 기대/호감 간다/단일화 각 3% 법치 확립/강직함/여가부 폐지/국가안보 각 2% 등이다.

이를 분석하면, ‘윤석열 집권’ ‘문재명 정권 연장 실패’의 제일 요인은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다. 그다음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기(신뢰, 공정, 정의)가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여론조사 결과 중 굳이 이준석이란 인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은 ‘여가부 폐지(2%)’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조사에서는 ‘중복응답’을 허용했으므로, 조사 결과상 2%에 불과한 ‘여가부 폐지’ 공약의 경우에는 그 기여도가 실제로는 더 낮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미미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