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직후 이재명과 김민석은 어디 있었나… 한동훈은 엑스칼리버 뽑은 아서왕”
⊙ “한동훈은 계엄 저항의 상징이면서 극우세력의 마녀사냥ㆍ가스라이팅 피해자

-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 사진=조준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에서 제명된 후에도 이른바 ‘친한동훈계’는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한 전 대표 제명 이후 위축될 것으로 보였던 친한계는 3월 중순 현재 오히려 힘을 얻는 중이다. 중징계를 받았던 배현진 의원은 법원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며 서울시당위원장에 복귀했고, 한 전 대표의 대구와 부산 방문에는 다수의 의원이 동행했다. “한동훈 일정에 동행하면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당권파의 으름장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안상훈 의원(비례대표, 초선)은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첫 사회수석이었고, 윤석열정부 4대개혁의 틀을 만드는 등 친윤계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12.3 계엄은 그의 입장을 바꿨다. 안 의원은 12.3 계엄 직후 한동훈 당시 여당 대표가 신속하게 계엄반대 입장을 표명한 사실을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서왕’에 비유했다.
"현재 국민의힘, 메신저가 오염됐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심각해 보인다. 화합할 가능성은 없나.
“정당의 목표는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에게서 보이는 윤어게인과 부정선거론은 국민의 상식과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메신저가 오염돼 있어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장 대표의 잇따른 실패가 우리 당 지지율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만들었다. 결의문 채택 의원총회(3월 9일)에서는 중진들까지 쓴소리를 제대로 했다.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메신저 오염이 무슨 의미인가.
“정치는 타이밍과 메신저가 중요하다. 지금 국민의힘이 이재명정부의 온갖 실정을 다 비판한다 해도 계엄과 윤어게인을 끊어내지 못하는 지도부가 국민 생각에 부합할 수 있나. 지도부는 선거와 민심에는 관심이 없고 당권 유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당 일각에서는 결의문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 즉 문제인사에 대한 조치, 계엄단절 명문화, 부당한 징계 취소 등이 필요하다. 당무감사위와 윤리위가 당의 기강을 잡는 게 아니라 기강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정당에서는 당내 화합과 결속도 중요한 일 아닌가.
“당권파는 똘똘 뭉쳐야 한다는 얘길 하는데, 소수야당이 뭉쳐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좋은 방향을 향해 뭉치는 게 아니라 황당한 방향으로 뭉치자고 하고 있다. TK 중심으로 쪼그라들어 겨우 연명만 하는 정당이 정상적인가.”

국민의힘 내 소장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 의원들이 2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죄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맨 왼쪽이 안상훈 의원. 사진=조선DB
윤석열정부의 패착
-전직 대통령들의 사회정책분야 교사이기도 하고, 윤석열정부 150대 국정과제와 4대개혁의 틀을 만든 장본인이다.
“정책설계자로서 직접 입법에 참여하기 위해 22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왔다. 이전 대통령들이 선거를 우려해 적극적인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지만 윤 대통령은 추진력과 의지가 있었다. 150대 국정과제는 2년 더 했으면 아름답게 정리될 수 있었다. 어떻게든 계엄은 하지 않고 끌고나갔어야 했다.”
-민주당의 폭주 때문에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여전히 존재하는데, 계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민주당의 유례없는 입법폭주로 국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야당 대표(이재명)를 범죄자로만 치부하지 말고 끊임없이 설득하고 대화하면서 참고 버텨야 했다. 여소야대라 힘들긴 했겠지만 거부권 등 정부여당이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행사할 수 있었다. 기회를 계엄으로 다 날린 것이다.”
-계엄날 무슨 생각을 했나.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4.19에 참여했었던 선친(편집자주:안병규 11,12.13대 국회의원)이 생각났다. 어렸을때부터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에 대한 밥상머리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계엄 소식에 건너선 안 될 강을 건넜다고 생각했다. 한동훈 대표가 연락와서 위헌적인 개헌을 막겠다고 했고 행동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한 곳에 모이지 못했는데.
“대표와 원내대표 의견차이가 있어 그렇게 됐지만 본회의장에 모일 수 있었으면 우리 당이 계엄해제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국민의힘이 이렇게 계엄의 늪에 빠져있진 않았을 것이다.”
계엄과 한동훈, ‘친한계’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계엄에 즉시 반대입장을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
“야당보다 훨씬 빠르게 정확한 판단을 한 거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됐다고 선제적으로 입장표명을 한 것은 엄청난 용기의 결실이다. 결국 국민의힘 107명 의원이 계엄이 잘못됐다는 결의문을 발표하지 않았나.”
-그 후 한동훈이라는 정치인을 지지하게 된 것인가.
“나의 고등학교ㆍ대학교 후배이고 똑똑한 리더감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날의 한동훈은 역사성을 획득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보수세력에서 계엄을 극복하고 보수를 재건할 인물이 한동훈 말고 있나.”
-친한계 정치인들의 생각도 비슷한가.
“사실 친한계라는 단어는 언론에서 붙인 것이고 내 입장에서는 불쾌할 정도다. 우리 그룹은 한동훈을 중심으로 모인 계파가 아니고, 기존의 계파처럼 수장ㆍ좌장이 존재하거나 수직적인 구조도 아니다. 보스가 없는데 어떻게 계파인가. 한동훈이 자리를 챙겨주거나 조직을 지원해 줄 형편도 아니지 않은가. 당권파의 불합리한 모습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고, 합리적이고 전문성 있는 분들이 우리 그룹에 많다. 의견 제시도 수평적으로 하고, 서로 쓴소리도 수시로 한다. 이런 민주적인 방식이 한동훈식 새정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훈은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서왕, 우리는 원탁의 기사 같은 구조다. 보수개혁과 보수재건을 추진하는 우리의 목표를 위해 국민앞에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현재는 한동훈이다.”
-친한계의 목표는.
“보수재건이다. 친한계가 아닌 개혁파라고 불리고 싶다. 우리 그룹 외 다른 의원들은 예전엔 ‘정치신인 한동훈과 뭘 하겠느냐’라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래도 한동훈이 낫다’ 또는 ‘이제 한동훈 밖에 없다’라는 얘기를 한다. 중진들 중 직접 나서진 못하지만 우리 그룹이 잘 해 줬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많다.”
-한 전 대표의 대구ㆍ부산행에 동행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군중의 열기가 대단했다. 팬클럽이니 뭐니 하며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현장에서 본 바로는 거의 모두 현지사투리를 쓰는 분들이었고 성별과 연령대도 다양했다.”
“한동훈 공격하는 사람들, 팩트체크 해 보자”
-국민의힘과 보수세력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에 대해 총선패배 책임론, 탄핵 찬성 비판, 배신자론 등을 계속 제기한다.
“하나씩 짚어보자. 22대 총선에서 왜 졌나. 선거운동 초반에는 국민의힘이 과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그런데 의대증원 2천명, 런(run)종석, 대파가격 등이 선거 직전에 줄줄이 나왔고 지지율은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한동훈은 선거 다음날 자신이 잘못했다 인정하고 자숙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는 책임에 대한 발언이 한 번도 안 나왔다. 그런데 총선 3개월 후 전당대회에서 한동훈이 득표율 62.8%로 대표에 당선됐다. 당원들이 한동훈 때문에 진 게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고, 총선은 졌지만 앞으로 당을 잘 이끌어달라고 맡긴 것이다.”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과 대립한 점이 다소 부정적인 인상을 가져오기도 했다.
“한 대표는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에게 진언을 수도 없이 했다. 민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김건희여사 리스크는 특별감찰관이라는 정공법으로 풀어나가면 된다고, 검찰이나 특검까지 안 가도 된다고 한 건데 듣질 않았다. 이게 싸우고 대립한 건가. 한 대표 제안대로 털고 갔으면 어땠겠나. 결국 도이치모터스 등 여러 의혹이 무죄로 나왔다.”
-자신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윤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나섰다는 ‘배신자론’도 있다.
“사실과 다르다. 계엄 후 국민의힘은 정국안정화TF(위원장 이양수)를 구성했다. 계엄은 잘못됐지만 최대한 소프트랜딩을 하기 위해 대통령 조기퇴진 등을 골자로 국정을 안정시키자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고 스스로 탄핵으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린 거다. 친윤도 거기에 동조했다. 탄핵을 한동훈 책임으로 뒤집어 씌울일이 아니다”
-전부 사실과 다르다는 건데.
“총선패배와 민주당의 입법폭주와 계엄과 탄핵이 한동훈 때문인가. 윤어게인이 주장하는 ‘모든게 한동훈 탓’이라는 한동훈 책임론은 근거가 없다. 한동훈은 마녀사냥을, 적지않은 당원들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고 본다.”

사진=조준우
국민의힘 행적은 ‘오답노트’
-국민의힘은 3월 9일 의원 107명 결의문을 발표했다.
“계엄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내용의 결의문은 진작 내놓고 노력을 했어야 한다. 12.3 직후 결의했더라면 계엄에 부화뇌동하는 당이라는 비판도 받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1년4개월동안 계엄이라는 굴레에 스스로를 가뒀다. 그러다 이대로는 지방선거 참패와 총선 참패가 불보듯 뻔하니 의원들도 행동을 안 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힘이 다시 살아날 발법은 있나.
“계엄 후 지금까지 해 온 건 오답노트다. 모든 정답을 피해갔다. 따라서 우리당 리더 그룹이 지금까지 해 왔던 판단의 반대로만 하면 그게 보수 재건이다.”
-구체적으로는.
“결의문만으로는 국민들이 또 말로만 결의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정강정책도 손을 보고 인적 쇄신도 하면서 속도감있게 변화해야 한다. 지도부는 물론 그 홍위병 같은 당직자들도 조치해야 한다. 당 지지율이 10%대라면 노선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닌가. TK 등 영남을 지키는 것은 물론,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당이 돼야 한다. ”
-당 지도부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대구와 부산에서 확인된 것처럼 국민의 보수 개혁요구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달라져야 한다. 한동훈이 다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계엄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상징성을 갖고 보수 재건을 이끌 수 있는 대표선수이며, 연령상 정치 역량을 더 채워나갈 가능성도 높다.”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