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지방변호사회 모습이다. 사진=조선DB
"예전 같았으면 공권력에 순응하지 않으면 곤장을 칠 일인데…."
서울동부지법에 재직 중인 한 법관이 2023년 조정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은 피고인을 두고 "억지를 부린다"며 이렇게 발언했다고 한다. 해당 법관은 2024년 소송대리인을 향해 "화나게 하지 말아라" "욕 나오게 하지 말아라"고 했다. 지난해에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와 피고 측을 훈계하거나 호통을 치고, 비아냥대는 말투 등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조순열)는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도 법관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변회는 이날 상위 법관 72명, 하위 법관 20명을 발표했다. 서울동부지법 A판사는 지난해를 포함해 최근 6년간 5차례나 서울변회 하위법관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평가에는 서울변회 개업회원 2만4278명(지난해 11월 28일 기준) 가운데 2449명이 참여했으며 총 2만3293건의 평가표가 접수됐다. 5명 이상의 회원에게 유효 평가를 받은 법관 1341명의 평가결과가 최종 집계됐다. 해당 법관들의 평균점수는 84.19점으로 전년(83.8점)보다 소폭 올랐다.
"아이씨" 욕설에 볼펜 던지기까지
서울변회가 공개한 하위법관들의 문제 사례는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첫 공판 기일에 나갔다가 담당 판사에게 짜증 섞인 말투로 "변호인, 의견서 안 해요?"라는 질책을 들었다.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하고 출석하자 이 판사는 "아이 씨"라며 욕을 했다. 이 판사는 그 이후에도 변호인을 향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무시하거나, 고성을 내지르고 볼펜을 던지는 행동을 보였다.
서울동부지법 A판사를 평가한 변호사들은 "법관의 주관적 의견을 장황하게 설명하느라 다음 사건에 지장을 주고, 중간에 말을 끊거나 재판 도중에 호통을 쳤다"고 지적했다. "소송 진행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넘어 훈계와 잔소리, 비아냥으로 시간을 너무 지연시켰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최근 5년간 3회 이상 하위법관에 뽑힌 수도권 소재 법원의 B판사는 지난해 "판결문도 결국 내가 쓰는 건데"라며 당사자를 계속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사자가 조정 의사가 없다고 여러 번 표명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나가서 다시 생각해보고 오세요"라며 조정을 강요했다는 평을 받았다. 변호사들은 B판사를 두고 "격앙되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당사자의 구두 변론은 '서면에 기재돼 있다'는 이유로 원천 차단하고, 당사자의 증거 신청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힐난하면서 사실상 신청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다른 판사는 변호사를 향해 "변호사 몇 년 차인데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모욕을 가하기도 했다. 의료 파업 사태로 재판 절차에 필요한 의료 기록 감정이 지연되자, 한 판사는 감정 절차를 직권으로 취소하고 일방적으로 변론 종결을 강행했다. 이에 변호인이 방어권 침해라고 항의하며 공판조서 기재를 요청하자, 이 판사는 그 자리에서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내렸다고 한다.
또 다른 판사는 소송 당사자가 재판 진행에 이의를 제기하자 법원 경위를 향해 "끌어내라"고 명령했다. 아직 심리가 계속되는 상황인데도 '다 똑같은 사기꾼'이라며 유죄 예단을 드러내거나, 피고인의 보석을 허가한 이전 재판장 결정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판사도 있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을 향해 "항소할 테면 해보라" "감형이 될 것 같으냐"며 마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언동을 했다고 한다.
소송 당사자가 발언 기회를 요청하자 "1분 주겠다"고 한 뒤 "50, 30, 10"이라고 초를 재면서 경청하지 않는 태도를 드러낸 판사도 있었다. 가정폭력 사건 판결문에 "(가해자의) 눈 속에 비친 '눈가 이슬'이 진심을 말해준다"고 기재해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편파적 시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도 들어왔다.
서울변회는 문제사례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불공정한 재판 진행으로 선고기일을 앞둔 피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례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서울변회는 "재판부 변경 후 증거 채부 입장이 180도 달라지고, 새로운 증거신청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인신문도 허용하지 않는 등 피고인의 방어권이 심각하게 훼손된 결과, 선고를 앞둔 피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것이 변호인이 제출한 사례의 주요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우수법관 72명도 선정
반면 권순형(사법연수원 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김주완(34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는 평균 10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5명 이상의 변호사에게 평가를 받아 유효평가 법관으로 분류된 1341명 가운데 평균점수 95점 이상을 기록한 법관 64명, 평균 평가횟수보다 1.5배 이상의 평가를 받으며 90점 이상의 점수를 얻은 법관 8명 등 총 72명이 우수법관에 이름을 올렸다.
나상훈(34기) 대전지법·대전가정법원 홍성지원장과 이지현(33기)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올해를 포함해 총 3회 우수법관에 선정됐다. 올해를 포함해 총 2회 우수법관 명단에 오른 법관은 권순형 서울고법 부장판사, 성준규(41기) 서울서부지법 판사, 이연경(36기) 인천지법 부장판사, 성재혁(변호사시험 5회) 서울중앙지법 판사, 박형준(2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강세빈(33기) 수원지법·수원가정법원 안양지원 부장판사, 김병만(38기) 대전지법 부장판사, 장서진(41기) 서울가정법원 판사, 권기훈(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정훈(42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사, 김상연(29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이수환(34기) 인천지법 부장판사, 이현종(23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이지현(32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정승화(42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혜령(변호사시험 2회) 서울중앙지법 판사다.
우수법관 72명의 평균 점수는 94.71점으로 최하위 법관의 평균 점수인 37.33점과 50점 이상 차이를 나타냈다. 이들 우수법관에 대해 접수된 사례를 살펴보면 치우침 없는 충실한 심리, 논리적인 판단, 충분한 입증기회 제공, 철저한 재판 준비, 경청과 충분한 배려 등이 눈에 띄었다.
권순형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당사자와 변호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철저한 재판 준비와 절차상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등 성실한 재판 진행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준규 서울서부지법 판사는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불분명한 증거가 다수 제출된 사건임에도 충분한 검토 기회를 보장하고 변호인의 증거신청을 받아들여 충실한 사실심리를 통해 판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재혁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재판을 진행했다는 평가를, 이현종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적절한 소송지휘권과 석명권 행사, 명확한 법리설명 등으로 재판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변회는 "사법 정의의 최후 보루로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 법관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이번 평가 결과가 사법부 전체의 신뢰도를 더욱 높이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올해 11월 28일까지 전국 법관 330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법관윤리강령을 기초로 한 법관평가표에 따라 총 10개 문항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서울변회는 10명 이상의 변호사에게 평가를 받은 법관 가운데 하위법관을 골랐으며, 하위법관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평가 결과는 법원행정처와 소속 법원장에게 전달되고, 법관 본인에게도 우편을 통해 개별 통지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