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서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밝힌 '김건희 대외활동 자제' 입장을 재강조했지만, 그 말의 '무게'는 이전과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문제 탓에 민심이 악화돼, 국민의힘 '텃밭'에서마저 그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조국혁신당과 후보 단일화를 한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체제'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이겼다. 기존 '텃밭'을 '사수'했다. 그에 따라 한동훈 대표의 발언은 이전과 다른 의미와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동훈 대표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히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 호응을 얻지 못 하고 있다”며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허위 경력 의혹이 제기되고 배우자인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자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음은 2021년 12월 26일, 김 여사가 우리 국민을 향해 내놨던 '말' 중 일부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입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 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집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잘못한 저 김건희를 욕하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가 대선 당시 했던 '대국민 약속'을 지켰다고 평가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민심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디올백 수수' 역시 그렇다. 최재영이 몰래 찍은 영상에 등장하는 김 여사는 발언 맥락 상 자신이 마치 '대통령'이라도 된 것처럼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받을 수도 있는 “제가 이 자리에 있어 보니까” “대통령 자리 올라가니까” 등의 표현을 거침없이 했다.
또 "남편이 대통령이 돼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뒤에서는 "남북 문제에 제가 좀 나설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 부인에겐 애초에 뭔가를 할 수 있는 '공적 권한' 자체가 없다. '대통령 부인'이란 지위는 국인의 선택을 받은 것도, 그 누구로부터 '임명'을 받은 것도 아니다. 초고도의 정치·외교적 능력이 요구되는, 국가 사활이 걸린 '대북문제'에 김 여사가 참여할 능력이 있는지는 둘째 문제다. 능력 여부를 떠나서 대통령 부인은 애초에 북한 문제를 비롯한 그 어떤 국정에도 나설 '자격' 자체가 없다. 그럼에도 김 여사는 자신의 대선 때 '대국민 약속' 달리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이와 같은 얘기를 한 것이다.
마치 국정에 관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자처하는 게 아니냐고 오해받을 수도 있는 김건희 여사 언행은 수두룩하다. 일례로 김 여사는 지난 7월11일 미국에서 탈북자들과 만나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면서 “저와 우리 정부가 끝까지 함께 할 것”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북한인권 개선에 강한 의지가 있으며,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마치 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자격'이라도 가진 것처럼 얘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김건희 여사는 최재영과의 대화에서 “어쨌든 보수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니까 어찌 됐든 그래서 그들의 비위를 살짝 맞추는 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렇지 않고”라고 말했다. '정치 경험'이 없고, '정치 기반'이 전무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배경에는 당연하게도 '문재인 정권 종식'을 바랐던 보수 표심, '공정과 상식'을 기대했던 중도 표심이 있다. 그런데 김 여사는 그들의 '비위'를 살짝 맞출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2022년 3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던, 그 후에는 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응원했던 이들의 신뢰를 내팽개친 발언과 같다. 그야말로 '민심 악화'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불어 최근에는 각종 의혹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고, 앞으로 김건희 여사가 과거에 뿌린 문자 메시지 또는 발언들이 또 어떤 '폭탄'이 돼 여권을 직격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10·16 재보선'에서 무난한 성적을 거둔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야당의 무리한 정치공세도 있습니다만, 그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들도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며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표는 “첫째,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은 꼭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정치와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 필요할 때 과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이어서 “두 번째,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한다”며 “셋째,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위해 필요한 절차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한다”고 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