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書 목록(1)- 이한우의 군주열전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8-05-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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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한우의 군주열전’ 여섯 권을 모두 읽었습니다. 朝鮮日報 기자로 재직 중인 이한우 전 논설위원이 쓴 이 책은 조선 500년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태종, 세종, 성종, 선조, 숙종, 정조 여섯 임금을 다루고 있습니다.
 
군주열전은 각 권이 50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읽는 내내 조금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짜임새가 있고, 흥미로웠습니다. 철저하게 實錄의 기록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만 읽어도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정리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조선의 역사를 다소나마 체계적으로 접한 것은 중학교 때 12권짜리 소설로 된  ‘조선왕조실록’이란 세로쓰기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 실록은 역대 임금들이 在位 시에 일어났던 굵직한 정치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史劇을 보는 것처럼 재미는 있었지만, 역사를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할 수는 없었습니다. 
 
소설 역사 책에는 태조 시대는 건국과 ‘왕자의 난’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고, 세종 시대는 별 흥미 있는 정치적 사건이나 野史가 없기 때문인지 간략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세조 대의 이야기는 왕위 찬탈과 단종 임금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예조와 성종 임금 대에 와서는 잠시 남이 장군 이야기가 나오다가, 곧이어 연산군의 暴政 시대로 무대가 옮겨집니다.  
 
중종 대에는 문정왕후와 정난정이 무대의 중심에 서고, 선조에 와서 임진왜란과 인조 임금의 병자호란은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숙종 임금을 다룬 부분은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조 대에 오면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정조 대를 거치면서 천주교 이야기와 함께 세도정치 시대로 넘어갑니다.
 
이런 소설류의 역사 책은 ‘나쁜 놈’과  ‘좋은 사람’에 대한 시각이 대체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세조가 死六臣을 고문해서 죽이고 왕위찬탈을 한 피도 눈물도 없는 임금 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金東仁이 쓴 ‘大首陽(대수양)’이란 책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수양대군이 엄청 훌륭한 인물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소설가가 쓴 것이 아니면 역사 책을 쉽게 접할 수가 없었고, 그나마 일반인이 실록 같은 원본 사료에 접근해 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소설 속의 내용이 어느 부분이 진실인지 허구인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저 훌륭한 분들이 쓴 책이니 사실에 바탕을 두고 쓰였겠지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된 굵직한 사건들이 대체로 조선 역사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왕조실록이 번역되어 CD 롬으로 제작되자 5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엄청난 역사적 이야기들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 대 후반부터는 수많은 역사서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와 대중들의 역사 인식의 폭을 과거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혀 놓았습니다. 
 
이한우의 군주열전은 제가 읽은 수많은 역사서 중에서도 독특한 인상을 차지하고 있는 책입니다. 
 
먼저 이 책은 실록에 충실하게 바탕을 두어 ‘축약 실록본’을 읽는 듯하면서도 읽기가 편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비록 왕조실록이 번역되어 전산화 되어 있다고 해도 여전히 일반인들이 읽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실록은 일자별로 기사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시간과 끈기를 가지고는 찬찬히 보기가 힘이 듭니다. 읽어도 앞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이해, 당 시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해당 기사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어내기가 힘이 듭니다.
 
하지만 군주열전은 읽기 어려운 실록을 마치 오늘날 신문 일간지를 읽듯이 이해하기 쉽게 기술해 놓았습니다. 기존의 일반 역사서는 사건이나, 경치, 경제, 사회, 문화를 주제별로 나누어 접근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군주열전은 역대 임금의 일대기를 날짜별로 쫓아가면서 해당 임금의 본 모습에 좀 더 가까이 접근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습니다.
 
또한 이 책은 단편적인 역사 인식이 한 인물을 얼마나 왜곡된 시각으로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정조 임금을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훌륭한 임금이라고 알고 있으나, 이 책은 기록을 바탕으로 정조 임금의 통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무너뜨립니다. 장희빈 이야기 정도만 알고 있던 숙종이 군왕으로서 자질이 얼마나 컸는지 등을 새롭게 알아나가는 재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한우 기자는 군주열전에서 실록 기사가 가진 행간의 의미를 적절하게 해석을 해서 사건 전개의 이해를 돕습니다. 특히 임금과 신하의 대화를 전달할 때는 등장 인물들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해서 독자들이 마치 그 인물의 내면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정조 임금 까지만 책을 냈는데, 이왕이면 이 책이 견지하고 있는 시각으로 고종실록도 한번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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