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프로야구 전설들. 왼쪽 시계방향으로 이만수,임호균, 허구연 KBO 총재, 장종훈, 김경기, 조계현. 이하 사진=이만수
“푸른 유니폼 향한 마음, 이제는 한결같다”
10월 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맞대결을 보기 위해 관중석 한켠에 낯익은 얼굴이 앉아 있었다. 삼성의 원년 멤버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영구결번 22번의 주인공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다.
그는 삼성에서 16년을 뛰며 통산 타율 0.300, 홈런 252개를 기록한 레전드다. 은퇴 후에는 SK 와이번스 1·2군에서 8년간 지도자 생활을 했고, 2012~2014년에는 1군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다. 현재 거주지도 인천 송도다. 삼성과 SK, 두 팀 모두 그에게는 ‘야구 인생의 절반’이다.
이 감독은 “SK 시절 함께했던 김광현, 최정, 한유섬 선수의 모습이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며 “그들의 익숙한 몸놀림을 보는 순간, 당시의 경기장 공기와 함성, 땀 냄새, 그리고 함께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은 내 청춘의 전부였다. 젊은 시절 16년을 한 팀에서 뛰며 성장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시절, 그리고 다시 한국 무대
은퇴 후 이 감독은 미국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건너가 10년 동안 코치로 활동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도 맛봤다. 선진야구의 시스템을 직접 체험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지도자로 섰던 팀이 바로 SK 와이번스였다.
기자들이 자주 던진 질문 하나가 있다.
“감독님, 삼성과 SK가 맞붙으면 어느 팀을 응원하십니까?”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하곤 했다.
“두 팀 다 응원합니다. 어느 팀이 이기든 편한 마음으로 봅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두 팀 모두 그가 흘린 땀과 눈물이 서린 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그의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왼쪽부터 김시진 전 감독, 이만수 전 감독, 임호균 전 야구 해설위원.
“이제는 미련 없이, 푸른 유니폼을 향해”
이 감독의 말이다.
“이제는 마음이 한결 분명해졌습니다. SK 와이번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요. 인천의 팀은 SSG 랜더스로 이름이 바뀌었고, 내가 함께했던 그 시절의 색깔과 이름, 정체성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인천이라는 연고지는 여전히 정겹지만, 이제는 미련 없이 푸른 유니폼을 향한 마음만 남았습니다.”
그는 “삼성라이온즈는 내 젊음을 함께한 팀이자 내 뿌리”라며 “지금은 마음껏 그 팀을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팀을 더 언급했다.
“내 인생의 또 다른 팀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입니다. 그곳에서 보낸 10년은 내 지도자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지금도 큰 자부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화이트삭스를 응원할 겁니다.”
경기 결과와 소감
이날 삼성은 SSG를 5-2로 꺾었다. 삼성 선발 최원태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데일리 MVP를 차지했다. SSG 선발 화이트는 시즌 11승 4패(평균자책점 2.87)로 기록상 우위였지만, 야구는 언제나 기록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기였다.
이 감독은 “가을 하늘 아래 문학구장의 함성은 여전히 뜨거웠다. 하지만 내 마음은 조용히, 푸른 유니폼을 향해 노래하고 있었다. 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시간들이 그 푸른색 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만수 전 감독.
“약 한 줌 들고 또 길 위로 나선다”
이만수 감독은 곧 베트남으로 떠난다. 선교 사역을 마친 뒤에는 이달 말, 삼성 원년 멤버 김한근 전 감독과 함께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나이를 잊고 달리다 보니 봉와직염, 통풍, 대상포진이 겹쳐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감사하다. 아직 움직일 수 있고, 야구를 볼 수 있고, 하나님이 주신 일을 감당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작은 약통을 챙겨 넣은 가방을 메고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그는 미소 지었다.
“나의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맡겨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