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작가의 개인전 《별들이 꽃이라면(Si les étoiles étaient des fleurs)》이 5월 22일부터 6월 21일까지 프랑스 파리 SEE 갤러리(84 Rue du Temple)에서 열린다. 한국 전통 옻칠의 아름다움을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그의 첫 해외 초대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혁신, 자연과 인공,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물어 온 김정은 작가가 세계 무대에서 던지는 깊은 질문이자 대담한 선언이다.
옻칠, 시간과 존재를 담는 매체
김정은 작가는 무형문화재 옻칠장 손대현에게 사사받아 옻칠의 본질과 미학을 깊이 이해한 뒤, 이를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전통 기법을 계승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옻칠이라는 매체가 지닌 물질적 성질과 시간성, 인간의 손길을 탐구하면서 그 안에서 존재의 본질과 우주의 질서를 사유한다.
옻칠은 단순한 코팅재나 장식재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반복되는 칠과 건조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인내와 정성이 스며든다. 한국에서는 사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원적외선 방출로 재료의 신선함을 지키며, 때로는 약재로까지 활용되며 ‘생명의 매개’로 자리해왔다.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시대, 동아시아 옻칠이 ‘베르니 마르탱(Vernis Martin)’이라는 이름으로 귀족사회에 전해졌을 때 주목받았던 것은 주로 중국과 일본 예술의 맥락이었다. 한국의 옻칠은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김정은의 옻칠 회화에서 관객은 단단한 표면 아래 잠재된 생명력과,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깊어지는 색채의 울림을 마주하게 된다. 검은 옻칠 바탕에 뿌려진 금빛 입자들은 밤하늘의 별을 연상시키고, 그것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꽃잎처럼 피어나는 모습은 마치 우주와 자연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보여준다. 작품의 표면을 응시하는 일은 곧 우주의 근원, 시간의 흐름,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사색으로 이어진다.
파리 SEE 갤러리의 관장 마뉴엘 고메즈는 “김정은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어린아이가 처음 별을 볼 때 느끼는 순수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며 “그 안에는 놀라움과 경이뿐 아니라 깊은 성찰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이 전시의 제목 《별들이 꽃이라면》은 ‘우주는 정원이고, 인간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존재의 일부’라는 시적 상상을 담는다. 김정은은 옻칠이라는 매체를 통해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존재론적 대화를 관객에게 제안한다.
디지털 시대의 빠르고 일회적인 소비문화 속에서 김정은의 옻칠 작업은 ‘느림’이라는 시간의 미학을 되새긴다. 빠른 효과를 좇는 오늘날의 예술 환경에서 옻칠의 느림과 지속성, 그리고 수작업의 진정성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김정은은 이 오래된 매체에 오늘의 질문을 담으며, 전통이 과거의 유물로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적 맥락에서 재탄생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동서양을 잇는 다리로서의 한국 옻칠
이번 파리 전시는 한국 옻칠이 지닌 미학과 철학을 세계 예술계에 본격적으로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는 단순한 회화 전시를 넘어, 한국 전통과 현대미술, 동양과 서양, 자연과 인공을 연결하는 다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김정은은 “작업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 옻칠이 파리에서 피워낼 예술적 꽃이 기대된다.
글=하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