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비 포비아라는 말이 있다. 질풍노도기 청소년을 보면 왠지 겁이 난다. 게다가 네다섯이 모여 있으면 곁에 가기가 꺼려진다. 성인이 청소년을 견디지 못해하거나 무시하며 때로 눈에 띄게 혐오하는 것을 에피비 포비아(ephebiphobia)라고 한다. 젊은 세대를 두려워하거나 혐오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했다.

"아이가 열세 살이 되면 나무통에 집어 넣고 뚜껑 구멍을 통해 먹을 것만 넣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아이가 열여섯 살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크 트웨인은 한마디 덧붙여 이렇게 말했다.

"뚜껑 구멍도 막아라!"

청소년은 그런 시기다. 갈등 방황하며 이탈하는 시기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자신의 청소년기를 다 잊어버린 채 '애들이 청춘을 낭비하고 있어' 혹은 '요즘 애들은 참...'과 같은 상투적인 말을 한다.

어른이 쓴 청소년 동물에 대한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와일드후드(WILDHOOD)》는 10대 동물과 10대 인간이 매우 비슷한 사춘기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다양한 청소년기 동물을 관찰한 연구서다.

저자는 UCLA 의대 교수이자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부 객원 교수인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Barbara Natterson-Horowitz)와 전 《애틀랜틱먼슬리》 편집자인 캐스린 바워스(Kathryn Bowers)다.

호로위츠 교수는 “모험을 즐기는 캘리포니아 해달을 보면서, 위험한 줄 알면서도 제 발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며 무서운 일들을 서슴없이 일삼는 인간 10대와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동물도 청소년기를, 10대 중2병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었다. 즉 정상적인 발달에 꼭 필요한 역동적인 시기, 위험 가득한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이자 10대 시절이란 얘기다.

독일이 만든 문학적 용어인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즉 질풍노도(疾風怒濤)가 인간 청소년들에게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표현이 아닌 셈이다. 

검은목띠앵무의 청소년기를 살펴보자. 이 새의 청소년기는 생후 4개월에서 1년 사이에 찾아온다. 말 잘 듣던 새끼 새가 쉭 소리를 내거나 손가락을 물고 반항을 일삼는다.

심지어 잠시도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거나 떠드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영역과 세력을 과시하며 공격 행동을 하거나 주인에게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 녀석도 있다.

청소년기 동물의 변화를 모르는 반려동물 주인들은 녀석들이 갑자기 고약해졌다거나 성가시다며 방치하거나 파양(罷養)하고 만다.

포유류인 개도 예외는 아니다. 신발이나 가구를 물어뜯는 것은 물론이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넘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짖거나 으르렁거리기도 한다.

따라서 반려견의 청소년기는 이들이 마당으로 쫓겨나거나 목줄에 묶인 채 몇 시간이고 방치될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다. 길가에 버려질 가능성도 크다. 동물보호소에 위탁되는 개들 대부분이 청소년기에 해당한다. 미국 동물보호소에 있는 개 중 절반 이상이 생후 5개월에서 3년 된 개들로 강아지 시기는 지났지만 아직 성견이 되지 않은 상태다.

기자는 호로위츠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에게서 청소년기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 인터뷰는 《월간조선》 7월호 기사 ‘동물연구/ 사춘기 청소년이 모험을 즐기는 까닭’으로 소개했지만, 지면상 인터뷰 전체를 싣지 못했다. 몇 차례에 걸쳐 호로위츠 교수와 나눈 문답 전문을 게재한다.

내터슨 호로위츠 교수는 의학 박사이자 심장병 전문의다.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부 객원교수, UCLA 의대 교수, 생태학·진화생물학과 교수, 진화의학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를 맡고 있다. 또한 로스앤젤레스동물원의 의료자문위원으로 동물들의 심혈관 질환 진료를 돕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인터뷰 작성은 미국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재미동포 최미자(崔米子)씨와 딸 김수연(金洙延)씨가 도와 주었음을 밝힌다.

-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나요? 방문한다면 한국의 청소년과 학부모에게 책을 어떻게 소개하겠습니까?

“안타깝게도 저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을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싶습니다.

청소년기는 스트레스로 가득 찬 시기이지만 동시에 기회로 가득 찬 시기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연구 방법을 통해 청소년이 왜 위험을 감수하는지, 왜 더 감정적인지, 왜 부모보다 또래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습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춘기는 동물계 전반에 걸쳐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 청소년을 키울 때 아직 밝혀내지 못한 도전들을 많은 종(種)들은 놀라운 전략으로 진화시켜 왔습니다.

우리는 야생에서 청소년기 어류, 파충류, 조류 및 포유류에 대한 5년간의 연구를 진행해 왔어요.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인간 청소년의 가장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측면 중 상당수는 다른 종들이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모델로 삼으면 더 잘 이해하고 더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 Have you ever visited Korea? And if you ever will, how would you introduce your book to the youths and parents of South Korea?

Unfortunately I have never been to Korea.

I would introduce the book to Korean readers in the following way:

Adolescence is a period that is full of stresses, but also full of opportunities. While traditional research methods have taught us much about why adolescents may take risks, why they may be more emotional, why they may listen to their peers more than their parents, many questions remained unanswered. As it turns out, adolescence occurs across the animal kingdom, and many species have evolved wonderful strategies to deal with challenges we humans have not yet mastered when it comes to raising our human adolescents, In Wildhood, we present the findings of our five-year study of adolescent fish, reptiles, birds and mammals. What did we find? That many of the most difficult and hard to understand aspects of human adolescents can be better understood and more effectively approached by following the model of how other species approach adolescents.

-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캐서린 바우어스와 저는 지난 10년 동안 인간 건강에 대한 통찰력의 원천으로서 동물계를 연구해 왔습니다.

첫 번째 저서인 《주비쿼티(Zoobiquity)》는 의사들이 수의사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지를 드러냈어요. 야생동물 수의사 및 동물계에 대한 지식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따라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공했습니다.

이 첫 책을 통해 얻은 통찰력 중 하나는 사춘기가 인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동물계 전반에 걸쳐 어린 동물은 사춘기에 접어든 후 성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배워야 하는 시기를 거칩니다. 이를 우리는 ‘와일드후드’라고 부릅니다. 어류와 조류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이 겪는 성장의 어려움이 얼마나 비슷한지 확인하면서, 야생의 청소년기에 초점을 맞춘 책을 쓰면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What interested you to write this book?

Kathryn Bowers and I have spent the past decade studying the animal kingdom as a source of insights into human health. Our first book, Zoobiquity, exposed how much physicians can learn from veterinarians—and provided a roadmap for improving human physical and mental health by following the practices of wildlife veterinarians and others with knowledge of the animal kingdom. One of the insights we came to with that first book was that adolescence was not uniquely human. In fact, across the animal kingdom, juvenile species enter puberty and then go through a phase where they must learn the skills necessary to become adults. This is what we call “wildhood.” As we saw how similar the challenges of growing up were for adolescents–from fish and birds to human beings–we realized there was much to learn from writing a book focused on the process of adolescence in the wild.

호로위츠 교수는 ‘와일드후드’라는 조어(造語)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 이 시기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 ‘와일드(wild)’라는 단어를 택했는데, 이 단어의 뿌리는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접미사 후드(-hood)를 덧붙였는데, 보이후드(boyhood)처럼 ‘어떤 시절이나 상태’를 뜻하기도 하고 네이버후드(이웃, neighborhood)처럼 ‘여럿이 모인 집단’을 의미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인간과 동물이 모두 지구상에서 사는 청소년기 부족의 일원이라는 점을 잘 드러내기 위해 책 제목을 와일드후드라고 썼다”고 강조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