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보수 성향의 인물이다. 천안함을 바라보는 시각이 문재인 정부와는 정반대다. 6.25 전쟁 영웅의 아들이니 당연하다.

이런 최 원장을 문재인 정부는 '약점'이 없다는 이유로 감사원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씨는 최 전 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감사원장 후보로) 여러분을 인사 검증했는데 (사법 연수) 원장님이 최적임자라는 판단이 서 이렇게 연락을 했습니다.”

최 전 원장은 자신과 성향이 다른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직을 맡는 게 도의(道義)에 어긋난다고 판단, 제안을 거절했으나 조씨가 밀어붙였다. 

“원장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후보로 추천하겠습니다. 많은 분을 검증했는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사람은 원장님이 유일합니다.” 그렇게 최 원장은 여야 모두의 환영을 받으며 제24대 감사원장직에 올랐다.

이때만 해도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감사원장 시켜줬으니 최 전 원장이 고마움을 알고 알아서 행동할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 전 원장이 뚝심 있게 월성 원전 1호기 감사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최 전 원장의 감사원이 탈원전 절차 위법성 감사를 시작하자 소위 문재인 정부의 실세들은 공개 비판을 이어왔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고 했다.

양이원영 의원도 “감사원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라며 “명백한 정치 감사”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양이원영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됐다. 지금은 무소속이다. 

송갑석 의원도 “감사원 감사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것을 감사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성 원전 검찰 수사에 대해 “선을 넘지 말라”고 했다.

과연 이들이 최 전 원장 사의를 지적할 자격이 있을까.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