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대학교 유럽과 아시아 센터에서 주최한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경쟁법이라는 주제의 국제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영국, 포르투갈, 태국, 대만, 말레이지아, 싱가포르, 미엔바 그리고 한국 등이 참가하였다. 필자는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법 규제는 필요하면 나아가 이를 해결하는 방안 역시 좀 더 융통성있고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자발적 분쟁해결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제발표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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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검색되는 태국의 선데이 마켓 이미지들. |
태국 치앙마이는 토요마켓과 일요마켓이 유명하다. 토요마켓은 지난 번 중국인 청년창업가와 같이 보았다. 그런데 일요마켓을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일요마켓이 토요마켓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더 유명하다.
내일 세미나 장소를 잠시 다녀오고 일요마켓을 구경하고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일 세미나 장소는 호텔(Smile Lanna Hotel)인데 태국의 전통 양식으로 건축되어 있었다. 적정하게 과거와 현대 양식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서 일요마켓까지 거리가 얼마 안 되어 걸어가기로 했다. 도착할 무렵에 아주 멋진 마사지 가게가 있었다. 밖에서 보아도 아주 멋져 보였다. 일단 가격이라도 알아 보려고 들어가 보았다. 가격은 놀라웠다. 90분에 5900바트였다. 지난번 120분에 1300원이었는데 그기에 비하여 거의 3배 수준이었다.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보았다. "숙련 정도 등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고 또한 ‘포 핸즈(four hands)’"라는 것이다. "‘포 핸즈’가 무슨 의미"인지 물으니 "두 사람이 마사지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궁금하기는 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 다음 기회에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요마켓으로 가니 지나번 경험한 토요마켓과는 현저한 차이가 느껴졌다. 규모가 엄청나서 토요마켓과는 비교하기 어려웠다. 분위기에 휩쌰여 20바트인 수박을 사 먹고, 코코넛 잔에 가득 채운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먹어 보았다. 다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지난번 카디건을 잃어 버려 곤란했는데 유니섹스용이라는 소위 여성용 마후라 겸 망토를 구입하였다. 가격은 1400바트. 모양이나 색상 등이 마음에 들었고 전체적으로 이국적인 내음을 풍겨 매력적이었지만 가격이 다소 무리여서 망서려졌다. 그러나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것이 쉽지 않아 무리인 줄 알면서도 사기로 했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법 국제 세미나
오늘은 세미나 발표를 하는 날이다. 그동안 각 국을 다니느라 세미나 자료를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조금은 걱정이 되었으나 일반론으로 문제 제기하는 선에서 발표하기로 마음 먹었다. 욕심을 내면 실제 프로젠테이션에서 무리하게 되어 부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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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대 국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필자. |
조금 일찍 호텔에 들어가니 2층 미팅룸에 준비가 되어 있었다. 등록을 하고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치앙마이 법대의 유럽아시아연구센터, 영국, 포르투칼,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베트남, 미얀마, 한국 순으로 발표하였다.
먼저 주제발표는 영국, 정확하게는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대 경쟁법 담당 교수였다. 미국과 유럽의 경쟁법 접근 방법을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연세대 법대에서도 3개월 강의를 한 상당한 석학이었다. 이어서 치앙마이 법대의 유럽아시아연구센터를 대표하여 법대 교수가 발표를 하였다. 이번 워크샵을 주관한 교수로 영국 글래스고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영어가 아주 능숙하였다.
다음으로 대만국립대 교수가 발표하였다. 내용은 풍부하고 좋았으나 그냥 원고를 읽어내려가 좀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이어서 필자가 한국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의 현안 이슈를 간략하게 의견을 개진하였다.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을 판단함에 있어 시장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디지털 플랫폼이 긍정적인 면이 많으나. 이 역시 빅브라더의 우려가 적지않다. 나아가 경제학자로서 싱가포르에서 온 교수는 상당히 알기쉽게 설명을 잘 하였다. 그리고 말레이지아에서 온 교수는 솔직하게 모든 제도를 싱가폴으로부터 도입하는 셈이라고 솔직하게 고백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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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검색되는 툭툭 이미지들. |
이어서 베트남에서 두 분이 왔는데 주니어로 보이는 교수가 발표를 하였는데 그랩의 경우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하여 사업 론칭에 성공하였다는 점을 사례연구로 발표하였다. 포르투칼에서 온 교수는 마카오가 1993년 중국에 귀속되면서도 향후 50년 간 기존의 사회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해서 다소 놀랐다.
그 흥미로운 점은 미얀마의 만델라이에서 온 교수가 미얀마에서는 작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 설치되었다고 한다.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다같이 각국의 시선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하니 너무 흥미로웠다. 모두가시간이 부족함으로 느낄 정도였다. 모처럼 신나게(?) 토론을 하니 신나서 피곤한 줄을 몰랐다.
저녁은 치앙마이 법대에서 호스트를 하기로했다. 준비된 버스를 타고갔는데 서로 이야기를 하느라 어디로 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에피타이즈로 간단한 시푸트 음식이 나오고 태국식 오믈렛, 옐로우 커리에 돼지고기 수육국과 또 다른 스프와 야채무침, 그리고 사라다 등등 그리고 삼페인에 레드와인이 잘 어울리는 저녁이었다.
영국에서 온 교수는 한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홍콩에서의 경쟁법에 대하여 강의를 하는 등 활동이 상당히 활발해 보였다. 그리고 포르투칼에서 온 교수는 일주일간 치앙마이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로 했다면서 치앙마이가 아주 좋다고 했다. 특히 지금 포르투갈은 겨울인데 치앙마이는 너무 따뜻해서 좋은 모양이었다. 포루투갈에 오면 연락을 하라고 사교적인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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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공유차량 서비스인 고젝. |
베트남에서 온 두 사람은 모두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교수를 겸하고 있었다. 시니어인 변호사는 부인도 변호사라고 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10년 이상을 지냈고 한국에서도 2년을 보냈으며 싱가폴에서 6년간 변호사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상당 기간을 해외에서 생활한 셈이다. 주니어도 유럽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유럽과 아시아에 대한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을 모를 정도였다. 한참을 서로 이야기한 뒤 나이트 마켓을 같이 가기로 했다. 포르쿠갈,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미얀마에서 온 교수들과 함께 야시장을 돌아봤다. 지금까지 본 시장과는 또달랐다.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시장구경을 하는 재미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워크삽이 의미있고 또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지식재산법을 전공한 법대 교수를 만나러 치앙마이대에 갔다. 생각보다 학교가 크고 캠퍼스가 아름다웠다. 마침 그교수가 퀸메리런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더 동질감이 났다. 조금 일찍가서 캠퍼스투어를 하였다. 법대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낯선 차가 오더니 사진을 찍지말라는 동작을 하며 나를 차에 태우려고 했다.
치앙마이대를 찾아가다
필자는 이곳에서 교수를 만나기로 하였다고 해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정색을 하여 이야기하니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모양이다. 알고보니 관광객은 정문에서 입장료를 내고 관광버스를 타고서야 학교 내로 들어올 수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대학은 상당히 커서 전체를 보기 위하여서는 별도의 교통수단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법대는 5년 전에 독립건물로 새로 지었다고 하는데 건물이 아름다웠다. 주변이 대학 후문쪽이었는데 큰 호수가 있고 꽃들이 잘가꾸어져 있어 보기가 좋았다.
약속시간에 교수를 만나 환담을 나누었다. "특강 등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그러면 한국의 저작권에 대하여 학생들의 관심이 높으니 1시간 30분 정도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락하였다.
같이 기념촬영을 하는데 법대 학장과 어제 본 싱가포르에서 온 교수와 우연히 만났다. 다 같이 사진을 찍으며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다. 조만간 다시 치왕마이를 방문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설레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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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치앙마이대 상징물이다. |
치앙마이대에서 그랩(‘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공유차량)을 타고 공항에 가니 311바트가 나왔다. 시간도 여유가 있어 일단 올드타운에 들렀다가 공항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올드타운까지는 107바트였다.
막상 올드타운에 도착하니 아무래도 바로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랩을 부르니 211바트였다. 마침 지나가는 툭툭이 어디로 가느냐고 하여 공항에 간다고 하니 150바트라고 한다. 가만이 있었더니 100바트에 가겠다고 해서 타기로 했다.
흥미롭게도 그랩과 고젝(Gojek·동남아 최대 승차공유 서비스. 본사가 인도네시아에 있다.)은 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같이 다니는 클라스 메이트가 만들었다고 한다. 학교 수업과제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이다. 물론 우버와 어느 정도 매커니즘이 동일하다. 동남아에서는 그랩과 고젝이 우버보다도 일반화되어 있다.
그랩, 고젝, 툭툭, 택시....
일반인들은 그랩과 고젝의 앱을 모두 깔고 둘 다 호출한 다음에 값이 싼 쪽으로 타고 나머지는 취소한다고 한다. 이번의 경우도 그랩으로 대략의 가격을 파악한 다음 툭툭(Tuk Tuk)과 경쟁을 붙여 비교적 싼 가격으로 이동했다.
한국은 택시가 있지만 소비자 측면에서는 선택의 자유가 부족하다. 물론 택시운전자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를 포르투갈 모델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포르투갈의 경우 우버를 운영하기 위해선 우버 이외에 별도의 회사가 설립되어야 하며 이 회사는 별도의 면허절차를 받아야 한다. 물론 그 면허의 자격정도는 택시회사와 같이 엄격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버운전자는 그 법인의 직원으로 등재한다. 즉 그 회사가 우버운전자를 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회사의 지불능력을 담보하기 위하여 최저 자본금 요건 뿐만이 아니라 보험 등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우버운전자의 불법행위 등 문제가 발생되면 법률적으로 우버운전자를 고용한 회사와 우버가 연대 책임을 지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요건을 부과하게 되면 택시운전사들의 불만을 어느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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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검색되는 태국 그랩과 관련된 이미지들. |
또한 그랩(‘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공유차량) 등의 경우는 자신들이 확보한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다른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이 단순한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여진다.
향후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과 교통 부문의 혁신을 위하여 우버나 그랩, 또는 고젝(Gojek)에 준하는 사업모델을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약간의 갈등은 있을 것으로 보여지나 합리적인 조정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고정관념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혁신을 받아들이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인도 행 비행기 예매를 하는데 경유하는 비행기를 택하게 되었다. 태무심하게 예매를 한 탓이다. 방콕을 거쳐가는 경유인데 방콕에 공항이 두 개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같은 공항에서 좀 기다리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다간 큰 코 다친 것이다. 공항이 2개있어서 공항을 이동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간상 여유가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나 불편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니 갑자기 짜증이 났다. 아니, 나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슬로우 삶에 대하여 눈을 뜨고 보니 어차피 방콕 시내를 둘러보고 가라는 하나님 말씀처럼 들렸다. 사실 작년에 방콕에서 국제세미나가 있어 방콕 시내를 둘러보기는 했다. 그러나 단체로 우루루 몰려다니다 보니 도대체 기억이 나지않고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이번과 같은 기회는 금상첨화다. 대중교통을 타고 가보리라 마음 먹었다.
방콕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관심도 없었으나 지하철 등을 타고 다른 공항으로 가야하는 입장에서는 시내 구조를 파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하니 재미있기까지 하다. 야간이므로 전철이 좋을 것 같아 전철로 노선을 알아 보았다. 그랩을 타면 거의 500~700바트이니 너무 비싸다. 그리 급한 것도 없으니 지하철을 타는 태국 시민들의 일상도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막상 지하철을 타려고 하니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나 한 번 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용기를 내어 지하철역이 어딘지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을 들었다. 공항셔틀이 6번 게이트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반가운 것은 무료라는 것이다. 그저 감사한 일이다.
6번 게이트에서 셔틀버스에 오르려 하자 운전기사가 도장을 받아오라고 한다. 인포메이션에 가서 이티켓(e-ticket)을 보여주면 된단다. 오늘 예약했는데 제대로 이메일 회신이 안 되어 찾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안쓰러운지 창구 직원이 어디에 가느냐고 묻는다. 뉴델리로 간다고 하니 바로 도장을 찍어준다. 그저 감사하다. 그렇지 아니하면 한참을 스트레스 속에서 헤매였을 텐데… 너그럽게 사람을 대한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사람을 대한 것에 대해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슬로우 라이프에 관하여
살아가면서 여유를 가진다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큰 감사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깊이 새기게 된 사건이다.
슬로우 삶이 그래서 좋은 모양이다. 앞으로는 급한 성격이지만 좀 더 슬로우 인생을 살아야겠다. 남과 비교하여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닐까? 가끔 잘 나가는 친구를 보면 부럽고 자신이 한심스럽다고 자책하게 된다. 그러나 어차피 유한한 인생에 돌아갈 때는 그저 무로 회귀하는 것인데 과연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살아가는 과정,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함 그리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위로도 하는 여유를 가져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