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섬(島)이 참으로 많다. 분포상태에 따라 제도(諸島), 군도(群島), 열도(列島), 고도(孤島)라고 부른다. 일본열도는 3,5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형성되어 있는 나라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東京) 주변에도 섬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섬이 이즈(伊豆) 제도다. 이곳에는 7개의 섬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 7개의 섬을 오오시마(大島), 도시마(利島), 니이지마(新島), 고우즈시마(神津島), 미야케지마(三宅島), 미쿠라지마(御藏島), 하치죠우지마(八丈島)라고 한다.
신(神)들이 회의하던 섬......주제는 물
고대 사대주명(事代主命: 大國主明, 少彦名明과 함께 일본에서 받드는 3대 신)과 신들에 의해서 이즈(伊豆) 7도(七島)가 만들어진 이후, 각 섬의 신들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고우즈시마(神津島)에 모여 회의를 했다. 당시에는 신들이 모이는 섬이라고 해서 고우슈시마(神集島)라 불렀다. 그 후 발음이 변하여 고우즈시마(神津島)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회의 장소는 이 섬에서 가장 높은 산인 덴죠야마(天上山) 정상에 있는 화구(火口)의 연못이었다. 회의 주제는 생명의 원천인 물이었다.
<각 섬에 물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각 섬에 분배될 물의 양에 대한 토의 결과 신들은 다음날 아침 선착순으로 물을 나누자고 결의하고 헤어졌다. 이른 새벽 미쿠라지마(御藏島) 신이 1등으로 도착했다. 부지런한 그는 가장 많은 물을 차지했다. 그래서 미쿠라지마(御藏島)는 물이 풍부한 섬이 되었다. 2등은 니이지마(新島) 신, 3등은 하치죠우지마(八丈島) 신, 4등은 미야케지마(三宅島) 신, 5등은 오오시마(大島)의 신이었다. 이들은 차례대로 물을 충분이 가져갔다.그런데 늦잠을 자다가 뒤늦게 나타난 도시마(利島) 신은 연못이 거의 바닥나 있다는 것을 알고 분노했다. 그는 연못에 뛰어들어 난동을 부리며 휘젓고 다녔다. 연못에 남아있던 물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덕택에 고우즈시마(神津島)는 여기저기서 물이 솟아나게 되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물에 얽힌 전설이다. 해발 572m인 덴죠야마(天上山) 정상에 있는 그 연못은 신성한 장소로서, 지금도 사람들이 발을 디딜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물은 말 그대로 생명의 원천임에 틀림없다. 임철우의 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에도 물에 대한 얘기가 맛깔스럽게 나온다.
<300년 전까지만 해도 낙일도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 그때 최초로 들어와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세 가구의 사람들을 입도조(立島祖)라고 불렀다........입도조들이 우리 마을에 정착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지금의 큰 새암을 파는 것이었다고 한다.........마을에선 해마다 정월 초하루만 되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당제를 올렸다. 그건 섬의 신령한 주인인 당할미와 더불어 입도조(立島祖)들을 기리는 제사이기도 했다.>
신과 조상에 대해 지극정성을 다한 이 섬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샘이 마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도 신이지만 조상을 섬기는 정성이 열매를 맺어 후손들이 혜택을 누리게 되었을 것 같다.
선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섬
옛날의 고우즈시마(神津島) 사람들은 역병이나 재해, 기근 등이 일어날 경우 소원을 비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것은 당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자손들에게도 전해 내려가는 풍습이었다. 또한 고우즈시마(神津島)는 선조를 소중하게 여기는 섬으로도 유명하다. 이 섬의 묘지에는 언제나 예쁜 꽃다발들이 놓여 있다. 섬사람들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조상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다.
이 섬에는 '25日樣(25일님)'이라는 기원 행사가 있다. 음력 1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이 '25日樣'으로 정해져 있다. 특히 24일, 25일 양일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일손을 놓는다. 낮에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거나 밭에 가서 일을 하면 저주를 받고, 야간에도 밖에 나가면 집안에 흉사가 일어난다고 해서 모두가 집안에 틀어박힌다. 심지어 일몰 전부터 아예 문을 닫고 불도 켜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풍습은 어떻게 유래되었을까? 옛날 이즈(伊豆)의 오오시마(大島)에서 관리들이 공물을 징수하러 왔다. 그런데 섬의 젊은이 25명이 관리들을 모두 살해해 버렸다. 과도한 공물 징수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러자 죽은 관리들의 망령이 배를 타고 젊은이들을 응징하러 섬에 왔다. 그런데 섬사람들은 망령들이 무서워서 젊은이들을 돕지 않았다. 인근 미야케지마(三宅島)로 도망가던 젊은이들은 태풍을 만나 모두 수장되고 말았다. 젊은이들을 돕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망령이 복수하러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집안에 숨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러한 풍습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와 2일간은 자동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휴일이 되었다. 숨어 지내야 했던 마을 사람들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도쿄로부터 178km 떨어진 인구 2,000여 명의 작은 섬 고우즈시마(神津島)에는 이런저런 전설이 많다.
존경받는 묘지이 섬에는 또, 전설 같은 역사적 사실이 전해지고 있다. 필자가 '그 섬에 가고 싶은 이유'는 바로 '오다 줄리아'때문이었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그녀의 발자취를 찾아 고우즈시마(神津島)에 갔다. 도쿄로부터 쾌속선으로 4시간이나 걸렸다. 필자는 400년 동안 존경받고 있는 '오다 줄리아'의 묘지에 참배했다. 유배인들의 묘지와 함께 마을 한 복판 파출소와 우체국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그녀의 묘지에는 꽃다발과 과일이 풍성했다.
유배자 '오다 줄리아'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에게 글을 가르쳤으며, 약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활용하여 마을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 주며 살다가 이곳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그녀의 묘지에 아픈 곳을 문지르면 씻은 듯이 낫는다"고 했다.
이 섬에서는 매년 5월 셋째 주 일요일에 '오다 줄리아 제(祭)'가 열린다. 그녀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일본 전역에서 모여든다.
<모든 인간은 별이다. 이젠 모두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지만, 그래서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구하나 기억해내려고 조차 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건 여전히 진실이다>(임철우의 그 섬에 가고 싶다).
이 섬에 오고 싶지 않았던 '오다 줄리아'도 별이 되었을까?
수평선 저 멀리 금빛 찬란한 태양이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며 얼굴을 묻고 있었다.
'저 해가 지고나면 줄리아 별이 반짝반짝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