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 해가 밝았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과 더불어 국민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다.
일본의 경우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소원(疏遠)했던 한일관계가 새 대통령에 의해서 잘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일본의 유명 매체들은 앞을 다투어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대서특필했다. 필자의 일본 지인들도 출구 조사 방송이 나감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전화를 걸어왔다. 그들에게도 관심이 높았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일관계가 개선되어 새로운 한국, 새로운 일본의 발견’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다.
일본의 유명 신문들은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서 한일 양국의 미래를 점쳤다.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은 사설에서 ‘대북정책은 어떻게 변할까?’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썼고,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얼어붙은 한일관계 회복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은 ‘한국의 CEO형 대통령에 걸린 기대’라는 제목으로 사설(2007.12.20)을 썼다. 이 신문의 사설 일부를 그대로 옮겨 본다.
한일관계의 미래는?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보수계 야당 한나라당의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66세)이 압승하고, 2008년 2월 25일의 취임식에서 10년 만에 보수정권이 탄생한다. 국내정치는 경제를 바로 세우는 것이 최대의 과제다. 최고경영책임자(CEO)형 대통령을 목표로 하는 이명박 씨의 수완에 달려있다.
북조선의 전면적인 핵 폐기를 향한 외교에서도 일·미(日美)와 긴밀하게 연대해서 성과가 나오도록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제 17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이명박 씨는 고학 끝에 대기업인 현대건설의 TOP에 올랐고, 정계에 입문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경제통을 자임한 그는, 공약으로 ① 7%의 경제성장, ② 5년간에 300만 명의 고용 창출, ③ 법인세 감세와 기업 활동의 규제 완화 등을 내 걸었다.>
<이명박 씨는 오사카(大板)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선거 중에 대일정책에 있어서 ‘미래지향적으로 잘 이끌어갈 것’이라고 견해를 내세운 바 있다. 2004년 11월부터 중단되고 있는 일한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포함하여 양국의 관계강화에 기대 한다.>
한국의 언론들도 이 당선자의 키워드로 ‘CEO의 진면목’을 꼽고 있지만, 일본에서도 대기업CEO 출신의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이처럼 크다. 새해를 맞이함과 동시에 새 대통령의 탄생, 새 정부의 출범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CEO들이 선호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려 일본 작가 ‘도몬 후유지(童門冬二)’가 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이라는 책(작가정신)에 묘사된 도쿠가와(德川)의 CEO형 리더쉽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일본의 한 경영 잡지가 기업의 CEO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자신을 전국시대의 무장으로 비유한다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후계자로는 어떤 타입의 무장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 설문에 대한 답은 단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CEO들은 도쿠가와(德川)라는 사람 자체는 싫어하지만, 기업(국가를 기업에 비유함)을 260년 동안이나 안정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경영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영방법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CEO의 경영방법은 경영자의 인간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도쿠가와(德川)가 이처럼 기업의 CEO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것은 그의 경영 능력 때문이다. 도쿠가와는 여론을 중시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유지시키기 위한 큰 전략이 ‘조직의 안정’이었다고 한다. 안정된 조직을 만들고,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관리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관리형 CEO이기도 했다.
그는 쇼군(將軍)이 된지 불과 2년 만에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배후에서 일본을 경영했다. 분단 방식에 근거하여 합의체제와 집단지도체제를 관철했다고 한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에게는 급여를 적게 주고, 급여가 많은 자에게는 권력을 주지 않는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도쿠가와(德川)는 너구리 영감?
“나는 인색한 사람이 아니다. 검소한 생활을 했을 뿐이다.”
인색한 사람과 검소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색한 사람은 돈을 아껴서 모든 돈을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한다. 그러나 검소한 사람은 아낀 돈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 도쿠가와는 검소한 생활과 정확한 계산에 의해 모은 돈을 일본의 국토개발에 사용했다고 한다.
“무공을 세우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주군에게 진언하는 일이다.”
도쿠가와는 ‘진언을 하는 쪽에서 그 내용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CEO는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단점을 지적해 달라’고 하지만 부하직원은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상사의 마음에 상처주지 않을지’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종국에는 바른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하들이 이러한 우려를 하지 않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CEO가 진정한 리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몇 번이나 되살아난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그를 ‘너구리 영감’이라고 부른 이유는 복잡한 성격과 행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의 성격에는 엄청나게 많은 구성요소가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그를 물체로 비유한다면 다각형이란다.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어느 각도에서 어떻게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여론을 중시했다는 사실과 신뢰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영능력은 반드시 숫자로 표현된다’
작가 ‘도몬 후유지(童門冬二)’는 ‘도쿠가와가 가지고 있던 다면성 중에서 시대에 적응했던 면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조직을 영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구사한 ‘비정함’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끊어야할 부분은 단호하게 잘라낸 얼음장 같은 냉정함도 CEO가 갖추어야 할 조건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 이후 도쿠가와의 인재등용방법은 전투적인 인물보다는 경영능력을 갖춘 인물을 중시했다. 세상이 변한 것을 모르고 전쟁을 일삼던 시절의 무용담만 내세우는 인물들을 도태시키고, 경영감각이 뛰어난 무사들을 등용하였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측근이라고 해도 과감하게 털어 낸 것이다.>
“경영능력은 반드시 숫자로 표현된다. 실적이 없으면 경영능력도 인정받을 수 없다. 경영에서 인정을 내세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의 행동기준을 여론에 두고 민심을 중시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경영능력이 수 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각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쿠가와(德川)는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먼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절대로 서두르면 안 된다”고 했다. 모질었던 그의 삶에서 우러나온 경험적인 잠언(箴言)이다.
국가경영도 인생살이와 마찬가지다. 조급한 마음으로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칠 수가 있다. 차분한 마음으로 미래를 향한 큰 걸음을 천천히 내딛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