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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청 상민 수륙 무역 장정 원본 이미지(부분) |
｢조･청 수륙 무역 장정｣과 관련한 현행 교과서의 서술 오류는 청나라 상인에게 ‘내지 통상권을 허용했다.’는 부분이다. 이 서술은 부적절한 표현과 함께 조문의 확대 해석이라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대부분 교과서에 ‘통상권 허용’이라 쓰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교과서에서는 ‘특권’이라는 표현을 쓰고 했다. 무역 장정은 조･청 양국이 무역을 하면서 매매는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이며, 판매와 구매는 어느 선까지 할 것인지를 정한 것으로 특별한 권리를 부여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통상권’이나 ‘경제적 특권’ 등과 같은 용어는 적절치 않다.
｢조･청 무역 장정｣에서는 금지 상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의 매매가 가능한 개항장 무역이 기본인 것은 조･미 조약과 같다. 여기에 양화진과 한성에 개설이 허용된 行棧(행잔:점포, 영업소)에서도 상품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였으나, 두 곳 외에 내지로 상품을 가져가서 판매하는 것은 허가하지 않았다. 만약 土貨(토화:조선 상품)를 採辦(채판:구매)하고자 할 경우에는 증명서 발급 등의 절차에 따라 가능하도록 하였다. 내지에서 판매는 할 수 없고 조건부 구매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지 통상을 허용한 것이라는 서술은 옳지 않다.
필자는 ｢조･청 무역 장정｣에서 청에게 내지 통상권을 허용하였다는 교과서의 서술에 대해 각 출판사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필자의 질의에 대부분의 출판사는 ‘허가증을 가진 자에게는 개항장 밖의 내지 통상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일치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제4조를 면밀히 분석하여 출판사의 답변이 잘못이라는 취지로 재차 이의를 제기하면 대부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우리역사넷’의 서술을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교과서에서 ‘내지 통상권 허용’이라는 서술의 근거가 되는 제4조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양화진과 한성에 개설이 허락된 영업소 외에 내지로 상품을 가져가 가게에서 판매할 수 없다.2) 만약, 내지에서 土貨를 구매하고자 할 경우에는 증명서를 발급 받는 등의 절차에 따라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내지 통상권 허용’은 잘못된 서술이라는 주장을 제시하고 국편의 입장을 요구했다. 국편의 답변 요지는 아래와 같다.
‘질의자는 전자의 내륙지방에서 점포를 개설할 수 없다는 내용을 통상 금지 조항으로 오해했다. 그 내용은 통상금지가 아닌 점포 개설 금지 조항이다.’
‘내지 통상과 관련된 내용은 후자다. 자국 상무위원을 통해 여행권을 발급받은 후 자유롭게 조선 내륙 지방으로 나아가서 토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내지통상권이다. 즉 여행권만 발급받는다면 내륙지방 어디든 제한 없이 가서 통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2015. 5. 13.)
이에 전자는 ‘개설 점포 금지’가 아니라 ‘내지 판매 금지’를 규정한 것이며, 후자는 조건부 구매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행상이나 통상과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다시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국편의 답변을 그대로 옮긴다.
“개화기 경제사 연구자들 사이에서 내지통상(권)은 곧 내지행상(권)의 의미로 통용되는 단어입니다. 사실 조청장정의 내용 자체에 내지통상이라는 표현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장정에 나오는 내륙지방 행상 부분을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내지통상권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한 것일 뿐입니다. 통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개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나라들 사이에 서로 물품을 사고팖. 또는 그런 관계.’라고 되어 있습니다. 내지통상이라고 하면 개방되지 않은 내륙지방에까지 들어가서 물품을 사고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질의자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조청장정의 내지통상권 조문에는 토산물의 채판(採辦)만 규정되어 있으니 물품을 팔지는 못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습니다. 조문의 내용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면 ‘토산물 구입을 위한 내지행상권(내지통상권)을 얻었다’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청일 양국 상인들이 내지행상(내지통상)권을 얻은 후 내륙지방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자신들의 물건을 판매하고 쌀이나 금, 소가죽 등으로 대표되는 조선의 상품을 사갔다는 것이 팩트지요.”(2015. 5. 15.)
답변의 요지는 ‘채판 토화’가 바로 ‘내지 행상’이자 ‘내지 통상’이라는 것으로 ‘채판=행상=통상’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하지만, 채판은 구매라는 뜻이며 행상은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도붓장수 즉 보따리장수를 이른다. 구매라는 뜻의 채판과 판매가 목적인 행상은 의미가 상반된 단어임에도 이를 동일시한 것은 큰 잘못이다.
이어지는 답변에서는 ‘장정에 나오는 내륙지방 행상 부분’이라 하였으나 무역 장정에는 ‘내륙 지방 행상’이라는 표현이나 내용이 없다. 답변자는 ‘채판’을 ‘행상’으로 바꾸어 ‘내륙 지방 행상’으로 무리하게 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교과서에서는 내륙 행상을 내지 통상권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한 것일 뿐’이라는 답변하였다. 다시 말하지만 채판과 행상은 분명히 상반된 의미의 단어다.
다음으로, ‘여행권만 발급받으면 내륙지방 어디든 제한 없이 가서 통상이 가능하다’고 하였으나, 내지에서 조선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증명서에는 구입 처소를 명기하도록 규정하였다. 증명서에 명기된 처소와 다른 곳에서의 구매 행위는 엄연한 무역 장정 위반이다. 장정에 엄격한 규정이 있음에도 ‘내륙지방 어디든 제한 없이 가서 통상이 가능하다’고 한 답변은 역사 연구의 기본인 사료조차 무시하고 있어 어처구니없다. ｢조･청 무역 장정｣ 제3조에는 ‘아울러 해안에 올라가 음식물과 식수를 살 수 있으나, 사적으로 화물을 무역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사적 무역을 금지하고 있다. 국가 간의 조약을 고무줄 늘이듯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조청장정의 내지통상권 조문에는 토산물의 採辦만 규정되어 있으니 물품을 팔지는 못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무역 장정 어디에도 ‘내지 통상권 조문’은 따로 없으며, ‘원칙적으로 맞다’고 했으면 그 원칙을 따르면 그만이다. 원칙에서 벗어나 무리하게 해석을 하니 잘못된 서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답변자는 ‘토산물 구입을 위한 내지행상권(내지통상권)을 얻었다는 정도의 표현이 조문의 내용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라고 하였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역장정의 핵심은 ‘양화진과 한성에 개설이 승인된 영업소 외에 내지로 물건을 가져가 판매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으며, 증명서 발급이라는 조건부로 토산물 구매가 가능하였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아직 통상은 개항장에 머무는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이하의 답변은 무역 장정 체결 후 전개된 상황인데도 답변자는 이를 마치 조문 내용인 것처럼 해석하였다. 그동안의 국편 답변 중에는 이처럼 조약 체결 후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여 조문을 해석하는 경우가 있었다. 개인 간의 계약이든 국가 간의 조약이든 조문에 있는 내용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 굳이 조약 체결 후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조약에는 내지 판매를 금지하였으나, 이후 청일 양국 상인들은 이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내륙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와 같이 조약 본래의 의미와 이후 변화된 상황을 구분해서 서술해야 한다. 장정 체결 후의 위반 행위를 마치 합법 행위로 인정하고 이를 ‘내지 통상 허용’의 근거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내지 통상 허용’과 관련하여 천재교육 집필자의 답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몇 차례 받은 답변에서 집필자는 조문에 나오는 採辦(채판), 內地(내지), 售賣(수매), 土貨(토화), 採買(채매) 등 기본적인 단어의 뜻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느껴졌다. 국편 답변도 이러한 느낌은 마찬가지다. 조약의 해석은 조문에 대한 엄격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핵심 글자나 단어에 대한 이해가 분명해야 한다. 단어에 대한 개념이 흐릿하면 전체 해석도 흐릿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다른 분야의 답변에서도 공통적으로 느낀 내용이다.
다음은 ｢조･청 무역 장정｣의 ‘내지 통상권 허용’과 관련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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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22회 - 정답 ⑤ |
밑줄 그은 ‘내지 행상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지 행상=내지 통상’이라는 국편 답변대로라면 ‘내지 통상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조･청 무역 장정｣ 원문대로라면 ‘내지 판매는 허가하지 않는다.’가 정확한 표현이나 어차피 내지에서는 상품을 판매할 수 없으므로 ‘내지 행상 불허’든 ‘내지 통상 불허’든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이 지문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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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23회 - 정답 ④ |
문제는 23회 27번이다. 이는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일어난 상황이 아닌 것을 고르는 문제로 국편에서 제시한 정답은 1881년에 일어난 이만손 주도의 영남만인소 사건에 해당하는 ④번이다. 그런데, 22번 지문에서는 청에게 ‘내지 행상을 허가하지 않는다.’라 하고 여기서는 ‘청이 내지 통상권을 얻었다.’고 하였다. ‘청이 내지 통상권을 얻었다.’는 문장은 청에게 ‘내지 통상권을 허가하였다.’는 문장으로 바꿀 수 있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상반된 내용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청 상인이 내지 통상권을 얻었다.’는 이 지문은 잘못이다. 내지 통상은 1883년 영･독 양국과 체결한 통상조약에서 처음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국사편찬위원회나 교과서에서 ｢조･청 무역 장정｣의 제4조를 들어 ‘내지 통상권 허용’이라 한 서술 오류는 의미가 상반되는 ‘채판’과 ‘행상’을 동일한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다시 ‘행상=통상’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면서 시작되었다. ｢조･청 무역 장정｣의 무역 관련 핵심 내용은 ‘통상 항구에서는 금지 상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을 매매할 수 있다. 양화진과 한성에 개설이 승인된 영업소 외에 내지로 물건을 가져가 판매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내지로 들어가서 조선 상품을 구매[채판]하고자 할 경우에는 증명서 발급 등의 절차를 따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디를 보더라도 내지에서 상품 매매를 자유로이 할 수 있는 통상 허용 내용은 없다.
따라서, 23회 27번의 ②번도 옳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정답에 포함된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의 답변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