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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국민연금공단을 압수수색한 2016년 11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직원이 오가고 있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논란이 뜨겁다. 지난 11월 23일에는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기금 운영을 둘러싸고 삼성과 국민연금 측 사이에 부적절한 사전 모의가 있었는지를 두고 검찰(특검)이 수사 중이다.
기금 운영의 전문적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 없으면 의혹과 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공단이 “자체 내부 전문위원들과의 자문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일부 언론보도는 충격적이다.
또 “위법 부당한 의결권 행사로 수 천 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의혹은 거의 공분을 일으키게 한다. 이런 비판여론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측은 “해당 합병의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해 찬성의 의결권행사를 했다”고 한다. 공단 측의 변명은 다소 궁색하다. 해당 사안의 쟁점은 양사의 합병비율 즉, 각 주식의 기업가치를 산정함에 있어 어떠한 잘못이 있느냐는 점에 관한 부분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데, 아직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는 학계 등에서도 많은 논란이 지속돼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입장이 바뀌었다. 즉, 과거엔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았으나 지금은 반대로 긍정적으로 본다. 해당 기업을 합리적으로 견제하고, 나아가 비위 등을 적정하게 통제하는 합리적인 방안의 하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봐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좀 더 보편화되는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기금의 경우 지나칠 정도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유명하다. 그 결과, 피(被)투자기업의 합리적인 지배구조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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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 손 놓은 사이 해외 연·기금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 연금 운용사 APG는 삼성전자의 감사 보고서가 불투명하다고 2013년에 지적해 삼성전자로부터 '주총 시점 이전에 투명한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
연기금 운용의 공정성 담보하는 법제도적 방안 필요
연기금 등의 의결권 행사가 활발하게 이뤄지자 일부 사회학자의 경우 “연금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연기금을 통해 경제활동 관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으나, 정치 권력에 의한 ‘경제민주주의 실현’보다, 연기금 등에서 내부 자문기구나 외부 전문 자문회사의 도움을 통해 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 확립 등 ‘실질적인 경제민주주의 구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사안의 경우 절차적인 면에서 그 적정성에 많은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고, 나아가 의결권 행사자체의 합리성 측면에서도 논란의 여지를 낳았다. 차제에 바람직한 연기금의 자산운영방안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기금 운영의 객관성, 공정성 그리고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제도적 방안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은 국민연금의 독립성 및 실효성 있는 의결권행사와 관련한 법적인 제도정비가 필요함에도 이를 제도적으로 정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 마침내 비리의혹이라는 현상으로 표면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자산운영 절차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손질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예방 내지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연기금이 기관투자자로서 기업의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운영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과 기능을 고려해 좀 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보장하되, 합리성 객관성을 도모하기 위해 전문 자문기구의 적극적인 활용, 그리고 내부 인력의 전문성 제고 등을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