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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있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소득주도의 경제성장을 주장했다./ 조선DB |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주도 성장’에 도움 안 된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을 제안했다. 이는 문 대표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이후로 줄곧 강조해온 주장이다. 문 대표의 최저임금 인상 강조 배경에는 ‘소득 주도 성장’이 깔려 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발생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놓고 OECD, 세계은행, ILO가 2014년 9월에 열린 G20 노동장관 회의에 임금 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각광을 받게 되었다.
이 보고서는 최근 세계경제의 저성장 원인이 임금격차에 따른 소득불균형이라고 지적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임금격차 해소가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문재인 대표가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 주도 성장’과 연계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대표만 주장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내수 진작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앞장섰고, 유승민 여당 원내대표가 맞받았고,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이 뒤늦게 맞장구를 치고 나왔다. 빠질세라 민주노총도 박수를 치고 나섰다. ‘최저임금을 빨리 많이 올리자’는 정책 하나를 놓고 정부, 여·야 정치권, 노동계가 이처럼 협화음을 내는 경우는 한국 역사상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주도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정치가들은 알아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밝힌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한강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격
첫째,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허구다. 나는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가 받는 최저임금 총액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임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를 추정해 보았다.1) 자료의 한계 때문에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추정해본 결과, 그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여건에서, 문재인 대표의 ‘두 자릿수 인상’ 주장대로 최저임금을 최소 10%를 올린다면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한 마디로, 한강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효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적용대상 근로자 가운데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미만율에 포함되는 외국인 근로자가 86만여 명이나 되는데 만일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상분을 해외로 송출한다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더욱 작아질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줄인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감소를 가져온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임금은 정부 아닌 사용자가 주는 것이어서 사용자는 인건비 인상에 대처하고자 고용을 줄이게 된다. 경제학에서 이 원리는 비싸지면 덜 산다는 ‘수요 법칙’으로 일컫는다. 이는 단기 분석에 해당되는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이를 타당하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장기 분석의 경우에는 생산 증가가 고용 증가를 가져와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고용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어떻든 문 대표의 주장대로 최저임금을 지금 당장 10% 인상한다면 최저임금 근로자 누군가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은 뻔하다.
미국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여 6년 동안 최저임금을 안 올려
미국은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임금 근로자 고용을 줄인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누군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무려 39.3%나 올리려 한다며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치명적 오해다. 미국은 최저임금을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월에 취임하여 시간당 7.25달러로 올린 후로 지금까지 6년 동안 그대로 유지해 왔다. 미국은 왜 6년 동안이나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았을까? 미국의 최저임금은 1938년에 도입된 후로 제조업 평균임금의 40% 수준 안팎을 유지해왔는데 지난 5년 동안에는 최저임금을 올릴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올리려 했으나 실패했고, 2015년에도 실패했다. 공화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공화당도 ‘표’를 고려했을 텐데 왜 반대했을까?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안대로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면 저임금 일자리 약 50만 개가 사라진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화당이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일자리 감소를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준 셈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주도 성장’은커녕 ‘소득 감소 경기침체’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지나친 최저임금 인상은 ‘실업 태풍’을 몰고와
문재인 대표의 최저임금 인상론을 더 언급한다. 문재인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면 그는 재임 5년 동안에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리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얼마나 될까? 내가 계산해보았다. 2013년 최저임금 월급은 1,015,740원, (1인 이상 사업장) 전체 근로자 월평균임금은 2,616,000원이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할 때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50% 수준이 되려면 최저임금은 5년 동안 해마다 10%씩 올라야 한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10%씩 오른다는 것은 파격적이다. 필자는 그런 나라를 알지 못한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10%씩 오른다면 편의점처럼 최저임금 주기도 버거운 영세업체들은 문을 닫고 말 것이다. 문재인 대표식의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실업 태풍’을 몰고 오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겨냥해서 “경제가 잘못되는 가장 큰 원인이 정치에 있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 말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하여 박근혜 정부, 여야 정치권, 노동계에 두루두루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각주
1)이는 필자가 자유경제원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한강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격>(2015.3.15.)이라는 글에서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