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자이(田澤)호에서의 현준(이병헌)과 승희(김태희) (사진: 야후재팬)
"빨리 호텔에 가서 '아이리스(IRIS)'를 봐야 합니다."
얼마 전 도쿄에서 출장 온 컨설팅 회사의 전무 '도미타 가츠나리(富田一成, 55세)' 씨의 말이다. 그가 한국말을 잘 하는 편이지만, 우리의 TV드라마를 완벽하게 소화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일본에서 방영되지도 않은 '아이리스'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아줌마들이 수요일, 목요일을 중심으로 서울에 여행을 많이 온다고 했다. KBS 2의 수목 드라마에 출연한 뵨사마(이병헌)를 보기 위해서다. 욘사마(배용준)에 못지않은 뵨사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못 말리는 한류(韓流)팬들이다.
필자는 그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일본의 인터넷을 들여다보았다. '아이리스'에 대한 내용과 출연 배우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드라마의 방영 회수 별로 자세한 안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 인터넷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리스'에 대한 내용을 간추려서 소개한다.
'초호화 캐스트와 대규모 스케일, 한국 드라마 사(史)를 바꿨다'
'아이리스'와 같이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드라마가 있었던 것일까? '아이리스'는 20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아시아와 유럽을 왕래하는 해외로케를 비롯하여 대규모 세트 등 초대형 스케일과 이병헌과 김태희,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TOP 등 호화 캐스트로 방영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화제에 오른 만큼 방영 후의 성적도 좋았다. 30%를 웃도는 시청률로 경쟁 드라마를 압도했다. 광화문 총격 씬 등 볼거리도 넘쳤다. 이병헌, 김소연, 김승우 등 연기자의 열연도 칭찬되었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모든 것이 좋았던 드라마는 아니었다. 반전에 반전을 반복하는 스토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청자도 있었고, 연기력 논의에 둘러싸인 연기자도 있었다. 무엇보다 드라마 외적으로 많은 잡음이 끊어지지 않았다. 드라마 편성에서 부터 저작권 침해 공방, 그리고, 배우 이병헌을 둘러싼 스캔들 공방전, 폭력 사건 등이 계속 되었다.
'아이리스'는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어 스케일에 있어서 타 드라마와는 현격한 차이가 났다. '아이리스'를 소개하는 기사에는, "최초" 또는 "최고"라고 하는 수식어가 많이 등장했다.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헝가리 로케를 성공시켰고, 일본 아키타(秋田)현, 중국 샹하이(上海) 등을 왕래하는 촬영으로 볼 만한 곳을 풍부하게 제공했다. 특히, 헝가리에서 감행된 한국과 북한의 대규모 총격전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또, 한국 드라마에 있어서 역사상 처음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촬영을 행했다.
'아이리스'가 자랑하는 또 하나는 역대 최고의 캐스트다. 이병헌, 김태희, 김소연, 김승우, 정준호 등 톱스타가 열연했다.
아키타 현지 언론, 지대한 관심 가져
지난 봄, 아이리스의 현지 촬영에 관련한 아키타 현 언론은 물론 각 스포츠지, 지방 신문 등에서도 줄을 이어 보도했다. 그 당시의 주요 보도 내용을 소개해 본다.
(아키타 방송 2009, 02, 09. 18:12 )
한국인의 인기 배우인 이병헌 씨와 김태희 씨 주연의 액션 드라마의 장기 로케가 아키타 현을 무대로 행해지게 되었습니다. 아키타 로케가 정해진 드라마는 한국 KBS의 '아이리스'입니다. 제작비 약 14억 엔의 대형 드라마로 3월 중순부터 센보쿠(仙北)시나 오가(男鹿)시,기타아키타(北秋田)시에서 대략 3주간에 걸쳐서 촬영을 합니다. 주연인 이병헌 씨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영화배우로 일본에서도 많은 팬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관계자에 의하면, 이번 아키타에서는 드라마의 겨울 씬의 촬영을 할 예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매체 2009, 02, 09)
한국의 인기 배우 이병헌(38) 씨 주연의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이 3월, 현 내에서 행해진다. 현이나 현 내 기업 등이 중심이 되어 유치했다. 이 드라마는 일본을 포함한 세계 16개국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현 관광과는 '아키타는 해외에의 PR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세계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의 로케를 본 현에 유치할 수 있는 것은 지명도를 높이는 좋은 찬스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이리스'는 이병헌 씨가 연기하는 한국 국가 안전국을 중심으로 하는 스파이 액션 드라마다. 본 현에서 촬영되는 것은 일본에 도망한 주인공이 잠복하는 장면으로, 드라마 전체의 촬영 중 처음 부분에 해당 된다. 로케지는 설국(雪國)의 설정으로 센보쿠시나 오가시, 기타아키타시에서의 촬영을 예정하고 있다. 기간은 3월 중순부터 3주간 정도. 드라마 전체로 60분 이상의 노출이 전망되고 있다.
'아이리스' 드라마 촬영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 효과는 2억 엔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현 내 로케 지원 때문에, 지난 달 13일에는 현이나 시, 여행 회사 등 현 내 기업이 지원 위원회를 설립했다. 10일부터 3월말까지 기업이나 단체의 회원을 모집한다. 회비는 1구좌 1만 엔으로 스탭 등의 현지 교통비나 차입 등에 충당한다. 회원을 대상으로 출연자나 스탭이 출석하는 환영 리셉션이나 공개 로케 등의 이벤트도 기획할 예정이다.
(아키타 경제 신문 2009, 02, 09)
아키타 현 지사는 2월 9일의 정례 기자 회견에서 "한국의 인기 배우, 이병헌 씨 주연으로 금년 9월부터 방영 예정인 TV드라마 '아이리스(IRIS)'의 로케지에 아키타 현이 선택되었다"고 발표했다.
동 드라마의 로케는 한국 외에 러시아나 터키도 예정되고 있지만, 일본에서의 로케지는 아키타뿐이다. 현 내에서의 촬영 예정은 3월 하순부터로 "이병헌 씨가 연기하는 주인공이 국가 기밀 작전에 말려 들어가 일본에 도망·잠복 하는 드라마의 중요한 씬의 촬영이 예정 된다"고 한다. 로케는, 센보쿠시, 오가시, 키타아키타시 외에, 아키타 내륙 종관철도나 아인수키장도 검토되고 있지만, 자세한 것은 모두 비공개이다. 이 드라마의 방송에 의해 한국을 필두로 해외를 향해서 아키타 현을 어필하게 될 것이다. 현지사는 또, "국내외에서 아키타 현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시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 민 여러분의 협력을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산케이 신문 2009.4.25)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한국 배우, 이병헌 씨 주연의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의 해외 로케가 아키타 현에서 행해진 것을 계기로 현은 관광 홈페이지(HP)에 현 내의 로케지 정보의 발신을 시작했다.
현 내에서의 로케는 3월 10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다자와코(田澤湖)나 아인(阿仁)스키장, 아키타 내륙 종관철도 등 약 20개소에서 행해졌다. 투어 등 여행 상품은 드라마의 방송 개시에 맞추어서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현은 촬영 기간 중 현 내외의 팬에 의한 문의가 쇄도해 방송 전에 아키타의 PR과 개인 관광객을 위해 정보를 발신했다. 로케지 정보는 현의 관광 HP(www.akitafan.com)나 톱 페이지의 'IRIS' 배너로부터도 들어갈 수 있다.
한류(韓流) 스타는 공인(公人)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이상으로 일본인들은 드라마 '아이리스'에 대해서 꿰뚫고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아이리스'의 새로운 시도는 한류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설경과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의 아키다(秋田) 현은 '아이리스' 촬영장으로 등장한 이래 관광 특수가 일고 있다고 한다. 지난 봄 '아이리스' 촬영 당시에는 이병헌을 보기 위해 몰린 일본 팬들이 눈보라 속에서도 몇 시간 씩 줄지어 기다리기도 했으며, 드라마 방영 후에는 한국인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 현준(이병헌)과 승희(김태희)가 사랑을 속삭이던 다자와(田澤) 호수는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다자와(田澤) 호는 수심이 423.4m나 되는 곳으로 일본에서 가장 깊은 수심의 호수로써 봄의 사쿠라, 여름의 수상 스키, 가을 단풍과 겨울의 설경 등 4계절 모두 특색을 지닌 관광지로 유명하다.
아키다 현은 보도된 바와 같이 자체 홈 페이지(HP)에 '아이리스'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으며, 뒤이어 촬영장소를 담은 사진을 판넬로 제작하여 전시장을 운용하고 있다. 현 지사의 말처럼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지역의 관광 홍보에 나선 것이다.
'아이리스' 제작진의 의도적인 전략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의 유명 관광지를 선택하여 그들과 공유하면서 팬들을 끌어들인 설정은 바람직한 접근이었다고 본다. 일방적인 한류는 그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의 드라마에 대해 일본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운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더불어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은 물론,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눈들이 일본에 많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한류의 주역들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는 것은 일순간이기 때문이다. 골프 영웅 타이거 우즈(Woods)의 몰락을 보면서 다시금 되새겨보는 교훈이다. 2010년 새해에는 한류 열풍이 더욱 거세어지기를 마음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