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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훌라 걸스(Hula Girls)의 마을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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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오랫동안 일본을 드나들었으나 후쿠시마(福島)와의 인연은 없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때문인지 초행길의 후쿠시마(福島)가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본의 43개 현(縣) 중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후쿠시마(福島)는 동으로부터 내려오는 큰 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고, 이들 산지에 의해 동의 하마도오리(浜通り), 중앙의 나카도오리(中通り), 서쪽의 아이즈(會津)로 분리되어 있다. 산이 많고 땅이 넓어서 한 현(縣)의 일기 예보가 세 지역으로 나뉘어서 발표되기도 한다.


후쿠시마(福島) 비행장에서 차로 30분 쯤 달렸을 즈음 멀리 반다이(磐梯)산이 눈에 들어왔다. 높이가 1,819m인 반다이(磐梯)산의 봉우리는 하얀 고깔을 쓴 듯 눈으로 덮여 있었다. 이 지역은 복숭아·사과·배 등 과일이 풍성하고 천연림에서 생산되는 표고버섯 등 버섯류가 많으며, 하마도리(浜通り) 남부의 에나(江名)·오나하마(小名浜)항을 중심으로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아이즈 와카마츠(會津若松)에는 금속 제련공장이 있고, 고리야마(郡山)시와 이와키(いわき)시를 중심으로 화학공업이 발달해 있다.


이와키(いわき)시가 일본의 여느 도시와 달리 한자 이름을 쓰지 않은 것이 궁금하여 여기저기 물었으나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자료를 뒤져 옛날의 이름 이와키(岩城)를 히라가나로 표기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와키 시 행정과에 근무하는 '하세카와(長谷川, 41세)'씨와 전화 통화를 한 결과 필자의 생각과 다른 답이 나왔다.
"40여 년 전 도시 합병을 할 때 이와키(岩城)라고 하는 작은 마을이 있었답니다. 그 이름을 살리는 것은 좋지만, 한자까지 그대로 쓴다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히라가나만 쓰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고 했다.
아무튼, 후쿠시마(福島)현 남동부 태평양 연안에 자리한 이와키(いわき)시는 1966년 다이라시(平市)를 중심으로 14개의 시와 마을이 통합하여 생겨났다고 한다. 180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까지는 유명한 탄광지대이었으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공업 도시로 변모되었다. 2006년. '이와키(いわき)'시를 무대로 한 영화 '훌라 걸스(Hula Girls)'가 탄생함으로써 이 도시는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영화 속으로.......


탄광촌 이와키(いわき)- 영구차 같은 구형 버스가 덜커덩거리며 마을 어귀에 들어선다. 석탄광에서 귀가하는 마을 아낙들이 석탄재로 분칠 한 채 줄지어 내린다. 쇼와(昭和) 40년(1965년). '후쿠시마(福島)현 이와키시(市)'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 '훌라 걸스(Hula Girls)'가 시작된다.


여학생 사나에(早苗)는 ‘하와이언 댄서 모집’이라는 광고지를 읽다가 그것을 찢어들고 단정한 교복 차림의 친구 기미코(紀美子)를 만난다. 장소는 바로 이 마을의 상징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석탄 더미 위에서다.


“손톱 밑의 숯이 백 년이 가도 지워지지 않을 거야.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댄서가 되자.”

예로부터 남자들은 광부로 여자들은 석탄 공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온 탄광촌이다. 그러나, 석탄도 석유에 밀려 에너지로서의 가치를 잃고 역사 속으로 묻히어지는 운명을 맞는다.


“직원 2,000명을 해고 합니다.”
“30년을 일해 왔는데 종이 한 장으로 끝나는 것입니까?”


요즈음의 한파(寒波)같은 구조조정이 살벌하게 펼쳐지는 상황이다. 회사는 회사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앞날이 캄캄할 따름이다.


1856년 석탄층이 발견된 이래 후쿠시마(福島)현 '이와키' 사람들은 탄광이 삶의 터전이었다. 갱(坑)이 무너져 아버지가 죽고 형제가 부상을 당해도 그들은 이 일을 운명으로 여기고 살아야 했다.
그들이 사는 길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똘똘 뭉치는 것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일산일가(一山一家) 정신이다. 일 년 365일을 탄광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하나의 산은 바로 하나의 집’인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우리도 변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멋대로 변한 건 시대입니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시대는 그들의 요구를 마다하고 탄광천(炭鑛川)의 물살처럼 급하게 흘러간다.


탄광회사는 석탄 산업의 위기 상황을 설명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개발 계획을 제시한다. 광부들의 반대가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회사는 사업 홍보 겸 리조트 전속 댄서 모집을 강행한다.


“훌라 댄스? 아니 배꼽이 다 보이잖아. 엉덩이를 저렇게 흔들다니......”


호기심에 모였던 여인들은 모두 줄행랑이다. 남은 사람은 기미코(紀美子)와 사나에(早苗), 회사의 사무직원 하쓰코(初子) 아줌마, 남자보다 덩치가 더 큰 사유리 뿐이다. 회사의 요시모토(吉本) 부장은 SKD(소치쿠가극단) 출신의 훌라댄스 전문가인 히라야마(平山) 선생을 내세워 당초의 계획을 밀어 붙인다.
히라야마(平山) 선생마저 탄광촌 여인들을 무시한다. 그녀는 춤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술 마시는 일에 열중한다. 시간이 흐르자 히라야마(平山) 선생은 여인들의 열정에 감복한다. 여인들에게도 일산일가(一山一家)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훌라댄스 프로가 되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던 것이다. 밀고 당기는 싸움의 반복. 비난과 좌절 속에서 주민들의 호응이 아침 안개처럼 서서히 피어오른다.


“석탄은 검은 다이아몬드입니다. 그러나, 이제 새 다이아몬드가 생겨났습니다.”
'하와이언 센터'는 성공적인 오픈행사를 갖는다. 기대 이상의 흥행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일본열도가 떠나갈 정도로 들끓는다. 그토록 반대하던 기미코(紀美子)의 어머니는 댄서가 된 딸에게 눈물의 박수를 보낸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심장을 뚫고 우러나오는 감동의 박수이리라.

영화도 리조트도 흥행


영화 ‘훌라 걸스(Hula Girls)’는 지난 2006년 일본에서 개봉된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34세)의 작품이다. 마츠유키 야스코(松雪泰子), 도요카와 에츠시(豊川悅司), 아오이 유우(蒼井 優) 등이 주연한 이 영화는 관객 동원 130만 명이라는 놀라운 흥행을 일궈냈다.


이 영화는 2004년 이와키 시에 영화 촬영을 의뢰했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2005년으로 미루어 졌었다. 주저하던 이와키 시는 ‘지역 홍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여 ‘지역 협의회’를 구성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와키 시의 판단은 적중했다. 지역 홍보가 확대됨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년 간 수 백 만의 관광객이 이와키시를 방문합니다." 시청 직원 '하세카와(長谷川, 41세)'씨의 말이다.


'스파 리조트 하와이언즈'를 운영하는 개발회사도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영화 ‘훌라 걸스(Hula Girls)’의 덕택으로 지난 해 매출이 전년 보다 4%나 상승한 492억 엔을 기록한 것이다.


미국의 차세대 리더로 거론되고 있는 '조엘 오스틴(Jeol Ostin)'은 <긍정의 힘>이라는 책에서, “마음에 품는다는 것은 마음속에 원하는 삶의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다. 패배와 실패의 이미지를 그리는 사람은 실패자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나 승리와 성공, 행복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리 큰 장애물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런 인생을 살게 된다”고 했다.

영화 ‘훌라 걸스(Hula Girls)’는 '춤을 통해 웃으면서 일한다'는 탄광촌 여인들의 마음 속 이미지를 아름답게 그려 내었다. 그것은 바로 긍정의 힘이었다.


필자는 업무를 마치고 잠시 이와키(いわき)시를 돌아보았다. 탄광촌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파도가 보냈을까? 잠시 스쳐간 소슬바람에 빨간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필자에게 다가오는 또 한 번의 가을이었다. 4시 반쯤이 되자 거리마다 어두움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산허리에 걸쳐있던 이와키 하늘의 태양이 어느새 수평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내일 새벽. 이와키의 태양은 어떠한 모습으로 떠오를 것인가'

입력 : 200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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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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