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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사람 사는 이야기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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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지난 주말 일본 나고야(名古屋)에 갔다. 예전과 달리 나고야 공항이 의외로 한산했다. 입국 수속도 빨랐고, 기차도 새색시 같은 모습으로 다소곳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차 광고판에 나오는 뉴스자막이 도요타 자동차의 구조조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절대강자는 없는 것일까? 세계시장을 누비던 도요타도 최근 들어 어려움을 겪는 듯 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의 판매율 저조(마이너스 32%)가 도요타를 긴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빨간 기차는 창밖의 가을 풍경도 즐기지 못할 만큼 빠르게 달렸다. 개찰구(改札口)를 통과하자 일본의 사업 파트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그들이 몰고 온 '렉서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애향심의 발로일까? 나고야 사람들은 70%가 도요타 고객이라고 했다. 그래서 도요타의 어려움은 곧, 그들의 아픔이기도 하다.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일본 사람들은 모두 네 명이었다. 그들의 첫마디가 유명 배우 최진실씨의 자살 얘기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토록 유명 배우가 젊은 나이에 .....일본도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입니다."

 

세월을 달려온 사람들-

 

 나고야 지역 친구들의 모임이 저녁 여섯 시 반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필자가 나고야에 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친목 모임이다.
어둠이 서서히 깃드는 나고야의 번화가-
어둠에 맞추어 작은 네온들이 별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필자를 태운 고령의 택시 운전사는 실눈으로 지도를 살피다가 목적지 부근에 내려 주었다. 건너편 네거리에서 두리번거리는 사토(佐藤, 64세)씨의 모습이 필자의 눈에 들어왔다.

 

"사토(佐藤)상!" "어......??" 긴 세월을 달려온 사람- 필자의 얼굴을 알아보기도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우리는 반갑게 손을 잡고 함께 길을 걸었다. 약속 장소 앞에서 CKD(반도체회사)의 후나하시(船橋, 45세)씨를 만났다. 아직 20분 정도의 여유가 있는데도 속속 모여들었다. CKD 회장 출신인 간타(神田, 67세)씨, 백화점 중역 출신의 시미즈(淸水, 66세)씨, 제약회사 사장인 오오모리(大森, 61세)씨, 가스회사에 근무 중인 또 다른 후나하시(船橋, 61세)씨다.
이자카야(居酒屋: 선술집)의 내부 조명이 희미하긴 했지만 제법 운치가 있었다. 선반에 즐비한 술병들도 흘러온 세월을 대변하는 듯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필자 안내를 위해 온 종일 차를 몰았던 TV방송사의 이토(伊藤, 54세)씨가 조금 늦게 합류했다.

 

일본 사람들은 식사를 하기 전에 맥주로 건배를 한다. 맥주를 한 모금마시고서는 잔을 내려놓고 박수를 친다. 누군가가 반쯤 마신 술잔에 다시 맥주를 부어준다. 우리처럼 잔을 바닥까지 비우지 않는 대신 계속적으로 채워준다. 일본에서는 우리처럼 술잔을 돌리는 법이 없다. 마냥 부어주기만 한다. 소위 첨잔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서, 사케(酒)나 소주, 양주, 와인 등을 본인의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마신다. 요즈음은 우리문화(?)의 유입으로 한국 사람을 만나면 폭탄주를 마시지만, 한두 잔으로 끝난다. 그래서 술이 약한 사람은 일본 사람들과 비즈니스 하기가 편하다.


이날 모임에 나온 사람들과 필자의 만남은 10여 년 쯤 되었다. 모두 나고야 지역 중부전략 연구회 멤버들이다. 부장 시절에 만났던 이들이 중역이 되고, CEO가 되기도 했다. 뒷자리의 나이가 하나 둘 불어나더니, 세월의 바람따라 앞자리 나이마저 한 계단씩 올라갔다. 어느덧 7명중에서 60대가 반이 넘었다. 세월을 달려 온 이들의 얼굴에서 삶의 내음과 관록이 묻어났다.

 

유명 아나운서의 자살로 발칵 뒤집혀

 

술잔을 여러 번 부딪치던 중 여배우 최신실씨의 자살 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한류의 영향도 있지만, 요미우리 자이언트의 선수였던 전 남편 때문에 일본에 보도가 많이 된 듯 했다. 모두들 '일본도 유명인의 자살 문제로 심각하다'고 걱정했다.

 

일본에서도 최근(5월) 가와다 아코(川田亞子, 29세)씨의 자살로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고 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미모의 그녀가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TBS 아나운서 출신으로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가와다 아코(川田亞子)'가 승용차 안에서 연탄가스 질식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녀는 죽기 전에 '고통스럽다, '안타깝다' 등의 괴로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답니다. 승용차 뒷 자석에는 두 개의 연탄난로와 유서 한 장 뿐 이었습니다."
이들은 "2002년 탤런트 '도가와 쿄우코(戶川京子, 37세)'가 자택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을 때도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었다"고 했다. 이어서, 1986년 인기절정의 '아이돌(Idol)' 가수가 소속 사무소 빌딩 옥상에서 투신자살해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사실을 상기하면서 걱정했다.

 

"유명인 일수록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한 심약성도 문제지만, 모방 자살이 더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빈부 격차의 사회에서 인생의 꿈을 가질 수 없다'는 사람이나, '많은 빚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비관 자살을 하는 뉴스가 연일 신문의 지면을 메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고 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우울증은 사람과의 단절과 고립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들처럼 자주 만나고 술잔을 나누며 즐겁게 살아야 한다"면서, 다음 주에 계획되어 있는 부부동반 베트남 여행으로 화제를 돌렸다.

 

젊은 층의 사케(酒) 기피는 우울증으로 이어져?

 

 얘기 중에도 사케(酒)와 음식이 정갈하게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이들은 필자에게 사케(酒)의 장점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사케(酒)를 지역별·종류별로 시키더니, 차갑게 마시는 레이슈(冷酒)와 뜨겁게 데워서 마시는 아츠칸(熱燗)을 주문했다. 이어서 '둘 중에서 입에 맞는 술을 고르라'고 했다. 가을의 문턱이라고는 해도 아직은 여름의 끝자락인지라 필자는 레이슈(冷酒)를 골랐다.

 

그들의 걱정은 또 하나 있었다. 이토록 맛이 있는 사케(酒)의 판매량이 날로 준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일본의 젊은이들이 사케(酒)를 기피해서다. 젊은이들이 사케(酒)를 싫어해서라기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는 고독한 나머지 우울증으로 빠져드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필자가 '한국에서는 젊은 층이 일본의 사케(酒)를 좋아한다'고 하자 모두들 의아해 하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남자들의 수다(?)'는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특별한 주제가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삶의 지혜'를 모으기에 이르렀다.
"세상을 어찌 높고 호화롭게만 살 수 있겠는가. 낮고 평범하게 살면서도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며 어질고 착하게,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즐겁게 사는 것이 바로 '삶의 지혜'다."
 
<나무는 나를 보고 웃고
 나는 나무보고 웃고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 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 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오세영의 '나무처럼'에서)

 

입력 : 200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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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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