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연세대에서 '윤동주 시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올해로 여섯 번째인 이 대회는 '민족시인 윤동주'를 추모하고 그의 조국사랑과 문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행사였다.
총 3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응모하여 당선작 1편(등꽃이 필 때, 김윤희)과 가작 2편(밤길, 강미라/곰스크로 가는 길을 묻다, 이주영)이 뽑혔다. 인터넷 시대에 우리의 젊은 대학생들이 이처럼 윤동주와 시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민족시인 윤동주' 그렇다, 그는 분명히 민족시인 이다.
“동(冬)섣달의 꽃, 얼음아래 다시 한 마리 잉어(鯉魚)”
시인 정지용이 윤동주의 시를 읽고 한 말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단 한사람도 그의 시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에게 '민족시인'이라는 찬란한 월계관이 씌워진 것이 아닐까?
일본 나고야의 친구 이토 슌이치(伊東俊一, 53세, 방송인)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한국에 대한 내용이 몇 가지 들어있는 책이라면서 필자에게 건네 준 것이다. 『하나의 줄기위에』라는 수필집 이었다.
“인간의 얼굴은 하나의 줄기위에 핀 일 순간의 꽃이다.
바람과 새가 날라다준 종자처럼
여기저기 흩어지고, 피고 지는 존재
인간도 식물과 별로 다를 게 없느니….”
저자는 일본의 유명 시인인 이바라기 노리코(茨木則子, 1926~2006)라는 사람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윤동주에 대해서」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청춘의 시인' 윤동주―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기 있는 시인. 수난의 심벌, 순결의 심벌‘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장본인. 일본유학 중, 독립운동의 혐의로 체포되어,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로 옥사(獄死)한 사람. 옥사의 진상도 의문이 많다. 일본의 젊은 간수는 윤동주가 사망 당시,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고 했다.》
이바라기 씨가 윤동주에 대해서 피력한 글이다.
그녀는, 1990년 윤동주의 조카인 윤인석 씨를 도쿄에서 만났다고 한다. 윤인석 씨가 윤동주 씨의 동생인 윤일주 씨의 아들이라는 사실과 함께 ‘아우의 인상화(印象畵)’란 시를 소개했다.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작은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서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슬픈, 진정코 슬픈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윤인석 씨는 “큰 아버님은 돌아가셨지만.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며 이바라기(茨木) 자신도 이에 공감한다고 했다.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떨어진 별
「미결감과 똑같은 규격의 방인데 내 것이라고는 내 얼굴 하나밖에는 없는 방 ― 어느 날 어느 밤이고 문이 열리지 않는 곳이었다…. 손가락이 아프고 마르도록 한숨으로 이어 떠가던 투망, 누가 갖다 시원한 강물에 치고 고기를 잡을까?」
시인 김광섭 씨가 1942년, 서대문 형무소에서 징역살이를 했던 때의 심경이다. <윤동주 평전(세계사)>
윤동주 역시, 어느 날 어느 밤이고 문이 열리지 않는 후쿠오카 형무소의 독방에 갇혀 징역살이를 하던 중 1945년 2월 16일 새벽 3시 36분에 절명했다. 그의 나이 겨우 만 27세 2개월―
일본의 시인 이바라기(茨木) 씨도 ‘옥사의 진상도 의문이 많다’고 했지만 <윤동주 평전>에는 그의 죽음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후쿠오카 감옥에서 강제로 주사를 맞은 것 같다. 윤동주가 맞았던 ‘이름 모를 주사’는 당시 ‘큐슈 帝大’에서 실험하고 있었던 혈장대용 생리식염수 주사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인 '고노오 에이치'란 사람이 추정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의 『전시행형실록(1966년)』이라는 책에는 형무소별 사망자수 조사(1943년~1946년 1월)라는 항목이 있는데, 후쿠오카의 경우 매년 숫자가 증가하였다.
1943년 64명
1944년 131명
1945년 259명
재소자의 사망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특히 전쟁말기인 1945년에는 259명이나 옥사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필자가 친하게 지내고 있는 후쿠오카의 지인(知人)들에게 ‘시인 윤동주를 아는가?’라고 물은 즉,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후쿠오카 형무소는 시 외곽인 ‘종합운동장’ 뒤편으로 이전한지 오래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을 사랑하는 모임인 하카다(博多)회(일명, 나들이 클럽)의 회장인 후이지 시게도시(藤井武利, 75세) 박사는 시인 윤동주를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후쿠오카 대학의 구마키 스토무(熊木勉, 40세) 교수를 중심으로 ‘윤동주 연구회’가 결성되어 있으며, 윤동주 시 암송대회, 윤동주 포럼 등의 행사를 펼치고 있다고 했다. 고마운 일이다.
아무튼 필자가 자주가고 친구들이 많은 후쿠오카 ― 이곳에서 이토록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나의 책(윤동주의 평전)이 이처럼 시간이라는 바다의 험한 파도 위를 거침없이 항해 하면서 독자 앞으로 「윤동주와 그의 시대」를 계속 실어 나르는 것이 고맙고 보람되어 행복하기 조차하다”는 송우혜 씨의 말처럼 필자도 후쿠오카에 갈 때마다 「윤동주와 그의 시대」를 실어 나르는 일을 해야겠다.
총 3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응모하여 당선작 1편(등꽃이 필 때, 김윤희)과 가작 2편(밤길, 강미라/곰스크로 가는 길을 묻다, 이주영)이 뽑혔다. 인터넷 시대에 우리의 젊은 대학생들이 이처럼 윤동주와 시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민족시인 윤동주' 그렇다, 그는 분명히 민족시인 이다.
“동(冬)섣달의 꽃, 얼음아래 다시 한 마리 잉어(鯉魚)”
시인 정지용이 윤동주의 시를 읽고 한 말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단 한사람도 그의 시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에게 '민족시인'이라는 찬란한 월계관이 씌워진 것이 아닐까?
일본 나고야의 친구 이토 슌이치(伊東俊一, 53세, 방송인)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한국에 대한 내용이 몇 가지 들어있는 책이라면서 필자에게 건네 준 것이다. 『하나의 줄기위에』라는 수필집 이었다.
“인간의 얼굴은 하나의 줄기위에 핀 일 순간의 꽃이다.
바람과 새가 날라다준 종자처럼
여기저기 흩어지고, 피고 지는 존재
인간도 식물과 별로 다를 게 없느니….”
저자는 일본의 유명 시인인 이바라기 노리코(茨木則子, 1926~2006)라는 사람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윤동주에 대해서」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청춘의 시인' 윤동주―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기 있는 시인. 수난의 심벌, 순결의 심벌‘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장본인. 일본유학 중, 독립운동의 혐의로 체포되어,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로 옥사(獄死)한 사람. 옥사의 진상도 의문이 많다. 일본의 젊은 간수는 윤동주가 사망 당시,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고 했다.》
이바라기 씨가 윤동주에 대해서 피력한 글이다.
그녀는, 1990년 윤동주의 조카인 윤인석 씨를 도쿄에서 만났다고 한다. 윤인석 씨가 윤동주 씨의 동생인 윤일주 씨의 아들이라는 사실과 함께 ‘아우의 인상화(印象畵)’란 시를 소개했다.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작은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서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슬픈, 진정코 슬픈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윤인석 씨는 “큰 아버님은 돌아가셨지만.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며 이바라기(茨木) 자신도 이에 공감한다고 했다.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떨어진 별
「미결감과 똑같은 규격의 방인데 내 것이라고는 내 얼굴 하나밖에는 없는 방 ― 어느 날 어느 밤이고 문이 열리지 않는 곳이었다…. 손가락이 아프고 마르도록 한숨으로 이어 떠가던 투망, 누가 갖다 시원한 강물에 치고 고기를 잡을까?」
시인 김광섭 씨가 1942년, 서대문 형무소에서 징역살이를 했던 때의 심경이다. <윤동주 평전(세계사)>
윤동주 역시, 어느 날 어느 밤이고 문이 열리지 않는 후쿠오카 형무소의 독방에 갇혀 징역살이를 하던 중 1945년 2월 16일 새벽 3시 36분에 절명했다. 그의 나이 겨우 만 27세 2개월―
일본의 시인 이바라기(茨木) 씨도 ‘옥사의 진상도 의문이 많다’고 했지만 <윤동주 평전>에는 그의 죽음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후쿠오카 감옥에서 강제로 주사를 맞은 것 같다. 윤동주가 맞았던 ‘이름 모를 주사’는 당시 ‘큐슈 帝大’에서 실험하고 있었던 혈장대용 생리식염수 주사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인 '고노오 에이치'란 사람이 추정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의 『전시행형실록(1966년)』이라는 책에는 형무소별 사망자수 조사(1943년~1946년 1월)라는 항목이 있는데, 후쿠오카의 경우 매년 숫자가 증가하였다.
1943년 64명
1944년 131명
1945년 259명
재소자의 사망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특히 전쟁말기인 1945년에는 259명이나 옥사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필자가 친하게 지내고 있는 후쿠오카의 지인(知人)들에게 ‘시인 윤동주를 아는가?’라고 물은 즉,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후쿠오카 형무소는 시 외곽인 ‘종합운동장’ 뒤편으로 이전한지 오래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을 사랑하는 모임인 하카다(博多)회(일명, 나들이 클럽)의 회장인 후이지 시게도시(藤井武利, 75세) 박사는 시인 윤동주를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후쿠오카 대학의 구마키 스토무(熊木勉, 40세) 교수를 중심으로 ‘윤동주 연구회’가 결성되어 있으며, 윤동주 시 암송대회, 윤동주 포럼 등의 행사를 펼치고 있다고 했다. 고마운 일이다.
아무튼 필자가 자주가고 친구들이 많은 후쿠오카 ― 이곳에서 이토록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나의 책(윤동주의 평전)이 이처럼 시간이라는 바다의 험한 파도 위를 거침없이 항해 하면서 독자 앞으로 「윤동주와 그의 시대」를 계속 실어 나르는 것이 고맙고 보람되어 행복하기 조차하다”는 송우혜 씨의 말처럼 필자도 후쿠오카에 갈 때마다 「윤동주와 그의 시대」를 실어 나르는 일을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