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법 국가에서 판결은 곧 법이다. 한국과 같은 성문법 국가에서도 판결의 의미는 높다. 물론 성문법 국가에서는 판결 자체가 법은 아니다. 그렇지만 법을 선언하고 이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명의신탁과 관련한 이번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는 있을 것이다. 또한 나름 합리적인 논거도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법의 해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가 바로 법의 입법 취지이다. 이에 따른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따라 법을 해석 선언하는 셈이다. 이러한 해석에 있어서 입법 취지를 구심점으로 하는 합리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나치게 형식 논리적이거나, 이론에 한정되거나 지나치게 현학적인 접근은 이를 피해야 한다.
- 법의 입법취지는 법해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기본원칙을 감안한다면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대법원의 법리 해석은 다소 비상식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너무 형식 논리적이고 막연한 이론적인 문제가 있다. 법원은 법을 선언하는 기관이다. 또한 입법의 미비사항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이를 보완하는 역할과 기능 역시 매우 중요하다.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제 위반이다. 이 경우 그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다. 또한 형사적 처벌대상이 된다. 그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거기에 과징금 역시 부과된다. 이와 같이 명의신탁의 죄책은 엄중하게 묻고 있다. 따라서 일견 보기에 명의신탁 행위는 반사회적 행위로서의 그 해악이 그 누구보다도 높아 보인다.
문제는 대법원의 그간 해석이다. 요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는 신탁부동산 소유권을 원 권리자에게 귀속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라고 보았다. 이에 따라 명의신탁자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그 다음 쟁점은 이러한 권리 행사가 불법원인 급여로서 제한되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 명의수탁자 역시 불법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명의 신탁의 금지는 동 법의 도입 목적을 넘어 명의신탁자의 재산권본질을 침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에 따라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데에 큰 제한을 받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최근에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종전의 입장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부동산실명제는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명의신탁은 탈세 그리고 불법자금으로 악용되어 왔다. 그런데 부동산 실명제의 명문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은 근절되지 아니하고 있다.
더욱이 더 큰 문제는 등기에 공신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같은 권원보험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부동산기재를 믿고 거래하다가는 나중에 큰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는 권원 보험 등이 좀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현행 부동산 등기는 이런 문제 때문에 사실상 그 기능의 상당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즉 부동산 등기가 공신력을 가지지 못하면 이의 보안시스템이 작동하여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권원보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은 달리 보안시스템이 없다. 이 문제에 관하여 사회안정화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못하는 셈이다. 여기에 대법원의 해석에 의하면 명의수탁자의 등기 역시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에 기한 청구를 하면 말소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부동산실명법은 제3자 보호조항은 두고 있다. 따라서 제3자는 보호가 된다.
물론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도 나름 이유와 논거는 있다. 부동산실명법이 국민의 재산권을 박탈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경우 위헌문제도 발생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엇인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혼란스럽다. 사안이 너무 복잡하다. 무효이고 형사법위반행위지만 명의신탁자는 여전히 보호된다. 그 이유는 복잡하다. 징역 5년까지 처해지지만 명의신탁자의 행위는 민사적으로는 보호받는다. 아무리 법규정을 무시하고 탈세 등의 위법행위를 함에도 민사적으로는 여전히 선량한 권리자로서 모든 법적보호를 받는 상당히 우스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먼저 명의신탁자는 탈세나 불법 등의 목적으로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하였다. 그것도 악의적 내지 고의적인 법위반 행위이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은 무효라고 명시한다. 그렇다면 명의신탁자는 그 스스로가 자신의 부동산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더 나아가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악의적으로 불법을 감행하였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불법을 의도적으로 범한 자를 도와 자신의 부동산의 회수에 법원이 적극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인가?
그리고 부동산실명법은 이의 위반에 대하여 상당히 엄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이 엄한 법정형은 그만큼 부동산 실명제의 정착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 만큼 명의신탁행위가 가지는 반사회성을 방영한 결과이다.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은 오랜 숙원의 과제였다. 부동산실명제가 정착되지 않으면 온갖 탈세와 불법행위가 더욱 더 기승을 부릴 것임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명의신탁이라는 불법을 직.간접적으로 방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물론 이는 대법원이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 부작용을 일으키는 셈이다. 도박자금 등의 경우에는 명의신탁과는 달리 불법원인 급여로 인정된다. 따라서 이의 반환요구에 법원이 도와주는 일은 없다.
그런데 명의신탁의 경우는 다르다. 기존의 대법원 판결은 결과적으로 본의 아니게 일반인에게 상당 기간 잘못된 인식과 오해를 일으켰다. 마치 명문의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발전할 정도의 수준이다. 이는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법을 선언하는 법원에서 과연 이런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그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대목에서 법원은 그 무엇을 하거나 그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명의신탁에서 명의 신탁인의 소유권 주장이 불법원인 급여가 아니라는 법원의 주장은 거의 설득력이 없다. 이는 너무 현학적이고 이론적 해석으로 보인다.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에 대한 입법 취지를 제대로 이해.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형식적인 법리 해석에 너무 치우치게 된 것이다. 숲을 보지 못하고 그저 나무에 집중한 모양새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에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아니한다.
특히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명의신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 급여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판시내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명의신탁 행위 자체가 높은 법정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이는 곧 명의신탁행위가 반사회성이 높은 위반임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대상 부동산의 반환이 불가하더라도 명의신탁자는 행위 당시에 그와 같은 리스크를 당연히 스스로 수용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위법을 감행한 것이다.
그렇기 떄문에 고의적 내지 악의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명의신탁자를 법원이 결과적으로 도와 대상부동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한 대법원의 논거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법리 해석은 그간 부동산실명법을 무력화한 셈이다. 나아가 법의 권위를 추락하게 한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법원 스스로도 자신의 입장이 곤란하여서인지 그 공을 입법부에 넘길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법원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법의 입법취지는 법 해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기본원칙을 좀더 충실한다면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대법원의 법리 해석은 다소 비상식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너무 형식 논리적이다. 너무 막연한 이론적인 분석과 평가에 따른 오류가 있다.
법원은 법을 선언하는 기관이다. 또한 입법의 미비사항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이를 보완하는 역할과 기능 역시 매우 중요하다. 법의 해석에서 기준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행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없는지도 좀더 신중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측면에서 보면 이번 판결은 가급적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정의와 공평의 원칙에서 바라보아도 대법원 판결이 쉽게 납득이 안된다. 탈세와 불법의 온상이 되는 행위는 일벌 백계하여야 한다. 그리고 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법의 선언 및 해석이 중요하다. 그리고 명시적인 법 규정에 반하는 법원의 해석은 가급적 자제되어야 한다.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은 불법이다. 또한 그 법정형이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그 사회적 해악성은 충분히 법률 내용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이와 같은 위법행위를 결과적으로 도와주는 판시내용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명의신탁자는 그 해악을 잘 알고 위반시 민. 형사적인 책임이 막중함에 대하여도 이를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런 불법을 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도와주는 행위가 과연 바람직할 것인가? 대법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판결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