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월 2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역 문화광장을 방문, 시민 및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파리가 앞 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이다.’
2010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외교부 특채 문제로 사과할 때 조국 전장관이 SNS에 올린 글이다. 조국의 딸은 그 해 한영외고 학부모 ‘품앗이‘로 고작 2주 ‘인턴’을 하고 나온 단국대 의학논문 제1저자 경력 등을 넣어 고려대에 입학했다. 조국은 이런 모순된 말과 행동으로 ‘조적(敵)조’ 즉 ‘조국의 적은 조국’이란 말을 낳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새로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라는 ‘이적이’란 말을 만들게 생겼다. 이 후보 언행이 과거 이 후보 언행과 모순돼 종종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빚기 때문이다. 25일 경기 하남 신장공설시장 즉설 연설을 보자. 그는 “국민을 갖다가 개돼지 취급해서 거짓말하면 막 넘어가는 그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줄 모르고 속아서 표나 찍는 사람으로 알고 정치권력을 자기가 누리는 권세로 아는 사람이 있다”, “국민이 인정하는 진정한 대리인, 유능한 일꾼이 누구냐”고 했다.
이 발언의 배경은 실제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갑자기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사람들”을 언급하는 바람에 당연히 국민의힘을 겨냥한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왔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김건희씨가 논란이 된 녹취록 중간에 ‘일반인은 바보’라고 한 발언 때문에 나온 말이라는 소리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 후보의 이 어정쩡한 발언은 역풍만 불렀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과거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국민들을 쥐, 닭, 벌레 취급했다“고 역공을 취한 때문이다.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후보가 과거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캡처해 공유했다. 해당 캡처 본에서 이 후보는 “맞팔은 쥐나 닭 같은 동물이나 벌레 같은 거 아니면 다 해드린다”, “본인이 쥐 닭 벌레에 해당하시나? 왜 ㅂㄷㅂㄷ(부들부들)하실까?” “오늘도 강아지들이 많네. 개소리하면서 사람 말로 대답하기를 못된 강아지들. 이 멘션 보고 기분 나쁜 님들, 그대들이 곧 강아지니라” 등의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하 의원은 “과거 트윗을 보면 알겠지만 이 후보는 과거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을 강아지 취급하며 수없이 조롱했다. 심지어 쥐나 닭, 벌레 취급했다”며 “이 후보는 머리 회전이 너무 빠른 건지 거짓말이 몸에 밴 건지 모르겠지만 과거 자신이 했던 말을 금방금방 다 바꿔 버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선에서 떨어지면 감옥간다고 국민들 앞에서 말해놓고 바로 그 다음날 내 얘기가 아니라고 하신 분”이라며 “정말 국민을 어떻게 보고 이런 뻔뻔한 거짓말을 하느냐”고 일침을 놓았다.
사진=조선일보DB
이 후보는 지난 22일 서울 송파 즉설 연설에서 “이번에 제가 (대선에서)지면 없는 죄로 감옥갈 것 같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고 한 발언인데 여권 내부에서 조차 “대장동 사건을 상기시키는 자충수”라는 비판이 일자 곧바로 말 바꾸기를 시도한 것이다. 24일 YTN 인터뷰에서 그는 “내 얘기가 전혀 아니었다. 검찰 공화국 우려를 표현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걸 하 의원이 꼬집어 반박 하고 나선 것이다.
이 후보의 말 바꾸기는 유명하다. 자신이 조금만 불리하면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능청스럽게 해버린다. 이 후보에게 기꺼이 속고 싶은 민주당 지지자들이야 거짓말을 하는 줄 알면서도 속아주지만 다른 국민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천연덕스럽게 말을 바꾸면서도 죄의식이나 미안함을 갖는 것 같지 않다. 참 특이한 성격이다.
몇몇 예를 보자. 작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는 대장동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에 대해 “(그 조항을)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최종 결재권자인 자신이 실무진의 경고를 묵살해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배임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곧바로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내가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라고 주어를 바꿔버렸다.
또 대장동 의혹으로 구속된 ‘유동규 측근 논란’도 마찬가지다. 유동규가 측근이면 자신이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 되기 때문에 “유동규는 이재명 측근”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이 후보가 ‘넘버1’ 정진상이 ‘넘버2’ 유동규가 ‘넘버3’라는 것은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경기부지사를 지낸 ‘이재명 저격수’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넘버1’이 ‘넘버3’를 측근이 아니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26일 이 후보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지 2시간만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공격을 재개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膾炙)될 것 같다. 그는 오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며 “야당도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고작 2시간 만에 경기 고양시 문화광장에서 “리더가 술이나 마시고 측근이나 챙기고 게을러 다른 사람한테 맡기니 이런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라며 즉석연설로 윤 후보를 공격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네거티브 중단쇼 하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살던 대로 사시라”고 비꼬았다.
이렇게 자신의 말 바꾸기가 논란이 되지만 이 후보는 태연자약하다. 이 후보는 천연스럽게 말 바꾸기를 하는데 놀라기는 주위 사람들이 놀란다. 원래 한 입으로 두 말을 자주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이 후보는 그런 주위 시선을 모르는 것 같다. 참 희한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