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전에 녹화된 기념사를 하고 있다./KTV, 조선닷컴 인용.
이 쯤 되면 고질병이다. 해마다 8·15 기념사에서 편협한 ‘친일 프레임’과 정치적 편향을 드러내는 김원웅 광복회장 말이다. 지난해 광복 75주년 기념사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했고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민족반역자’라고 했다.
올해는 보수 야권을 사실상 친일파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의 법통을 조선총독부라 믿는 세력’이라고 못 박았다.
다분히 정치적이고 편향된 개인 생각을 광복회장 이름으로 뱉어 냈다. 도저히 광복회장이라는 공인으로 제대로 된 역사인식과 상식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 안 드는 연설이었다.
광복회는 김 회장과 같이 편협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제에 항거해 조국 광복에 헌신한 독립유공자와 유족이 다 포함된 단체다. 비록 분단은 됐지만 좌우익을 가리지 않고 독립운동에 앞장 선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단체다. 광복회장 되려고 부모의 독립운동 공훈을 속였다는 의혹을 받는 김 회장 같은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김 회장 자격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그는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독립군 대상’ 등을 제정해 추미애, 송영길 등 여권 핵심인사에게 줬다. 광복회장 자리보전을 위한 로비용 ‘포상 놀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올 4월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광복회원인 독립운동가 자손으로부터 멱살잡이를 당하기도 했다. 해가 갈수록 광복회원들이 원성이 자자하다.
그런데도 김 회장의 몰염치와 독선, 극악스러움은 그칠 줄을 모른다.
그는 1972년 ‘유신’ 공화당 당료가 됐고 1990년 3당 합당 직전까지 5공 민정당 간부를 지냈다. 그가 좋아하는 ‘친일 프레임’으로 재단을 하면 본인이 유신과 5공의 ‘부역자’다. 그는 생계 때문에 공화당과 5공에 참여했다고 하지만 그의 친일 선동을 감안하면 여간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운동권 586이 주축인 집권세력에 대한 자격지심과 피해의식 때문일까. 광복회원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키고 586 운동권을 능가하는 프로파간다를 구사하는 것을 보면 그의 숨은 의도가 궁금해진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의 극단적 선전 선동은 오로지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한 ‘아웃사이더’의 몸부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작년 광복절 기념식에 이어 점점 더 거칠어지는 그의 입을 보면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기념사에서 보수 야권을 집단으로 ‘친일‘로 몰면서 ‘조선총독부가 대한민국 법통’이라는 모욕을 할 수 있는 강심장이라니. 과연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그의 기념사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 제기다. 김 회장이 기념사를 사전 녹화하는 자리에 탁현민 의전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가 참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문재인 정권이 광복절을 욕보였다”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의 묵인 하에 국민여론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만 봐도 양측 조율은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하다. 이날 김 회장 옆자리에서 사전 녹화된 김 회장 기념사를 본 문 대통령은 환한 얼굴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나라를 갈라치는 편협한‘친일 프레임’에 얼굴을 붉혀도 시원찮은데 대통령은 이를 환영하며 박수를 쳤다. 자신의 의중을 김 회장이 대신해줬다는 뜻일까. 정말 가관이다.
야권의 공세는 별개로 하더라도 이날 광복절 행사는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의도가 어디 있는지 보여준다. 비록 극단적일 지라도‘친일 프레임’을 통해 다시 한 번 국민을 갈라치기 하겠다는 의도다. ‘친일파=국민의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김 회장의 기념사는 그렇게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 열망이 강한 내년 대선의 불리한 판을 뒤집기 위한 여권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겼다.
선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와 집착은 유명하다. 그는 각종 선거에서 결코 들러리를 서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으로 선거에 개입한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도 그렇게 시작됐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는 졸속으로 추진된 가덕도 신공항 현장을 방문해“가슴이 뛴다”면서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으려 했다.
아무리 내년 선거 승리에 목을 맸다 해도 이번 광복절‘친일 프레임’ 씌우기는 너무 나갔다. 국내 보수진영을 한꺼번에 ‘친일파’로 몰았다. 아예 반세기 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친일파 정부고 ‘법통’이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못 박았다. 무식의 극치고 독단과 독선이 끝판이다. 대한민국이 반민특위를 통해 친일 청산에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다. 벌써 70년이 지난 일이지만 대한민국 정부에 친일파가 참여한 것은 다 안다. 김일성의 북한 정부도 친일파를 기용했다. 그럼 유신과 5공에 부역한 김원웅을 광복회장에 기용한 문재인 정부의 법통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