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2일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야당 의원들의 노트북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이 붙여 있다.
브라질 ‘좌파의 대부‘ 룰라 전 대통령을 그린 넷플릭스 다큐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에 이런 장면이 있다. 2011년 1월1일 대통령 임기를 마친 룰라 전 대통령과 영부인 마리자가 관저인 알보라다궁을 나서는 모습이다. 엘리베이터를 나오는 대통령 부부에게 취재진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묻자 영부인 마리자는 “이제 (살던)아파트로 가야죠”라고 말한다. 상파울로 집 주소까지 대며 즐겁고 홀가분하다는 표정이다.
이 장면에서 새로 양산에 땅을 사 퇴임 후 사저를 짓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연스레 오버랩 됐다.
문 대통령는 작년 4월 경남 양산에 농지가 포함된 땅 3774㎡(약 1144평)를 퇴임 후 사저용으로 구입했다. 이 농지 구입을 위해 문 대통령은 ‘영농 경력 11년’을 적어냈고 9개월 만에 농지를 대지로 형질 변경했다. 대통령의 사저용 부지 구입이 LH ‘땅투기’ 수법을 그대로 닮았다. 그런데도 그는 땅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 “좀스럽다” “법대로 하고 있다”며 오히려 격노하며 일축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과 함께 현 집권 세력이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다. 작년 이맘때쯤 한창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죽이기‘를 할 때는 이 영화가 집권 세력의 ’프로파간다‘에 이용되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과 소위 ’문빠‘들은 이 영화를 추천영화로 각자 SNS에 경쟁적으로 올렸다.
그렇지만 ‘롤모델’인 룰라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과 실제는 차원이 달랐다. 문 대통령이 영화의 이 장면을 놓친 것인지, 아니면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문 대통령은 양산 사저 문제로 ‘땅투기’ 논란에 휩싸였다.
때마침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윗물 아랫물’ 타령을 했다. 그는 최근 LH 사태와 관련해 한 방송에 나와 “위에는 맑은데 아직 바닥은 잘못된 관행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그런 것까지 고치려면 재집권해야 된다”고도 했다. 당 원로로 ‘반(反)친문’ 대선주자를 밀고 있다고 알려진 이 전 대표가 “왜 이 시점에 이런 말을 했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쨌든 이 말은 LH 사태 이후 ‘부동산 투기 의혹은 민주당 아니면 청와대‘라는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이미 투기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의원들만 7명이고 청와대 직원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아빠찬스‘의 조국과 ’엄마찬스‘ 추미애, ’위안부 장사‘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윤미향과 ’의원 쪼개기‘로 국회의원이 된 청와대 대변인 출신 김의겸 등 정권의 “윗물이 흙탕물”인 사례는 차고 넘친다.
3월 12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여야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LH 사태를 ’부동산 적폐‘탓으로 몰아간 것은 더욱 가관이다. 문 대통령은 LH 사태 이후 10여차례 투기 근절책이라고 내놓다가 최근에는 연 사흘 ’부동산 적폐청산‘을 주장했다. 지난 보수 정권에서 집값이 내렸다는 것은 정설인데도 문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자 기가 찬다는 반응이 많다. “아파트 공급을 틀어쥐고 있다가 3기 신도시 발표로 투기 광풍을 일으킨 것은 문 정권인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라는 지적이 곧바로 뒤따랐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문 정권의 ‘남 탓’은 더 이상 유효한 전략이 아닌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지난 18일 국내 4개회사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3%가 LH 사태 관련한 정부와 청와대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 대다수가 집권 세력의 ‘남 탓’과 ‘내로남불’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문 대통령이 임기말 레임덕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를 물은 결과 긍정 34%, 부정 63%로 긍정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 결과 37% 지지율도 갤럽 조사로는 최저치 였는데 이보다도 더 낮은 수치다. 대통령에 대한 서울지역 부정평가 67.5%는 4.7 서울시장 보선에 나선 민주당 후보에게는 적신호가 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은 권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서툴러 점점 남이 참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꼭 그런 경우인 것 같다. 이 전 대표의 “윗물은 맑은데..“라는 말이 무슨 근거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문 정권의 오만과 독선은 벌써부터 하늘을 찔렀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180석을 합쳐 범여권이 190석을 얻은 승리가 물론 정권 독주의 기폭제가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는 법. 지금까지 역대 정권 중에 불통과 부패로 재집권에 성공한 정권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이 정권의 ‘남 탓’과 ‘편가르기’, ‘독선’과 ‘아집’은 끝이 없다. 아무리 우겨도 ‘윗물이 썩은 것이 확실’한데 4.7 재보궐 선거든, 내년 대선이든 이길 수 있다니 정말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