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3월 5일 오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면담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은 괜히 터진 일이 아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투기와 전쟁’을 한다며 정상적인 거래를 틀어막으니 담당기관인 LH의 부패로까지 번진 것이다. 무능한 정권이 3기 신도시라는 ‘생선가게’를 통째로 LH라는 ‘고양이’에게 맡겨 버린 셈이다.
25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연거푸 실패를 거듭한 문 대통령이 이번에는 격노했다. 웬만해선 현안에 즉각 대처하는 법이 없는 문 대통령이 8일에는 LH 투기 의혹에 강력 대처를 지시했다. “모든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하라”고 했다.
그런데 생뚱맞게 경찰의 국가 수사본부를 지목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곳으로 대형 사건 수사라곤 처음 하는 곳이다. 원래는 검찰과 감사원에 맡겨야 하지만 만에 하나 땅 투기 수사가 또다시 여권 핵심으로 향할까 걱정돼 그런지 언급을 피했다. 검찰, 감사원을 총동원하라는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도 말이다.
당연히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성에 찰 리 없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이 작심하고 내놓은 수사 지시라는 것을 보자.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기무사 계엄령 사건 등 문 대통령이 뜬금없이 지시했다가 무위로 끝난 사건이 어디 한 둘인가. 기무사 계엄령 사건은 인도 국빈 방문 중에 청와대 비서 누군가의 보고를 받고 문 대통령이 독립 수사단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군사 법정까지 간 이 사건 관련자는 모두 무죄가 됐다.
이번 LH 투기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시는 물론 지당한 말이다. 대통령의 지시에 국무총리와 여당 지도부도 기꺼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집권세력의 도덕적 해이와 말 뒤집기가 하도 다반사여서 일부에서는 여전히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수사 지시에 급급해 먼저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문책했어야 할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해임하지 않은 것이다. LH 직원 땅 투기는 변 장관이 사장 재임 시절 있었던 일이고 변 장관 본인은 필수 수사대상이다. 그런 사람에게 문 대통령은 합동조사단의 ‘셀프 조사’를 맡겼다. 이러니 국민들이 대통령의 수사 지시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현 정부에 등을 돌린 지식인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문 대통령은 누군가에게 업혀 가는 것 같다“는 말이다. 심지어는 현재 청와대 의전비서관인 탁현민의 ‘소품’이라는 말까지 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말이겠지만 이미 LH 직원 땅투기 의혹을 감싸 국민적 공분을 싸고 있는 국토부 장관도 함부로 못 자르지 않나. 그래서 ”장관 인사를 문 대통령이 하는 것이 맞느냐“는 반문이 자주 세인의 입길에 오르내린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하기 싫은 사람”으로 통했다. 평생 친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유로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내기는 했지만 늘 “정치가 적성에 안 맞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박근혜 탄핵 과정을 거치면서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렇게 그의 ‘하기 싫은 대통령 일’이 시작됐다.
지난 4년 문 대통령 집권 기간을 보면 참모들과 측근이란 사람들의 ‘문재인 패싱’은 가관이다. 일례로 본인과 가족의 비위로 현재 검찰 기소 상태인 조국 전 법무장관은 소위 ‘언더’에서 민주당 친문 의원들을 ‘홍위병’ 부리듯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에 “6대 범죄 전담수사기관을 만들면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가 채워지게 된다”고 하자 민주당 초선 강경파가 ‘중수청법’ 깃발을 보란 듯이 들었다. 나중에 대통령이 속도를 조절하라 해도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문 대통령의 입’이었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열린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일은 어떤가. 청와대 관사로 온 식구가 살림을 옮긴 부동산 투기로 ‘관사 재테크’라는 비난을 받았던 사람이 버젓이 ‘우회 등원’을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낯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 텐데 문 대통령 참모들은 이런 일도 태연히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에 일천한 정치 경험 때문에 링컨 대통령과 자주 비교된다. 그런데 링컨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포위돼 일을 그르쳤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 링컨 대통령도 똑똑하고 이기적인 참모들 때문에 맘고생이 심했다는 이야기는 있다. 하지만 타고난 기질과 수양으로 적재적소에 이들을 배치, 남북 전쟁 와중에도 재선 고지를 달성했다. 문 대통령도 늦었지만 참모들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이미 ‘식물 대통령’이란 소리를 듣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