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대부분의 혁명정권 수장답게 과거 청산(淸算)에 매달렸다. 자신들은 순백이고 나머지는 모두 오물을 뒤집어쓴 적폐세력인양 청산의 칼날을 현란하게 휘둘렀다.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두 전직 대통령과 전 정권에 몸담았던 수많은 인사들이 줄줄이 엮여들었다. 지금도 감옥행 대기 순번은 마감되지 않았다.
또, 지금 이 순간 청산해야 할 친일 인사가 남아 있기나 한 건지, 일본과의 외교를 손톱만큼이나 생각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입만 벌리면 친일청산이고 일제 잔재 청산이다. 그런데, 청산해야 할 친일인사가 없어서일까? 대부분 독립운동 추숭과 일제 잔재 청산에 몰렸다.
하지만, 독립유공자 서훈에는 평가의 잣대가 춤을 추고, 상해임시정부는 맥도 닿지 않는 헌법을 끌어들이고, 임정 100주년 기념관에는 이승만이 배제되고 김구로 채워지게 됐다. 문재인은 상해가 아닌 충칭[重慶]을 방문하여 임정 100주년이니, 건국 100년이니 하는 등 앞뒤 안 맞는 말을 했다. 1940년 9월에 안착한 김구의 충칭을 임정의 실체로 생각한다면 100주년이 아니라 79주년이라 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가 하면, 과거 일본이 우리를 압제한 사실에 대해서는 지구의 종말이 오는 날까지 책임을 물으려 하면서도 6.25 전쟁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시도 때도 없는 도발로 우리 젊은이들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북쪽에 대해서는 한없는 아량을 베풀면서 악화 일로에 있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과의 관계는 안전에도 없다.
물론, 이 모두가 혁명정권에 동조한 이들에게는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소낙비처럼 속이 후련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에 몰두하는 사이에 빠뜨린 게 있다. 바로 다수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다. 혁명정권이든 정상정권이든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가 나아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 박수치고 지지를 보낸다.
박정희는 군사혁명을 일으킨 후 과거 청산보다는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보릿고개를 없애고, 괄목할 경제적 부흥을 이루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지금도 박정희를 위대한 혁명가요 대통령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어떠한가? 혁명으로 이룬 5년 정권의 2년을 과거청산, 일제 잔재 청산, 북핵 해결에 다 소비해버렸다. 젊은이들의 안정적 일자리는커녕 단기 아르바이트조차 사라진지 오래고, 영세 자영업자가 직원을 내보내고 가족이 매달리는가 하면,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을 내보내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정권을 구호로 내세우고 일자리 상황판 앞에서 의기양양해하던 모습이 무색하게 됐다. 문제는 오늘 당장의 어려운 현실보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봄에 씨앗을 뿌려야 가을에 거둘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야 할 소중한 시간에 집안에서 싸우고, 이웃과 싸우고, 이웃친척과 등지면서까지 망나니 동생 편드느라 소중한 시간 다 허비해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제 5월 10일이면 문재인 혁명정권은 3년차에 접어든다. 온전한 정부라면 이제 조금씩 거두어들일 때다. 하지만, 과연 거두어들일 것이 있는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뿌린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씨 뿌리고 열심히 가꾼다면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너무 늦었다. 하찮은 푸성귀도 때를 놓치면 자라지 않는다. 결국 때가 되도 거둘 것이 없고 먹을 것이 없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옛말에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고 했다. 나라님이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기는 백성을 등진다면, 백성이 나라님을 원망하고 등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정권이 실패의 위험을 피하려면 지금이라도 과감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삶에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